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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브
    티비를보다 2021. 8. 10. 23:11

     

     

     

      지금은 지안이가 혼자 누워도 있고 누워서 잘 자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온종일 안겨 있으려고만 하는 날들. 저녁과 새벽에는 남편과 어찌어찌 교대하며 하면 되었는데 (하지만 이것 역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낮에는 나 혼자 밖에 없으니 내가 온종일 안아줘야 했다. 소파 구석에 등을 바짝 대고 앉아 이대로 망부석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정말 영영 이렇게 안아줘야만 할 것 같이 떼를 쓰며 울어댔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시기를 지나니 눕더라. 어찌나 기뻤는지.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는 당연한 사실에 눈물이 날 듯 행복했다. 

     

      <라이브>는 그 시기를 나와 함께해 준 드라마. 수유를 하고나면 트림을 시켜야 했는데, 트림을 잘 하지 않아 소화가 잘 되도록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오래 안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수유와 트림의 시간은 생각보다 아주 빨리 찾아왔다. 주말에 남편에게 수유할 시간이야, 라고 말하면 남편은 항상 벌써? 라고 말했다. 트림할 때 온전히 아기에게 집중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므로 이 길고 긴 시간을 버틸 무언가가 필요했다. 넷플릭스가 있었다! 끊어서 봐야 했으므로 영화는 집중하기 힘들고 드라마가 딱이었다. 심지어 아주 길다는. 우연히 찾은 <렛다운>에서 많은 위안과 즐거움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한국드라마가 어떨까 찾아보다 남편이 예전에 정말 좋다며 꼭 한번 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라이브>는 시보, 즉 수습기간을 보내는 새내기 경찰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는 이들은 시보들만이 아니다. 이들의 선배, 나이 많고 경력 많은 사수들도 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그런 이야기이다. 드라마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경찰시험에 지원하기까지 고단했던 염상수와 한정오의 생활을 보여주고, 어느 날 결심한 경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몇 계절이 바뀌는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녹록치 않았던 경찰학교를 거쳐 배정받은 지구대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으면서 이 세상이 얼마나 고단한지 경찰이라는 직업은 또 얼마나 고단한지 알아간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힘을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노희경 드라마 답게 캐릭터들이 드라마 제목 그대로 '살아있다'. 시보들은 할 말은 한다. 할 말은 하면서 맡은 일은 또 열심히 해낸다. 선배 뒷담화도 열심히 한다. 그러다 들키지만 굴하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한다. 시시한 일은 맡기 싫다면서 막상 시체를 마주하고는 얼어버린다. 경찰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하곤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당당하게 말한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계속 좋아하겠다 말한다. 시보들도 좋았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사수 오양촌. 실제로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성질 더럽다며 멀리 했겠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불같은 사람. 겉은 활활 타오르지만 실은 가슴 속에 따뜻하고 보드라운 계란 하나를 품고 사는 사람이다.

     

      7화의 부제 한 줄이 이 드라마 전체를 설명한다.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길을 함께 가주는 사람.' 좋은 파트너들이 대거 등장하는 드라마다. 매화 좋은 기운을 받으며 '안겨만 있을게요' 시기를 지나왔다. 끝의 몇 화는 지안이를 안고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울었다. 아, 너무 좋은 드라마잖아, 하면서. 저 부제는 너무 좋아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지금 육아를 하고 있는 우리를 설명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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