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후

from 모퉁이다방 2016.12.07 23:37





   화요일에는 자존감 수업을 들으러 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동생을 만나 40분만에 양꼬치를 구워 먹고, 칭따오 댓병을 나눠 마셨다. 계산해달라고 하니, 주인 아저씨가 아니, 이렇게 빨리 드셨어요? 놀라셨다. 급히 갈 데가 있어서요. 강연은 마감이 되었고, 이미 시작되었다. 흰머리가 무성한, 마르고 얼굴이 선해 보이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저 분이 작가님이시구나.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많은 자존감 책이 있는데,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머리말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은 나는 어디서 공부를 했고, 어떤 사람에게 배웠으며 같은 잘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책을 다 읽은 동생에 따르면, 작가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고, 그걸 어떻게 쌓아 올려나갔는지를 특별하지 않게, 나와 비슷하게, 이야기해준단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란다. 그날 좋은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취기가 올라 메모하지 않았으므로, 그 말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질문을 했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작가님이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늘 나의 내향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어떤 부분은 나의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형성되었다. 나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깊고,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강연이 끝나고 화장실이 급해 뒤돌아서 나가려는데, 누군가 내 화장실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모과였다. 모과는 언니가 올 줄 알고 있었어요, 라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서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점 옆에 있는 술집에 들어갔다. 동생과 모과는 시옷의 모임 때 한번 만난 사이. 모과씨 왜 이렇게 여성스러워졌어요? 언니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요? 등의 훈훈한 덕담을 주고 받으며 기네스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이 날 밤, 우연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님의 나이를 추측하다 검색해봤고, 그가 나와 세넷살 차이라는 것에 놀랐다. 모과가 키우는 고양이 모란이의 안부를 물었고, 우리가 그 날 밤 가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다가올 연말의 시옷의 모임에 대해 이야기했고, 만 오천원 이하의 선물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골똘했다. 읽기 어려웠던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요즘 듣고 있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을 찍어, 우리의 우연을 자랑했고, 혼자 들었던 음악을 함께 들어보았다. 맛있었던 기본안주의 구입처를 알아냈으며, 반 넘게 남은 안주 먹태를 포장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각자의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이런 인사를 나눴다.


잘자, 정말 반가웠던 모과!

잘자요, 다정했던 금언니!


나는 하루하루 나의 속도대로 반갑고도, 다정하게 나의 자존감을 쌓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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