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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고 있습니까
    서재를쌓다 2016. 10. 12. 22:39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국 주문했다.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사두고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읽었지만, 이번 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었다. 책 두 권 읽고, 영화 몇 편 보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착각에 빠져 책을 읽었다.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에세이가 너무 적다는 거였는데, 이번 책은 모두 에세이다. 좀더 그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껏 들었고, 좋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영화를 하기 전 고단했던 날의 이야기, CCTV에서 오랜 연애를 끝낸 연인의 걸음거리를 찾아내려 노력했던 시간, 유부녀가 된 예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밤, 눈이 많이 내린 날 청주의 대학교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 "가면무도회와도 같았던 그녀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나는 조금 다른 방식의 반성을 하고는 한다" 라는 일기를 쓰는 사람, 혼자 하는 여행에서 꽤 지쳐있었을 때 좋은 바람을 만났던 기억, 사소한 기록의 욕구가 영화를 만드는 제1의 이유라는 사람, 좋아하고 매일 지나는 골목에 배우와 스태프를 부르고 그들에게 큐사인을 주는 사람, 시네마테크에서 어떤 위로들을 밥처럼 받아먹고 산 사람, 아름다움을 보고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사랑이 시작된다는 사람.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그의 새영화가 상영되었단다. 네 배우가 나오는 그의 새영화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책에 나온 제주도 여행 이야기는 'JEJU'라는 도장이 찍힌 수첩 앞장에 적어놓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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