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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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서재를쌓다 2016. 10. 30. 16:48
마음이 가을 같다. 갑자기 스산해졌다. 계속 헤매고 있는데, 출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무리 속에 끼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헤어지면 마음이 더 가을 같아진다. 사실 무리 속에 있을 때도 온통 가을 일 때도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어떻게 출구를 찾아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시월. 목요일에는 회사 모임이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Y씨랑 백석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가 창을 내려줬는데 밤바람이 시원했다. 내가 먼저 내렸다. Y씨는 택시를 계속 타고 갔다. 역 앞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데, 내 앞으로 양복을 입은 외국인이 걷고 있었다. 뽀글뽀글한 컬에 까만 피부를 가진 외국인이었다. 백팩을 메고 있었고, 한 손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야식이거나 다음날 아침일 것이다.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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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있습니까서재를쌓다 2016. 10. 12. 22:39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국 주문했다. 은 사두고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읽었지만, 이번 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었다. 책 두 권 읽고, 영화 몇 편 보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착각에 빠져 책을 읽었다. 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에세이가 너무 적다는 거였는데, 이번 책은 모두 에세이다. 좀더 그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껏 들었고, 좋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영화를 하기 전 고단했던 날의 이야기, CCTV에서 오랜 연애를 끝낸 연인의 걸음거리를 찾아내려 노력했던 시간, 유부녀가 된 예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밤, 눈이 많이 내린 날 청주의 대학교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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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서재를쌓다 2016. 10. 3. 20:39
동생이 읽고 있다. 어떤 부분을 읽곤 박수까지 치더니, 결국 복사까지 해줬다. 힘들 때마다 읽어야 할 글. - 많은 직업들이 직장에서의 상황 때문에 자존감에 영향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직장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장은 힘든 곳이다. 그래서 월급을 준다. 그것도 날짜를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준다. 안 그러면 남아 있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이 그렇게 달콤한 곳이고 가치 있는 곳이라면 우리에게 돈을 줄리 없다. 미안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돈을 쥐여준다. 물론 행복을 안겨줄 때도 있다.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동료도 직장에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시적이라 궁극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조금 심하게 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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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6서재를쌓다 2016. 9. 8. 22:58
내게는 마스다 미리 만화책을 모두 사는 친구가 있고, 오무라이스 잼잼 만화책을 모두 사는 동료가 있다. 두 사람은 나에게 만화책들을 빌려준다. 6권이 2015년 11월에 나왔으니까 Y씨는 2015년에 구입을 하고 다 읽고선 금방 나한테 빌려줬을텐데, 세상에나 지금은 2016년 9월이다. 얼마전에 더이상 가지고 있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전에 틈틈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만연한 가을이 오기 전에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정이 많이 들어버린 오무라이스 잼잼 가족들. 이번 6권에서는 '규동' 편에서 왠지 짠했다. 규동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규동은 왠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먹어야 될 것 같다. 꼭 체인점에서. 든든한 돈지루를 젓가락으로 휘휘- 휘젓고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시면서.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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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서재를쌓다 2016. 9. 6. 22:44
소설 을 읽고, 그 시기의 일본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심각한 내용일 줄만 알았는데,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꽤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다. 같은 시기의 우리나라 모습도 궁금해졌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또 다른 책을 찾게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하며, 언젠가 깊고 풍성한 여행으로 이어질 거라 믿고 있다. - - - 16세기에 스페인에는 카스텔라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성이 많아 카스텔라라고 불렸는데 일본인이 일본에 와 있던 포르투갈인에게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과자를 가리키며 "이 과자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카스텔라지방에서 만든 과자"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혹은 선교사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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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목욕탕과 술서재를쌓다 2016. 8. 30. 22:00
동생이랑 오사카-교토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들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동네 사람들만 갈 법한 자그마한 술집에 들어가 꼬치를 시키고, 맥주를 시키고, 사케와 오뎅탕을 시킬 작정이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면서, 들어가면 훈훈한 분위기에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으며 그렇게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다닐 때 일부러 큰 길 쪽에 있는 가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거닐면서 여긴 어떨까, 여기가 더 낫다,며 많이도 기웃거렸다. 그러다 이 가게다 싶은 곳이 있었다! 크기도, 밖에서 언뜻 보이는 분위기도 딱이었다. 살며시 문을 열었는데, 벌써 만석이었다. 자리가 없었다. 아주 작은 가게였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몇 번을 거절 당하다, 결국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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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서재를쌓다 2016. 8. 23. 22:57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책을 매우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다. 아마 겨울이 걸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독서에 매우 큰 의미가 가치를 두는 듯하다. 집의 서가가 얼마나 충실한가로 그 사람의 가치가 판가름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인구에 비해 대형 서점이 많고, 아이슬란드 문단도 활발해, 1955년에는 할도르 락스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대표 장편소설 을 라디오에서 몇 주에 걸쳐 낭독했고, 그 시간에는 전국민이 말 그대로 라디오 앞에 못박혀 있었다고 한다. 버스가 운행을 멈추고, 어선도 조업을 중지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작가수도 많아서 에리캬비크에만 340명이 '작가'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나가세 마사토시 주연의 영화 에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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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서재를쌓다 2016. 8. 18. 23:09
친구와 홋카이도를 가기로 결심하고, 홋카이도 책을 찾아봤다. 가이드북 말고 에세이. 책이 적었는데, 오지은의 홋카이도 여행기는 집에 있었고, 이 책이 궁금했다. . 평이 좋아서. 홋카이도의 겨울 이야기이긴 한데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합정점 중고서점에서 샀다. 몇장 뒤적거리고 잊고 지내다 여행 가기 직전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소설가가 쓴 홋카이도 여행기였는데, 무척 감상적인 글이었다. 거기서 을 소개 받았다.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에서, 선교 활동 중에 붙잡힌 포르투갈 신부 로드리고는 배교를 강요받는다. 배교의 증명은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발로 밟는 것으로, 어찌 보면 허무하리만큼 간단한, 그러나 신앙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절차다. 성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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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서재를쌓다 2016. 8. 6. 00:50
한번도 안 가봤지만 숲님이 추천해 주셔서 언젠가 가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동네 북카페가 있다. 한번도 안 가본 주제에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놓았는데, 어느 날 소규모의 일본어 스터디를 진행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인이 가르쳐주고, 수업 속도도 빠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려고 한다는 설명과 함께. 이거다 싶었다. 공부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설명을 해주시는 분의 목소리와 말투가 좋았다. 목소리 만으로 좋은 사람이구나 신뢰감이 느껴졌다. 카페 스텝인데,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를 할 거라고 했다. 일본여행을 가면 서점에 가곤 하는데, 무슨 책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공부를 할 결심을 했다고. 여러 가지로 좋았는데, 수업료가 비쌌고, 히라가나부터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망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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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서재를쌓다 2016. 7. 27. 23:00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몸 속 어딘가에, 아니 마음 속 어딘가에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들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는 것 같다고. 전혀 잊고 있었던 말인데, 어느 순간 문득 떠올라 나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의 그이는 이런 마음이었던 거구나. 그때의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그 마음을 백프로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거다. 그 말들은 아주 소소한 말들부터 의미심장한 말들까지 다양하다. 따뜻한 말도 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도 있다. 얼마 전 만난 남희언니는 친구 얘기를 하며, 그즈음엔 술을 마시면 신이 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 신이 나는 게 미안했어,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어느 저녁 친구네 집으로 가는 지하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