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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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티비를보다 2013. 6. 24. 09:48
2013년 1분기 드라마. 인터넷 검색하다가 어떤 평을 보고 한번 봐볼까 생각이 들어 보기 시작했다. 1회 보자마자 멈출수가 없어서 어떤 날은 2회 연속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금방 끝내기 아쉬워 아껴 봤다. 그리고 에이타의 팬이 되었다. 이런 찌질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다니. 게다가 찌질한데도 사랑스럽다니. 작가 작품인데, 이제 이 작가의 드라마는 챙겨 보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걷는 것에서 시작해 걷는 것으로 끝난다. 밤에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걷는 이야기가 두 번 나오는데, 그 부분이 참 좋았다. 남자와 여자는 큰 지진이 있던 날, 그래서 지하철도 버스도 다니지 않던 날, 모두가 걸어서 이동을 하던 날, 우연히 만나 집까지 함께 걷는다. 두 사람은 일 때문에 안면만 있는 정도였다. 지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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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시간티비를보다 2012. 9. 9. 20:12
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마스터가 그 쪽을 보고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손님이 카페를 가로질러 한 면이 커다란 통유리인 바 자리로 걸어 들어온다. 마스터가 말한다. 저희는 커피를 손님이 직접 갈 수 있게 해드리는데, 그렇게 하시겠어요? 손님이 그러겠다고 한다. 마스터는 핸드밀과 한 사람 분량의 커피콩을 내어놓는다. 손님은 자신이 마실 한 잔 분량의 커피콩을 간다. 커피 가는 소리. 마스터가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하얀 천으로 된 드립퍼를 힘을 줘 한번 쭉 짜고, 커피 잔을 뜨거운 물에 데운다. 손님이 자신이 간 커피를 마스터에게 건네주면, 마스터는 커피를 내린다. 마주보는 통유리창 너머로 단풍이 한창이었는데, 어느 순간 첫 눈이 내렸다. 폭설이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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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티비를보다 2012. 8. 12. 01:27
스포일러 잔뜩. 금요일. Y언니를 만나 세계맥주를 잔뜩 마셨다. 칼로리 폭발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함께. 세계맥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계산을 하니까 코로나에서 나온 핸드폰 충전기를 하나씩 줬다. 모든 기종의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였다. 우와, 우리는 코로나는 마시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세계맥주를 마시면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언니가 이 드라마를 나한테 추천해 준 게 2009년.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언니의 말에 따르면, 언니는 나에게 이 드라마와 을 추천해줬는데 내가 이 드라마는 보다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그만뒀단다. 은 끝까지 다 보고, 감동하고, 이 드라마 제목을 사랑이 하고 싶어 곱하기 삼이라고 말하면 화내고. 언니, 사랑이 하고 싶어 곱하기 삼이라니요. 사랑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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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있는 기적티비를보다 2012. 5. 7. 21:50
지하철에서 내린 여자가 한 중년의 남자를 본다. 그 사람의 모습이 이상해 자꾸만 걸음을 멈춘다. 지하철을 타려고 올라오던 남자가 여자를 본다. 그리고 여자가 바라보는 남자를 본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여자와 남자가 함께 뛰기 시작한다. 안돼요. 죽으면 안돼요. 남자와 여자는 한 때 죽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절망을 한 중년의 남자에게 봤다. 다른 사람에겐 그저 지하철을 타려고 서 있는 사람일 뿐인데, 두 사람 눈에만 그게 보였다. 뒷모습. 어찌할 줄 모르는 뒷모습. 행복하지 않은 뒷모습. 그렇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 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소소한 기적들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나 드라마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다소 고전적이긴 했지만, 보는 내내 좋았다. 카세 료 때문에 봤다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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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씨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티비를보다 2012. 3. 1. 21:54
금요일과 토요일 대게 여행을 다녀오고,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인간극장을 봤다. 제목은 '여기에 사는 즐거움'. 여행 가기 전에 케이블 채널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조금 봤는데, 일요일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여행의 여운과 월요일의 두려움에 우울해하고 있던 차였다. 5회를 연이어 봤다. 곰배령에 사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화면 가득 겨울의 곰배령의 풍경이 펼쳐졌다. 눈이 끝도 없이 내리는 풍경. 동네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산처럼 쌓인 눈에 길을 내는 장면. 작업을 끝내고 그 눈길 끝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 영희씨는 손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재료가 주어지면 어느새 요리도 뚝딱 만들어내고, 한겨울 난로가에 앉아 양말을 뜨고, 모자를 뜬다. 하루종일 뜨개질만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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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간다티비를보다 2011. 11. 25. 23:41
여자는 눈물이 쏟아질 거 같다. 나란히 앉은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남자에게 이쪽을 보지 말라고 한다. 등을 보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자의 등에 손을 댄다. 보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더이상 말하지 말아요. 남자는 망설이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코앞에 있다. 여자와 남자는 오늘 헤어진다. 헤어지기로 한다.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때린다. 내가 손을 흔들었잖아요. 자꾸 때린다. 저기요, 손 흔들고 있었잖아요. 흔들고 있잖아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무시하는 거예요? 남자는 망설인다. 여자를 안아야 할까. 안아도 될까. 남자는 평생 여자를 안아본 적이 없다. 여자가 흐느낀다. 남자가 여자를 안는다. 태어나서 처음 안아본 여자다. 이 여자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여자가 이제 행복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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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셋, 로맨스가 필요해티비를보다 2011. 8. 7. 21:32
7월,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랑 를 따라한 게 분명한 드라마. 오프닝 음악을 들어보면 멜로디로 시작해서 멜로디로 끝난다. 그런데 괜찮게 따라했다.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한 편에 700원을 주고 일요일 내내 봤다. 그리고 본방사수. 서른 세살, 여자들의 이야기. 십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선우인영, 첫날밤을 위해 아끼고 아끼는 강현주, 한 남자에게 구속받길 원치 않는 박서연. 어제 마지막 회를 봤다. 결국 선우인영은 나의 예상대로 두 번 바람핀 경력이 있는 십년 사귄 남자친구 성수에게로 돌아갔다. 또 다른 결말도 예상했었는데, 그건 성수에게도 성현에게도 돌아가지 않는 것. 그건 서른 세살의 여자에게 해피엔딩이 아닌 걸까.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3화에 나온다. 십년 사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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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 라소리가 나는 여자아이를 만났다티비를보다 2010. 12. 28. 23:38
(이 글, 스포일러 덩어리예요.) 2010년 겨울, 이 드라마가 내게 와 주었다. 키자라 이즈미의 드라마는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내게 와 주었다고. 마지막 회를 보고,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매번 생각했다. 오늘 밤, 큐토에 관한 글을 쓰자.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어떤 장면들은 못 견디게 그리워 다시 들여다 보기도 했다. 헤이타가 큐토의 어금니를 누르고, '라 소리가 나는 여자아이를 만났다'고 나레이션 하는 장면. 큐토의 충전 모습을 한 쿠리코 선생님이 '충전하러 왔어요' 라고 축 늘어져 이야기하는 장면. 큐토가 '내일 보자'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장면. 담백하게 이별하는 큐토와 헤이타. 그 중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복도를 지나며 헤이타가 후지노에게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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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티비를보다 2009. 7. 17. 01:38
오늘 광화문에 가서 두 개의 선물을 샀다. 오늘도 생일, 내일도 생일이다. 뭐랄까. 생일이라는 거, 그냥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열심히 살아가야 하니까, 태어난 날을 축하해야 한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의미있는 축하의 선물을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듯, 나도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힘을 내기 위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 이왕 사는 거 흥이 나게 살아보자고.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생일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나는 믿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내가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왜냐면 우리들은 슬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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