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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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서재를쌓다 2014. 11. 20. 23:14
내겐 파란색 책이 왔다. 우표가 그려진. 예약판매 중인 이 책을 주문해놓고 타이완에 다녀왔다. 주문할 때 보니, 돌아왔을 때 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돌아온 다음날 받았다. 나는 이 책을 15년 동안 얼굴을 보아온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2년 동안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한 친구에게도 선물했다. 신기하게도 우리 셋에게 각각 다른 색의 책이 왔다. 말랑말랑한 산문집일 줄 알았는데, 왠걸 의외로 단단한 작법책이었다. 프루스트 책으로 1년 계획을 세우는 소설가, 자신을 미남 소설가라고 (미안합니다, 말도 안되는) 자뻑 농담을 건네는 소설가, 자신을 정승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소설가, 출근길 아침 나로 하여금 'Creep'를 듣게 한 소설가(무척 좋았다), 옌벤에서 또 독일에서 오래 머물며 글을 쓰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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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서재를쌓다 2014. 1. 11. 22:30
'2013년 11월의 우리, 김연수'라는 연두색 싸인이 있는 책. 다른 곳에서 먼저 읽었던 소설은 읽지 않았다. 깊은 밤 기린의 말,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면목동에 살 때 파주 회사까지 1시간 여를 전철을 타야 했다. 출근할 때 1시간, 퇴근할 때 1시간. 그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책을 읽었다. 물론 잠이 모자라 졸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들이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는 장소로 전철이 최고였다. 집중이 최고로 잘됐다. 응암동으로 이사를 하고 전철을 타는 시간이 10여 분으로 줄었다. 단편 하나를 읽기에도 짧은 시간이고, 금새 합정역에 도착하니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요즘 책이 잘 읽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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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걷기서재를쌓다 2013. 8. 25. 18:27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마음의숲 요즘 걷고 있다. 조금 열심히 걷고 있다. 퇴근을 하고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후 운동화를 신고 불광천으로 나간다. 나이키 러닝 어플을 켜놓고 빠른 걸음으로 두 팔을 흔들며 걷는다. 어떤 날은 1시간 정도 걷고, 어떤 날은 1시간 반 정도 걷는다. 그 시간에 불광천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고, 뛰는 사람들. 누군가를 앞질러 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땀냄새를 스쳐가기도 하면서 걷는다. 오늘은 걷지 말까 이래저래 고민하는데, 일단 걷기 시작하면 즐거운 마음이 든다. 한 달 반 정도 되어가는데, 걷는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출간했을 당시 사두었다가 이제야 꺼내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어떤 문장 때문이었다. 신촌에서 새로운 수업을 듣기 시작한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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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지은, 우리서재를쌓다 2013. 1. 24. 21:51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어제 꿈을 꿨다. 꿈에 지금은 만나고 있지 않지만, 가끔 보고파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이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하는 말이 다 거짓이었다. 그는 도망쳐 나온 거였고, 쫓기고 있는 거였는데, 내겐 평온하다 했다. 행복하다 했다. 꿈에서도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의 말들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걸. 꿈에서도 나는 생각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슬퍼졌다. 어제 그 꿈을 꾸기 전에, 집에 오는 길에 아주 밝은 달과 아주 선명한 별을 봤다. 별들이 많았다. 작년 추석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엄마와 통영에 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통영이 충무였던 시절. 이렇게 동양의 나폴리가 될 줄 몰랐던 시절. 나는 바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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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서재를쌓다 2012. 5. 28. 13:07
머리를 자르고 이소라의 공연에 갔다. 머리를 자르러구요. 짧은 단발루요. 그러니까 아, 더워 보여서요? 시원하게? 그랬다. 내 머리 더워보였나보다 생각했다. Y언니랑 이대에서 만나 명란젓 스파게티와 오늘의 초밥을 먹고, 걸어서 서강대까지 갔다. 메리홀 앞의 벤치에 앉아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서강대 축제소리를 들었다. 쟤네들은 젊어서 좋겠다, 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공연을 보고 투다리에 가서 깻잎말이 꼬치에 맥주를 마셨다. 언니에게서 도쿄에 다녀온 이야기, 새로운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또 쓸데없는 말들을 언니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여름이 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여기가 전주였음 좋겠다, 언니가 말했다. 걸어서 집에 막 가구요, 내가 그랬다. 아멘, 티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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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복된 새해를서재를쌓다 2009. 1. 7. 00:52
작년 여름이었나보다. 맙소사, 벌써 작년이 되어버렸다. 도서관에서 을 읽었다. 책상이 부족해 벽에 나란히 여분의 나무 의자를 붙여 놓은 그 의자 위에서였다. 공선옥의 '폐경전야'도 읽었고, 김애란의 '도도한 생활'도 읽었지만, 역시 내가 좋아한 소설은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이었다. 나는 그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곱씹으며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날, 이 소설을 꼭 한번 다시 읽어야지, 생각했다. 따뜻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에.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7 이청준 외 지음/현대문학 지난 주말에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대출했다. 그리고 주말내내 이 짧은 소설을 음미해가며 읽었다. 그야말로 '당신에게 복된 새해를'이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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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 2000년의 너와 마주하는 일서재를쌓다 2008. 7. 1. 11:40
7번 국도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까지 마쳤다. 속 나와 재현이 포항에서 속초까지 7번 국도를 거슬러 올라갔듯이 나도 김연수의 책들을 거슬러 읽었다. 절판된 과 는 조금 멀리 떨어진 도서관까지 땡볕에 걸어가 빌려왔다. 처음 가는 길이라 무작정 버스 노선을 따라 걸어 빙 둘러가 도착해보니 늘 가던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었다. 바보같이. '2001년 문학 활성화를 위해 문예진흥원이 뽑은 좋은책'이란 동그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를 펼치니 놀랍도록 어린 김연수가 불테안경에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채 이 보다 더 활짝 웃을 순 없다는 듯 아주 방긋 웃고 있었다. 초판의 인쇄가 1997년 11월 17일. 그러니 그는 1997년의 김연수. 무려 십여년 전. 김연수를 거슬러 읽으며 감탄했던 책은 과 . 설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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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언니들아극장에가다 2008. 6. 25. 03:28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작가정신 영화 를 보러 가는 내 가방 안에 김연수의 가 들어있었다. 나는 작가 김연수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였고, 그건 내가 읽은 그의 네번째 책이었다. 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건 팔레노프시스 때문이었다고 광수는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광수는 자신의 결혼식날 신부의 부케 속 줄기가 부러진 팔레노프시스를 보곤 마음이 복잡해진다. 왜 멀쩡한 팔레노프시스가 꺾여졌는가. 왜 하필 내 아리따운 신부가 예전에 끔찍히도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의 친구인가.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그 문장을 생각했다. '모든 건 팔레노프시스 때문이었다고 광수는 생각했다.' 왜 티비에서는 꽤 근사해보였던 40대 섹스앤더시티 언니들의 과도한 메이크업이 커다란 스크린 위에서는 그리 거북했는지를 1시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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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특별한 낭독회서재를쌓다 2008. 5. 26. 13:44
지난 수요일, 일산에서 김연수 작가의 낭독회가 있었다. 우연찮게 한 달여 전에 일산에 있다는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진행된 은희경 작가 낭독회 기사를 봤다. 그 기사에는 다음 달은 김연수 작가가 낭독회를 합니다, 라고 적혀져 있었다. 앗싸. 가야지. 그런데 다음 문장, 일산 주민들만 초대합니다. 이런.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메일을 보냈다. 일산주민도 아니면서 일산주민인 척 한 건 아니고, 일산주민이 아니지만 작가님을 아주 좋아하는 독자라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이틀 후 메일이 왔는데, 착한 담당자께서는 오히려 먼 거리를 걱정해주셨다. 그래서 아 기다리고 오 기다린 지난 수요일. 김연수 작가를 보러가는 길인데 일산까지가 뭐가 머냐, 고 생각은 했지만 한 번 갈아타고 내내 서서 가는 길은 정말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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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판매자 김영하가 건네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서재를쌓다 2008. 5. 23. 15:50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마음산책 알라딘 중고샵에서 '김영하'라는 판매자 이름을 발견했다. 김영하? 그 김영하? 정말? 판매자 김영하가 내어놓은 중고책 리스트를 봤다. 책의 권수도 많았고, 그 중에 한국소설도 많았다. 아, 이 책을 왜 파는거지? 소장하시지 않고? 나는 판매자 김영하를 그 김영하로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책은 출판사에서도 보내주고 직접 구입도 하고 그러그러해서 두 권이 생긴 걸거야. 그래서 알라딘 중고샵도 오픈했다, 재밌겠다 그런 생각으로 이렇게 대방출하는 거겠지. 언젠가 책이 너무 많아 둘 곳이 없어서 한번씩 헌책방에 판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도 같다. 아, 그래도 이 책은 가지고 계시는 게 좋을텐데. 그러다 상품상태에 구입날짜와 서명이 적혀져 있다는 책들을 발견했다. 오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