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450 2015년 늦여름 혹은 가을 2015년 늦여름 혹은 가을 동안의 기록. 순서는 뒤죽박죽. 서른 다섯이 넘은 언니에게 서른 다섯이 코앞인 동생이 보내준 구절. 시옷에 동생을 초대했다. 연남동의 시옷. 화양연화와 소라닌. 가을에는 출근 전에 스타벅스에 자주 갔었다. 가을에 읽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어느 날의 도시락. 아마도, 퇴근. 친구에게 작가의 약력을 적어 엽서로 보냈다. 트럭 운전수를 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아침, 오늘의 커피, 스콘, 그리고 나를 보내지 마. 아침, 메세나폴리스 스타벅스. 아마도, 퇴근. 이제는 배가 제법 나온 임신 중인 친구와 먹었던 그리스 음식. 아침, 커피, 앤드루 포터, 어떤 날들.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에게 얼마 전에 메일을 보냈었다. 앤드루 포터의 새 책을 읽고 어떻게 .. 2016. 3. 15. 아이보리 1월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운동의 처음은 동생 회사에서 선물해준 1개월 무료 이용권 덕분이었는데, 당시에는 등록만 하고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가 올해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소소한 시련들을 맛본 후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꽤 괜찮았다. 내일도 나가볼까, 하고 나갔고. 내일은 나가지 말아보자, 하면 그 다음날 아침 몸 컨디션이 영- 엉망이었다. 그러니 다음에는 꼭 나가자, 가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고, 인바디를 쟀는데 모든 몸이 '적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트레이너도 지표를 보더니 놀라면서 칭찬해줬다. 이렇게 딱 5월까지 열심히 하면 몸이 엄청 좋아질 거라고 했다. 이번주 월요일에도 운동을 했고, 화요일에도.. 2016. 3. 10. 이월의 시옷 2월의 시옷의 책은 로베르트 무질의 였다. 기석이가 선정한 책이었다. 나는 거의 읽질 못하고 모임에 갔다. 다들 많이 읽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다. 소윤이만 다 읽었다. 소윤이는 힘들게 읽었는데, 무질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하지 않고 빙빙 둘러서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그런 무질의 이야기를 빙빙 둘러 따라가보면 그곳에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무질이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다고. 그러니 그렇게 읽어야 했다고. 그게 무질이 원한 거였다고. (소윤이의 말을 적어두질 않아서 내 멋대로 해석했다) 봄이는 성격 없는 인간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의 자신의 성격이 정확하게 무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시옷에서 이렇지만, 회사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이야.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모습이고. 어.. 2016. 3. 8. 익선동, E 세어보니 거의 일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E와 나는 작년 이맘 때쯤 전주 여행을 갔었다. 오직 가맥집을 가기 위해. 금요일 퇴근을 하고 만나 고속도로를 달려 한밤에 전주의 복작복작한 가맥집에 마침내 앉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설레였었나. 그때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서울에 괜찮은 가맥집이 있다고 해서 간만에 E와 만났다. 우리는 클라우드 맥주병으로 테이블 한 면을 가득 채웠다. 먹태도 먹고, 과자도 먹고, 사발면도 먹었다. E는 역시 맥주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맥주는 어떻게 이렇게 질리지 않을까. 맥주를 마시다보니 비가 왔다. 술맛이 더 났다. 우리의 목표는 잔뜩 마시고 취하지 않기였다. 익선동은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언니, 요즘 이 골목길이 뜨고 있대요. E.. 2016. 2. 23. 진짜 새해 설연휴가 지났다. 1월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날들보다 다사다난했던 날들이 더 나은 나로 이끌 거라 생각하고 있다. 구정을 진짜 새해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 본다. 새해에는 지난 1월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기를. 마음 아픈 일은 적기를. 내가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를. 새해에 할아버지, 할머니, 남해바다를 보고 왔다. 잘 될거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우리 모두 새해 복 많이. :) 2016. 2. 11. 합정, J 우리는 자리를 옮겨 또다른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쉴새없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애의 얼굴에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애가 맥주 한 잔을 빠르게 마셨다. 내 얼굴도 그랬겠지. 안 들키려 노력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그애가 말을 놓자고 했다. 그 뒤로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말을 놓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씨가 되었다. 좋아하는 합정 산책길을 걸어 역으로 왔다. 어제, 나는 그애의 진짜 마음이 궁금했다. 2016. 1. 29.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