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어떤 문장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맥주를 사버리는 바람에. 어제는 공선옥 작가님과 정한아 작가를 만났다. 역시 작가와의 만남 자리였다. 아주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는 합정역 근처의 카페였다. 거의 2시간 동안 함께했다.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앉아 그저 무덤덤하게 들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받아적어두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아무 종이나 꺼내서 이런 저런 말들을 적어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종이가 마트 영수증이었다. 6월 10일 날짜의 영수증. 나는 그 날 역시 마트에서 카스캔을 하나 사고, 물도 사고, 껌도 샀다. 그 영수증 뒤에다 이런 말을 받아적었다. '친구가 없고, 외로웠어요.', '내 안을 한 번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지층이 꽤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10일에는 카스캔을 마셨고, 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리고 어젯 밤에 나는 왕십리의 광장에도 앉아 있었다. B씨와 나는 왕십리역에서 내려서 10일날에도 마셨던 카스캔을 하나씩 마시고 헤어지기로 했다. 길다란 나무 벤치에 앉아, 캔을 땄고, 술도 못 하는 B씨는 한 모금 들이키더니 아, 시원하다,는 말부터 했다. 금새 얼굴은 빨개져 가지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6월의 바람이었다. 나는 술도 한 모금 마셨겠다, 바람도 불었겠다. 그제제야 내가 좋아했던 작가들을 비로소 만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덤덤하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대화가 몇몇 부분 얼마나 내 마음 속을 후볐는지 몸 한 구석이 따끔거렸다.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B씨와 나는 나란히 앉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그리고 내 옆의 사람이, 우리가 오늘 만나고 온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무척, 아주, 많이 아끼는 일본 드라마, 그러니깐 '스이까'나 '슬로우 댄스'가 절로 생각나는 밤이었다. 여름이니까. 아, 보고싶어라.
B씨는 오늘 이런 시를 내게 보내줬다. 최영미 시인의 시다. 시는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 나는 잊었다'로 시작해서,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로 끝난다. 그 시를 카스 병맥주를 컵에 콸콸 따라 마시면서 읽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제 그 나무향이 솔솔 나던 카페에서 세 사람이 낭독을 했다. 그 낭독은 모조리 좋았다. 서울의 밤을, 시골의 밤을 생각나게 하는 구절들이었다. 그리고 '그냥 내 책'이 '작가에게 직접 사인받은 책'이 되었다. 오늘, 옆 사람에게 건네받은 시도 있다.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녀는 못 믿을 남자도 믿는다. / 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 꽃을 믿는다.' 그리고, '그녀의 믿음은 지푸라기처럼 따스하다.'. 마저 잔을 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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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어떤 문장도 쓰지 않은 날
Tracked from 너와 나의 지중해 2009/07/05 23:03 delete세상이 안으로 잠긴 푸른 밤에는 만나 본 적 없는 열대물고기가 허공을 헤엄쳐 난다. 잡을 수 없는 그 머언 것들이 공기방울처럼 허공에서 허공으로 나는 반쯤 접혀버린 핸드폰 폴더처럼 납작 엎드리어 가슴 춤에 열대물고기 한마리를 야무지게 숨겼다. 꾸욱꾸욱 누른 번호 속으로 첨벙이며 떠오르는 이름하나 그 거대한 이름 속에서 나는 미로처럼 잠든 꿈 속을 물고기처럼 또 헤매이어야지 소리가 없는 꿈은 알려지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하나의 물주머니가 된다..
그동안 보고싶어도 꾹 참고 아껴두었던 '카모메식당'을 봤는데요....역시...참..좋았어요.
그리고 나니 당연히 '수박'이 또 보고 싶어지고, 아~~~사랑스런 그녀들.
사람들은 참 '슬로우댄스' 안 좋아하던데....전 막 기다리면서 봤는데..내용보단 그냥 느낌이 좋아서..요^^
전 사랑의 시작이....
어떤 누군가를 만나고 그 후에 갑자기 그 사람을 생각했는데 내 입꼬리가 올라가는 그 순간 인거 같아요.
그냥 알수없는 미소가 나는 거. 그 순간.
전 주말에 <요시노 이발관>을 봤어요.
그 감독님 영화는 잔잔하니, 참 좋아요. <요시노 이발관>은 귀여웠어요.
정말요? 사람들이 <슬로우 댄스>를 안 좋아한다구요? 전 정말 좋았는데.
최근엔 추천받은 예전 일본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시작했는데, 첫눈에 반했어요.
왠지 제게 제2의 수박이 될 것 같은 그런 드라마예요. 헤헤- :D
비밀댓글 입니다
다음엔 남산가요. 오늘 뉴스 보는데 고 전시 소개가 나왔어요. 아무래도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혼자서 가지 말아요. 같이 미술관의 로망을 펼치는 거예요! 으하하-
마지막 문장, 지푸라기처럼 따스하다, 에서
지푸라기,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요, 지
푸라기. (공선옥 작가님과 정한아 작가님
두 분을 뵈었는데, 낭독은 왜 세 사람인걸
까요?)
아. 거기 행사를 진행하신 출판사 분께서 자신도 낭독하고 싶다면서 한 부분 멋지게 낭독해주셨어요. 그래서 세 사람의 낭독. :)
눈팅만하다가 공선옥이란 이름에 커밍아웃을 하게 됫네요.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들말고 내손으로 사다읽은 맨첨 소설가임미다. 지가 젤 좌하는..^^*
저도 지푸라기에서 걸려넘어졋슴미다.
근데 자빠진김에 쉬어간다고, 잠시 주변을 돌아볼 수 잇엇네염...ㅠㅠ;;;;
받아적고 싶은 말을 나눈지도 참 오래된거같네요. 부럽습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