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둘이서 몇번이나 여기에 왔던지.

행복했던 그 시절 그리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 추억의 벤치 2003.07

 

    결국 태풍 때문에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못 갔다. 그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웠다. 마지막 날, 신주쿠 역 코인 라커에 짐을 넣어두고 키치조지에 갔다. 그리고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저 벤치를 만났다. 벤치마다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앉았던 벤치의 옆옆 벤치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붓같은 도구를 들고 벤치를 청소 중이셨다. 아주 작은 먼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구석구석 꼼꼼하게 쓸고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딱 그 벤치 하나만 오랫동안 청소하셨다. 이 벤치들은 뭘까 궁금했다. 이 문구를 새긴 사람들은 누군지, 이 곳에 어떤 추억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청춘의 시대라. 공원을 둘러보고 이 벤치에 앉았다. 시장에서 사온, 조금은 식어버린 멘치까스도 먹고, 차도 마셨다. 볕도 좋고, 그늘도 좋고, 나무도 좋았다. 화요일 낮이라 한적했다. 공원 안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하고 줄지어 걸어 나가는 귀여운 유치원생들도 보고, 지나가는 자전거도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혼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 언니도 봤다. 공원 호수를 마주하고 30분째 미동이 없던 할아버지도 봤다. 옆 벤치에서는 어떤 남자가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청춘의 시대. 벤치에 앉아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커다란 나무들을 보며 '청춘시대'라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어제도 여전히 내 청춘시대였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오늘도 청춘시대일 지도. 그리고 내일도 청춘이기를. 이 공원과 청춘이라는 단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3박 4일의 도쿄 여행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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