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말했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죽으면 우리의 영혼이 여행을 떠난다고 믿었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삼천년이 걸리는데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몸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어야 영혼이 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로 보존에 신경을 쓰진 않아요."

   염색체도, 미토콘드리아도 없는.

   "삼천년이라, 그리고 돌아온다고요." 그녀가 말했다.

   "그들에 따르자면 그렇죠." 그가 빈잔을 내려놓고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고마워요." 니나가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서 물어보았다. "영혼같은 걸 믿나요?"

   그는 손으로 식탁을 누르며 잠시 서 있었다. 작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젓더니 그는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 p.210 '위안' 中

 

*

 

   그녀 혹은 그가 있다. 그가 길을 걷고 있다. 군데군데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있었지만, 나쁜 길은 아니었다. 길을 걷던 그녀 앞으로 갑자기 커다란 비바람이 몰아친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그녀의 몸이 흔들릴 정도다. 그녀는 길가의 작은 나무 아래 몸을 기댔다. 나무 아래였지만 비바람을 온전히 피할 수 없었다. 그는 흠뻑 젖었다.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비바람이었다. 그녀는 작은 나무에 기대어 몸을 잔뜩 숙이고 비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비바람이 지나갔다. 멈춘 게 아니라 지나갔다. 사라진 게 아니라, 커다란 회오리를 만들며 그가 지나왔던 길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비바람이 지나고 이내 햇볕이 나타났다. 그녀는 길을 계속 걸었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서 가느다란 수증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시간이 지난 후, 그 혹은 그녀는 기억했다. 어마어마한 바람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따듯한 무엇이었다고. 그리고 그녀 혹은 그는 생각했다. 사라지지 않은 그것이 언제고 자신을 다시 찾아올 거라고.

 

    2014년 9월 12일 직인이 찍힌 엽서에 소설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앨리스 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글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읽어볼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 문장들에 반해 책을 구입했다. 두꺼운 책이라 오래 걸렸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덮어버렸고, 몇 개월 뒤에 다시 펼쳤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 이야기가 끝나니, 그 다음 이야기는 그 전 이야기보다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니 위와 같은 풍경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소설 속에 나오는 비바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랬다. 무슨 커다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는데, 결국 벌어지지 않았다. 조용히 마무리됐다. 어떤 이는 마음을 여미고, 어떤 이는 서서히 누군가를 잊어갔다. 그런 결말들이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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