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듣다'에 해당되는 글 27건

  1. 아델 4 2021.12.03
  2. 자유롭게 2 2018.12.10
  3. 전래동화 10 2017.01.17
  4. 김동률 11 2014.10.01
  5. 공에게 12 2014.01.30
  6. 메리 크리스마스 2 2013.12.24
  7. 요즘 나는, 4 2013.07.02
  8. 優しい時間 - 明日 10 2012.08.28
  9. 여름의 꽃 2011.12.21
  10. 커피소년, 사랑이 찾아오면 7 2011.11.08

아델

from 음악을듣다 2021. 12. 3. 15:01

 

  화요일 아홉시. 남편은 아이를 목욕시키고 동네에 사는 후배와 술 한 잔 하겠다고 나갔다. 아이를 재우고 동생이 알려준 공연 시간에 맞춰 티비를 켰다. 배철수와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해 완전히 밤이 찾아온 뒤까지 이어진 공연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일몰 풍경은 아름다웠고 아델의 목소리는 깊었다. 제일 좋았던 곡은 I drink wine. 번역된 가사를 보며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하고 희생 속에 균형을 찾으라 하지. 하지만 진정 만족하며 사는 사람 못 봤어." "날 이겨 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 다른 누구인 척 그만두고. 서로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모두 내게 뭔가를 원하지만 당신은 나만을 원해." "왜 난 어쩌지 못하는 것들에 집착하는 걸까?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인정을 구하는 걸까?" "못 믿겠지만 그댈 위해 울었어. 저 파도 만큼. 그댈 간절히 원하지만 불을 불로 맞설 수 없으니." 인터뷰에서 아델은 말했다. "나는 좌절이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아요." "저는 깊은 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현실에서 자신은 그렇게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자신의 노래를 보면 무척 깊이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던 감정과 생각들을 부르고 있다고. 자신의 어떤 깊은 곳에서 노래가 만들어지고 불러지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모른다고. 만들어진 곡들을 들어보면 어느새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김윤아의 고잉홈이라는 곡을 무척 좋아해 수십 번 들었더랬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나와 그 곡은 무척 개인적인 곡이고 힘든 일을 겪은 동생에게 힘이 되고 싶어 만든 노래라고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고 했다. 김민철 작가도 책을 쓸 때 매번 이렇게 개인적인 글을 누가 볼까 수십번 생각한다는 글을 보았고.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좌절 따위 창피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고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둘러보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다. 내게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좌절과 자신의 이야기를 깊게 해 준 사람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마흔셋이 된다. 아델은 이제 서른인데, 세상에 나는 마흔 셋이라니. 하나도 둘도 아니고 셋은 완벽한 중년의 느낌이다. 좌절을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고 깊이 있게- 완벽한 중년이 될 내년의 나의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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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from 음악을듣다 2018. 12. 10. 21:38



   동생이 닭가슴살을 한봉지 사가지고 와서 내일 닭곰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갈까 한다. 냄비 가득 물을 담고 닭가슴살 세 덩이를 넣었다. 자그마한 마늘도 꼭지를 따고 열 개 남짓 넣었다. 팔팔 끓다가 탁한 거품이 보글보글 생기길래 숟가락으로 걷어줬다. 가슴살 만으로 국물맛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치킨파우더를 크게 퍼서 한 숟가락 넣어줬다. 마침 쪽파 사놓은 게 있다. 내일 아침에 끓일 때 넣으려고 송송 썰어두었다. 닭가슴살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잠시 건져뒀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적당히 식은 살을 먹기 좋게 찢고, 조금 더 국물을 졸여야지. 밥솥이 고장이 나서 고민 중이다. 아주 작은 밥솥을 살지 냄비밥이나 햇반으로 연명해볼지. 


   곽진언의 노래를 듣다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해제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대단한 가사 아닌데 그렇다. <자랑>의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나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야' 뒤에 이어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같은 가사. 그리고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 이런 가사. 요즘은 신곡 '자유롭게'를 듣고 있는데, 멜론에 이런 기능이 생겼네. 나의 감상 이력. 이 곡을 처음 들은 날은 2018년 11월 27일. 총 감상 횟수는 17회. 나는 이 가사가 참 좋다. '나도 참 멍청하지. 너의 모든 걸 알고 싶어. 나도 참 염치 없지. 너의 전부가 되고 싶어.' 너무나 사랑하니 당연하게 모든 걸 알고 싶고, 전부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 아니라, 참 멍청하고 참 염치없게도 너의 모든 걸 알고 싶고, 너의 전부가 되고 싶다고 노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부르는 노래. '알잖아. 나는 언제나 네 편인걸. 그러니 자유롭게 네가 되고 싶던 모습이 되면 돼. 천천히.' 이 가사도 말할 것도 없고. 이 사람이 하고 있을, 혹은 했을 사랑이 얼마나 짙고 깊을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제 닭가슴살을 찢어야지.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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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from 음악을듣다 2017. 1. 17. 23:28




   오늘 이 노래만 스무 번 넘게 들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이 앨범에 빠져들어, 듣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가사와 음을 생각하고 있다. '평정심'에 빠져 있었는데, '언니'를 듣다 어느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다 이번에는 '전래동화'이다. 드럼이 쿵쿵 소리를 내고 '고인들'이라는 가사가 시작되면 왠일인지 나는 고등학교 때 가슴 졸이며 보았던 소설책이 생각난다. 지금은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나질 않는데, 그 책을 참 좋아했었다. 야한 부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만 나오면 방 구석에서 가슴을 쿵쾅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배경은 선사시대였다. 사냥을 하고,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던 시대. 이 노래를 들으면 이유 없이, 아주 넓은 들판 위에 고인돌이 드문드문 서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쓸쓸하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어제는 찬바람을 헤치고 불광천을 걸으며 몇 번을 들었는데, 역시 좋았다.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무언가가 갑자기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가사가 모두 좋지만 그 중 제일 좋은 부분은 이 부분,


우연히 널 스친 그

번쩍 깨닫게 되었어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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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from 음악을듣다 2014. 10. 1. 22:37

 

 

 

    칼퇴를 했다. 이제 가을이 깊어져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퇴근을 하고 나오면 하늘이 붉다. 해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집으로 바로 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망원에서 내렸다. 오늘 아침, 자정에 발표한 김동률 새앨범을 들으며 출근했는데, 이 곳에 가면 이어폰 없이 김동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트위터로 보니 주인언니(그래, 언니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ㅠ)가 김동률의 광팬이었다. 오늘 이 커피집엔 분명 김동률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섰는데, 왠걸. 조용하던 커피집은 회의를 하는 사람들로 떠들썩하고 음악도 김동률이 아니다. 살짝 실망하고 앉아 드립커피와 무화과 타르트를 시켰다. 오늘은 창가 자리. 책을 뒤적거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수첩을 들추는 사이 뒷테이블의 회의가 끝났다. 으쌰으쌰하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 나갔다. 나가자마자 흐르는 익숙하고 묵직한 목소리. 그렇게 앨범 전체를 다 듣고 커피집을 나왔다. 타르트도 맛있었고, 커피도 맛있었고, 하루키의 새 단편 하나도 읽었고, 엽서 한 장도 썼다. 김동률도 들었다. 뿌듯한 수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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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게

from 음악을듣다 2014. 1. 30. 01:17

 

   어젯밤 잠든 사이 메세지가 와 있었다. 공의 메세지였다. 최백호아저씨의 부산에 가면 들어봤나? 출근길에 노래를 찾아듣고 밤에 조용히 들으면 더 좋겠다 답을 보냈다. 지금 새벽 1시를 넘은 시간. 버스 안이다. 방금 경상남도 산청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12시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가 작동하고 있고 나는 맨 앞줄 창가자리에 앉아 있다.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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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from 음악을듣다 2013. 1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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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from 음악을듣다 2013. 7. 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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優しい時間 - 明日

from 음악을듣다 2012. 8. 28. 21:03

 

 

明日

 

 

요즘 보는 드라마. 출근길에, 퇴근길에 보고 있는데 하루종일 커피마시고 싶어진다. 그냥 커피 말고, 누가 내려주는 정성스런 커피. 1화에서는 늦가을 혹은 초겨울 즈음이었는데, 어느새 한겨울이 되었다. 눈이 아주 펑펑 내린다. 그 풍경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아,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 좋다. 그래, 나는 아무래도 봄.여름.가을보다 겨울이 좋다. 이 곡에 임형주가 직접 작사해서 부른 노래도 있는데, 그 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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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꽃

from 음악을듣다 2011. 12. 21. 22:19

    어제부터 줄곧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다. 오늘 아침에 눈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김이 잔뜩 서린 창 밖으로 눈송이 하나가 흩날렸다. 손가락으로 창을 닦아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도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떠올랐다. 내가 여름의 꽃 가사를 보내니 친구는 요즘 계속 눈물이 난다고 했다. 우리는 올 여름, 대학로의 한 극장에 앉아 이 노래를 함께 들었다. 공연 뒤에 비가 왔고, 그 전에는 커피를 마셨다. 여름의 꽃을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대학로의 극장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명절 연휴, 진주로 가는 일반 버스 제일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 차가 막히든 말든 재잘거리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고속버스터미널의 한 카페에 앉아 라떼 하나씩을 시켜놓고 다리가 긴 의자 위에 올라가 서로의 실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풍경도 그려졌다. 내가 그런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다. 그런 나쁜 자식은 잊어버려라. 자기도 다 극복 못한 주제에. 어느 풍경에서든 그때 그 공간은 그대론데 주위에 사람은 없고, 우리 둘만 덩그러니 있다. 쓸쓸하지만 따듯하기도 한 그런 풍경.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 우리 둘에게, 그가 노래한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아름다운 날들. 안녕, 안녕. 참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씨디에 있는 여름의 꽃 페이지의 사진처럼, 수십그루의 나무가 함께 출렁인다. 쏴아- 바람에 흔들리는 수만 개의 나뭇잎 소리. 안녕, 안녕. 참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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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N언니를 만났다. 지난달에 만난 사람 만나러 가는 것처럼 그렇게. 언니와 만나 우리가 마지막 만난 날을 더듬어 봤다. 아마도 약속을 잡고 만난 건 메리 상상마당 스탠딩 공연 때. 우연히 만난 제일 마지막은 아마도 제천 영화제 때. 언니가 검색해서 찾아온 맛집 가게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기린 맥주를 마셨다. 주변을 걷다 분위기 좋은 편의점을 발견하고 파라솔에 자리 잡고 앉아 김 안주에 골든라거 한 캔씩을 했다. 그러다 바로 앞에 있던 동네 통닭집에서 바삭 튀겨진 통닭 반마리에 카스 병맥주를 마셔주고, 라면도 먹었다. 본의 아니게 마지막이 된 분위기만 좋았던 맥주집에서 마신 맥주 이름이 뭐였더라. 더 마시려고 일어나 걸었는데, 마땅한 맥주집이 없어 아쉽게 헤어졌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언니는 버스를, 나는 지하철을 타고. 언니는 다음 번에는 3년보다 더 빨리 만나자고 했지만, 나는 알지. 우리가 곧 만날 거라는 걸.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있는데, 과일 트럭이 보였다. 그래서 <딸기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했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제일 좋았던 부분은, 첫 데이트를 마친 뒤 남자가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던 장면이라고. 여자가 다 왔어요, 바로 저 모퉁이만 돌면 되요, 라고 말하자 남자가 머뭇거리며 집에 과일 없죠? 그런다. 남자가 앞에 있는 슈퍼로 뛰어가 과일 얼마냐고 하면서 오천원 치를 싸달라고 한다. 여자가 쫓아와 그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러면 두 개로 나눠서 싸 달라고. 봉지를 받아든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집에 과일 없죠? 두 사람은 과일 봉지 하나씩을 나눠 가지고, 그 날로 둘은 연인이 된다. 언니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트럭에서 귤을 사줬다. 우리는 샛노란 귤 봉지를 하나씩 나눠 들고 헤어졌다. 

    그리고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골든라거를 한 모금 마시고 내가 말했다. 요즘 가을방학이 좋아요. 매일 들어요. 그러자 언니가 커피소년도 들어보라고 했다. 1년 전에 그 둘에 푹 빠졌었다고. 그날 나는 언니에게 <백의 그림자>와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권하고, 언니는 내게 <커피소년>과 <그래도 살아간다>와 <머니볼>과 <스트레이트 온더락(언니의 표현대로 '술의 모든 것'이 더 잘 어울림!)>을 권했다. 우리는 두번 세번 읊조리며 서로의 추천목록을 꼭 섭렵하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그렇게 11월이 왔다. 가을이 깊어지니 퇴근길이 어둑어둑하다. 셔틀을 타면 불을 꺼주는데 그러면 자기에도 좋고, 음악 듣기에도 좋다. 언니랑 헤어진 이후부터 계속 커피소년 노래들을 듣고 있다. 이 계절이랑, 이 시간대랑 꽤 잘 어울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커피를 좋아해서, 그렇게 커피를 알게 되어서 이름이 커피소년이라고. 결국 소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사람을 위해 만든 음악만이 남았다고. 그렇게 언니가 내게 소개해준 커피소년. 그 음악이 유명해졌고 언니도 듣고 나도 듣고. 그런 실연이라면 나는 일곱 번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추워진다.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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