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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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음악을듣다 2021. 12. 3. 15:01
화요일 아홉시. 남편은 아이를 목욕시키고 동네에 사는 후배와 술 한 잔 하겠다고 나갔다. 아이를 재우고 동생이 알려준 공연 시간에 맞춰 티비를 켰다. 배철수와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해 완전히 밤이 찾아온 뒤까지 이어진 공연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일몰 풍경은 아름다웠고 아델의 목소리는 깊었다. 제일 좋았던 곡은 I drink wine. 번역된 가사를 보며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하고 희생 속에 균형을 찾으라 하지. 하지만 진정 만족하며 사는 사람 못 봤어." "날 이겨 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 다른 누구인 척 그만두고. 서로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모두 내게 뭔가를 원하지만 당신은 나만을 원해." "왜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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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음악을듣다 2018. 12. 10. 21:38
동생이 닭가슴살을 한봉지 사가지고 와서 내일 닭곰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갈까 한다. 냄비 가득 물을 담고 닭가슴살 세 덩이를 넣었다. 자그마한 마늘도 꼭지를 따고 열 개 남짓 넣었다. 팔팔 끓다가 탁한 거품이 보글보글 생기길래 숟가락으로 걷어줬다. 가슴살 만으로 국물맛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치킨파우더를 크게 퍼서 한 숟가락 넣어줬다. 마침 쪽파 사놓은 게 있다. 내일 아침에 끓일 때 넣으려고 송송 썰어두었다. 닭가슴살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잠시 건져뒀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적당히 식은 살을 먹기 좋게 찢고, 조금 더 국물을 졸여야지. 밥솥이 고장이 나서 고민 중이다. 아주 작은 밥솥을 살지 냄비밥이나 햇반으로 연명해볼지. 곽진언의 노래를 듣다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해제되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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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음악을듣다 2017. 1. 17. 23:28
오늘 이 노래만 스무 번 넘게 들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이 앨범에 빠져들어, 듣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가사와 음을 생각하고 있다. '평정심'에 빠져 있었는데, '언니'를 듣다 어느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다 이번에는 '전래동화'이다. 드럼이 쿵쿵 소리를 내고 '고인들'이라는 가사가 시작되면 왠일인지 나는 고등학교 때 가슴 졸이며 보았던 소설책이 생각난다. 지금은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나질 않는데, 그 책을 참 좋아했었다. 야한 부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만 나오면 방 구석에서 가슴을 쿵쾅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배경은 선사시대였다. 사냥을 하고,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던 시대. 이 노래를 들으면 이유 없이, 아주 넓은 들판 위에 고인돌이 드문드문 서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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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음악을듣다 2014. 10. 1. 22:37
칼퇴를 했다. 이제 가을이 깊어져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퇴근을 하고 나오면 하늘이 붉다. 해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집으로 바로 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망원에서 내렸다. 오늘 아침, 자정에 발표한 김동률 새앨범을 들으며 출근했는데, 이 곳에 가면 이어폰 없이 김동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트위터로 보니 주인언니(그래, 언니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ㅠ)가 김동률의 광팬이었다. 오늘 이 커피집엔 분명 김동률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섰는데, 왠걸. 조용하던 커피집은 회의를 하는 사람들로 떠들썩하고 음악도 김동률이 아니다. 살짝 실망하고 앉아 드립커피와 무화과 타르트를 시켰다. 오늘은 창가 자리. 책을 뒤적거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수첩을 들추는 사이 뒷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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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꽃음악을듣다 2011. 12. 21. 22:19
어제부터 줄곧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다. 오늘 아침에 눈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김이 잔뜩 서린 창 밖으로 눈송이 하나가 흩날렸다. 손가락으로 창을 닦아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도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떠올랐다. 내가 여름의 꽃 가사를 보내니 친구는 요즘 계속 눈물이 난다고 했다. 우리는 올 여름, 대학로의 한 극장에 앉아 이 노래를 함께 들었다. 공연 뒤에 비가 왔고, 그 전에는 커피를 마셨다. 여름의 꽃을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대학로의 극장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명절 연휴, 진주로 가는 일반 버스 제일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 차가 막히든 말든 재잘거리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고속버스터미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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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사랑이 찾아오면음악을듣다 2011. 11. 8. 21:25
지난 주말, N언니를 만났다. 지난달에 만난 사람 만나러 가는 것처럼 그렇게. 언니와 만나 우리가 마지막 만난 날을 더듬어 봤다. 아마도 약속을 잡고 만난 건 메리 상상마당 스탠딩 공연 때. 우연히 만난 제일 마지막은 아마도 제천 영화제 때. 언니가 검색해서 찾아온 맛집 가게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기린 맥주를 마셨다. 주변을 걷다 분위기 좋은 편의점을 발견하고 파라솔에 자리 잡고 앉아 김 안주에 골든라거 한 캔씩을 했다. 그러다 바로 앞에 있던 동네 통닭집에서 바삭 튀겨진 통닭 반마리에 카스 병맥주를 마셔주고, 라면도 먹었다. 본의 아니게 마지막이 된 분위기만 좋았던 맥주집에서 마신 맥주 이름이 뭐였더라. 더 마시려고 일어나 걸었는데, 마땅한 맥주집이 없어 아쉽게 헤어졌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