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보다'에 해당되는 글 57건

  1.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2) 2017.01.12
  2. 연휴동안 (2) 2016.10.05
  3. 오구실 2016.02.03
  4. 오렌지 데이즈 (6) 2014.10.19
  5.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 (4) 2014.06.07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먼저 자유로워져야 다른 이들과의 시간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좋아하는 대로 가게를 해 나가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불량한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다시 찾아주세요. 분명 무언가가 변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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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어 '변한다', '변하고 있다', '변했다' 라는 말에 마음이 들뜬다. 물론 그 앞에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인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가 붙는다. 이 말에 마음이 들뜨는 이유는 좀더 좋은 사람으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하고 싶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만삭인 임산부가 식사를 하고 갑자기 잠이 쏟아져 주체할 수 없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만삭도 아니고, 임산부도 아니지만 지난 일요일에 잠이 쏟아져서 예매해뒀던 두 편의 영화를 취소했다. 그리고 잠이 쏟아지는 사이사이에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를 다시 봤다. 다 보고 나니, 드라마는 이런 이야기더라. 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였다. 나는 어머니처럼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없을까봐 두렵다. 어머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머니와 나는 절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나는 나대로, '좋은' 사람이 되면 되는 거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면 되는 거다. 당신이 틀린 것이 아니다. 좋은 이야기는, 그것을 마주하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것이 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는 이유이다. 오늘도 야근을 했지만, 내일은 금요일인 것이다. 


 


  1. 정은하 2017.01.22 11:5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금령씨~~나도 이 드라마 좋아해용 주인공 고바야시사토미를 좋아해서 봤지만 예쁜 드라마였어요
    요즘 나도 일드 돌려보기하고있답니다 그날의 기분과 시간의 흐름으로 다른 느낌을 받더라고요 ㅎ
    중쇄를 찍자 봤나요? 왠지 봤을꺼같은느낌ㅋ
    5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어요

    공유의 멋짐에 빠져있는 철없는 중년인 나는 ㅜㅜ
    또다시 멋진 놈을 기다려봅니다 흑흑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1.22 15:02 신고 BlogIcon GoldSoul

      <중쇄를 찍자>는 시작했는데, 아직 끝내진 못했어요. 중쇄 보면 주인공 때문에 긍정적인 힘이 마구 생기는 느낌! 나도 주인공처럼 밝고 건강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요. 5화까지 못 갔는데, 가볼게요!
      흐흐- 언니도 도깨비에 빠졌구나. 나는 빠지지 못했다는. 흐흐- 또다른 멋진 놈이 등장할 거예요! 추운데, 언니 감기 조심하여요- :)

연휴동안

from 티비를보다 2016.10.05 23:57



할머니의 먼 집

립반윙클의 신부

다가오는 것들

바다의 뚜껑

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다가오는 것들>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공항가는 길>.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연휴 때까지 4회가 방영되었는데, 그 전에 잠깐씩 스쳐 지나가며 보긴 했었다. 그렇게 잠깐씩 보면서도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있어서, 이번에 3, 4회를 재방송해주길래 유심히 봤더니 꽤 괜찮은 거다. 불륜드라마이고, 상황들이 꽤 억지스럽고, 대사들이 문어체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음악이 좋고, 문어체스러운 대사도 꽤 근사하고, 김하늘과 이상윤도 좋은 것이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봄날은 간다>, <사랑해 말순씨> 작가의 드라마 입봉작이었다. 드라마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나는, 참지 못하고 1, 2회를 돈 주고 결제를 해서 찬찬히 보았다. 그리고 재방해주는 시간을 체크해두고 3, 4회도 다시 보았다. 그러니 그 전에 보이지 않던 이야기들이 보였다. 아, 좋으다 생각했다. 


   오늘은, 김하늘과 이상윤이 삼무사이가 되었다. 바라는 것, 만지는 것, 헤어지는 것이 없는 사이. 김하늘이 말했다. 우리 애매한 사이가 되요. 사랑한다, 좋아한다, 감정이 확실해져도 말하지 말아요. 그래야 오래갈 수 있어요. 이상윤이 말했다. 이상하게 설득이 되네요. 예고편을 보니 이 삼무는 바로 깨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래는 연휴 동안 내가 건진 대사들. 마음들이다. 잊지 않으려고 메모해뒀다.


- 혹시 제가 보입니까?


- 제가 보여요?

지금 만날 수 있어요?

만나고 싶어요.


- 매뉴얼대로 움직이다 보면 매뉴얼대로 느끼게 돼.


- 한번이라도 누굴갈 좋아해봤음 다행이죠.


- 그러게. 힘들지가 않네요.


   그리고, '비 그친 뒤 파란 자동차 위의 빗물들'이라고도 메모해뒀다. 설마 출발이 무척 좋았던 <달콤한 인생>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 수목은 공항에 가는 걸로- 아, 연휴에 가을맥주도 마셨다. 말할 것도 없이 맛났다. :)




  1. 2017.08.21 11: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8.21 23:03 신고 BlogIcon GoldSoul

      아, 저 대사 생각나요. 맞아요, 좋았어요.
      다시 읽어봐도 사브작, 이란 표현 좋으네요.
      이제 곧 저런 미풍들이 많이 부는 계절이 오겠어요. 그전에 좋은 여름이었다, 생각되는 날들로 마무리할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속되는 발자국, 감사합니다. :-)

오구실

from 티비를보다 2016.02.03 23:11

 

 

 

   지난 12월의 메시지.

- 언니 72초티비 오구실 알아?

- 엉 보는데 언니 생각나.

- 귀엽고 몽글몽글한 드라마임.

 

    M 덕분에 알게 된 드라마. 12월에 한번 보고, 1월에도 또 한 번 봤다. 2월이 되었으니 한 번 더 봐야지. 몽글몽글한 드라마를 보고 내 생각을 해 준 사람도 고맙고, 오구실도 고맙네. 오구실도 나처럼 연애고자네. 그렇지만 몽글몽글한 연애고자인 것이다. 연어덮밥과 우동을 나눠 먹는 야근, 술이 잘도 들어가서 조심해야 되는 날 잠깐 밖에 나와 바람 쐬는데 따라나오는 두근거림, 무심하게 내일의 약속을 잡는 쫀득쫀득함, 해장국을 먹고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는 휴일 아침. 아, 오구실. 어떻게 그걸 까먹었어. 보고 있으면 마구마구 설레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2월에는 연애고자짓을 하지 않겠다!

 

 

 

오렌지 데이즈

from 티비를보다 2014.10.19 20:38

 

 

 

    연인이 된 카이와 사에. 사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몇년 전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우연히 둘은 만나게 되고, 모난 성격의 사에를 카이는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마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력한다. 사에는 그 마음을 잘 알지만, 그래서 너무 고맙지만 자신의 현실 때문에 행여 그에게 누를 끼칠까봐 더 모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고,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카이에겐 똑 부러진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마음만 각자 키워간다.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바라는 미래가 달라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카이. 두 사람은 그 마음을 대놓고 들켜버리고, 어느새 연인이 된다.

 

    어느 날 레코드 가게에 가게 된 두 사람.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카이를 사에는 멀리서 지켜본다. 레코드 가게를 나서며 사에가 카이에게 묻는다. 그 곡 어떤 느낌이야? 카이는 당황한다. 어떤 느낌이지? 어떤 느낌. 밴드 곡이었는데, 카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한다. 애절한 느낌이 드는 곡이야. 사에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카이인지 사에인지 누군가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손가락을 아래로 하고 코까지 일직선으로 떨어뜨린다. 그건 일본어로 소-. 그래, 라는 뜻의 수화다. 그날부터 카이는 그 곡의 느낌을 그림을 그린다. 사에를 위해. 나중에 완성된 그 그림에는 커다란 유리병이 있고, 그 병에 빨간 장미꽃이 꽂혀 있다. 그 병 안에 남자와 여자와 등을 마주하고 앉아 있다. 쿠루리의 곡이다. 드라마를 보고 이 곡을 계속 듣고, 가사도 찾아봤다. 그러다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그 그림이 완전히 이해가 됐다. 아, 하고 혼자서 지하철 안에서 웃었다. 마음이 이상해졌다. 막 설레였다.

 

    이 드라마를 왜 이제 보게 된걸까. 예전에 한번 보려고 했었는데, 사에가 너무 모난 성격이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1회만 보고 그만두었던 것 같다. 끝까지 보니 그건 그녀의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항상 노심초사했던 착한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왜 나한테만 이런 불행이 와야 하냐고 참지 못하고 화를 내기도 했던 현실적인 아이였다. 어떤 순간은 좋아한다고 말하고, 금방 마음을 돌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그건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다. 카이는 그 마음을 다 알았다. 좋아한다고 말할 때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도 그녀를 다 이해했다. 그런 사람이 있는 사에가 부러웠다.

 

    카이. 그러니까 사토시는 이 드라마에서 어찌나 빛나던지. 진짜 최고. 사토시는 진짜 사랑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에에게 지었던 그 표정들. 안타깝고 서운하고 서글퍼하던 그 표정들. 너는 이제 나랑 헤어지고 서른 두살이 되었을 때, 20대에 이런 저런 여자들을 만났고 그 중에 귀가 아픈 아이가 있었지, 라고 회상하게 될 거라며 이별을 통보하는 사에에게, 그럴리는 없다고, 귀가 아픈 아이가 있었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없다고, 스물 두살의 그 이야기만 무한반복할 뿐일 거라고, 말하며 지었던 그 진짜 스물 두 살의 표정. 그 표정들 때문에 지난 일주일 간 마구 설레였다. 사에, 카이.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사에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어 수화를 조금씩 배워오던 오렌지 데이즈의 친구들도. 이제라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수화는 외국어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 나라에 가기 위해, 그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 처럼. 사에를 만나기 위해 배우는 또 하나의 언어. 손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언어. 드라마에서 수화를 쓸 때 무척 좋았다. 덕분에 사토시의 목소리도 더 좋게 느껴졌다.

 

 

 

  1. 2014.10.21 00: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4.10.21 21:57 신고 BlogIcon GoldSoul

      진짜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 볼 걸 그랬어요. 드라마 보면서 연애 시작하는 것처럼 막 설레이고 그랬어요. 완전 감정이입 제대로 한 거예요. 흐흐- 아무래도 그 장면일 것 같아요. 둘이 헤어질 때! 네, 잘 다녀왔어요! :D

  2. BlogIcon 네르 2014.10.21 09:5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아!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본격적으로 사토시 빠가 되었죠. 일본어 공부한답시고 음성파일로 따서 듣고 다니기도 했는데, 사실은 사토시의 목소리가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뿐....

    '히어로2'와 '젊은이들'이 제게는 그냥 그랬던 지난 분기. '히어로1'과 '오렌지 데이즈'를 치유용(?)으로 다시 보았는데요. '오렌지 데이즈'는 정말 명작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내용도 좋고, 연기도 좋구요. 다들.

    •  address  modify / delete 2014.10.21 22:04 신고 BlogIcon GoldSoul

      와, 음성파일로요? 네르님이 진정한 사토시 빠순이!
      음성파일로 들으면 사에 말이 안 들리는 경우도 있겠어요. 흠. 그래도 다 알겠다. 상대방 말을 통해서. 멋지다. 저도 언젠가 도전할....수 있을까. 도전하고 싶....다! 흐흐-
      저는 <젊은이들> 보고 있는데, 드라마가 너무;; 배우들은 참 좋은데 말이에요.
      이번 분기는 <어젯밤 카레...> 보고 있어요. 1회만 봤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흐흐-

  3. BlogIcon 콩스탕스 2014.10.29 21:4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고딩때 봤던게 기억나네요ㅎㅎ이걸보고 사토시를 좋아하게됐지만 현실엔 없군요ㅎ

 

 

 

    나, 이 언니에게 완전히 반했다. 이름은 치아키. 나이는 46살. 독신이다. 직업은 드라마 프로듀서. 이야기는 치아키가 카마쿠라라는 도쿄 근교 도시의 오래된 주택을 구입해 살면서 시작된다. 이 언니는 이쁘고, 당당하고, 예의도 바르다.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그래서 이 언니의 집에는 상담손님이 제 집인양 끊임없이 방문해서 며칠씩 자고 가기도 하고, 맥주를 그냥 막 꺼내 마시고, 주인없는 집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완벽해보이지만 이 언니에게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거의 먹여 살린 연하의 남자가 포스트잇으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고, 카마쿠라에서 다 같이 살자는 술자리 친구들의 말을 믿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결국 치아키만 카마쿠라에 집을 얻었다. 이 언니가 정말 멋진 건,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좋아하게 된 남자가 불치병에 걸렸었고 재발하면 살지 못한다는 고백을 해도 아직 병에 걸린 게 아니잖아, 하면서 힘을 준다. 옆집의 히키코모리 여자아이가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에도, 치아키는 웃으면서 고마워, 라고 말한다. 사귀는 사람의 형이랑 술에 잔뜩 취해 키스를 했다고 생각했을 때나, 결국 하게 되었을 때도 정색하는 남자를 보고 자신에게서 그런 순수함은 언제 빠져나가버린 걸까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46살이 된 여자와 50살의 남자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이 때문이 아니다. 둘이 함께 있으면 이야기가 끊임이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구 갈궜다. 겉으로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속으로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스페셜 드라마를 보니 여자는 남자와 이야기를 하면 여동지와 얘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하고, 남자는 남동지와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뻥 뚫린 곳에서 한참을 떠들더니 남자가 말했다. 속이 시원해졌다고.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줬다. 출근길의 전철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퇴근길의 개찰구에서 여자가 카드를 찾지 못해 가방을 뒤적거리는 걸 매번 보면서, 전철역에서 걸어나와 기차길을 함께 건너고 골목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느 날은 동네 술집에 들러 걸쭉하게 술을 마시면서, 매일매일 말꼬리를 잡으며 옥신각신 다투면서, 술에 잔뜩 취해 평소보다 열배는 더 분위기 업 되어 큰소리로 웃고 서로의 몸을 찰싹거리면서. 여자의 생일 날 남자는 46개의 초를 준비한다. 여자는 큰 거 4개, 작은 거 6개나, 이쁜 숫자초를 준비하지 이게 뭐냐고 투덜거린다. 남자는 그건 초의 갯수만큼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보내는 박수라며 전혀 창피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여자는 남자의 51살 생일을 51개의 초로 축하한다. 흠. 46개나 51개나 초에 불을 붙이면 케잌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이야기며 인물들이며 좋아져서 나름, 아주 천천히 아껴봤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 사랑스러운데, 치아키의 친구들도 그렇다. 치아키와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술을 마신다. 셋 다 독신. 술을 마시며 결혼해서 누군가 옆에 있는 삶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이제 아이는 가질 수 없을 삶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23살 여자아이의 케잌을 보고 딱 절반이구나 하고 자신들의 나이를 곱씹기도 하고, 선택받지 못한 채 몇 바퀴를 계속 돌다가 결국 버림을 받는 회전초밥집의 3종모듬초밥접시에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치아키가 그런다. 드라마의 마지막에. 앞으로 사랑이 다가오면 그게 우리 삶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랑이라고 생각하자고. 외로움을 감추지 위해 사랑을 하진 말자고. 사랑이 없어도 멋진 인생은 분명히 있다고. 46살 독신. 인생에의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롭지 않은 어른따윈 없다고. 자신의 미래를 사랑하자고. 이 언니, 정말 멋지다.

 

 

 

  1. BlogIcon 따즈 2014.06.08 08: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타이틀이 왠지 뻔한 거 같아서 지나쳤었는데, 찾아봐야겠어요. =)

  2. BlogIcon 초코슈 2014.06.10 10: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문단의 말들은 정말 멋있네요.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사는 사람들은 참 반짝 반짝 해보여요.
    40대 여자와 50대 남자가 이루어지지는 않나봐요. (우리나라 드라마라면 그랬을텐데! ㅎㅎ)

    •  address  modify / delete 2014.06.10 22:47 신고 BlogIcon GoldSoul

      흠. 40대 여자는 함께 길을 걷다가 50대 남자에게 고백을 해요. 좋아한다고. 정말 멋진 여자예요! 50대 남자는 무척이나 모범적이고 신중한 남자인데, 여자가 참 좋아서 연애를 하다가 잘못 되어서 못 보게 되는 상황에 가고 싶지 않아해요. 오래오래 여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천천히 해요. 아무튼 해피엔딩이에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