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에 해당되는 글 238건

  1. 아이 필 프리티 (2) 2018.06.28
  2. 리틀 포레스트 (2) 2018.03.04
  3. 원더 (2) 2018.01.25
  4. 초행 2017.12.17
  5. 빌리 진 킹 (4) 2017.11.22

아이 필 프리티

from 극장에가다 2018.06.28 22:02


 

   극장에 가는 중이었다. 집에서 연신내까지는 걷고, 연신내에서 버스를 타고 은평몰까지 가기로 했다. 아직 초여름이고, 아침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 커다란 나무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데, 순간 엄청나게 행복해졌다. 나뭇잎들이 보이고, 그 나뭇잎들이 만들어낸 그늘이 보이고, 그 나뭇잎들을 흔들거렸던 바람이 내 얼굴에 닿는 것이 느껴지고. 어제까지의 나는 조금 불행했던 것 같은데, 오늘의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나는 나!" 얼마 전에 읽은 문구를 떠올렸다. 그래, 나는 나. 이렇게 초여름 아침 바람에 행복해지는 사람. 이 풍경에, 내가 그동안 겪었던 온갖 소소한 행복들이 줄줄이 떠올려지는 사람. 이런 나를 기억하자고, 이런 나를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내가 행복해져야 함께 있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 영화는 흠.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잘 알겠는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유치했다. 그래도 아침의 시간들이 있어 아깝진 않았다. 사실 웃으면서 잘 봤다;; 보경이와 덕수궁을 거니는데, 보경이가 그랬다. 무엇보다 내가 굳건해야 한다고. 내 마음과 의지가 든든하게 뿌리 내려 있어야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내가 굳건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옳을 수 있다고. 정말 그런 것이다. 내가 단단하면 남들이 생각나는 나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유월에는 공휴일이 많았던 탓에, 평일휴일이 없는 저번주와 이번주는 너무나 더디게 가고 있지만, 내내 생각하고 있는 건 나의 뿌리, 나의 줄기, 나의 영양분, 나의 잎맥, 나의 생기. 그나저나 미셸 윌리암스는 왜 그 역할을 맡은걸까. 상암CGV가 없어지고 영화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흑-





  1. 페이퍼 2018.06.30 08:4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은 부채같은 바람에도 흔들렸다고 한다. 큰 일에는 오히려 담담하고 대담한 마음을 먹고 티끌같은 일에는 사정없이 휩쓸렸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요즘 나는 그 날 내가 언니한테 커피집에서 했던 얘기, 덕수궁에서 했던 얘기들을 나 자신에게 하고 있어.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평온하고 어떤 날은 걷잡을 수 없기도 해. 그런데 어제 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들을 만났거든? 그 중에 한 친구가 내가 해주는 얘기에 막 웃더니 한참 후에 그런 얘길 하더라고. 나는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느껴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고. 언젠가부터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행복해 보인다. 라고 얘기하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나는 짜증나! 힘들어! 하고 얘기한 일인데 상대방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조차 부럽다고 한다니. 얼마나 피곤하고 지쳐있는걸까 걱정도 되고 말야.
    언니가 쓴 글 처럼 결국 나인 것 같아. 어떤 상황이 온다 해도 나를 놓치지 않는게 제일 중요할테니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ㅎㅎ

    언니가 선물해 준 책은 다음 독서 모임 책으로 정해졌어! 열심히 읽고 열심히 얘기 해 본 후에 또 언니랑도 책 얘길 하고 싶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여름이 오면 유럽에서 혼자 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진짜 더웠는데 지금 내가 이 거리를 걷고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않고 감격스럽고 아주 작은 풍경도 감동적이었던 그 날의 내 모습같은 거. 아직 남은 여름은 행복했던 여름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이겨보자 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 : )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7.01 09:17 신고 BlogIcon GoldSoul

      부채같은 바람에 흔들려서 더 인간적이었어! 흐흐-
      우리 뼛속까지 잘 알고 있으니, 나를 잘 일으키기 위해 매순간 노력하는 것이야.
      나도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마다 계속 생각해. 나는 나! 나를 굳건하게 만들자아.
      그치? 정말 그렇지? 여름의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지면 나도 그때 혼자 걸었던 길들이 막 생각나. 그때는 많이 외로웠었는데, 이렇게 그리워하게 될 지 몰랐지 하고. 잘 보내자!
      책도 많이 읽구, 나를 굳건히 하고. 책 다 읽고 우리 또 만나요- :)

리틀 포레스트

from 극장에가다 2018.03.04 21:51



   예상과 달리, 한국영화가 일본영화보다 좋았다. 일본영화에서는 엄마의 존재랄까, 역할이 희미했는데 한국영화에서는 뚜렷해서 좋았다. 그래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엄마 문소리와 딸 김태리가 함께 나무 아래서 각자의 토마토를 베어먹는 여름. 너무 덥다는 김태리에게 문소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덥지 않다고, 바람이 솔솔 분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좋았다. 일본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것저것 직접 요리해 먹고 싶었는데, 한국영화는 보고나니 요리를 하기보다 그냥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다가올 봄과 여름, 훗날의 가을 겨울도. 우리 좌석 주위에 앉은 어르신들이 시골 풍경이 나올 때마다, 요리가 만들어질 때마다 소리내서 추임새를 넣으셨는데, 그 소리도 나쁘지 않았던 삼일절의 영화였다. 보고나서 동생이랑 동네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는 차를 내려 마셨다. 아, 봄이 오고 있다. 덕분에 봄이 더욱 기다려졌다.




  1. BlogIcon 초코슈 2018.03.05 11:1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참 좋더라구요! 오랜만에 영화보고 힐링 받았어요.
    그리고 나 자신을 잘 먹이고 잘 돌보는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요즘은 쉽고 간편하게 몸에 안좋은 음식을 아주 간단하게 먹을수 있잖아요.
    그래서... 좀 빨리 빨리 대충 먹고 그랬는데, 스스로를 돌보는것에 게을러지지 말아야겠어요.
    금령님도 맛있는거 많이 드시는 봄날 되세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3.05 22:42 신고 BlogIcon GoldSoul

      으아, 초코슈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죠? 반가워라.
      그쵸? 그래서 저는 오늘 커다란 노계 반토막을 냄비에 오래 두고 끓였답니다.
      내일 살을 발라 먹고 국물로 닭죽을 끓일 거예요.
      봄이 오면 도다리쑥국을 먹고 싶어요. 도다리쑥국 너무나 맛난 것! 헤헤-
      초코슈님도 건강하고 맛난 것 많이 먹는 봄이 되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

원더

from 극장에가다 2018.01.25 20:48




    엄마 아빠의 같은 유전자가 만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로 태어난 어기, 그런 동생 때문에 늘 양보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사랑이 고픈 누나 비아, 다정하고 세심하고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는 엄마와 아빠, 실은 멀어지고 싶지 않았던 비아의 친구 미란다와 어기를 알아보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한 잭과 썸머까지. (썸머 너무 귀여움) 이 영화는 모두가 다 착하다. 어기를 괴롭했던 줄리안까지 개과천선한다.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착한 영화. 영화가 끝난 1월의 첫번째 수요일 저녁 6시 53분, 불광 CGV 11층 H열 3열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저 세상에 쏙 들어가 살고 싶다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올해는 그렇게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좋은 영화였다.




Tag // 영화, 원더
  1. 2018.01.29 12: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1.30 23:58 신고 BlogIcon GoldSoul

      영화 추천이에요. :)
      요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는데, 추워서 그런지 극장에 발길이 잘 안 옮겨져요. 이번 주말에는 미셸 윌리암스 나오는 영화를 아침 시간에 꼭 보겠어요. 주말 아침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렇게 뿌듯하더라구요.
      저는 어제 만난 친구에게서 받은 책을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말에는 어떤 책을 보실까요. 좋은 책 읽으시면 또 추천해주셔요. 늘 감사하답니다. 헤헤 :)

초행

from 극장에가다 2017.12.17 09:14



    지난주는 유난히 추워서 고민을 했었다. 영화가 끝나고는 추위를 뚫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초행>은 7년을 사귄, 동거를 하고 있는 남녀가 각자의 집으로 '함께' 가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집에 가는 남자는 익숙하다. 여자의 집은 부동산 투자에 열성인 어머니 때문에 잦은 이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집으로 간 거지만 남자는 여자의 부모님을 대하는 게 익숙해보인다. 부모님은 돈도 직장도 아직 불안한 두 사람을 걱정한다. 여자는 자신들을 닥달하고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엄마가 짜증나고 서럽다. 여자는 남자의 집에 처음 간다. 남자는 자신의 집을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함께 속초로 가게 된다. 여자는 술에 취해 욕설을 내뱉는 남자의 아버지, 견딜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지옥이었다는 남자의 어머니와 마주한다. 괴로웠던 밤이 지나고, 차에서 밤을 지새운 여자의 앞에 남자가 나타난다. 애교를 부리며 미안했다고 너무 추우니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지난 밤,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온 남자에게 여자는 돌아가자고 했다. 이렇게 나와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남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돌아가고 싶으면 혼자서 가라고 화를 냈다. 결국 두 사람은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남자의 어머니와 남자의 형과 함께 소박하지만 따뜻한 아침밥을 함께 먹고 서울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괜찮다는 여자에게 기어코 용돈을 안겨준다.


   나는 이 영화가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괴롭다는 누군가의 평을 보고서 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보고 싶은 건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보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을 다시금 얻었다.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집에서 먼저 도망쳤지만, 이를 타박하거나 먼저 도망치자고 강요한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었다. 상대는 잘 되진 않지만 상대의 집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 모습들이 좋았다.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절대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여자에게 항상 애교섞인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대답을 한다. 두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삼십대 후반이 되어도 자신의 못난 부분을 어린 시절 탓을 하며 합리화시키려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못나 보이는지 새삼 깨달았더랬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가정사가 있고, 그걸 탓하기보다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라는 걸 끊임없이 떠올리고 있다.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응원하게 되더라.

   어제는 미용실에 가서 <초행>의 김새벽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잘라주세요, 라고 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머리 잘랐냐고 이상하게 잘랐네, 했지만 나는 김새벽의 단정한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엔 김새벽과 조금은 다른 머리가 되었지만. 여자가 남자의 집에 가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있던 모습과, 남자의 아버지가 소리치기 시작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테이블 정리를 하기 시작하던 그 얼굴이 계속 생각이 난다. 어머니와 형과 함께 아침밥을 먹을 때 김을 꾸욱 싸먹던 모습도.



Tag // 영화, 초행

빌리 진 킹

from 극장에가다 2017.11.22 22:12



   오늘 출근 길에 기억해냈다. <헬프>의 그 똘똘한 여자가 엠마 스톤이었어. 어제는 퇴근을 하고 상암에 가서 엠마 스톤을 만나고 왔다. 금색 안경을 끼고, 다무진 표정을 보이던 빌리 진 킹. 나는 빌리 진 킹을 몰라서,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는 평에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라라랜드>에서보다 <빌리 진 킹>에서의 엠마 스톤이 더 예뻐보였다. 컬러풀한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발랄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추지 않아도, '미아'보다 '빌리 진 킹'인 그녀가 더 예뻤다. 화장을 하면 그 큰 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는데, 옅은 화장을 하니 더욱 예뻐보였다. 웃을 때 보이던 팔자주름도 자연스러웠고, 민소매 운동복에 드러난 어깨는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결국 그녀가 그를 이겼을 때, 그 환희를 곧장 즐기지 않고 잠시의 시간을 혼자서 갖는 것, 가서 승리의 파티를 즐기자는 말에 나는 아직 이런 것 준비가 안 되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좋았다. 남편의 에스코트를 받지 않고, 당당히 혼자 걸어간 것도. 엠마 스톤의 나이, 스물 아홉. 나이를 검색해보고, 괜히 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 진 킹>은 계속해서 나아가자고, 계속해서 힘을 내자고 말하는 영화이다.




  1. 2017.11.27 18: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11.28 21:52 신고 BlogIcon GoldSoul

      맞아요. 오쿠다 히데오 책은 못 읽어봤어요. 아직 그의 끌리는 책이 없긴 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요. :) 추천은, 언제든 감사합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개봉주에 보지 않으면 작은 영화들은 금방 내리고 말아요. 서두르는 자만이 작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헤헤-
      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좋아하세요? 그의 새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2. 2017.11.30 11: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12.03 21:09 신고 BlogIcon GoldSoul

      아, 저는 이번주에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정말 좋았어요. 좋아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