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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상 2018.05.18
  2. 일본맛집산책 2018.05.10
  3.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12) 2018.05.08
  4. 안부 (6) 2018.04.25
  5.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2) 2018.04.10

상상

from 모퉁이다방 2018.05.18 23:47



   어느 날은, 시골에 가서 소 키우며 살래? 라고 물었다. 나는 잡아먹힐 소를 어떻게 애지중지 키우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시골에 가 소 키우고 밭 가꾸며 사는 조용한 삶에 대해서 상상해봤다. 일찍 일어나 몸 움직여 일하고, 오후부터는 내 삶이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 오후 볕이 있고, 달콤한 낮잠도 있고, 느긋한 저녁 시간이 있는 삶. 물론 그렇게 달달한 삶만이 아니겠지만, 그 속에 놓여 있는 나를 상상해봤다. 어느 날은, 친구가 미국으로 이직을 한다며, 영어 잘해? 라고 물었다. 나는 다 그만두고 미국에 가는 상상을 해본다. 빠듯하게 일해서 집렌트비 내고, 생활비 내고, 술집에도 가지 않고, 저녁에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삶일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 외롭겠지? 외로울 거야. 영어도 못하고. 그래도 그런 삶은 어떨까. 미국소설에서 본, 대부분 쓸쓸하지만 때론 충만했던 페이지들을 떠올려본다. 나는 요즘 나의 다른 삶이 궁금하다. 줄곧 변함 없었던 생활이 지겨워진 거 같기도 하고. 내년에 마흔이 되는데, 이대로도 괜찮을까 두려운 거 같기도 하고. 어느 날은 지방에 내려가 작은 가게를 하는 상상을 한다. 돈이 될까. 그건 재미날까.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계속 에세이를 사대고 있다. 유럽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노란 책을 이번에 샀는데, 읽던 중에 동생이 스페인 여행에 가지고 갔다. 노란 책은 그곳에서 어떤 삶들을 또 들여다보고 있을까. 스페인 햇볕을 듬뿍 받은 책을 다시 이어 읽어야지. 



-
   진희님께, 남겨주신 다정한 글을 당일에 읽었는데, 답장을 미뤄두고 있었어요. 오늘 남기려고 보니 글이 삭제되어서 여기에 남겨요.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특별하지 않은 일도 아니네요. 진짜 그러네요. 이곳에서 오래 일하고 있어요. 방문해주시고, 흔적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 




일본맛집산책

from 서재를쌓다 2018.05.10 23:14



  ​

   히라마츠 요코의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가 무척 좋아서 새 책이 출간되면 때맞춰 읽어야지 다짐했었다. 신간 알리미 신청을 안 해놔서 몰랐는데, <일본맛집산책>이라는 촌스러운 제목의 책이 히라마트 요코의 새 책이라는 걸 알고 바로 주문했다. 그림이 조금 나오는데, <고독한 미식가>의 다니구치 지로가 그렸다. 히라마츠 요코가 출판사 편집자 Y군과 함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내용인데, 흠. 뭐랄까 뒤로 갈수록 기사 느낌이랄까. 딱딱한 글도 있고, 잘 읽히지 않기도 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보다. 그래도 다시 일본을 가게 된다면 방문하고 싶은 가게가 몇 생겼다. 중고서점에 팔기 전에 적어둬야지. 그나저나 나는 '비어홀'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좋을까. 비어홀. 듣기만 해도 넓직한 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삼삼오오 커다랗고 튼튼한 맥주잔을 부딪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아, 생각만해도 좋은 것!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용산의 고깃집에 출몰했다고 해서 용산이 시댁인 친구에게 맛집이냐고 물어봤다. 친구도 아직 못 가본 곳이라는데, 분명 이제는 갈 수 없겠지. 새벽까지 운영하는 곳인데, 고로상이 다녀간 후 저녁 9시에 재료가 모두 소진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어제 아침에 보았다는. 흑-



   사람의 몸은 정말로 잘 만들어졌다. 추울 때는 그렇게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따뜻해지면 용기를 내어 먹고 싶어지는 맛이 있다. 싹이 튼 채소나 산나물의 알싸하고 쓴맛에는 추운 겨울 동안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해주는 기능이 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몸이 원하는 것이다. 

   경칩에서 춘분, 춘분에서 청명, 청명에서 곡우로 바통을 넘기면서 지금도 봄은 움직이고 있다. 채소와 산나물을 맛보며 계절을 받아들이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주위는 온통 봄의 싱그러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 26-27쪽


  히야시 토마토, 아츠아게, 모로큐.

  이것이 '오늘 신바시 아저씨들의 베스트 3 안주'인 모양이다. 신바시 역전 빌딩 1호관 B1 '타치노미 긴'은 초저녁부터 손님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셀프서비스 안주, 한병 300엔 균일, 생맥주 500cc 한 잔 380엔.

  꿀꺽꿀꺽꿀꺽, 캬아.....

  여기저기에서 환희에 찬 신음소리가 쏟아진다. 옛 추억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 건물은 1층과 지하에 술집과 작은 음식점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아저씨들의 성지다. '탄포포' '오후쿠로' '샤샤' '칸자시' '사쿠라코' ...... 저마다 스트레스를 풀러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 건물 입구의 안내 지도판에 쓰여 있는 한 줄 문구도 마음에 꽂힌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여기가 바로 논스트레스 공화국!"

- 28-29쪽


   군만두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녀의 말투를 따라해보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극장을 나와 그대로 직진해서 빨리 들어간 곳은 늘 그렇듯 '텐코 만두방'이다. 이곳은 군만두가 생각날 때마다 달려가고 싶어지는 가게 중 하나, 물론 생맥주와 함께다. 

   세상에는 '절묘한 조합'이라는 것이 있다. 마리아주 같은 멋 부리는 말은 시건방지다. 쌍방이 정면으로 맞잡고 다짜고짜 승부를 겨루는 씨름은 이것으로 결판이 날 것이다.

   군만두와 생맥주.

   '텐코 만두방' 니시키초 점은 1953년 창업한 '간다 만두 가게'가 시초다. 그만큼 만두는 대표 메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작은 '원조 만두'도 버리기 어렵지만,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흑돼지 만두'는 견딜 수 없는 맛이다. 조금 적은 듯한 양배추와 듬뿍 들어간 부추. 흑돼지의 진한 맛이 응축되어 있는 큼직한 놈이다. 바삭하게 구워서 노릇하게 눌은 갓 구운 만두를 한입 물면 도톰한 만두피가 씹히는 맛이 남다르다. 우선 한 개를 다 먹어치운 뒤 차가운 생맥주를 쭉 들이킨다. 감동에 겨워 가게 구석자리에서 TV를 올려다보니 한가로운 오후 와이드쇼가 방영중이다. 아, 행복하구나.

  군만두, 생맥주, TV.

- 30-31쪽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얼음덩어리를 꺼내 옛날부터 쓰던 빙수기로 얼음을 갈아 만드는 빙수는 아삭아삭 시원한 맛이다. 빙수를 다 먹을 때까지 얼음이 녹지 않았고, 그 후 깜짝 놀랄 정도로 시원한 딸기 우유 한잔을 곁들였다.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할머니가 포렴을 젖히고 불쑥 들어왔다. 

    "여기 빙수요. 그리고 딸기 우유 주세요."

    여름 참배의 즐거움은 얼음, 가을과 겨울은 구운 경단. 봄은 쑥 경단. 이 가게도 참배객들을 부지런히 맞이하고 있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오후의 기분 좋은 바람이 지나간다. 장어도 훌륭하고, 빙수도 훌륭하고, 게다가 참배까지 마쳤으니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 언젠가 이웃집 아주머니가 귀엣말로 말해주었다.

    "나리타산으로 참배하러 가면 꼭 좋은 일이 생겨요. 이거 정말이에요."

- 60-61쪽


    젓가락을 놓고 볼이 발그레해진 왕씨가 종잇조각에 뭔가를 적었다.

    "주봉지기천배소."

    "소중한 친구와 마시는 술은 천 잔으로도 모자란다는 뜻이에요. 중국 속담이죠." 왕씨가 가르쳐주자 일동은 환희로 들끓었다. 좋구나, 맛있어요, 자자 또 건배! 술잔을 비우면서 만석인 가게 안을 둘러보니 손님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왁자지껄, 시끌벅적. 중국 둥베이가 웬 말이냐, 이건 우주 비행이지 않은가. 갑자기 현실감이 사라지며 공간 전체가 가까운 미래의 한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89쪽


    세 개를 안주로 기쿠마사무네를 데워서 마신다. Y군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다. "마구로누타, 참 맛있네요. 시라코폰즈도 맛있어요." 술을 꿀꺽꿀꺽 비우고 이따금 입으로 가져가는 이타와사의 선뜻하고 싱싱한 식감이 또 즐겁다. 처음엔 일 얘기만 하더니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 읽은 책 이야기, 아이 이야기, 만난 사람들 이야기, 작은 배를 타고 흔들거리며 가는 듯한 기분이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 또한 고아가리의 마법이다.

    "안주 좀 더 시킬까요?"

    "그래요, 그렇게 해요."

- 143-144쪽






   망원의 벨로주에서 친구와 나란히 본 정밀아 공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심술꽃잎'이다. 정밀아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안에 사정이 있어 형제 중 자신만 잠시 시골 할머니집에 맡겨졌는데, 그때 서럽고 슬펐던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 아이를 잘 달래서 노래로 만들어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술꽃잎'은 그렇게 만든 노래라고 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큰 나무, 풀잎, 바람 모두 실제의 것이니, 노래를 들을 때 그것들을 직접 눈앞에 그려보라고 했다.


    노동절에는 혼자 광화문에 가 와인영화를 봤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와인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다 보니 아버지와의 어긋난 관계로 집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던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돌아가신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어린시절의 자신을 껴안는 이야기였다. 어린시절의 자신을 잘 보듬아 준 다음에야 주인공은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어린시절의 주인공과 현재의 주인공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런 장면이 늘 뭉클하다. 


   그리고 어느 목요일에는 그 사람 집 앞 커피집에서 이 책을 읽었다. 정말이지 나는 이 연애를 잘 하고 싶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오는 어떤 고약한 부분이 있다. 지난 연애에서도 그랬었다. 그게 상대방을 슬프게 하고, 지치게 하고, 결국에는 외면하게까지 만들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잡고 다잡지만 어느 순간 그 아이가 불쑥 튀어나오는 거다. 그러다 이 책에 대한 짧은 글을 봤다. 책을 다 읽은 사람이 다음 독자에게 남긴 말이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잘 되지 않았는데, 헤어지면서 자신은 불안형 애착을, 상대방은 회피형 애착을 가졌다는 걸 알았다고.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자신 안의 어린아이를 인정하는 단계부터 차차 성장해나가 건강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그리하여 좋은 엄마도 되고 싶다는 글이었다. 


   중간쯤 읽다 잘 읽히지 않아 덮어뒀었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나 책을 들고 전철을 오랫동안 타고 집 앞까지 갔다. 야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지만 놀래켜 주려고 몰래 커피집에 자리를 잡았다. 야근이 늦어지고 늦어져서 결국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이 책의 후반부에 성인의 애착 유형에 관한 설명이 있다. 200페이지부터 202페이지까지, 거기에 내가 남녀 관계에서 하는 그릇된 행동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 페이지들을 읽어나가는데 가슴이 파르르 떨렸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아이였구나.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결국 자정 넘게 야근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는 동안 가슴이 벅찼다. 


    시옷의 모임에 가기 전, 나는 지금보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던 것 같다.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겸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해주면, 언젠가 이 사람이 나의 구석구석을 알게 되어 결국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네, 생각해버릴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도 이 페이지에 있었다. 그런데 그 착하고 어린 아이들이 이 언니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렇지 않다고, 더 알게 되어도 좋은 사람일 게 분명하다고 자꾸자꾸 얘기해줬다. 그리고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시간이 지난 뒤에 계속계속 얘기해줬다. 그것들이 나의 못난 면을 치유해 주고 있었다는 것 역시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247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거든. "치료와 성장은 일생 어느 시기에도 가능합니다." 고마운 사람들.


    나는 내 안에 있는 이 아이를 잘 달래고 오래 들여다 볼 것이다. 보듬아주고, 손잡아주고, 괜찮아 질 때까지 곁에 있어줄 거다. 그 사람에게도 그런 아이가 있다면 힘들었지, 고생했지, 무섭고 쓸쓸하지는 않았니, 말 걸어 주고 싶다. 그리고 괜찮다고, 이것쯤 아무 것도 아니라고 안아 줄 거다. 어른이 되어보니 알겠지만 다들 실수는 하는 거라고, 그러니 너무 원망하지 말자고 다독여 줄 것이다. 상처는 누구에게든 있다고, 그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하는 지가 중요한 거라고. 우리는 상처를 잘 아물게 할 수 있다고. 보경이의 말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튼튼하고도 단단한 애착 상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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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착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과 기대입니다. 아기는 혼자 상황을 이해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양육자의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호 간의 연대감 없이는 애착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즉,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이 서로 즐겁고 행복감을 느껴야 애착이 잘 형성됩니다. - 105쪽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일은 자신의 애착 도식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애착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놀라운 치유와 성장이 일어나는 것을 저는 심리 치료 중에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본인이 긍정적 변화를 원하는 것과, 상담자와 함께 자신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실존적 책임을 지는 것이 정서적 금수저로 거듭나는 관건입니다. - 207쪽



  1. 2018.05.09 01: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09 18:38 신고 BlogIcon GoldSoul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앤셜리가 진짜진짜 상담공부를 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전에도 쭉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서 앤셜리는 정말 좋은 상담사가 될 거라고 확신했거든. 천천히 준비해서 좋은 상담사가 되어줘. 응응. 나의 다정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내가 큰 나무가 되어줄게. 그러자, 죽을 때까지 재미나고 따뜻하게, 그렇게 서로를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자. 고마워, 앤셜리 (하트 뿅뿅) :-D

  2. 2018.05.09 1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09 19:20 신고 BlogIcon GoldSoul

      이렇게 긴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ㅎㅎ 여긴 저의 솔직한 마음들이 담긴 곳이라 (누군가는 일기를 왜 일기장에 안쓰고 인터넷에 쓰냐고 놀려댔지만 흐흐) 그때의 제 마음도 남겨두고 싶었어요. 비단 연애 뿐만이 아니라 관계에서 제가 조금씩 움츠렸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나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두려운 게 아니라 더 튼튼해졌어요! 헤헤 사실 저 막 내지르는 스타일이거든요. 좋은 관계들을 쭉 이어나가고 싶고, 그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좋은 기운을 주고 싶어요. 제 안의 그 아이는 모른척 할 게 아니라 더 잘 어루만져주다 내보내고 싶어요. 그 아이도 저의 한 부분이지만, 더 긍정적인 부분을 오래 기억하고 있어요. 조언, 감사합니다! 이렇게 써 놓았지만, 여전히 바야흐로 봄이랍니다. 헤헤- 좋은 밤 보내세요.

      아, 꽃검색 기능은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 보고 알고는 있었어요. 정말 신기하고도 똘똘한 세상이에요! 좋아진 거...겠죠? 하하

  3. BlogIcon wonjakga 2018.05.11 21:4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 글 읽고 오늘 이 책 대출했어요. 잘 지내시죠? 벌써 오월이네요. 잘 지내시리라 믿으면서 오랜만에 인사하고 가요. 사실 자주 들어오긴 하지만요 헤헷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18 23:22 신고 BlogIcon GoldSoul

      헤헤- 잘 지내고 있어요. 현정씨도 잘 지내죠? :)
      벌써 5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어요. 흑흑-
      이 책, 현정씨한테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괜찮았음 좋겠어요!

  4. 새봄 2018.05.13 11:1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제 속에는 어떤 고약한 아이가 있어서 이 모양인지!
    저도 오랜만에 인사하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너무 좋은 계절이에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18 23:25 신고 BlogIcon GoldSoul

      진짜요. 먼지랑 일교차만 빼면요. 흐흐-
      저도 가끔씩 올라오는 새봄씨 일상 잘 보고 있답니다.
      기운 내고 있는 거죠? 화이팅이에요! 아자아자

  5. 2018.05.16 18: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18 23:34 신고 BlogIcon GoldSoul

      썬님이 회피형이라니. 번쩍!
      잘 모르지만, 이렇게나 멀리 있지만, 왠지 요즘 좋아보였다구. 상처 받지 않으려는 노력보다 상처 주지 않으려는 노력. 이 노력 좋다아. 나도 노력하겠어! 길고 다정한 조언 고마와. 그러니까, 정말 언니는 30년도 (흑흑) 훨씬 넘는 시간을 타인으로, 서로의 존재도 모르고 지내왔는데 말이야. 몇 개월 만나고서 감정의 소용돌이에나 빠지고 말이야.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육두문자는 줄이도록 하자 ㅋㅋㅋㅋㅋㅋ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은 커플. 고마워요, 썬님. :-D

  6. 2018.05.17 16: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18 23:41 신고 BlogIcon GoldSoul

      요 며칠 이곳은 비가 요란하게 왔는데, 그곳도 그랬죠?
      빗소리가 시원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막 그랬어요.
      저도 잘 읽지 않는 류의 책인데, 그 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완전 마음에 든건 아니지만, 제게 깨달음을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랍니다. 헤헤- 그리고 다음에 산 책도 같은 애착에 관한 책인데 마음에 들어요. 아직 초반이라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요. 다 읽으면 또 얘기 풀어놓아볼게요. :)

안부

from 모퉁이다방 2018.04.25 21:32



   월요일 저녁에는 소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했다. 집까지 30분 정도 걸린다며,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다고 했다. 서로 별일이 없는지 안부를 물었고, 최근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셔틀을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까 어둠이 가볍게 깔린 그 시간의 시내 버스 풍경을 근래에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소윤이 덕분에 그려 봤다. 소도시의 한적한 저녁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느긋한 풍경.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버스 좌석. 운동을 끝내고 봄바람에 가만히 내 생각이 났을 아이. 그렇게 조곤조곤 마음으로 이어진 서울과 전주. 소윤이는 버스를 잘못 탔다고, 내려서 다시 잘 탔다고 했다. 서로 월요일 하루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마음이 고요하고 따스해졌다. 정말로 월요일 하루를 아주 잘 보낸 것 같았다.


   화요일 아침, 아니 화요일 새벽에는 은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는 두달 동안 포르투갈어를 함께 배웠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그때 내 이름은 루시였다. 언니 이름을 잊어버렸네. 너무 오래된 일이다. 결국 인사말 정도만 외운 채 우리의 수업은 끝났다. 학원에서 첫 인사를 하다보니 우리 둘다 포르투갈어에 뜻이 있다기 보다는 새해라서 뭐라도 하고 싶어서 학원을 찾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나는 포르투갈에, 언니는 브라질에 다녀왔다. 간간이 소식을 전하다 어느 순간 꽤 길게 연락이 되질 않았는데, 언니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지금 다시 브라질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언니는 브라질의 쨍한 하늘을 보내줬다. 여기 하늘만 가지고 한국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좋은 하늘이라고. 나는 언니에게 우리 이제 연락 끊기지 말자고, 그곳의 좋은 기운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언니는 내가 한참동안 까먹고 있던 포르투갈어 인사를 건넸다. 봉지아. 


   시간이 자꾸자꾸 간다. 뒤돌아 보면 좋은 추억들 투성이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고, 바보 같은 순간들도 무척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도 모르게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쓸 때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에서는 또 화를 내고 말았지만. 그래서 자주 글을 써야 하는데. 말을 멈추고, 나쁜 생각도 멈추고,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사월이 가고 있다, 는 말 대신 오월이 오고 있다, 라고 써본다. 오월에는 좋아하는 날들이 있다. 오월이 가진 계절의 온도도 좋고, 그 끝의 바람도 좋고. 오월이 오기 전에 저 멀리 있지만 왠지 무척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조림이에게 엽서를 써야지. 저번처럼 벌써 썼는데, 중간에서 분실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다려라, 장조림. 사월의 기운 듬뿍 담아 보낼게.





  1. 2018.04.26 13: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4.26 21:45 신고 BlogIcon GoldSoul

      못 봤어요. 요 영화도 기억해둘게요-
      오늘은 카레를 만들어 두고 자요.
      내일 더 맛있어지길 바라며. 어제보다 책을 한장이라도 더 읽고 잘 수 있길.
      요즘 영화도 책도 통 못 보고 있어요. 흑-
      내일은 금요일이에요! 너무나 좋은 것! 헤헤-
      좋은 꿈 꾸셔요. :-D

  2. 2018.04.26 22: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4.27 12:30 신고 BlogIcon GoldSoul

      으아, 진짜 맛있었지! 공주밤빵. 같이 먹어서 더 맛났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아.
      공주밤빵님과 함께 걸었던 1시간 넘는 산책길을 나도 종종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때 먹었던 (양이 적었지만) 카레가 맛나서 어제는 연근과 오뎅과 각종 야채를 넣은 카레를 만들어 보았어. 그때 말한 오뎅카레는 끝났을라나.
      서울에서도 언제든 함께 산책하고 카레 돈카츠를 먹고, 시원한 맥스를 마실 수 있으니 연락주세요.
      오월 첫날부터 좋은 일 많을 거야.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일 하게 될거야.
      나도 고마와. 오월 화이팅!

  3. 루씨(정은하 2018.04.28 10: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도 좋은사이로 계속 이어가요!ㅎ 진짜 짧은 만남이였는데도 왠지모를 편안함이있는 금령씨!ㅎ 글구 내이름이 루씨고용
    금령씨가 소피예용ㅎㅎ 지금 지구반대편 스벅에서 루씨라고 컵에 적어서 불러주고있어용
    조만간 지구반대편 멋찐 하늘소식 전해줄께요~
    봉지아~~뚜드벵?ㅎ 여긴 보아 노이찌 밤이니깐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5.02 08:16 신고 BlogIcon GoldSoul

      앗 ㅋㅋㅋㅋ 언니가 루씨였어! 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쏘피였고. 이제야 생각났어요. 기억력이 점점 이 모양이 되어가요.
      뚜두뱅! 언니, 건강하게 있다 돌아와요. 브라질의 좋은 기운 잔뜩 받구요. 이쯔모 오엔시마스! :-D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무척 좋아서 기대했는데, 흠. 이 작가의 소설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꽤 오랫동안 베스트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마흔여덟살, 이혼 후 다시 독신이 된 남자 주인공이 새 동네, 새 집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야기. 내내 동경하던 단독주택에서의 우아한 삶, 그리고 옛 연인과의 오랜만의 해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은 뒤에 혼자 혹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모두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는 한, 언젠가는 늙으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노년의 삶일까, 하는 생각. 어쨌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주인공이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할머니처럼, 우아하고 여유있게 살지는 못할 거다. 주인공의 여자친구처럼 병이 들었을 때 헌신적인 자식도 없을 거다. 그렇지만 간소하면서도 행복할 방법이 있을 거다. 그때의 나는 누구와 함께 살까. 어떤 요리를 해 먹고, 어떤 책을 보고, 어떤 영화를 보게 될까. 어떤 생각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그때도 지금처럼 아주 풍요롭진 않아도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맥주 브랜드가 있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그나저나 마쓰이에 마사시의 다음 소설에도 건축 이야기가 나올까.



   나는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일 관계로 인터뷰한 노인은 무수히 많다. 소설가, 철학자, 피아노 조율사, 요리 연구가, 조각가, 양조 장인, 조산사, 성서 연구가, 외과의, 전당업자 등등. 일부를 제외하면 경험의 총량과 이야기의 재미는 비례한다. 정년을 앞둔 점잖은 남자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사락사락 내리는 눈 같은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면 나 같으면 분명히 듣는다. 금세 잠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 

- 15쪽


   "이혼했다죠?"

   "네."

   나는 황급히 차를 마셨다. 달고 맛있다.

   "혼자 사는 거 쉽지 않아요."

   "네에."

   "쓸쓸하거든, 마음은 편하지만." 소노다 씨는 쿡 웃고 말을 이었다. "애니웨이, 웰컴 투 아워 킹덤 어브 소로."

- 21-22쪽


   꼭 빗나간 추론도 아니다.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하루새 쌓인 앙금이 잡념이 되어 되살아나 차츰 안개처럼 흩어진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과 있었던 일, 불쾌한 사건, 정산하지 못한 영수증 다발, 직원 식당의 삼색 덮밥, 오늘도 쓰지 못한 저자에게 보내는 편지,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굳었던 어깨도 풀린다. 호흡이 깊어진다. 하루의 끝에 목욕을 하면 자신이 조금은 맑아진 기분이 든다. 착각이라 해도 고맙다. 목욕은 위대하도다.

- 76쪽


   내 입사 동기인 영원부원이 사내 결혼을 했을 때 사쿠라자키 씨가 중매인 역할을 했다. 나는 피로연 사회를 맡았다. 신랑신부의 소개 글을 읽는 사쿠라자키 씨의 손이 떨려 종이가 바스락바스락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나는 그때부터 내심 사쿠라자키 씨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 77쪽


   가나와 함께 살게 된 아버지는 아침 일찍 청소와 빨래를 시작해 오전 중으로 집을 구석구석 깨끗이 치우고 나면, 전철을 갈아 타고 경로 우대 할인이 되는 영화를 보거나 백화점 국숫집에서 점심을 먹거나(가나를 우연히 만난 국숫집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라고 한다) 공원을 산책하고 그 김에 동물원에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거나 가나가 부탁한 장을 보거나 한다. 저녁이 되면 마음에 든 동네 주점에서 가볍게 요기하고 가볍게 마시고, 가나가 집에 올 즈음에는 직접 물을 받아 목욕하고 NHK의 <뉴스워치 9>를 보고 나서 취침. 이렇게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모양이다. 가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듯 했고 간섭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딸이라기보다 셰어하우스의 주민 같은, 어딘지 모르게 담백한 관계였다. 
- 103쪽

   아들에게도 언젠가 배우자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이제 새로운 만남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우연히 호감 가는 여자가 나타난다 해도 그 뒤 식사에 초대하고, 두 사람의 개인사며 취향,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을 맞춰보고, 메일 등등을 주고받으며 호의를 전할 생각을 하면 다소 귀찮다. 타인과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갈 자신도 별로 없다. 나는 가족이 아니라 좋은 집을 원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 120쪽



  1. 2018.04.12 16: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8.04.21 12:51 신고 BlogIcon GoldSoul

      그렇죠? 40대의 연애에 관한 부분은 정말. 그런데 저 동상이몽 프로를 가끔 보는데, 최근의 노사연 부부를 보니 나이에 무관하게 인간이란 언제나 사랑받고 싶고, 확인받고 싶고, 사랑 앞에서 여리디 여린 존재란 생각을 했더랬어요. 30대가 그 전보다 성숙하고 여유롭고 너그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경험해보니, 작가가 표현한 40대 후반의 연애도 그렇게 소설적인 게 아닐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해 보았어요. 헤헤
      겨울나그네님의 말씀대로 마음이 맞는 벤치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 목이 따끔할 정도로 시원한 맥주! 그렇게 나이 들어가는 거 꿈꿔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