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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04/12 18:12

 

주말에 일찍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 공짜영화 채널을 뒤적거렸다. <오만과 편견>이 있길래 간만에 다시 봤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봤는데, 너무 좋아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아시의 손 클로즈업 장면에서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우아한 거짓말>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오다 싫다는 동생을 꼬셔 먹은 자장면. 영화에 자장면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지만. 맛있게 먹고 아이스 라떼 하나 사서 나눠 마시며 걸었다.

 

 

 

이것도 주말. 모두 외출하고 혼자 맞은 토요일 저녁. 삼겹살 야무지게 혼자 구워 쌈 싸 먹었다.

 

 

 

 

유인촌은 지쳐 보였다. 지친 말의 역할이긴 했지만, 지쳐 보였다. 공연의 막바지였다. 3월 말에 공연이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지쳐보였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아니지. 열정이 없는 나이가 문제지, 생각하며 나를 자책했다. 영등포는 두번째로 가봤는데, 정말이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너무 복잡했다. 말떼들의 열연이 대단했다. 정말 '말' 같았다.

 

 

 

믹서기를 샀다. 매일 과일을 갈아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에 굳이 챙기지 않았던 제철 과일을 챙기고 있다. 과일가게에 들러 저렴한 과일을 산다. 요즘은 딸기랑 토마토가 많이 나오더라. 바나나도 괜찮더라. 주스에 견과류도 넣는다. 아침에 사과를 먹으면 화장실 가는데 무척 좋다고 해서 비싸도 사과는 계속 사고 있다.

 

 

 

3월의 메모.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김영하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팟캐스트를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줬다.

 

알렉산드로 수마로코프.

예카테리나 2세의 총애를 잃자 은퇴해 가난하게 살다 1777년 1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이 약력에 왠지 마음이 울컥해서, 일하다 잠시 멈췄다.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가 석모도에 같이 가자고 했다. 다른 친구도 같이 가면 갈게, 라고 했다. 넷이서 석모도에 다녀왔다. 방은 셋이서, 그리고 혼자서 썼는데 좋았다. 절에 갔다 오고, 저녁을 먹고, 고스톱을 치다 잠들었다. 예전에는 술을 먹으면 취할 때까지 먹다 자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적당히 취기가 오를 때 씻고 자는 것도 즐겁다. 다음 날이 가벼우니까. 다음 날 일어나 혼자 아침산책을 했다. 여행지에서는 항상 일찍 일어나 아침산책을 한다는 홋카이도 가이드의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 탁피디의 팟캐스트에 극작가 길치언니의 여행이야기가 올라왔는데 너무 재밌어서 배꼽을 잡았다. 두번째 이야기 업데이트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패키지 여행도 잘 선택하면 즐거울 수 있다. 여행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여행, 가고 싶다.

 

 

 

 

사실 처음엔 졸렸다. 그래서 살짝 졸았다. 왜 계속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조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중반부터 정신을 차리고 봤는데, 마지막에는 가슴이 따뜻해져 버렸다. 좋았다.

 

 

 

어느 날의, 도시락.

 

 

 

 

 

봄꽃이 피기 시작한 어느 날, 친구가 동네로 왔다. 꼬치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 친구가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불렀는데 후렴 부분에 미싱에 관한 가사가 있었다. 이 노래가 이런 서글픈 가사인 줄 몰랐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동묘를 걸었다.

 

 

 

친구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 입고 갈 옷을 보려고 동대문도 걸었다.

 

 

 

 

동묘에서 산 칠성사이다 컵으로 맥주도 마시고 과일주스도 마신다.

 

 

 

현충원에서 버들벚꽃을 보고, 여의도로 와 유명한 통닭집에서 통닭과 맥주를 마셨다. 지상파 3사 방송과 케이블 야구 방송이 모조리 나왔던 통닭집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살 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도착한 토요일의 택배. 외출했다 늦어 일요일에 받았다. 그녀의 책들. 엽서에 빼곡하게 글을 썼는데, 엽서는 서점 사진이다. 냉장고에 붙여뒀다. 고마운 사람.

 

 

그리고 밤꽃들.

 

 

 

 

 

 

매일매일 피는 꽃을 출근길에 찍어두려 했는데, 너무 빨리 지더라. 아쉬웠다.

 

 

 

 

 

 

나무에 꽃과 잎이 반반인 4월. 어제는 퇴근길에 파주에서 길을 걷다 가방 빅세일을 발견하고 달려가서 저렴하게 가방 하나를 구입했다. 금요일이라 버스는 막혔지만, 만족스러웠던 퇴근길. 남은 4월에 우연스런 행운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먼저 연락을 해준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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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 2014/04/12 22: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 치킨........먹기 전에 찍은 거지?
    사진으로 보니까 양이 정말 적구나. 아하하.
    거기 매장 또 발견했어. 도대체 여의도에 몇 개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 부러운 꼴통사장........

    •  address  modify / delete 2014/04/13 09:45 GoldSoul

      그래서 계속 꼬막이 더 먹고 싶었나봐요. 양이 적었지만 바삭하니 맛있긴 했어요. 매장이 많은 이유를 알겠어요. 흐흐- 담에 또 가요!

  2. 펭귄 2014/04/13 12: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화창한 날들은 아니지만 연두색 잎들과 화사한 꽃들만으로도 좋은 4월이예요. 늘 평안하세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4/04/14 12:42 GoldSoul

      어느새 초여름 날씨가 되어버렸어요.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밝은 봄날되세요- 늘 감사합니다. :)

  3. wonjakga 2014/04/23 07: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문장에 철렁.

    인사가 늦었어요.
    그때 군산 가기 전에 댓글남기곤
    일폭탄속에 있다가 군산 내려가는 버스에서야 남겨주신 답을 보았어요.
    마음이 어찌나 따뜻해지던지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더라고요.
    산타로사는 친구랑 제가 있던 쪽에서 거리가좀 있어서 그냥 눈에보이는 카페,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카페에 들어가서 벚꽃을 넋놓고 보다 왔어요. 보고 또 보고 잊은듯 또보고.
    바람이 너무 강했고 그에 비해 옷은 얇아 추웠는데 그 사이 또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있네요.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여행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