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박웅현 빠순이다. 어디서 박웅현을 알아와서는 <책은 도끼다>를 매일 들고 다니며 읽었다. 모든 부분이 좋다고 했다. 밑줄을 얼마나 그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은 박웅현이 나온 팟캐스트를 같이 듣자고 했다. 집에서 둘이서 낮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술도 들어갔으니, 좋다고 듣자고 했다. 박웅현이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건 우리 둘에게 필요한 거였다. 내가 말했다. 다시 들어보자. 방금 자존감 부분. 다시 들었다. 다시 들어도 좋았다. 다시 들어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거였다. 동생이 물었다. 한번 더 들을까?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듣다가 우리는 그 부분을 녹음하기로 했다. 동생은 무슨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들을 맥주를 마시고 돌아오는 어느 쓸쓸한 귀가길에 들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 밤의 위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몇 번의 시도 뒤에 우리는 말끔히 '자존감'을 녹음했다. 그 파일은 결국 맥주를 잔뜩 마신 쓸쓸한 귀가길에 딱 한 번 듣고, 유유히 사라졌다. 핸드폰 용량이 부족해 이것저것 지우다 그 파일인 줄 모르고 삭제해 버렸다.

 

   어쩄든, 동생은 박웅현 빠순이다. 그래서 이 책도 샀다. 언니, 박웅현이 추천한 책이라는데 혹시 알아? 나는 모르겠는데, 라고 했고, 동생은 바로 주문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동생은 그때 깁스 상태라 회사가 끝나면 늘 집에 왔고, 덕분에 나도 집순이가 되어 동생의 손발이 되어 주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지금은 깁스를 풀었다! 나는 이제 동생의 손발이 아니다!) 아무튼 깁스 상태여서 티비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일 말고 별다른 일이 없었던 동생은 이 책을 야금야금 읽다가 어느 날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언니가 딱 좋아할 책이야. 리스본 얘기도 나오고. 꼭 읽어. 그 날 이후에 하루에도 몇번씩 말했다. 읽었어? 읽고 있어? 아직도? 읽으라니까. 읽고 있다고? 좋지? 읽었고, 좋았다. 동생의 말이 맞았다. 내가 딱 좋아할 책이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리스본 얘기도 나왔다. 사실 이 책은 한 카피라이터의 오래된 일기인데, 그러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인데, 나는 거기서 나를 봤다. 내가 보였다. 이상했다. 이 카피라이터의 일상 이야기가 내게 위안이 됐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슬프기도 했다. 즐겁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 책이다. 좋은 책. 그래서 나를 닮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동생이 나한테 계속 읽으라고 한 이유가 서문만 읽어도 이해가 되는 책. 그러니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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