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
따뜻한 편지들서재를쌓다 2013. 9. 14. 22:05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진 도모노리 지음, 황선종 옮김/더숲 새로나온 책 목록을 보다가 발견한 책. 의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다. 의 부제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돌아가고 싶은, 낭비 없고 간소한 나만의 집을 짓는 것에 대하여'. 이번 책의 부제는 '세계적 건축가와 작은 시골 빵집주인이 나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건축 이야기'. 홋카이도에 '맛카리무라'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거기에 '블랑제리 진'이라는 작은 빵집이 있다. 꾸밈 없는 건강한 빵을 장작에서 구워내어 파는 빵집이다. 블랑제리 진에서 장작에서 빵을 구워내는 진 도모노리가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에게 손편지를 보낸다. '이런 저희 가족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빵집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마무리되는 의뢰서였다. ..
-
안녕, 눈사람 - 눈의 여행자서재를쌓다 2013. 9. 5. 23:01
눈의 여행자 윤대녕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를 꺼내 읽은 건 김연수 산문집 때문이었다. 김연수는 언젠가 꼭 한번은 눈에 고립되고 싶다면서 두 작품을 언급하는데 한 작품이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고, 다른 한 작품이 이다. 산문집을 읽고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찾아 읽었다. 그리고 를 꺼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다. 가물가물하지만 소설가가 나왔고, 소설가가 눈 속을 헤매였고, 한 여자가 있었다. 소설가가 눈 속에서 울기도 했다. 그런 이미지만 남아 있었다. 다시 꺼내 읽으니 내가 이 소설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던 건, 순전히 눈 때문인 것 같다.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는 어느 날 한 통의 소포를 받는다. 일본에서 온 소포 안에는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숫자놀..
-
여름 밤, 걷기서재를쌓다 2013. 8. 25. 18:27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마음의숲 요즘 걷고 있다. 조금 열심히 걷고 있다. 퇴근을 하고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후 운동화를 신고 불광천으로 나간다. 나이키 러닝 어플을 켜놓고 빠른 걸음으로 두 팔을 흔들며 걷는다. 어떤 날은 1시간 정도 걷고, 어떤 날은 1시간 반 정도 걷는다. 그 시간에 불광천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고, 뛰는 사람들. 누군가를 앞질러 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땀냄새를 스쳐가기도 하면서 걷는다. 오늘은 걷지 말까 이래저래 고민하는데, 일단 걷기 시작하면 즐거운 마음이 든다. 한 달 반 정도 되어가는데, 걷는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출간했을 당시 사두었다가 이제야 꺼내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어떤 문장 때문이었다. 신촌에서 새로운 수업을 듣기 시작한 친구가..
-
언젠가, 바닷가서재를쌓다 2013. 7. 11. 22:27
그래. 이 책들을 또 다 포장하고 풀고 할 순 없다. 언제고 이사를 또 갈거고, 제일 문제는 책이다. 이사짐센터 아저씨들도 책이 제일 싫다고 했다. 몇년 전에 사 놓고 아직도 안 본 책들, 아끼지만 두 번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들, 이미 마음 속에 담아 놓아 보내도 될 책들. 그리고 점점 책 욕심이 많아져서 (여기서 책 욕심은 책을 소유하고픈 욕심.)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당장 필요한 두 권의 책을 제외하고 이제 책을 팔고 난 돈으로만 새 책을 사기로. 그러려면 안 읽은 책들을 열심히 읽어야 겠지. 그렇게 팔고, 또 사고, 읽고, 팔고, 그렇게. 그런데 죄다 아끼는 책이니 그냥 보낼 순 없다. 너와 내가 만났다는 기록은 남겨두어야..
-
다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서재를쌓다 2013. 6. 17. 21:2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문학사상사 가 출판된 후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작품이 소설로 통용된다면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필연성이 없으면 - 가령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 아무도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 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 가 최종 심사에 올라갔다고 편집부의 M씨가 알려준 날의 일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른 봄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이미 ..
-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서재를쌓다 2013. 5. 20. 23:03
나는 보도자료를 읽는 일을 한다. 아니다. 보도자료를 옮기는 일을 한다. 아무튼. 이 책의 보도자료를 봤다. 아니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샀다. 어제, 권여선의 소설집을 다 읽고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책들을 꺼내 놓고 누웠다. 이 책 저 책 뒤적거렸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들었다. 손에서 책이 빠져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꿈이었는데 배경음악이 있었다. 무지하게 슬픈 음악이었다. 뻔하고 비극적인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처럼 소리가 무척 컸다. 그래서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내 앞에 아빠가 있었고, 삼촌들이 있었다. 아빠가 내 앞을 그냥 지나갔다. 그러자 삼촌들이 여기 큰딸 있네, 그랬다. 그런데 아빠가 나를 못 알아봤다. 누구쇼, 그랬다. 깜..
-
강원도 바닷가 - 나를 닮은 집짓기서재를쌓다 2013. 5. 1. 10:46
둘리틀은 남편이었다. 를 읽고 궁금했던 건, 둘리틀이 누구냐는 것. 성별은 남자이고, 작가와 정말 친한 사람. 둘리틀은 휴가를 내고 핀란드까지 날라와 작가의 여행 마지막 나날들을 함께 보내고 귀국한다. 과 두 책을 읽고, 나는 이 사람이 결혼했다고 생각하질 못했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책도 쓰고, 그러다 강원도 어느 바닷가 근처에 집을 짓고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 싱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리틀이 친한 남자친구인 줄 알았지. 남편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 둘리틀은 남편이었다. 그리고 내가 전작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둘리틀과 작가인 듯한 사람의 모습이 사진으로 자그맣게 찍혀 있는데, 왜 둘리틀이라고 이름붙여졌는지 알겠더라. 그리고 그는 생각보다 체구가..
-
더 헌트와 원숭이와 게의 전쟁서재를쌓다 2013. 1. 31. 23:11
영화 를 봤고, 소설 을 읽었다. 는 한 어린아이의 거짓말로 시작된 마녀사냥 이야기.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나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믿음'과 '불신'은 앞면과 뒷면 같다. 반대인 것 같지만, 실은 공존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내 뒤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은 약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강한 사람을 이기는 이야기인데,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좀 실망하긴 했다. 어쨌든.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요시다 슈이치가 선한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결말 부분에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건 약한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는 작가의 선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긴 소설을 썼고, 그의 열혈독자인 나는 ..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서재를쌓다 2013. 1. 27. 22:22
친구가 마스다 미리 3종 세트를 샀다. 너무 좋다면서 내게도 빌려줬다. 는 감흥이 덜했고, 나머지 두 권이 무척 좋았다. 를 보면서는 내게도 숲 가까이 사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말마다 가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구. 친구는 내게 그럴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니가 그렇게 시골에 살면 좋겠다. 내가 주말마다 니네 집에 놀러가고. 만화처럼. 나도나도. 낮에는 숲에 다녀오고, 신선한 채소로 가득한 저녁을 함께 만들어 먹고, 목욕을 한 뒤 달이 보이는 마루에 앉아 병맥주를 나눠마시는 그런 주말.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보다 더 좋았던 건 서른 넷이 되었고, 애인도 없고, 결혼할 마음도 없고, 그렇지만 혼자 늙는 건 걱정스러운 나. 그런 내게 이 만화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말해준..
-
카밀라, 지은, 우리서재를쌓다 2013. 1. 24. 21:51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어제 꿈을 꿨다. 꿈에 지금은 만나고 있지 않지만, 가끔 보고파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이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하는 말이 다 거짓이었다. 그는 도망쳐 나온 거였고, 쫓기고 있는 거였는데, 내겐 평온하다 했다. 행복하다 했다. 꿈에서도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의 말들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걸. 꿈에서도 나는 생각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슬퍼졌다. 어제 그 꿈을 꾸기 전에, 집에 오는 길에 아주 밝은 달과 아주 선명한 별을 봤다. 별들이 많았다. 작년 추석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엄마와 통영에 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통영이 충무였던 시절. 이렇게 동양의 나폴리가 될 줄 몰랐던 시절. 나는 바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