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404건

  1. 나의 정원 2024.07.18
  2. 아빠 2024.04.20
  3. 2024 영화처럼 2024.03.08
  4. 2024 서재쌓기 2024.03.08
  5. 사분의 일차 4 2024.02.16
  6. 마그네틱 2 2024.02.15
  7. 존중 2024.02.07
  8. 택배 두 상자 1 2024.02.02
  9. 팔월 칠일 2023.08.07
  10. 놀이터 원정대 2023.06.08

나의 정원

from 모퉁이다방 2024. 7. 18. 19:48

  


   우리는 정말로 많은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단다. 자라며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며 하나씩 하나씩 가지치기를 해나간단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가지는 과감하게 싹둑싹둑 잘라나가며 나만의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거란다. 그러니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말할 수 없는 거다. 그 소리들에 가위를 맡기게 되면 나는, 다른 누군가와 비슷한 그저그런 내가 되는 거니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할 것. 가지를 자르는 것은 온전히 나의 심장, 나의 마음, 나의 의지에 따를 것. 이것이 유퀴즈 252화, 뇌인지과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인화 교수님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나는 내 아이의 정원을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교수님의 저 말들을 정확히 듣고 싶어 다시보기를 하는데 당연하게도 깨달았다. 나의 정원도 있다는 걸. 그리고 아빠의 작은 정원도 있다. 우리는 충분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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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from 모퉁이다방 2024. 4. 20. 15:20

  


    현관문에 큰 턱이 있어 아이에게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한 통영여행에서였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던 야외수영장이 있던 고성여행에서였나. 아빠는 이제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했다. 지안이가 군대갈 때쯤 되면 자신이 몇살 정도 되는지 세어보셨다고 했다. 오래오래 아이의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 그 뒤로 유일한 사는 낙이라던 담배도 끊으셨다. 참으니 참아지더란다. 이제 아예 피질 않으신다고 했다.

   이번 봄통영여행에서는 풍경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내게 자꾸만 위험하다고 찍지 말라고 하셔서 마음이 상했더랬다. 마음을 금새 알아차리고 떨어질까 너무 걱정이 되어서 라고 말을 줄이셨다. 아이는 몇번 보지 않았는데도 외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영상통화를 해도 할아버지를 제일 먼저 찾는다. 돌 전까지 매일매일 아빠랑 내가 통화를 했는데 그때 들은 목소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동생이 아빠가 너무 걱정이 된다며 내려가서 병원에 같이 가본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아빠가 우셨단다. 의사는 친절했고, 자신이 그리 진단을 내리면 기분이 상하지 않으시겠어요? 라고 묻기까지 했단다. 아빠는 다 괜찮네요, 딱 맞춰 잘 오셨네요, 걱정할 필요가 없으세요, 라는 말을 들을 줄 아셨단다. 이제 자신만 다른 세상에 가 있겠구나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단다. 딸들에게 또 걱정거리를 주게 되어서 너무 미안했단다. 나는 어제 일을 하며 하루종일 울었는데, 동생도, 막내도 그랬겠지. 아빠가 젊고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 함께 찍었던 사진 생각이 계속 난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우리 모두 잠옷을 입고 있었다. 모두들 활짝 웃고 있었다. 무척 오래 걸렸는데, 순식간인 것도 같다. 그 날로부터 어제까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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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영화처럼

from 기억의기억 2024. 3. 8. 16:21

 

 

믿을 수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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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재쌓기

from 기억의기억 2024. 3. 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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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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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의 일차

from 모퉁이다방 2024. 2. 16. 07:19


   어제는 오후 1/4차를 썼다. 남편이 이틀 연속 돌봄 선생님께 삼십분 더 부탁드렸는데 삼일이나 부탁드리기 그렇다고 하루 일찍 퇴근할 수 있냐고 했다. 요즘 남편은 대전으로 자주 외근을 간다. 4시에 나오니 세상이 달랐다. 아직 밝았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버스 도착시간이 한참 뒤라 정류장에 서 있는데 바람이 매서웠다. 전날에만 해도 퇴근하는 사람들이 전철 안에서 더워 외투를 벗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가볍게 코트만 입고왔는데. 십여분 넘게 벌벌 떨었다. 이층 버스가 왔고, 이층에 앉았다.

   두시간 일찍 나왔지만 선생님 퇴근시간은 그대로라 합정역에서 간만에 쇼핑을 했다. 지하의 홈플러스 마트에도 가고 지상의 무인양품 매장에도 갔다. 마트에서는 부침용 두부를 샀고, 일본 돈코츠 라멘을 샀다. 오늘 회사 점심 메뉴에도 나왔는데 집에서 차슈를 만들어 먹으면 맛날 것 같았다. 졸음 깨는 껌도 샀고, 버섯 다시마 등이 들어간 한알육수도 샀다. 오뎅탕이나 샤브샤브해 먹으면 좋다는 가쓰오부시 육수도 한 팩 샀다. 특이한 카레가 있으면 사고싶었는데 없었다. 무인양품에서는 토마토가 들어간 통조림 하나랑 조그만 그릇 세개를 샀다. 하나는 동그란 것, 다른 하나는 깊이가 있으면서 길쭉한 것, 또 다른 하나는 깊이가 있는 네모난 것. 집에 와 세제를 묻혀 깨끗하게 씻어뒀다.

   요즘은 요리를 해먹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카레를 했다. 양파를 오래 볶았고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와 우유를 조금 넣었다. 야채는 집에 있는 것들을 모아 넣었고 고기는 사태 수육 하기 전에 잘라둔 걸 넣었다. 아, 내가 만들었지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무얼 만들어 먹을까. 금요일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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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from 모퉁이다방 2024. 2. 15. 16:44


   신용카드 마그네틱이 손상이 됐다. 기계에 꽂으면 안되고 힘을 꽉 주고 긁어야지 계산이 된다.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데 긁으면 되니 그냥 쓰고 있다. 처음에는 어쩌다 꽂아서 되는 경우가 있어 별 말 하지 않고 카드를 줬는데 거의 실패를 하자 미리 말하기 시작했다. 마그네틱이 손상된 것 같아요. 그러면 가게 사장님들은 아 진짜 그러네요 하면서 긁어서 처리해주셨다. 그러다 아이가 자주 가는 병원에서 미리 말하니 간호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그래도 순서대로 해야 결제가 되어서요. 안되더라도 일단은 꽂고 그 다음에 긁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구나. 카드 결재에도 순서가 있는 거구나. 꽂은 다음에 긁기.

   동생은 요즘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 회사를 가고 운동을 하고 영어공부를 한다. 경제신문도 매일 읽기 시작했다. 도시락도, 안주도 직접 만든다. 혼자 사는 자신의 삶이 불안해서 라는데 그 불안감이 동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월급이 착실히 모일 것이고 몸이 건강할 것이며 영어는 꾸준히 늘 것이다. 재테크도 제대로 하기 시작할 거다. 명절에 군포에 다녀갔는데 내가 채소안주책을 사놓은 걸 보고 언제 한번 요리수업을 같이 들어보자고 했다. 저자 분이 근처에서 수업을 하신다고. 그리고 언니, 요리를 꾸준히 하자, 언니만의 요리를 쌓아가자, 라고 말했다. 나도 동생처럼 매일 꾸준히 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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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from 모퉁이다방 2024. 2. 7. 19:47

 


  퇴근할 때 금정역에서 1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다. 금정역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내린 플랫폼에서 바로 4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오늘은 1호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같은 방향의 4호선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어떤 칸은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고 어떤 칸은 널널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열차 안은 환했고 바깥은 컴컴했다. 그 공간 안으로 나도 들어가 같은 풍경이 되었다. 회사에서 성희롱예방교육을 들었는데 강사님이 그러셨다. 존중이라는 말을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생 교과서에서 배운다고. 이런 뜻이라고. 메모하지 않는 요즘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남이 내게 해줬으면 하는 것을 내가 하는 것. 오늘은 김일두 음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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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두 상자

from 모퉁이다방 2024. 2. 2. 07:12


  어제저녁에는 오늘 아이 저녁 반찬으로 대패삼겹살육전과 데친 두부, 버섯나물을 준비했다. 집에 대패삼겹살이 있어서 소고기처럼 육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맛은 소고기처럼 휼륭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성희가 선물해준 태국차 티백을 넣고 물을 끓이다가 잘 우려나자 우유를 넣어줬다. 우유가 보글보글거리자 연유 한바퀴 아니 두바퀴 두르고 작은 보온병에 담았다. 성희가 이건 연유를 넣어야 맛나다고 해서 연유를 사뒀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먹어봤는데 맛이 근사하다. 어제는 돌봄선생님께 인터넷으로 산 조그만 사과 여섯알을 챙겨드렸다. 아이가 사과를 좋아하는데 요 앞 과일가게 사과가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그리 달진 않네요. 선생님네도 과일이 비싸 요즘 귤만 먹고 있다고. 2월에는 1년동안이나 미뤄두었던 편지를 꼭꼭 써야지. 오늘 택배가 두 상자 온다. 평일 아침에 챙겨나갈 흑임자떡과 아이와 내 책. 제주 유기농 레몬은 늦어지네.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기록을 시작해본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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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칠일

from 모퉁이다방 2023. 8. 7. 23:53

 

  요즘 계속 그렇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더위가 엄청났다. 신도림 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데 빗소리가 후두둑 났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니 구름이 엄청났다. 온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가 바로 올 게 분명하다고 돌봄 선생님께 우산을 챙겨드렸다. 선생님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는데 가시는 동안 창밖을 보니 비가 오는 것도 같고 오지 않는 것도 같았다. 아이는 어떤 날은 곧바로 잠들고 어떤 날은 악을 쓰고 울다 잠든다. 오늘은 악을 쓰고 울다 잠들었다. 같이 잠들면 좋겠지만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아이 내일 저녁반찬을 만들었다. 부추맛살전, 닭다리살감자찜, 들기름두부구이. 넉넉하게 만들어뒀으니 내일은 아무 것도 안해도 될 것 같다. 회사에서 다 못한 일을 하고 컴퓨터를 끄려던 차, 찍어둔 구름 사진 생각이 났다. 그래, 오늘은 일기를 써야지,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진짜 썼네. 이것으로 오늘은 됐다. 드디어 몇 달 만에 블로그에 글자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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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원정대

from 모퉁이다방 2023. 6. 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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