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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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서재를쌓다 2014. 1. 16. 20:15
사실 표지에 반했다. 잘 지은 밥에 명란젓 한 쪽. 진짜 맛있어 보인다. 제목도 . 재미나게 읽었다.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데, 읽다 보면 실망스러운 책이 많았다. 사진만 너무 많거나, 감성적이기만 한 책. 뭔가 정보와 감성이 섞인 여행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재미났다. 일본 규슈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쓴 책인데, 그 음식들의 역사를 함께 살펴본다. 이 음식이 어찌하여 일본 땅에 뿌리내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음식의 맛집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추천사에서 요리사 박찬일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일본행 비행기를 버스처럼 타고 다니느라 집 몇 채를 날려 먹었다는 소문도, 그를 앞세우고 가면 오직 손으로 모든 걸 말하는 쇼쿠닌들을 친구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는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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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만의 진실서재를쌓다 2014. 1. 16. 19:10
어제 나는 홍대 벨로주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친구가 김형경 작가와의 만남에 당첨되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갔다. 시작 시간에 거의 촉박해 도착했더니 앞자리가 비었다며 앞자리에 앉겠냐고 했다. 친구가 신나했다. 친구는 김형경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부담스러웠지만 앞자리 제일 중앙자리에 앉았다. 사실 그냥 그런 거였다.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고, 앞자리에 앉자고 해서 앉은 것. 나는 끝나고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시원한 생맥주를 먹는 게 좋겠지. 뜨끈한 국물도 좋을텐데. 이런 생각 뿐이었다. 제일 앞자리의 중앙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7시 40분에 시작한 행사는 9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두 시간 여 진행된 행사. 임경선이 함께 나왔고, 초대된 여러 독자들의 고민들을 듣고 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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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서재를쌓다 2014. 1. 11. 22:30
'2013년 11월의 우리, 김연수'라는 연두색 싸인이 있는 책. 다른 곳에서 먼저 읽었던 소설은 읽지 않았다. 깊은 밤 기린의 말,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면목동에 살 때 파주 회사까지 1시간 여를 전철을 타야 했다. 출근할 때 1시간, 퇴근할 때 1시간. 그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책을 읽었다. 물론 잠이 모자라 졸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들이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는 장소로 전철이 최고였다. 집중이 최고로 잘됐다. 응암동으로 이사를 하고 전철을 타는 시간이 10여 분으로 줄었다. 단편 하나를 읽기에도 짧은 시간이고, 금새 합정역에 도착하니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요즘 책이 잘 읽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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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서재를쌓다 2013. 12. 31. 00:01
100자평을 살펴보다 깨달았다. 만화 의 주인공은 전혀 고독해보이지 않았다는 걸. 그러네. 그런데 드라마의 고로 상은 고독해보였나? 흠. 고로 상도 그닥 고독해보이지 않았구나. 그냥 혼자 먹는다는 것 뿐. '고독한'은 말 뿐인 고독함이구나. 혼자, 라는 의미일 뿐. 만화 는 드라마보다 건조하다. 건조하다, 는 표현이 맞나.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는 어느 회나 해피엔딩이다. 늘 맛있고, 늘 만족스럽고, 늘 과식하고. 만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좀더 실제 같다. 불친절한 서비스가 있기도 하고, 그것에 화를 내기도 한다. 맛이 그저 그런 음식도 등장하고, 주인공은 맛이 없으면 별로라고 한다. (물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지만.) 오사카에서 도쿄사람이란 이유로 어울리지 못하고 단답형의 대답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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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서재를쌓다 2013. 12. 25. 01:04
매거진 B라고. 특정 브랜드를 월별 주제로 잡는 잡지다. 브랜드 광고도 아니고, 잡지에 광고도 없다. 동생이 커피 브랜드 주제인 잡지를 사길래, 나는 맥주 브랜드 주제를 샀다. 기네스. 이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이유는 크기가 작고 얇은데 정가가 만삼천원인 이유도 있겠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급기야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기까지 했다. 언젠가 한 잔의 완벽한 기네스를 마시기 위해 아일랜드에 가고 싶어졌고, 그보다 먼저 이태원에 가서 피시앤칩스를 시켜놓고 기네스 생맥을 찐-하게 마시고 싶어졌다. 아래는 내가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인 문장들. - 기네스는 고유의 맥주 맛을 어디서나 유지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과학기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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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서재를쌓다 2013. 12. 9. 23:24
오늘도 엄청난 시간에 퇴근을 했다. 야근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긴 야근을 하고 있으면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하고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출근한다. 어떤 날은 칼퇴를 하지만, 어떤 날은 야근을 하고, 주말이면 피곤이 쌓이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내 사무실에 틀어 박혀 계절 가는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첫 눈이 펑펑 오는 것도 못 봤다. 오늘 야근을 하면서 주말에 만난 한 남자 생각을 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선택한 그 직업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68년 생.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랐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친절했다. 이번엔 북유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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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서재를쌓다 2013. 11. 30. 01:58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아버지가 있고, 많은 어머니가 있다. 많은 아들이 있고, 많은 형제가 있다. 이 소설은 그 중 한 명의 아버지, 한 명의 어머니, 두 명의 아들, 한 형제의 이야기. '씨발'년인 어머니와 폭력을 방관하는 아버지를 부모로 둔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의 이야기다. 처음엔 뭔가 싶었다. 잘 읽히지 않고 자주 책장이 덮혔다.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이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황정은이 말하는 당신,이 누굴까 생각했다. 짧은 소설인데, 속도가 더뎠다. 그러다 마지막 장이 가까워지고, 마침내 책을 덮게 되었을 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황정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홍대에서 했던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 그 때 황정은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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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소설, 대설주의보서재를쌓다 2013. 9. 25. 22:26
추석 동안 나와 함께 한 책. 이번 추석에 이 책과 나의 궁합이 잘 맞았다. 를 읽고 눈이 내리는 소설이 좀더 보고 싶어서 읽은 책이다. 소설집인데, 표제작인 '대설주의보'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 펑펑 내려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지고, 강원도의 절에서 여자와 만나기로 했던 남자는 발이 묶인다. 인연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긴 세월을 둘러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소설집 중에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 갤로퍼는 유턴을 한 다음 곧 눈발 속으로 사라졌다. 윤수는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쓰고 주차장을 모로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산문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이 잦아들어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었다. 길은 완만했으나 정강이까지 눈이 차올라 걸음이 더뎠다. 손전등을 빌려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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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 마스다 미리서재를쌓다 2013. 9. 15. 22:41
결국 맥주를 사러 나갔다. Y씨에게 이 책들을 빌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 세 권의 책을 빌려 읽어서 그런지 마스다 미리 책은 계속 빌려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지 않고 기다렸다. 이번에 책을 대거 구입한 Y씨가 비닐도 뜯지 않은 이 책들을 빌려줬다. 오후 내내 잠에 취해 있었다.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무료영화를 찾아보다 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 전에는 Y언니가 추천한 2회를 보다 중간중간 잠이 들었다. 할 때쯤 잠에서 깨 추석을 앞둔 주말에 이게 뭔가,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들었다. 를 보고 마스다 미리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를 읽은 후에 맥주가 땡겼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편의점에 다녀왔다. 요즘 나의 홈메이드 안주는 번데기. 통조림 국물을 다 따라내고 물을 약간 넣어 끓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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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 제7일서재를쌓다 2013. 9. 14. 23:32
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푸른숲 위화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과거를 가진 작가일까.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새삼, 그게 궁금해졌다. 를 읽고 엉엉 울었었다. 언제 그 책을 읽었는지,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래 전 기억이라 자세하게 떠오르지 않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은 있다. 내겐 의 절판된 하얀 표지의 책도 있고, 새로 개정된 빨간 표지의 책도 있다. 같은 내용인데 이 책만은 두 권 다 가지고 있다. 한 권도 처분을 하지 못하겠다. 흰색의 조금은 촌스런 절판된 책에 더 정이 가긴 한다. 처음 읽었던 판본이니까. 그렇게 위화의 책을 만난 뒤로 예전에 썼던 책을 읽기도 했고, 후에 출간된 책도 읽었다.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그의 모든 책은 애정을 가지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