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404

중국인 할머니 오늘 새벽에도 백수린을 읽었다. 이번엔 '중국인 할머니'였다. 환하고 둥그런 달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어제는 새벽 두시와 다섯시에 수유를 했다. 남편은 외근까지 한터라 피곤해 두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고, 나는 두시에 수유를 하다 다리랑 팔이 저릿저릿했다. 전날 밤에도 다리가 저릿했는데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있었나보다. 족욕을 자주 해주라는 이모님 조언이 있어 수유를 끝내고 세탁실에 있는 아이보리색 세수대야를 가져와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금방 식을까봐 뜨거운 물로 받았는데 발을 담그니 너무 뜨겁더라. 찬물을 조금 섞었다. 그사이 재워놓은 아이가 울어 방으로 들어가 조금 더 안아줬다. 이번에는 깨지 않고 잘 잤다. 다시 욕실로 돌아와 그새 식은 물에 뜨거운 물을 좀더 부어 뜨끈하게 만들었다. 물에 .. 2021. 7. 8.
손톱 이번주 목요일이면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도움도 끝난다. 처음 이모님이 오셨을 때 모든 게 서툴었고 3주 뒤에 혼자서 어찌하나 싶었는데 걱정할 때마다 이모님이 응원해주셨다. 산모님, 다 하실 수 있어요. 분명 다음주가 다르고 다다음주가 다를 거예요. 정말이었다. 1주차가 다르고, 2주차가 달랐다. 그리고 지금 3주차. 낮시간 동안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는 조금의 자신감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있다. 지안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매일 얼굴이 변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3.04키로로 태어난 아기가 영유아1차검진 때 벌써 4.4키로. 또래보다 약간 빠르게 건강하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막막하고 아득한 순간들이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러 처음으로 병원 수유실에 갔을 때. 수유 하는 방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2021. 7. 6.
첫사랑 불금. 남편에게 약속이 있었고,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아기를 맡기고 잠들었다. 다행이 모유양이 많아 밤에 한 번을 제외하곤 모유를 먹이고 있다. 모유가 소화가 잘돼 자주 배고파하는 것 같아 밤에는 푹 자게 분유를 한 번 먹인다. 남편이 혼자 저녁시간을 즐긴 게 미안하다고 제때 분유를 먹이고 재운단다. 덕분에 3시 반까지 푹 잤다. 3시 반에 모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데 트림은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내다 침대에 눕혔다. 새벽 4시가 지나고 아가도 남편도 자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또렷해졌다. 육아만 온종일 하기보다 아기 자는 시간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엄마도 살 수 있다고 낮에 이모님이 말씀하셨다. 마침 오늘부터 단편 하나씩을 읽어보자 결심을 했더랬다. 거실 소파에 앉아 낮에 읽다만 백수린 작가의 '첫.. 2021. 7. 3.
착각과 오산 이천이십일년 오월 마지막 날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수술 두 시간 전에 병원에 갔고, 진료실에서 마지막 진료를 봤다. 분만실 침대에 누워 대기하고 있다 시간이 되자 수술실에 걸어 들어갔다. 수술대에 누워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했더니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와 걱정말라고 손을 잡아 주셨다. 마취가 시작되었다. 아기가 나올 때까지 하반신 마취만 하는 줄 알았는데 물어볼 새도 없이 수면마취가 시작됐다. 눈을 떠보니 숨이 막혔다. 옆에 남편이 있어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숨 막혀, 라고 말했다. 남편이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가 호흡기를 떼어주고 마스크를 벗겨줬다. 수술이 끝났다고 했다. 회복실에 온지 몇시간이 지났다고. 아기는 잘 태어났다. 남편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2021. 7. 2.
D+30 2021. 6. 30.
D-day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 푹 자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억지로 누워 있다 배도 불편하고 해서 일어났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와 천둥번개 탓에 영화 가 생각났다. 틀어놓고 소파에 기대 있다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고 거실로 나가고를 반복했다. 출산가방은 작은 방에 작은 기내용 캐리어를 펼쳐놓고 생각날 때마다 채워 넣었는데 지퍼를 잠그니 아주 빵빵해졌다. 생리대는 부피가 꽤 나가는데 무겁지가 않아 에코백에 따로 챙겼다. 집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해 네 권을 챙겼는데 괜히 챙긴 거 아닌가 싶다. 아침에도 다정한 사람들의 메시지가 이어졌고, 남편은 느즈막히 일어나 지난 밤 설거지 중이다. 차분한 노래들을 듣자 싶어 강아솔 음악을 재생목록에 잔뜩 추가했는데 가 너무 좋아 계속 반복 중이다... 2021.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