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책을 읽고 그 작가의 책을 한 권 빼고 연이어 구입해 읽은 적이 있다. 처음 읽은 책이 무척 좋아서 푹 빠졌었다. 나머지 책들도 나쁘지 않았고, 더 출간되는 책이 없나 기다리게 됐다. S와 이야기를 하다 둘 다 그 첫번째 책을 읽었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S는 그 작가의 블로그를 알고 있었는데, 오래전에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 친구목록에서 지웠다고 했다. 내가 블로그가 궁금하다고 하니 추적에 추적을 거듭해서 찾아줬다. 나는 몇달정도 블로그를 구독하다가 친구목록에서 지웠다. 내가 상상했던 작가와 거리가 있었다. 물질적인 것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분 같았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 달랐다. 나는 그런 밥을 그렇게 자주 사먹을 수 없다. 왠지 조그만 배신감이 들었다. 


  한수희 작가님 책은 지금까지 세 권을 읽었다. 제일 처음은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다음은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그리고 이번 달에 신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를 읽었다. 출간순대로 읽긴 했는데,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전에 출간된 책이 여러 권 있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씩씩했다. 세계 이곳저곳을 혼자서, 친구와, 남편과, 아이들과 씩씩하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는데, 시원시원한 문장들에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다음 책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은 차분했다. 나이가 들고, 사색이 많아지고, 세상일에 지치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위안을 찾기 위해 교토를 여러 해 반복해서 찾는 이야기였다. 같은 작가가 맞나 생각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는 이 작가의 완전한 팬이 되었음을 알았다. 한때 왕성한 여행욕을 자랑했던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새벽에 동네를 산책해본 적이 있냐고, 운동화를 질끈 묶고 해가 뜨기 전 좋은 기운들로 가득한 공기 속을 천천히 걸어보라고. 매일매일 조금씩 뛰어본 적이 있냐고, 본인이 뛸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뛰었을 때 몸의 변화를 직접 느껴보라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속옷 말고 정말 나만을 위한 팬티를 입어본 적이 있냐고, 이름하야 엄청난 사이즈의 맥시팬티. 얼마나 편한 줄 아느냐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매번 핑계를 찾고 있지 않냐고, 어디서든 언제든 조금씩 글을 써 내려가면 결국 쓸 수 있다고, 장소와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유명한 작가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한때 커피집을 열었는데 결국 망해버렸지만 괜찮다고, 그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시간을 결코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고, 배운 것들이 있다고. 그러니 실패해도 괜찮다고.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면 알림이 뜨는 서비스를 신청해 놓았는데, 아마 해지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에세이를 줄기차게 읽고 있자 친구가 남의 일기를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느냐고 했다. 나는 남의 일기를 읽으면 다름 아닌 내가 잘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 더 잘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의 일기가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2016년에 출간된 <온전히 나답게>도 읽고 싶었는데, 6월에 개정판이 출간된단다. 6월이 되면 새 책을 사야지. 그리고 또 남의 일기를 열심히 읽고, 힘을 얻어야지.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