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행 전에 읽은 책. 미식 여행을 하고 싶어서 였는데, 귀찮아서 숙소 근처만 다녔다. 비록 낙지도 먹지 못하고, 한정식 부럽지 않다는 백반도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난 음식들을 먹고 다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함양에서 먹은 오동통한 길거리 소라. 책에 소개된 음식 중에 하나는 먹었다.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유달콩물. 어릴 땐 휴일 아침에 시장에서 얼음 동동 띄워진 콩물을 곧잘 사다 마셨는데. 콩국수를 시켜먹고, 콩물은 한 통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아껴 마셨다. 진하고 고소했다. 책은 여행을 앞두고 있어 나름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포스트잇 붙여둔 페이지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행지에 가서 주로 보고 듣는다. 관광(觀光)이라는 한자어가 뜻하듯 어디 놀러간다는 것은 그곳의 빛, 풍광을 보는 일에 방점이 있다. 차를 타고 달리든 두 발로 걷든, 새로운 경치를 보고 만끽한다. 거기에 소리가 더해진다. 대숲에서 스며 나오는 바람 소리, 이름 모를 산새의 소리, 계곡의 물소리, 유적지 문화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사찰의 향불, 옛 한옥의 오래된 나무 향, 편백나무 숲의 피톤치드가 더해진다. 경치, 소리, 냄새의 삼위일체가 여행지의 주변 환경, 앰비언스를 이룬다.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욕심을 내어 감각 하나를 더 보태자. 손끝으로 결이 갈라진 문설주를 만지거나, 맨발로 간드러진 소리를 내면서 부서지는 낙엽을 밟는다. 그러면 요즘 유행하는 4D 극장에서 즐기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현장 체험이 이뤄진다. 

- 7쪽


   산정동에 위치한 '웰빙 조개구이 집', 부부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옆집카센터 주인을 불러 무화과를 나눠주었고 내게 살아있는 새우며, 민어, 운저리 등을 보여주었다. 나는 상행길 도시락에 담아갈 요리를 주문했다. 사장의 제안은 장산도에서 기른 활새우구이, 나는 좋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틈틈이 무화과를 입에 넣었다. 사장은 나를 목포역에 데려다주었다. 기분 좋은 여행이 끝나가는 시간. 나는 무척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기차에 올랐다. 서대전까지 학회 세미나 토론문을 읽다가 새우구이를 꺼냈다. 맥주와 새우구이의 환상적 궁합. 도시락은 기차여행의 완성이다. 목포 여행의 필수품 하나가 빈 도시락이다. 맛있는 백반이나, 민어, 새우 등을 반찬이나 안주로 담아오면 나만의 에키벤이 완성되는 것이다. 인생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없으면 내가 만들어도 좋은 법이다. 

- 222쪽


서용하 :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 저녁에 숙소 가까운 곳의 선술집 들르는 게 참 좋잖아요. 주택가에 아주 조그맣게 자리 잡은 유명하지 않은 선술집인데 머리에 하얀 손수건을 매고 일하는 할아버지가 주인인 경우가 많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취 있는 분위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도 있고.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40년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또 놀랍고. '자식한테 물려주면 애들이 할지 모르겠네' 하는 이야기도 나누곤 했어요. 목포에도 오래된 식당이 꽤 있는데 자꾸 도시가 재개발되면서 밀려나고 있잖아요. 그런 식당 주인이 한 자리에서 40년씩 자부심을 느끼면서 장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 235-236쪽




  콩은 가뭄이 닥쳐도 벼, 보리보다 잘 견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