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에 해당되는 글 237건

  1. 리틀 포레스트 (2) 2018.03.04
  2. 원더 (2) 2018.01.25
  3. 초행 2017.12.17
  4. 빌리 진 킹 (4) 2017.11.22
  5.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2017.11.12

리틀 포레스트

from 극장에가다 2018.03.04 21:51



   예상과 달리, 한국영화가 일본영화보다 좋았다. 일본영화에서는 엄마의 존재랄까, 역할이 희미했는데 한국영화에서는 뚜렷해서 좋았다. 그래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엄마 문소리와 딸 김태리가 함께 나무 아래서 각자의 토마토를 베어먹는 여름. 너무 덥다는 김태리에게 문소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덥지 않다고, 바람이 솔솔 분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좋았다. 일본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것저것 직접 요리해 먹고 싶었는데, 한국영화는 보고나니 요리를 하기보다 그냥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다가올 봄과 여름, 훗날의 가을 겨울도. 우리 좌석 주위에 앉은 어르신들이 시골 풍경이 나올 때마다, 요리가 만들어질 때마다 소리내서 추임새를 넣으셨는데, 그 소리도 나쁘지 않았던 삼일절의 영화였다. 보고나서 동생이랑 동네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는 차를 내려 마셨다. 아, 봄이 오고 있다. 덕분에 봄이 더욱 기다려졌다.




  1. BlogIcon 초코슈 2018.03.05 11:1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참 좋더라구요! 오랜만에 영화보고 힐링 받았어요.
    그리고 나 자신을 잘 먹이고 잘 돌보는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요즘은 쉽고 간편하게 몸에 안좋은 음식을 아주 간단하게 먹을수 있잖아요.
    그래서... 좀 빨리 빨리 대충 먹고 그랬는데, 스스로를 돌보는것에 게을러지지 말아야겠어요.
    금령님도 맛있는거 많이 드시는 봄날 되세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3.05 22:42 신고 BlogIcon GoldSoul

      으아, 초코슈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죠? 반가워라.
      그쵸? 그래서 저는 오늘 커다란 노계 반토막을 냄비에 오래 두고 끓였답니다.
      내일 살을 발라 먹고 국물로 닭죽을 끓일 거예요.
      봄이 오면 도다리쑥국을 먹고 싶어요. 도다리쑥국 너무나 맛난 것! 헤헤-
      초코슈님도 건강하고 맛난 것 많이 먹는 봄이 되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

원더

from 극장에가다 2018.01.25 20:48




    엄마 아빠의 같은 유전자가 만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로 태어난 어기, 그런 동생 때문에 늘 양보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사랑이 고픈 누나 비아, 다정하고 세심하고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는 엄마와 아빠, 실은 멀어지고 싶지 않았던 비아의 친구 미란다와 어기를 알아보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한 잭과 썸머까지. (썸머 너무 귀여움) 이 영화는 모두가 다 착하다. 어기를 괴롭했던 줄리안까지 개과천선한다.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착한 영화. 영화가 끝난 1월의 첫번째 수요일 저녁 6시 53분, 불광 CGV 11층 H열 3열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저 세상에 쏙 들어가 살고 싶다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올해는 그렇게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좋은 영화였다.




Tag // 영화, 원더
  1. 2018.01.29 12: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1.30 23:58 신고 BlogIcon GoldSoul

      영화 추천이에요. :)
      요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는데, 추워서 그런지 극장에 발길이 잘 안 옮겨져요. 이번 주말에는 미셸 윌리암스 나오는 영화를 아침 시간에 꼭 보겠어요. 주말 아침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렇게 뿌듯하더라구요.
      저는 어제 만난 친구에게서 받은 책을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말에는 어떤 책을 보실까요. 좋은 책 읽으시면 또 추천해주셔요. 늘 감사하답니다. 헤헤 :)

초행

from 극장에가다 2017.12.17 09:14



    지난주는 유난히 추워서 고민을 했었다. 영화가 끝나고는 추위를 뚫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초행>은 7년을 사귄, 동거를 하고 있는 남녀가 각자의 집으로 '함께' 가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집에 가는 남자는 익숙하다. 여자의 집은 부동산 투자에 열성인 어머니 때문에 잦은 이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집으로 간 거지만 남자는 여자의 부모님을 대하는 게 익숙해보인다. 부모님은 돈도 직장도 아직 불안한 두 사람을 걱정한다. 여자는 자신들을 닥달하고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엄마가 짜증나고 서럽다. 여자는 남자의 집에 처음 간다. 남자는 자신의 집을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함께 속초로 가게 된다. 여자는 술에 취해 욕설을 내뱉는 남자의 아버지, 견딜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지옥이었다는 남자의 어머니와 마주한다. 괴로웠던 밤이 지나고, 차에서 밤을 지새운 여자의 앞에 남자가 나타난다. 애교를 부리며 미안했다고 너무 추우니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지난 밤,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온 남자에게 여자는 돌아가자고 했다. 이렇게 나와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남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돌아가고 싶으면 혼자서 가라고 화를 냈다. 결국 두 사람은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남자의 어머니와 남자의 형과 함께 소박하지만 따뜻한 아침밥을 함께 먹고 서울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괜찮다는 여자에게 기어코 용돈을 안겨준다.


   나는 이 영화가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괴롭다는 누군가의 평을 보고서 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보고 싶은 건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보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을 다시금 얻었다.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집에서 먼저 도망쳤지만, 이를 타박하거나 먼저 도망치자고 강요한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었다. 상대는 잘 되진 않지만 상대의 집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 모습들이 좋았다.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절대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여자에게 항상 애교섞인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대답을 한다. 두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삼십대 후반이 되어도 자신의 못난 부분을 어린 시절 탓을 하며 합리화시키려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못나 보이는지 새삼 깨달았더랬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가정사가 있고, 그걸 탓하기보다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라는 걸 끊임없이 떠올리고 있다.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응원하게 되더라.

   어제는 미용실에 가서 <초행>의 김새벽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잘라주세요, 라고 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머리 잘랐냐고 이상하게 잘랐네, 했지만 나는 김새벽의 단정한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엔 김새벽과 조금은 다른 머리가 되었지만. 여자가 남자의 집에 가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있던 모습과, 남자의 아버지가 소리치기 시작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테이블 정리를 하기 시작하던 그 얼굴이 계속 생각이 난다. 어머니와 형과 함께 아침밥을 먹을 때 김을 꾸욱 싸먹던 모습도.



Tag // 영화, 초행

빌리 진 킹

from 극장에가다 2017.11.22 22:12



   오늘 출근 길에 기억해냈다. <헬프>의 그 똘똘한 여자가 엠마 스톤이었어. 어제는 퇴근을 하고 상암에 가서 엠마 스톤을 만나고 왔다. 금색 안경을 끼고, 다무진 표정을 보이던 빌리 진 킹. 나는 빌리 진 킹을 몰라서,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는 평에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라라랜드>에서보다 <빌리 진 킹>에서의 엠마 스톤이 더 예뻐보였다. 컬러풀한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발랄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추지 않아도, '미아'보다 '빌리 진 킹'인 그녀가 더 예뻤다. 화장을 하면 그 큰 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는데, 옅은 화장을 하니 더욱 예뻐보였다. 웃을 때 보이던 팔자주름도 자연스러웠고, 민소매 운동복에 드러난 어깨는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결국 그녀가 그를 이겼을 때, 그 환희를 곧장 즐기지 않고 잠시의 시간을 혼자서 갖는 것, 가서 승리의 파티를 즐기자는 말에 나는 아직 이런 것 준비가 안 되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좋았다. 남편의 에스코트를 받지 않고, 당당히 혼자 걸어간 것도. 엠마 스톤의 나이, 스물 아홉. 나이를 검색해보고, 괜히 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 진 킹>은 계속해서 나아가자고, 계속해서 힘을 내자고 말하는 영화이다.




  1. 2017.11.27 18: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11.28 21:52 신고 BlogIcon GoldSoul

      맞아요. 오쿠다 히데오 책은 못 읽어봤어요. 아직 그의 끌리는 책이 없긴 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요. :) 추천은, 언제든 감사합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개봉주에 보지 않으면 작은 영화들은 금방 내리고 말아요. 서두르는 자만이 작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헤헤-
      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좋아하세요? 그의 새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2. 2017.11.30 11: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12.03 21:09 신고 BlogIcon GoldSoul

      아, 저는 이번주에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정말 좋았어요. 좋아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도 추천합니다. :)



    그러고 보니 십일월 첫날이었네. 충무로에서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을 보았다. 조림이는 니카라과로 가기 전에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함께 읽자고 했다. 조림이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는 책을 다 읽은 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책 생각이 났다.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이다. 일기는 2년 뒤에 끝났고, 6개월 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사망한다. 그는 일기에 생전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그녀가 이제 곁에 없음을 슬퍼했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이 죽은 이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남은 이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에 함께한 이야기를 나눈다. 남은 자는 죽은 이의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거나, 죽기 전의 모습이거나.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아무 정보가 없지만, 남은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쌓아나간다. 당신이 내게 프로포즈를 했던 순간을 이야기해줘요, 하면 알려 준 대로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죽은 이를 마주하며, 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그 추억 더듬기가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


1978.8.18


    아직도 나는 마망과 "이야기를 한다" (현재형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나는 마음속에서 그녀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존재하는 대화다: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치관을 따라서 살려고 애를 쓴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식사를 하고, 집 안을 정리하면서. 윤리와 미학이 하나가 되는 삶, 비교 불가능한 생활양식, 그것이 그녀가 일상을 보내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행 중에는 그런 일상의 가사들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함"을 만날 수가 없다 - 그건 집에 있을 떄에만 가능한 일이니까. 여행은 그래서 나를 그녀로부터 떨어져 있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그녀가 곁에 없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 그녀가 바로 가장 친숙한 일상이었으므로.

- <애도일기> 200쪽


10.29


애도의 한도에 대하여.


(라루스 백과사전, 메멘토) :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18개월이 넘으면 안된다.

- <애도일기>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