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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인 할머니
    서재를쌓다 2021. 7. 8. 17:47



      오늘 새벽에도 백수린을 읽었다. 이번엔 '중국인 할머니'였다. 환하고 둥그런 달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어제는 새벽 두시와 다섯시에 수유를 했다. 남편은 외근까지 한터라 피곤해 두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고, 나는 두시에 수유를 하다 다리랑 팔이 저릿저릿했다. 전날 밤에도 다리가 저릿했는데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있었나보다. 족욕을 자주 해주라는 이모님 조언이 있어 수유를 끝내고 세탁실에 있는 아이보리색 세수대야를 가져와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금방 식을까봐 뜨거운 물로 받았는데 발을 담그니 너무 뜨겁더라. 찬물을 조금 섞었다. 그사이 재워놓은 아이가 울어 방으로 들어가 조금 더 안아줬다. 이번에는 깨지 않고 잘 잤다. 다시 욕실로 돌아와 그새 식은 물에 뜨거운 물을 좀더 부어 뜨끈하게 만들었다. 물에 발을 담그고 낮에 읽다만 '중국인 할머니' 페이지를 펼쳤다.

     

     

       "그때 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으셨어요?"

      새할머니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후, 내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이렇게 너를 만나려고 그런 게 아니었겠냐."

       새할머니가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농담하듯 웃었다. 새할머니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만발했던 여름 꽃송이가 차례로 떨어진 마당은 밤하늘 높이 두둥실 떠 있던 커다란 연등 때문에 환했다. 새할머니의 손끝에서는 낯선 기름 냄새가 났다. 올해는 유난히 달이 밝대요, 하던 내 말에 그렇구나, 새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 149쪽, <참담한 빛>


      물을 버리고 발을 닦은 뒤 대야를 다시 세탁실에 옮겨뒀다.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 뒤 침대에 누웠다. 저릿한 기운이 사라지고 다리가 가벼워졌다. 족욕 좋네, 남편도 언제 하라고 해야겠네, 생각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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