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파크의 웹툰과 글을 열심히 보던 시기가 있었는데, 루나의 친구로 등장하는 노난이라는 특이한 별명의 사람이 이 노란 책을 출간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남유럽에서 열여덟 명의 사람을 여행한 기록. 표지 색깔이며, 길다란 제목이 따뜻한 책일 것 같았다. 바로 주문했다. 읽어보니 역시 따뜻한 책이었다. 노난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윤주 씨는 따뜻하고, 용기 있고, 느긋하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작가 소개에 의하면 네 번 회사를 옮겼고, 회사를 자주 그만둔 덕분에 길고 짧은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단다. 겁이 많지 않은 덕분에 낯선 사람들을 따라가 숨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단다. 가장 쓰고 싶은 것은 언제나 일기란다. 나는 이런 여행들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이렇게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더랬다. 무척 잘 쓴 글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들이 좋아서 잘 읽혔다. 편안한 글이다. 스페인에 가져가 여행 중 이 책을 읽은 동생에게 어땠냐고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물었다. 너무 미화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어, 라는 동생의 말에 우리의 여행이 우리의 추억 속에서 모두 미화되어 있지 않냐고, 그래서 온갖 일을 겪고 와서는 또다시 떠나는 꿈을 꾸지 않느냐고,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그녀가 지금까지처럼 용기 있고 느긋한 여행을 계속 해서, 그리하여 다정한 일기를 열심히 써서, 언젠가 또다른 다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 좋겠다. 



   "있잖아, 윤주.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정말 많은데도 그 생각을 말하려고 하면 겁이 나. 덜덜 떨려. 이 수업이 너무 좋아서 매일 이 수업하는 날만 기다렸는데도 막상 수업에 가면 말하는 것이 힘들었어. 그래서 나는 네가 겁없이 혼자서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부러워.

   뭐든 하고 싶은데 소심하고 생각이 많고 착하고 여린 라우라에게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자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추천했다.

  "<조르바>를 읽어, 라우라. 나는 <조르바>를 읽고 용기가 생겼어. 난 조르바처럼 살고 싶어."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좋아하는 라우라는 다른 책은 봤지만 아직 <조르바>를 못 봤다고 했다. 어떤 책이냐고 묻길래,

   "조르바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틀이 없는 사람이야. 용감하고 동시에 다정한 사람이야. 하고자 하는 것을 해버리는 사람이야."

   라고 취기에 흥분해서 말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라우라가 대답했다.

   "윤주, 그게 조르바라면 넌 이미 나한테 조르바야."

- 36-37쪽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나도 좋은 사람인 척하며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 번째 좋은 살사람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다니다가 좋은 사람 '한 명'을 발견하게 되면, 그다음은 볕 좋은 날 목 좋은 곳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는 것처럼 순조롭다. 

   좋은 사람 곁에는 약속한 듯이 좋은 사람들이 있기 떄문에, 첫 번째 좋은 사람을 슬쩍 당기는 노력만으로도 두 번째, 세 번째 좋은 사람들이 줄지어 매달려오는 것이다. '도대체 그 동안 다들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야?'라고 감탄하며 웃을 수 있게 된다. 기억해두자. 첫 번째 좋은 사람은 두 번째 좋은 사람을 몰고 온다. 

- 84쪽


   "윤주, 나는 다른 나라로, 아니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 그래서 이렇게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걸 정말 좋아해. 사람들을 통해서 여행을 하는 거야. 나와 필립한테 너는 가장 멀리서 온 손님이니까 우리 둘은 오늘 가장 먼 나라로 여행을 간 거야. 우리는 네 덕분에 오늘 많이 행복했어."

- 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