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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십이월 이십이일 4 2009.12.23
  2. 십이월 이십일일 12 2009.12.22
  3. 십이월 12 2009.12.04
  4. 요리사진들 15 2009.10.29
  5. 노트북 10 2009.09.22
  6. 고양이 장례식 7 2009.09.19
  7. 자네, 고독한가? 그럼 별을 보게. 6 2009.09.04
  8. 팔월 마지막 날 6 2009.08.31
  9. 8월 24일 월요일 2 2009.08.24
  10. 팔월, 여름 4 2009.08.14

십이월 이십이일

from 모퉁이다방 2009. 12. 23. 00:30

    오늘은 B씨네 집에 갑작스레 초대받았다. B씨네 집은 포근했다. B씨의 방에는 책도 많고(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도 있었다구! B씨도 영화 실비아를 보았단다.), 씨디도 있고, 아주 보드라운 극세사 이불도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고 보드라운 기운을 삼십초 동안 고스란히 받았다. B씨 방의 벽에는 여러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는데, 거기에 B씨의 어릴 적 사진도 있고, 김연수 사진도 있고, 렛미인 전단도 있고, 원스 전단도 있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틸도 있었다.

    B씨는 내가 좋아하는 호두 반찬을 내 왔고, 도라지에 버섯, 멸치 반찬, 깍두기에 닭도리탕까지 내왔다. 아, 조개가 들어간 냉이국도 있었다. 물론 다 B씨의 어머니께서 해 주신 국과 반찬들. 아, 맛났다. 사간 맥주 캔을 각자의 유리잔에 가득 따르고 밥과 함께 먹었다. 그야말로 반주. 밥을 다 먹곤 반찬을 치우고 맥주를 마셨다. 사온 맥주가 모자라자 B씨는 아버지의 맥스 맥주를 내왔고, 맥스 맥주가 다 떨어지자 역시 아버지의 양주를 내왔다. 양주를 얼음에 넣고 야금야금 마셨다. 11시가 되었고, 우리를 위해 일부러 마실을 나가신 어머니가 돌아오실까 걱정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아주 따뜻한 저녁이었다. 고마워, B. 오늘부터 B씨, G씨 사이에서 언니 동생 사이 하기로 했다. 12월 말이 되니 매일매일이 아쉽다. 좋은 사람과의 술자리만이 살 길. 오늘은 책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일이 목요일이면 좋겠구나. 빨랑 자야지. 보일러 온도 21도. 예약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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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이십일일

from 모퉁이다방 2009. 12. 22. 00:10

    요즘 아침마다 건대입구역에서 치즈맛 굿모닝 과자를 뽑아 먹는다. 하나에 팔백원. 그리고 자판기에서 크림커피를 뽑아 먹으면 12시까지 꼬르륵 소리 안 내고 버틸 수 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의외로 든든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씨네21을 사고, 굿모닝 과자를 뽑았다. 열차가 들어올려고 해서 번호를 누르고 반환레버를 쉴새없이 눌렀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과자가 두 개가 나왔다. 앗싸. 크림커피는 못 뽑았지만, 횡재했다 싶어 룰루랄라 전철을 탔다. 월요일의 시작.

    오랜만에 명동에 갔는데, 역시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 이런 혼잡스런 명동 분위기가 참 싫었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신나더라. 벌써 크리스마스 주잖아. 벌써 이십일일이잖아. 시간이 참 빠르다. 나도 내년이면 서른 하나, 가 된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명동 비어할레에 갔다. 셋이서 앉아 맥주를 마시며 꿈 얘기를 했다. 나는 얼마 전에 실제로 울어버린, 서러웠던 꿈 얘기를 했고, B씨는 얼굴 없는 남자가 자꾸 자기를 때린다는 꿈 이야기를 했다. B씨는 '연애 절실'이다. H는 자면서 계속 웃는단다. 좋은 꿈 꾸는 것도 아닌데, 룸메가 계속 웃는다는 제보를 해 주었단다. 딱 H같은 상황이다. 그렇게 꿈 얘기를 하니, 배수아의 <북쪽거실>이 읽고 싶어졌고, 언젠가의 내기에서 진 B씨는 자기가 읽던 그 책을 내게 선물한다 했다. 앗싸.


    나는 요즘 정이현의 새 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는 중이예요. 오늘은 말했다시피 맥주를 마셨구요. 명동 비어할레에는 월요일인데도 맥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더라구요. 그걸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최근에 본 영화는 <아바타>구요. 이층에 봄 적립카드는 벌써 한 장을 가득 채웠어요. 무려 두 잔의 공짜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아껴둘려구요. 항상 거기 가면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시는데, 더 비싼 거 마시고 싶어지는 날 그걸 쓸 거예요. 요즘 제일 자주 듣는 음악은 루시드 폴의 새 앨범이요. '문수의 비밀'이란 노래는 왜 그렇게 귀여운 거예요. 말 못하는 동물을 두고 아빠와 걷을 때 행복하다느니, 폴은 그렇게 자기 멋대로 생각해도 되는 건가요? 요즘은 집에서 요리를 거의 못 해먹고 있어요. 얼마 전엔 아빠가 홈쇼핑에서 고등어를 몇 십마리 주문해주었는데,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고걸 노릇노릇하게 구워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단, 집안 가득 비린내가 가시질 않는다는 거. 요즘 난 그래요. 이렇게 나의 십이월이, 나의 서른살이 가고 있어요. 하지만 곧 일월이, 나의 만 스물아홉이 다가온다는 거. 헤헤- 당신의 십이월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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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from 모퉁이다방 2009. 12. 4. 00:51


    아주 추워졌다. 정말 이제 겨울인가봐. 오늘이 벌써 십이월 삼일이니까. 집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세탁기에 있는 수건을 다섯 장 꺼내서 세제 풀어서 팍팍 손빨래했다. 따뜻한 물로 몇 번 헹궈주고 팔에 힘을 꽉 줘서 비틀어 짰다. 얼마 전에 노끈을 꼬아서 방을 가로지르는 빨래줄을 만들어 놓았는데, 일종의 가습기 대용이랄까. 그 위에 다섯 장의 수건을 나란히 널었다. 윗풍이 세고 오래된 이 집에서 겨울이 나는 방법은 보일러를 빵빵하게 트는 것인데, 가스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 더군다나 전기세고 가스비고 다 올랐다는데. 어흑. 


 
   이 겨울, 요즘 내가 빠져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이름은 시와. 오지은과 친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노래를 듣게 됐다. 2층에 봄에 앉아 있는데 어떤 좋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음이 뭉클거리면서 움직였다. 내가 항상 탐내는 2층에 봄 애플모니터를 힐끔 보니, 시와의 노래였다. 집에 가서 플레이어에 넣어야지, 생각했다. 넣어두고서 잊고 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길상사에서'라는 노래를 재생했는데, 아름다웠다. 슬프고, 맑았다. 노래를 끝까지 들으면 세 번의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분명 길상사의 풍경소리겠지. 바람이 그 풍경을 움직였을 거다. <봄날은 간다>가 생각났다. 그리고 세 번의 풍경소리 뒤로 바람소리도 들렸다. 처음엔 자동차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럴리가 없잖아. 그건 바람소리가 분명해. 오지은 홈페이지를 보니 1집을 만들고 있는 중이란다. 기대된다구요. :D 십일월의 어느 날에는 하루종일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다니까. 눈이 내리면 길상사에 가 봐야지. 4호선을 타고 가서, 버스로 갈아 타면 갈 수 있단다. 그 때도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만화를 그리는 사람. 소복이. 오늘 서점에 가서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를 당장 구입했다. 빌려 읽었는데, 당장 사고 싶을 정도로 소중했다.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따스해서, 그리고 위안이 되어서, 사랑스러워서 고맙고 고마웠다. 소복이님한테.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은 소복이님과 소복이님 친구들, 가족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소복이님은 소개팅을 몇 번 하는데, 그 때마다 남자에게 어김없이 하는 질문, "어떤 음악 들으세요?" 두 사람이 김종국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남자는 소복이가 루시드 폴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외국가수냐고 했다. 책의 마지막 이야기를 보면 소복이님은 루시드 폴을 듣는 남자를 만난 게 분명하다. 그 음악이 루시드 폴이 아니라면, 루시드 폴이 외국 가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남자. 친구들이랑 성북동 걷는 이야기, 독일에 있는 친구랑 메신저 하는 이야기도 좋았다. 언니야,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옆에 있는 것 같다. 언니야, 바람부는 대로 살자. 라고 친구가 말해준 것도. 언젠가 이 책에 소복이님의 사인을 받게 된다면 멘트는 '바람부는 대로 살아요'라고 해 달라고 해야지. :)

    저 분홍형광빛 요란한 책의 제목은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두 권 다 책에 타이핑 된 글자는 없다. 모조리 손으로 쓴 손글씨와 손그림.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의 내용은 매화동 사람들 이야기. 소복이님이 매화동 사람들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싶어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만든 만화란다. 우주의 정신님이 보낸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와 지구인의 삶의 의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이야기랄까. 역시 따뜻해. 눈물 날 뻔한 장면은 연극을 하는 상범씨. 상범씨가 그린 그림을 보면 사람의 얼굴인데 귀가 아주 크고, 눈이 세 개고, 입이 점처럼 작다. 많이 듣고, 많이 보고, 적게 말해야 되겠다는 그의 의지를 표현한 그림. 아, 완전 동감이다. 나 요즘 계속 말을 적게 해야 해, 생각한다. 많이 듣고, 많이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사실 술을 처음 먹어봐요' '저도 사실 오늘이 세 번째예요.' '그럼 마셔볼까요?' '맛이 어때요?' '맛이 없어요.' '그럴 때는 이렇게 안주를 먹으면 돼요.' '그렇지만 안주를 너무 많이 먹으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럼 마음 속의 것들이 술술 나올 때는 언제인가요?' '일곱 잔쯤 마시면 될 거예요.' '저는 50살에 자살할 거예요.' '그때 너무 잘 살고 있으면요?' '그럼 그냥 오래 살구요.' 

    이런 식의 이야기, 정말 좋다니까. 홍대역 4번 출구 밖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만화책을 봤는데, 추운 줄도 모르겠더라. 그리고 계속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느낌. 오늘 친구를 만나면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지 하는 생각. 이렇게 추운 날 이런 만화를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고, 이 정도면 행복한 거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만화였다. 난 완전 당신의 팬이 되어버렸다니까요. 헤헤- 그러니, 다행이지요. 소개글에서처럼 당신이 그림도 조금 그리고 글도 조금 쓸 줄 알아서. 고마워요. 나 두 권 포개서 쌓아두고 언제든 우울할 때 금방 펼쳐볼 수 있는 자리에 둘 거예요. 얼마나 멋진 직업인가요. 사람을 따스하게 하는 만화가라니. 나도 소복이님이 계속, 변함없이 만화를 그릴 수 있길 바래요. 세번째 책도 기다릴께요- 십이월 술 많이 먹고, 실수하지 말고, 조금 울고, 많이 웃으면서 보내세요. 아, 저 홈페이지도 매일 간답니다. 흐흐흐-

     아, 나도 만화를 그리고 쓸 줄 아는 아이였다면, 내게 그런 재주가 있었다면, 오늘 그려두고 싶은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예를 들면, 우리가 앉아 있었던 세종문화예술회관의 계단. 내가 좋아하는 닭스의 사장님. 그 닭스는 아주 특별해서 소금구이와 계란탕이 무엇보다 맛나고, 항상 외국뮤지션의 공연 실황 DVD만 틀어준다. 오늘은 마이클 잭슨이었다. 기타로 벽을 장식해 놓고. 그리고 가배나루의 라떼, 고양이, 이준기. 우리가 마신 밀크커피와 크림커피. 무릎을 달달 떨게 만들었던 십이월의 바람. 이런 걸 죄다 그려넣을 수 있을텐데. 아쉽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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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진들

from 모퉁이다방 2009. 10. 29. 00:20

    갑자기 내가 요리한 음식 사진이 보고 싶어져서 디카를 뒤졌다. 언젠가부터 잘려고 이불 깔고 누웠는데 살짝 배가 고파질 때, 살짝 울적해질 때 요리책을 뒤적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더라. 지금 사고 싶은 책이 두 권있는데 한 권은 맥주에 관한 책, 한 권은 이탈리아 요리에 관한 책이다. 맥주 책은 기네스 맥주잔을 같이 주고, 이탈리아 요리 책은 요리 DVD를 함께 준단다. 캬오. 과연 언제 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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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from 모퉁이다방 2009. 9. 22. 23:23


    노트북을 고쳤다. 막내 동생이 원서 쓴다고 자꾸 컴퓨터를 독점해서. AS센터에서는 고장난 데가 없다고 했단다. 뭘 좀 손 봐주긴 했다는데, 아무튼 이제 소리가 안 난다. 야호. 노트북 키보드 소리, 정말 좋다아. 서비스센터 직원이 계속 7년된 기종이라고 말했단다. 뭐 말할 때마다, 이게 7년된 기종이라서. 7년된 기종은 노트북도 아닙니까. 내 완소 핸드폰도 벌써 3년 넘은 것 같은데. 5년 넘어서까지 써야지.


   내일은 Y언니가 화요비라 부르는 둘째 동생 생일. 집에 들어오는 길에 동네 정육점에 들러서 소고기를 육천원치 샀다. 핏줄을 빼고, 미역을 불리고, 마늘을 다지고. 불린 미역을 먹기 좋게 자른 뒤 마늘이랑 참기름이랑 넣고 달달 볶다가, 고기 넣고, 물 넣고, 1시간 넘게 끓였다. 집 안 가득 퍼지는 참기름 냄새- 마트에서 모듬버섯 할인해서 사왔다. 내일 굴소스 넣고 볶아야지. 계란 한 판도 샀으니 계란찜도.


   이건 좀 된 이야긴데, 그러니까 저번 주 이야기. 지하철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고 있는 남자'아이'를 봤다. 김연수 책을 읽고 있는 남자아이를 우연히 지하철에서 마주치다니. 감격스러워서 자꾸 훔쳐봤다. 커다란 띠지는 벗긴 상태였고 (B씨도 그렇게 읽고 있었음), 음미해가면서 읽는 듯 자꾸 지하철 창 밖을 쳐다봤다. 자리가 나서 그 아이의 옆자리에 앉았는데, (마침 난 '딱' 그 전날 다 읽어서, 책이 없었다. 조금만 늦게 읽었음 같은 책을 보는 서로를 발견했을텐데 말이지. ㅠ) 정말 뭐라도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Y언니는 '사인본이세요?' 라고 물어봤으면 로코를 찍을 수 있을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캬.


     아. 오늘 집이 너무 엉망이라 미역국 끓이는 중에, 설겆이에, 방 쓸고 닦고. 힘들다. 힘들어. 먼지는 왜 맨날 쌓이는 걸까? 또 어질러질 텐데, 왜 치워야 할까. 청소는 왜 이렇게 자주 해야 하는지. 엉엉- 청소해주는 로봇 있었으면 좋겠다아. 이 글은 노트북 고친 기념. 왠지 그냥 자기 아쉬워서. 모두들, 좋은 꿈- 좋은 밤- 좋은 가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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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례식

from 모퉁이다방 2009. 9. 19. 00:52

    덜컹덜컹거리는 웹툰. 덩달아 마음이 덜컹거리게 되는 이야기. 오늘로 세 번째다. <고양이 장례식>. 덜컹덜컹거리는 마지막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너와 내가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면, 혹은 조금 더 나란히 걸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면, 각자 반대쪽 창 밖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겠지만 한 곳을 향해 함께 가는 그 마지막 시간이 있었다면 말이다. 그랬다면, '우리'는 조금은 애절한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애틋한 '너와 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 10분 여의 시간이 위로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나는 그 참을 수 없는 덜컹거림 때문에 터미널에서 이별을 했다. 이건 후회의 감정이 아니라, 뭐랄까.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류의 궁금증이다. 조금은 슬픈 궁금증. 택시를 타서 시내로 나간 너와 나는 어떻게 이별 했을까, 하는.

    이 웹툰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세 컷은, 아주 따스하다. 이 웹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세 컷 전에 남자와 여자는 다시 헤어진다. 하루동안 같이 기르던 고양이 장례식을 치르느라 함께 있었던 여자와 남자는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 나란히 앉아서 또 다시 다가오는 이별을 준비한다. 남자가 말한다. 스윽. 우리..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까만 덜컹덜컹. 남자는 내렸을 거다. 이건 두번째 이별이니까, 그냥 '안녕'이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며 내렸을 지도 모른다. 첫번째 이별에서도 남자가 먼저 내렸을까. 아니면 반대로 여자가 먼저 내렸을까. 이어지는 장면은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던 덜컹덜컹 순간. 이건 분명 여자의 회상일 거다. 여자는 지하를 지나는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남자가 먼저 내린 지하철 안에서 그 순간을 떠올린다. 우리도 좋았을 때가 있었지. 이렇게 헤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순간이 있었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찌릿했던 순간들이 있었지.

    바로 다음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화면이 밝아진다. 지하철이 지상 위로 올라온 것. 주위가 환해진다. 여자의 머리카락도, 코 끝도, 입매도 밝아진다. 여자 주위의 공기도 밝아진다. 그리고, 여자가 앉은 창 뒤로 초록색 나무들이 보인다. 오늘 내가 3층에서 바라본 풍경처럼 나무 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사악사악. 소리 없이 시원하게. 사악사악. 눈이 부셔 손을 눈썹 위로 올려야 할 정도로 빛나는 초록빛. 그렇게 <고양이 장례식>은 끝난다. 이 만화를 소개해 준 칼럼에는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들은 보지 말라고 경고해놓았는데, 나는 그 반대다.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들이 보길. 이 빛나는 초록의 나무와 시원하게 사악사악 흔들리는 바람의 흐름을 보길. 사실 이건 마음을 아주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 보일까. 그게 보이는 사람은 또 나같이 다 아물어 딱지가 떨어진 사람들일까. 결국 칼럼의 경고가 맞는 걸까. 어찌되었든 다, 괜찮아질 거다. 이 상처, 이 아픔, 이 후회, 이 미련 다 사악사악 괜찮아질 거다. 이건 내가 경험해 봤으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 난 이 마지막 장면이 정말 좋다니까. 



고양이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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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오늘은 정말이지 우울한 날이었다. 오후 세 시에는 정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몰려왔다. 여섯시 무렵에 이렇게 집에 곧바로 들어가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 보도자료에서 보았던 그 행사에 가자고 결심했다. 시집을 챙겨왔지만, 하루종일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그리고 그 곳에 간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유일하게 잘한 일이었다. <별은 시를 찾아온다>. 이건 시집인데, 올해가 세계 천문의 해란다. 그걸 기념해서 50명의 시인이 시를 썼고, 그 시들을 모아서 시집을 냈고, 오늘이 바로 그 축하파티 하는 날. 정독 도서관이니 슬그머니 가서, 김경주 시인의 낭송을 듣고오자 생각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쩔어있었던 H씨가 아주 슬그머니 합류했다.

   정말이지 가길 잘했다. 안 갔으면, 집에서 내내 답답해하고 있었을 거다. 행사는 퍼포먼스에, 개회사, 시 낭송, 무용, 또 시 낭송, 노래, 마지막 시 낭송, 퍼포먼스로 이어졌는데, 모두 다 좋았다. 아(!), 거의 다 좋았다. 특히 시인들의 시 낭송이 참 좋았다. 별들이 많이 보이진 않았지만, 검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시를 읊는 사람이 있었고, 그걸 듣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라이브 연주와 함께 했는데, 기타 소리도 좋았고, 이름을 모르는 악기들의 소리도 좋았다. 어떤 이는 그게 별의 소리 같다고 했다. 샤르르르. 별이 흐르는 소리. 은하수의 소리. 사람의 소리도 좋았다. 사람의 소리는 성우 김상현씨가 낭송한 이백의 '술잔 들고 달에게 묻노라'와 함께 했는데 그걸 뭐라고 하지. '소리'라고 해야 하나. 정말 이백이 바다 같이 넓고 깊은 중국의 호수 위에 둥둥 떠서 술 한 잔을 걸치면서 읊는 것만 같았다. '지금 사람은 옛 달을 보지 못하였건만, 지금 달은 옛 사람을 비추었으리.' (팜플렛을 뒤져보니, 그걸 '구음'이라고 한단다. 입의 소리라는 건가.)

     시인들은 낭송 전에 어떻게 해서 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주었는데, 그게 또 시 같았다. 우주에 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무엇보다 지구가 가장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이 시를 썼어요. 김경주 시인의 말이다. '여독'을 낭송하기 전에 기타 연주를 했던 최고은씨가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그 노래가 정말 우주에서 둥둥 유영하며, 저어어기 멀리서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경주 시인 사투리 들으러 간 거였는데, 사투리 안 쓰시더라. ㅠ) 어떤 시인은 지구를 아주 커다란 화분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우리는 그 화분 안의 꽃이고. 어떤 시인은 추운 별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게 시인이 아는 한 명왕성이었고, 그 별에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했다. 반대였던가. 내 기억이 이렇게 엉망이다. 

    그리고, 별이라며 커다란 정독 도서관의 나무 위에 매달아놓은 노란 끈이 흔들렸다. 연극배우 장용철씨가 자신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배우는 이게 별이라 했다. 끈은 노랗고 길다라기만 하고 빛나지도 않았지만, 오프닝 퍼포먼스에서부터 이게 바로 별이라 했다. 그걸 사람들의 팔에다, 옷에다, 가방에다, 마이크에다 달아주며, 이게 별이라 했다. 빛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데 별이란다. 나는 그저 끈이라 생각했다. 별이라 이름 부르는 끈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클로징 퍼포먼스에서 배우 분이 아이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를 하러 커다란 사다리를 놓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 별이라 부르는 끈 바로 옆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을 때, 밤바람이 소리없이 몰려왔고 노오란 끈이 흔들렸다. 스르르 소리도 없이 끈이 흔들렸다. 멀리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고, H씨와 나는 각자가 흠모하는 대상과 같은 장소에 앉아,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더라. 그게 끈이 아니라, 별이더라. 나무에 걸린 노란 끈이 밤바람에 흔들릴 때, 그게 별이 되더라.

    이건 배우 장용철씨 말의 패러디랄까. 그 분은 지난 달에 읽었다며 이런 구절을 우리에게 말해줬다. '자네, 고독한가? 그럼 책을 읽게.' 그리고 책의 자리에 다른 걸 바꾸어 넣으면 또 다시 완벽한 문장이 된다고 했다. 이를테면 음악, 영화, 연극, 사랑 등. 그럼 나는, '자네, 고독한가? 그럼 별을 보게.' 그 곳에서는 목요일이라 그런가 (풉)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여줬다. 커다란 달도 보여줬다. 목성의 위성은 하이테크 펜으로 점 하나 찍은 것처럼 작았지만, 달은 정말 커다랬다. 커다란 달이 내 눈 앞에 펼쳐졌는데, 뭐랄까. 뒷 사람만 없었으면 5분을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보고 싶었다. 달은 표면은 아름답더라. 그리고 정독도서관 자판기에는 크림커피가 있더라. 그러니, 다시. 자네, 고독한가? 그럼 달을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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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마지막 날

from 모퉁이다방 2009. 8. 31. 22:06

팔월이 간다. 여름도 간다. 구월이 오고, 가을이 온다.
아, 이렇게 빨리 가고, 빨리 오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제 걸을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오늘도 한참을 걸었다. 
충정로에서 광화문까지, 사가정 홈플러스에서 집까지. 
이건, 핸드폰에 꾹꾹 담아둔 나의 팔월.




팔월에 내가 아끼는 과자가 둘 있었으니, 그 중 하나. 
팔월 초반에 내가 늘 너와 함께 하였나니.
이제 잠시 이별하자꾸나.




이런 하늘이 내게 와 주었지.
극장에서 표 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하늘이 내게 와 주었다.
예쁘다. 정말. 해가 질 무렵. 여름에는 이 시간에 해가 지곤 했지. 



이건 제천의 밤.

이건 제천의 아침.

그리고, 이건 제천의 또 다른 아침.
아, 생각난다. 소리들.



이게 와인으로 보이시죠?
이게 바로 에스프레스 마끼야똡니다.
상상마당 6층.



집 앞에 맛난 등갈비 집도 있다.
 서비스로 순두부 찌개를 주는 집. 캬오.



맥도날드 컵도 하나 획득했다. 자주색이다.
시장에서 닭갈비 사다가 먹은 날.



비가 많이 오던 날.
그리고, 정동길.



혼자서 영화도 잘도 본다.



왕십리의 아이리쉬 포테이토는 어찌나 맛난지.



산낙지랑

두툼한 놀래미 회랑

술.
동네에 회 싸게 파는 곳이 생겼다.
술이랑 야채는 각자 사서 가는 곳.
산낙지 맛이 끝내준다. 띠옹-



그리고 이건 오늘의 하늘.
팔월에는 하늘을 많이도 봤다.
그리고 팔월의 하늘은 어찌나 스펙타클한지.
고마웠어, 팔월의 하늘아.

 


사진들이 거의 다 먹은 것이구나. 쩝.
그래도 다행이다. 다 행복한 사진들이라서.
팔월에는 행복한 순간이 열 다섯번이나 있었어. 야호.
구월에도 행복한 순간들을 꾹꾹 많이 담아둬야지.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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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월요일

from 모퉁이다방 2009. 8. 24. 21:53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엠피쓰리 플레이어는 고장났고, 읽을 책은 가방 안에 두 권이나 있었는데,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도 많고, 배도 고프고. 이제 을지로 입구구나, 이제 신당이구나.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서 있었다. 아. 왕십리에서는 얼마 전에 먹은 아이리쉬 포테이토 생각을 했다. 그 때는 칠리 소스를 먹었는데, 다음 번에는 느끼한 소스를 먹어야지, 생각했다. 아. 문자도 주고받았지. Y언니는 분노의 껌을 씹고 있다고 했고, B씨는 내게 지조를 지키라고 했다. J동생은 순대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니깐, 공부하러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다. 

    7호선으로 갈아타면서는 반찬을 사야지, 생각했다. 집에 남은 피망이 있으니, 잡채용 돼지고기를 사서 간장 양념을 해서 볶아 먹을까. 그러면 양파나 당근을 조금 사야지. 시장에서 밑반찬도 사자. 요즘 애호박이 싸던데, 송송 썰어서 밀가루에 계란 묻히고 구워먹으면 맛있겠다, 라는 생각들. 반찬 생각을 하니 주린 배가 더 푹 꺼져서 과연 시장까지 걸어갈 수나 있을까 염려되었으나, 오늘 시장을 안 가면 내일 도시락 반찬을 싸갈 수가 없으니 갔다. 마트에 가서 잡채용 돼지고기를 샀다. 흙당근도 딱 하나만 샀다. 시장을 걸어나오면서는 3개에 천원하는 빵 세 개를 샀다. 이건 내일 간식해야지. 비싸서 매번 살까 말까 했던 호두도 오천원치 샀다. 두부 가게에 오늘 J씨가 반찬으로 싸온 고추부각이 있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참았다. 밑반찬도 사야 하니까. 시장 초입 반찬 아저씨에게 들러, 고추 반찬만 산다는 게, 무말랭이도 많이 주신다는 말에 고추 반찬 삼천원치, 무말랭이 이천원치를 샀다. 안경점 아저씨를 피해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왔다. 

   렌즈를 빼고, 눈화장을 지우고, 손을 씻고. 냉동실에 있는 멸치를 꺼내 마른 팬에 볶았다. 이래야 멸치의 비린 맛이 안 난단다. 볶은 멸치를 잠시 치워두고, 기름을 두르고 채 썬 마늘을 넣었다. 마늘 익는 냄새가 기분 좋게 풍겼다. 거기에 다시 볶은 멸치를 넣고, 씻어둔 호두를 넣고, 간장 양념을 넣었다. 커다란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서, 아저씨에게서 산 반찬들을 통에다 넣었다. 아저씨는 월요일이랑 목요일날 오시니까, 다음주 월요일에는 오징어 젓갈을 사야지. 돼지고기 반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반만 간장 양념했다. 굴소스도 한 숟갈 넣었다. 후추도 약간 뿌렸다. 당근도 반만 썼다. 잘게 채 썰어, 피망만 함께 넣어두었다. 이건 내일 일어나자마자 요리해서 반찬으로 싸가야지. 멸치 볶음 불을 줄이고, 요리당이랑 깨소금을 넣고 보니, 어째 이건 내가 봤던 요리의 색깔이 아니다. B씨의 어머니가 싸 주셨던 반찬은 이리 탁하지 않았는데, 맑았는데. 비싼 호둔데. 맛있어야 하는데. 

    세수를 하고, 아까 사온 베지밀을 커다란 컵에 따랐다. 그리고 친구가 싸 준 생식가루 두 개를 탈탈 털어넣었다. 요리를 하고 나니, 입맛이 없어졌다. 베지밀을 두 개나 따랐더니 너무 양이 많아 꾸역꾸역 겨우 마셨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한RSS로 들어갔다. 여긴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들의 리스트들이 수 십개 있는 곳. 새 글이 올라오면 새 글이 올라왔다고 알려준다. 역시 모두들 그 분 이야기다. N님의 글을 읽고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아아. 지하철에서 또 내가 한 짓이 생각났다. 제천의 동영상을 본 것.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의림지에서 제천 시내로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제천 외곽의 풍경을 담았다. 1분 44초 영상인데, 버스 창가에 손을 내밀고 찍은 영상이다. 그 1분 44초 속엔 제천의 나무가 있고, 제천의 하늘이 있고, 제천의 신호등이 있고, 제천의 집이 있고, 제천의 차가 있고, 제천의 바람이 있다. 온통 파랗고, 푸르다. 그 날의 온전한 기운을 1분 44초동안 느낄 수 있다. 이걸 보고 있으면 1분 44초 동안 입꼬리가 올라간다.

    또. 어젯밤엔 잠이 안 와서 박민규의 소설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카스테라'를 읽고선 뭐랄까. 마음이 따뜻해져 버렸다. 마지막 냉장고 안에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놓여져 있었을 때, 그걸 아이가 발견했을 때, 아이가 그 카스테라를 깨물었을 때, 그리고 그 문장을 읽을 때, 눈물이 찔끔 났다. 그래, 그래. 얼마 전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갔는데, 작가님이 그러셨다. 아주 무시무시한 말이었는데,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언젠가 마흔 두 살의 나이가 됩니다.' 이 말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마흔 두 살이란 나이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 나이 지금 서른. 마흔 두 살이 되려면 십 이년이 남았는데, 사실 그보다 훨씬 덜 남았지만. 이렇게 별 볼 일 없이 늙어갈까봐. 그래서 별 볼 일 없는 마흔 두 살이 될까봐. 그래서. 그 말이 무시무시했다. 뭔가가 조금씩 그리고 많이 걱정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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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여름

from 모퉁이다방 2009. 8. 14. 01:07
 
    너무 피곤해서, 영화보면서 꾸벅꾸벅 졸았는데도,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누워야지 다짐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일주일이 길게 느껴지냐 굽 높은 구두를 벗어버리고 싶었는데도, 막상 씻고나니 잠이 달아나 버린다. 오늘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힌채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있는 키다리 삐에로 청년을 만났다. 삐에로 청년은 바지 안에 자기 키만큼 길다란 다리를 감추고 있었다. 아. 요즘 왜 이렇게 흥이 안 나지. 너무 더워서 걷지를 못하겠다. 지금, 쓰레기 차가 왔다. 금세 간다. 


 







재주소년이 부르는 '그런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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