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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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모금, 에비수 맥주박물관서재를쌓다 2014. 10. 12. 11:15
도쿄는 흐렸다. 여행 첫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인천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해보니 낮인지 저녁인지 모를 정도로 흐렸다. 그래서 걷기 좋았다. 비도 오지 않았고, 원래 흐린 날을 좋아하기도 하고. 넥스를 타고 고탄다에서 내려 1시간 넘게 기다려 스테이크를 먹고, 메구로의 숙소로 이동했는데 Y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감기가 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날의 원래 일정은 고탄다에서 함박스테이크 런치를 먹고 (우린 늦어서 런치를 못 먹었지 ㅠ), 메구로 숙소에 짐을 풀고, 배경지 나카메구로를 걷고, 부유한 동네라는 다이칸야마를 구경하고, 에비스에서 저녁으로 유자라멘을 먹는 것. 아, 에비스 전에 일정이 있었다. 에비수 맥주박물관에서 갓 나온 신선한 에비수 생맥주를 마시는 것. 결국 언니는 다음날 일정을 위해 숙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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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서재를쌓다 2014. 10. 3. 22:19
책을 떠나보내며, 잊지 않으려고 옮긴 구절들. 리장 고성이 유명해진 건 지진 때문이다. 1996년 리장이 속한 윈난성 일대에 대지진이 발생했는데 리장 고성 내의 전통 가옥들은 아무런 피해없이 멀쩡했다. 발 빠른 중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리장 고성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1999년 이에 화답하듯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졌다. 그때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개보수 끝에 리장 고성은 관광지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그 무서운 버스를 타나 했는데,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버스에서의 무용담과 그 끝에 찾아낸 보물에 대해 조잘대는 엄마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다. 엄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느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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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서재를쌓다 2014. 9. 28. 22:01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 이런 시들에 포스트잇을 하나 둘 붙이다 시집이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단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아, 나는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게 되면 시집 전체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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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인한 달서재를쌓다 2014. 9. 27. 16:12
여름의 시작 즈음, 내게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 곳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곳. 이름하야 스리 파인스. 조용하고 평화롭고 화목해보이던 이 작은 마을에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사연이 있어 폐가가 되어버린 저택 안이었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교령회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교령회 도중 갑자기 죽어버렸다. 공포에 질린 채. 모두가 심장마비일 거라 추측했지만, 마을에 나타난 그는 그녀가 살인을 당한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수사를 진행한다. 그는 바로 가마슈 경감.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 옆에 있으면 어리석고 서투른 존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하지만 가마슈 옆에 있으니 온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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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서재를쌓다 2014. 9. 15. 22:37
어른이 되고 경주를 세 번 갔다. 한 번은 무더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불국사 길을 걸었다. 한 번은 추운 겨울에.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문무대왕릉을 보러 갔다. 그리고 올해 늦여름.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날, 경주에 있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양동마을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왔더니 딱 때를 맞춰 이 책이 출간되었다. 마침 옛다, 읽으렴, 이라는 듯. 세 번이나 다녀왔으니 경주를 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나는 아직도 경주를 모른다. 하긴 소개팅을 해도 세 번을 만나고 더 만날 사람인지 그만 만날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이제 나는 겨우 경주의 마음에 든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더 친해질 일이 남았다. 깊어질 일만 남았다. 때론 토라질 일도 있겠지만.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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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서재를쌓다 2014. 8. 31. 22:29
하와이로의 여행을 꿈꾸게 됐다. 훌라춤은 어디서 배울 수 있나 검색해봤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진정한 훌라춤의 의미를 알게됐다. 훌라는 하와이의 자연을 표현하는 춤이었다. 하와이의 바다, 하와이의 바람, 하와이의 파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여행한 하와이의 이곳저곳,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 하와이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예쁜 책이다. 작가의 친구가 찍은 사진이라는데, 사진들이 참 좋다. 에메랄드 빛 바다 속, 해질녘의 환상적인 노을, 해진 후 근사한 밤의 풍경이 글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마지막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말한다. "여러분도 인생을 사랑하세요. 단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잊힐 만 할 때, 하와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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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서재를쌓다 2014. 8. 10. 09:06
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작은 여행들이 나온다. 마스다 미리는 어디선가 이곳이 좋더라는 정보를 접하고 어디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훌쩍 떠난다. 혼자서,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이 책에서는 편집자 네코야마 씨와 주로 떠난다. 마스다 미리가 여기가 좋다고 하던데 한번 가볼까요 하면, 네코야마 씨는 재빠르게 정보를 수집한 후, 여기 뭐가 좋고 이렇게 가면 된대요 하고 동참하는 것. 후기에서 마스다 미리는 밤새 춤을 춘 구조하치만 여행과 교향곡 9번 합창곡의 즐거운 체험이 특별히 더 좋았다고 꼽았지만, 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여행은 해파리 여행이었다. 신에노시마 수족관의 숙박 나이트 투어. 수족관 구경도 하고, 전시실 안에서 저녁도 먹고, 전시실 안에서 잠도 자는 여행이다. 이런 여행이 국내에도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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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서재를쌓다 2014. 8. 10. 01:14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예전에 일본에는 47개의 도도부현이 있다 하니, 전부 한번 가보자 하고, 혼자 전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서랄까, 떨떠름하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걸핏하면 여행을 갑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처음으로 혼자 외국여행도 경험했습니다. 핀란드에 있을 때의 '나'도, 평소의 '나'라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내 인생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 p.5, 시작하며.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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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북카페서재를쌓다 2014. 8. 2. 08:16
상암동에 맥주를 파는 작은 북카페가 있다고 해서 7월에 갔었다. 상암동 지리를 잘 몰라 조금 헤맸다. 해가 진 뒤에 도착해서 맥주 한 잔을 시키고 이 책 저 책을 구경하다가 요 책을 꺼내 들었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어떤 서점의 소개글을 읽고 괜찮네, 생각이 들었다. 맥주 한 잔을 더 시키고 알딸딸해질 무렵 카페를 나오면서 결국 읽고 있던 책을 그대로 샀다. 나중에 이런 카페를 해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여름밤. 카페를 나서려는데, "이거 스테디셀러인데요. 헤밍웨이의 은 정말 좋아요."라며 나를 붙잡는다. 문 닫을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돌아갈 생각 없이 눌러앉아 있자 푸념을 늘어놓는 웨이터. 그러자 나이 지긋한 다른 웨이터가 '사람은 누구나 밤늦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