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회식 후 9 2015.10.30
  2. 일촌평 4 2015.10.22
  3. 아빠 10 2015.10.13
  4. 언니 8 2015.10.01
  5. 추석 12 2015.09.29
  6. 2015 책나눔 24 2015.09.29
  7. 지인들에게 6 2015.09.23
  8. 주말일기, 구월 5 2015.09.06
  9. 2015년 여름 14 2015.08.19
  10. 주말일기, 똠얌꿍 15 2015.08.17

회식 후

from 모퉁이다방 2015. 10. 30. 00:04

 

 

 

   여행 때문인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동생은 포르투갈 여행 이후 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가진 두 번의 모임에서 내가 언니를 봤는데, 언니가 확실히 밝아졌어. 좋아졌어. 나도 혼자 멀리 여행을 가야될까봐. 확실히 내가 변했다. 여행을 다녀온 덕분인지, 변할 타이밍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도 이유가 혼자 멀리 떠난 여행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에서 많은 시간 외로웠다. 혼자여서 좋았지만, 둘이었어도 좋았을 걸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혼자여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언제든 원할 때 쉴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걸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외롭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있어 그 여행이 완성될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겪은, 내가 겪고 있는, 내가 겪게 될 모든 순간들이 소중해졌다. 외로웠기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이 고마웠고, 자유로움을 느꼈기에 혼자 있는 시간들을 더 귀하게 쓸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아졌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더 좋아졌다. 그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혼자서 무언갈 먹고, 마시고, 보는 시간도 소중했다. 그 전보다 온전히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전이었으면 부정적이게 생각하고 말았을 말들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햇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책을 읽었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 운동도 시작했고, 평일의 맥주도 줄였다. 새로 옮긴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들을 만났고, 매일 무언갈 읽거나 외우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마다 조금 더 차가워진 공기를 들이마시며 행복하다 느끼며 출근했다. 야근이 많아져 스트레스가 쌓였지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없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좋은 곳으로의 여행을 꿈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고 금방 쌓이긴 하지만) 오늘 B가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떠났다. B는 내게 가지고 가는 책의 목록을 말해주며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 한달동안 B에겐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까. B와 B의 짝꿍 사이에서는 어떤 마음들이 싹트고 사라질까. B는 다녀와서 자신의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그렇게 나의 인연이 늘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에 감사했다. 확실히 내가 변하고 있다. B가 돌아오면 12월. 12월에는 내가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무언갈 읽고 외우며 잠들어야지.

 

-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여서, 모두 다 잊어버리지 않고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시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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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평

from 모퉁이다방 2015. 10. 22. 20:38

 

 

 

- 언니 잘지내? 보고싶헝..ㅠ

- 난, 벗어나고싶어요.

- 언니~완전 봄이네요~^^

- 미니미도 가발바꿔줘요. 언니 새로한머리도 예뻐요- 너무애뗘보여.

- 금령언니 얼굴이 반쪽이됐어! 다시 오뚜기가 되어줘

- 굼벵공주는 지구를 두고 떠난건가요?

- 이시대의 진정한 엔터테이너!

- 새침하지마- 어색해 : D

- 벌써 겨울이 온건가요?

- 잠순금냉

- 솔로로 너무나 당당한 그대~! 영원히 솔로여라~!*^o^*

- 우리는 해변을 마구 달려 보기도 했다. 이번엔 당신이 없어 아쉬웠다오 ^^

- 엉덩이 : p

- 삐수니 금냉... 그 새 삐지다니... 삐지기 지구 참피언..

- 필름은셀푸

- 당신은 진정한 아티스트입니다.

- ↑ 저기 팬클럽에 제가 있는건가요?

- 너무 재밌다.. 엔돌핀 떵어리...

- 돌고래가 너무 이뻐요...착한 금냉씨,,,

- 우리 함께 진주가요~

- 그리움

- 우리는 꽃게자리를 함께 보았다 이번엔 당신이 없어 아쉬웠다오 ^^

- 피오피-필름샀어?

- 언니야-보고싶다아

- 자장면에..단무지 없는 것같다..충무김밥에 오징어없는 것같다...^^ 금랭 바이러스 옮아왔나보다.

- 지독해-

- 구둘장.온돌.전기장판.금냉홈피는너무따뜻해서이런거같아.

- 엉덩이 3=

- 돈벼락맞고싶다.

- 금랭뜨게방사장님!!!!ㅋㅋ번창하세요^^푸하

- 다음번엔 반드시 졸라버리겠다......반드시......

- Gold soul

-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언니가 부끄러워요 ㅠㅠ 챙피해 ㅋㅋㅋㅋ

- 김강우.............휴............완전 멋쟁이...ㅋㅋ 하지만 언니한테 양보할께_ 난 강지환 가질래.

- need your re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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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from 모퉁이다방 2015. 10. 13. 22:20

 

 

 

    아빠는 일요일에 올라와 월요일에 내려가셨다. 지난 여름부터 걱정했었다. 평생 살이 쪄 본 적 없는 아빠는 요새 부쩍 더 마르셨다. 자주 탈이 나셨고, 전화 목소리에 힘이 없을 때가 많았다. 늘 내 힘없는 전화 목소리를 걱정했던 아빠가 나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원래 지난 여름에 검진을 받았어야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한차례 미뤘었다. 일요일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아빠는 전날 우리가 열심히 청소해 놓은 집에 와 대장약을 네 통 마시고, 티비를 같이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검진 전날에는 흰죽만 먹어야 해서 흰죽을 한가득 만들어 놨는데 (우리도 같이 먹으려고) 니글거린다며 한 그릇도 다 드시지 않으셨다.

 

    월요일 아침, 아빠와 나는 일찍 집을 나와 불광천을 산책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차가운 가을 공기를 들이마시며 불광천길을 걸었다. 내가 말했다. 이 나무들이 모두 벚꽃나무라고. 봄이 되면 여기 벚꽃길이 열린다고. 아빠는 고향집 밭 근처에 있었던 벚꽃나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은 아빠, 작은 엄마, 사촌 동생이 십 여년 전에 직접 심어 놓은 나무가 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렸다고, 너무 아깝다고. 그 나무들이 근사해질 참이었다고. 아빠는 요즘 아주 옛날 이야기를 엊그제 이야기인양 생생하게 이야기하신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 이야기도 하고, 아빠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도 하고.

 

   아침산책을 하다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에 도착했다. 거기서 병원셔틀버스를 탔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검진은 그만큼 일찍 시작됐다. 나는 아침 커피를 마시러 1층에 내려간 시간만 빼면 같은 자리에 앉아 거의 5시간을 아빠를 기다렸다. 한 권 다 읽어버릴 참으로 얇은 새 소설책을 가지고 갔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소설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였다. 아빠가 내시경하러 들어갈 때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1시간 뒤에 간호사가 나와 보호자 분 함께 들어와서 얘기를 들으라고 할 때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똑같은 검사결과를 들었는데, 아빠는 가볍게 듣고 나는 무겁게 들었다. 아빠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너무 순진하다고 했다. 나는 순진해도 좋고, 병원이 우리 돈을 쓸어 가도 좋으니, 아빠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터미널에서 아빠를 보내고 혼자 지하철 역으로 걸어내려오는데, 비로소 안심이 됐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걱정이 되서 일하다가도 눈물을 갑자기 흘리곤 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약을 잘 먹고, 세 끼 꼬박꼬박 좋은 음식들로 챙겨 먹고, 매년 검진을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 거였다. 오늘 아침, 엄마에게 어제 아빠 잘 도착했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고생했다 하더라. 너희들이 자기를 살렸다고.' 오늘 친구에게 물어본 뒤에 위에 좋은 뉴질랜드 마누카 꿀을 고향집 앞으로 주문했다. 공복에 하루 한 숟갈씩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위의 염증도 없어진단다. 이제, 좋은 일만, 다행인 일만 남았다. 가을이 되었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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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from 모퉁이다방 2015. 10. 1. 20:59

 

 

 

   우리는 이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언니는 인터넷 서점의 링크를 따라 이 블로그에 들어왔고, 언니가 남긴 댓글에 의하면 언니와 내가 비슷한 감성의 사람인 것 같아 그 뒤로도 계속 이 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우리는 김연수를 좋아하고,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알고 지낸 지 2년 정도 됐을 때, 언니가 연극을 함께 보자고 했다. 자신의 친구가 극본을 쓴 연극인데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언니도 초대를 하면서 큰 결심을 했겠지만, 나도 그 연극을 보러 가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우리는 조금 쌀쌀한 가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극을 함께 보고 극본을 쓴 언니 친구와 함께 셋이서 대학로의 고깃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게 7년 전 이야기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지켜봐줬다. 언니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장을 옮겼고,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었고, 파주에 집을 얻어 독립을 했고, 몸이 아파 수술도 했다. 소개팅을 했고, 한 남자를 만났으며, 그 사람을 내게 소개시켜 줬다. 우리는 같은 책을 읽기도 하고, 좋았던 책을 추천해주고, 선물해주기도 했다. 만나면 작가들의 뒷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어댔다. 내한한 요시다 슈이치를 만나러 두 번씩이나 가기도 했다. 한 번은 각자의 친구와 함께 갔고, 다른 한 번은 둘이 함께 갔다. 두번째 갔을 때 요시다 슈이치와 함께 각각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찍어준 사진에 언니의 눈이 감겨 있는 걸 행사가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간 양꼬치 집에서 발견했다. 흠. 그 순간, 우리는 절교할 뻔 했다.

 

   우리는 한 계절에 한 번씩 혹은 한 계절이나 두 계절을 건너띄고 만났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둘 다 술도 잘 못 마시는 주제에 엄청 마시곤 했다. 반가워서. 이렇게 우리가 만나 친구가 된 게 신기해서. 언니는 내게 친구들의 공연을 보여줬고, 그 친구들도 소개시켜줬다. 맥주도 많이 사줬고, 술에 취해 잠들어버리는 나를 집에 들여 보내고는 걱정이 되서 여러번 전화하고, 여러번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그렇게 한 해 한 해 함께하는 시간들을 쌓아갔다. 그런 언니가 지난 달 결혼을 했다. 어느 날, 내게 금령아 나 남자친구 생겼어, 라고 말하더니, 몇년 뒤 어느 날 금령아, 나 결혼한다, 라고 말했다. 그런 언니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언니는 따뜻하게 맞이해줬고 혼자 밥을 먹을 나를 걱정해줬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밥은 잘 먹고 갔는지 메시지를 보내줬다.

 

    언니가 청첩장을 건네 준 날, 우리는 어김없이 맥주를 잔뜩 마시고 만취 상태로 파주 거리를 걸었다. 언니 집에 가서 자기로 했다. 나는 언니가 끌고 나온 자전거를 타보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맥주를 좀더 사기 위해 들어간 마트에서 발견한 대패삼겹살에 내가 흥분하자 언니는 바로 구입했지만, 만취한 나는 언니 집에 오자마자, 언니가 준 편한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꿈나라로 멀리멀리 떠났다. 언니는 테이블 위에 고기를 구울 만반의 준비를 다한 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언니의 결혼 전, 함께하는 마지막 밤을 보냈다. 장만옥을 닮은 언니는 결혼식날 참 이뻤다.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축하를 받았다. 괜히 눈물이 찔끔 났다. 우리가 이렇게 친구가 되어, 서로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게 되다니. 언니는 호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호주의 한 가운데 아주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했다. 언니는 그곳에 다녀온다고 했다. 언니가 그곳에서 만들어올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언니는 그러겠지. 별거 없었어. 별로 재미없었어. 언니의 재미난 이야기는 항상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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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from 모퉁이다방 2015. 9. 29. 22:24

 

 

 

 

 

 

 

 

 

 

 

 

 

 

 

 

 

 

 

 

 

 

 

 

 

 

 

 

 

 

 

 

 

 

 

 

 

 

 

 

 

   숙모는 누군가가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에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보다 어떤 사진을 가리키며 금령아 이 사진 좀 숙모한테 보내주라, 고 했다. 리스본 테주강을 찍은 사진이었다. 어찌어찌하다 결국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혼자갔기에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 많았을 거라고, 그 풍경들은 분명히 깊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다음 번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가서 혼자 갔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다른 좋은 풍경을 담아오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깊은 밤 맥주잔을 기울이며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 봤는데, 거기에 숙모의 결혼 후 첫 여행 풍경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숙모는 명절 때와 삼촌 휴가 때 어김없이 할머니 집에 내려와 시간을 보냈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단다. 무작정 어딘가로 버스를 타고 가서 하룻밤을 보냈단다. 그게 삼촌과 숙모의 첫 여행이었다고 했다. 

 

    장유에 다녀와서 옥천사에 갔다. 추석을 지내는 동안 좋은 일도 있고,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아빠는 일기를 쓰시는 것 같다. 아빠의 일기에는 어떤 마음들이 담겨 있을까. 아빠가 절에 있는 보살님에게 자신은 종교를 떠나서 절에 오면 이 절이 품고 있는 고요한 자연이 좋아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나는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쓰시던 오래된 필름자동카메라를 들고 왔다. 좋은 마음이 담긴 사진들을 많이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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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책나눔

from 모퉁이다방 2015. 9. 29. 17:31

 

 

 

  

   가을맞이 책나눔입니다. 책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팔 것과 팔지 못하는 것을 추려내고 있는 중이에요. 이번에 내놓는 책들은 메모가 있거나, 표지가 지나치게 더러워서 팔지 못하는 것인데요. 혹시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보내드릴게요. 메모가 있는 책이 많아서, 이곳에 가끔씩 들러주시는 분에게 드리고 싶어요. 편의점 택배 착불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댓글(책 + 주소 + 전화번호 + 이름) 남겨주세요. 택배비가 있으니, 1권 말고 2권~3권으로 찜해주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봉투가 딱 3권까지 들어갈 것 같아요. :)

 

- 금토일 해외여행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공선옥

- 혀 / 조경란

- 열 두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 윤대녕

- 바리데기 / 황석영

- 퀴즈쇼 / 김영하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 도쿄 일상산책 (함께 비 맞으며 도쿄 여행한 책이라 내지가 많이 쭈글쭈글해요. >.<)

-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하루키의 여행법

- 취중만담

- 버스타고 제주여행

- 인생 / 위화

- 창작과 비평 139호

- 창작과 비평 141호

- 나를 기억하고 있는 너에게 / 윤상

- 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 파페포포 투게더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 벌레 이야기 / 이청준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사람풍경 / 김형경

Ken & Adama - 69 sixty nine / 영화 [69] 화보집. 한때 사토시를 무지하게 사모했답니다.

-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 전경린

-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 즐거운상상

- 내 인생의 글쓰기 / 나남

-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 박민우

- 트래블러 2014년 2월호

- 트래블러 2013년 12월호

- 트래블러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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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에게

from 모퉁이다방 2015. 9. 23. 23:29

 

지인님들아,

 

제가 오늘 아침 핸드폰을 잃어버렸답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잃어버려서, 어쩌면 찾을 수도 있겠다고 퇴근길에 기대를 했었는데.

신호만 가고, 누군가 주웠는지도 알 수 없고, 도로변에서 그대로 뽀개졌는지도 알 수가 없답니다.

현재로선 몇달 전부터 사려고 했던 그 핸드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흑흑-

임대폰을 하려고 하는데, 그전까진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메일이나 블로그 방명록을 이용해주시길 바래요.

평소에도 연락을 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혹여나 모르고 톡을 주신 분들,

네, 제가 씹고 있는 게 아니라 오늘 아침 저의 오래된 핸드폰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고합니다.

 

- 9월의 좋은 날, 골드소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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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기, 구월

from 모퉁이다방 2015. 9. 6. 19:49

 

 

 

 

 

 

 

 

    구월이 시작되었다. 좋지 않은 일로 이번 주 평일이 마무리되었다. 끈기를 가지고 어떤 일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터넷으로 재미삼아 본 사주 내용을 내내 떠올렸다. 사주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주의 조언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 힘들 때 누군가의 용기와 위로가 필요해서 사람들은 사주를 보는 것 같다. 어쨌든 요즘 저 사주 결과를 시시때때로 떠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포기를 해왔으므로, 이제는 그리 많은 포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주말은 온전히 혼자 보냈다. 일찍 신촌에 도착해서 학원 아래 스타벅스에 갔다. 지난 주에 술 마신다고 빠진 학원수업에서 중요한 동사를 공부한다고 했다. 지난 월요일에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술 마셔서 숙취로 빠졌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고, 몸이 아파서 연락도 못하고 못 나갔다고 했다. 지난 주에도 프린트물을 나눠줬을 것 같아서, 그 프린트물을 메일로 받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열심히 하시는 분이 안 나오셔서 궁금했어요. 그 말에 힘을 내고, 매일매일 일하면서 MP3 파일을 들었다. 칭찬은 나를 춤추게 만든다. 학원에 가니 지난 달에 다녔던 사람 중에 세 명이 나오지 않아 괜시리 아쉬웠다. 두 명이 더 들어왔는데, 둘 다 무척 잘하더라. 기가 죽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을 들었다. '-나가라' 그러니까 '-하면서' 라는 문형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서로 대화를 만들어 얘기해보자고 해서 이런 문장을 만들었다. '영화라도 보면서 팝콘을 먹을까요?' 선생님은 '이상'은 영화가 주가 아니라 팝콘이 주라고 커다랗게 웃으셨다. 하하.

 

   수업을 하는동안 비가 쏟아졌다. 오늘은 백화점 지하에 가서 혼자서 샤브샤브를 먹자고 결심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샤브샤브를 한 사람씩 먹을 수 있게 파는 걸 언젠가 보았었다. 육수의 종류와 면과 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스키야끼 육수와 칼국수 면으로 정했다. 국물을 끓여 야채와 고기를 넣고 건져내 소스에 찍어 먹었다. 칼국수 면도 보글보글 끓여 먹었다. 샤브샤브집 옆에 있는 오설록 매장에 붙여진 녹차 아이스크림 광고 포스터를 계속 보다보니 먹고 싶어져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홍대까지 걸어와서 지하철을 타고 상암에서 내렸다.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 <뷰티 인사이드> 표를 끊었다. 시작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맥주 한 캔을 사서 지하철 역 바로 밖에 있는 청소년 광장 계단에 앉았다. 나무가 많은 구석 자리에 앉아 시옷의 모임 다섯 번째 책을 읽었다. <D에게 보낸 편지>. 나는 이 책의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읽는 순간부터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거란 걸 알았다. 그리고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작가와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영화 시작 시간이 되기 직전에 마지막 장을 넘겼다. 아, 좋았다.

 

    <뷰티 인사이드>는 B의 말대로 중요한 순간에 잘 생긴 남자들이 나오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한효주가 수수하고 예뻤고, 김주혁이 헤어지자고 고백하던 순간의 언덕길과 눈이 내리는 풍경이 무척 아리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한효주에게 있는 언니라는 존재가 부러웠다.

 

   오늘은 집에서 동그랑땡과 고등어를 구워 아점을 먹고 <이민자>를 보러 갔다. 이동진이 무척 극찬한 영화라서 기대를 했다. 아름다운 마리옹 꼬띠아르도 출연하니까. 나는 그녀의 팬. 영화는 뭐랄까. 연기는 무척 훌륭했다. 모두들 더할 나위 없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났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렇게 연기까지 잘하다니. 정말 그녀에 대해 더 깊이있게 알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야기가 불편했다. 결국 미국에서의 '여자'의 삶은 '남자들'의 사랑, 남자들의 욕심, 남자들의 소유욕으로 불행해졌다. 여자는 당당하고 강인하고 거침없어 보였지만 결국 혼자서 해결한 일은 없었다. 이민자의 삶이란 그러했다고 표현한 걸까. 그 모든 것도 그녀가 예뻤기 때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떠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가, 생각해봤는데 어떤 한 사람을 꼽을 수 없었다. 모두가 악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제의 그 자리에 다시 갔다. 어김없이 맥주 한 캔을 사서. 그 자리에 앉아 김윤아의 음악을 들으면서 삿포로 음식 그림이 가득한 책을 읽었다. 내가 떠난 첫 해외여행은 친구와 함께 한 홋카이도 패키지 여행이었다. 우리는 돈이 얼마 없었고, 곧 어딘가로 떠나야 했고, 그 곳이 조금은 특별한 곳이었음 했다. 그래서 선택했던 여행. 매일 저녁을 먹을 때 조금 일찍 나와 근처 가게에서 맥주를 가득 사서 백팩에 담았다. 매일매일 다른 호텔에서 매일매일 다른 일본 맥주를 마셨다. 그 여행의 마지막 도시가 삿포로였다.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은 꼭 아침 산책을 한다는 가이드 말에 따라 마지막 날 아침 호텔 앞에 있는 골목길 산책을 했더랬다. 매일 밤의 맥주로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는 나중에 다시 오자고 다짐했던 것 같다. 친구가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조금 크면 둘이 같이 맥주여행을 다시 가자고 얼마 전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를 꿈꾸며, 삿포로 맛집을 열심히 들여다 보겠다.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월요일은 올테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의 사주를 생각하리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될 것이니, 꿈꾸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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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from 모퉁이다방 2015. 8. 19. 23:08

 

   오늘 퇴근을 하려고 1층의 커다란 철문을 열었는데, 느껴졌다. 그 녀석이 근처까지 와 있다는 걸.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다는 걸. 올해는 어떤 녀석이 와 주었을까. 어떤 즐거움과 어떤 외로움을 전해줄까. 얼마나 오래 머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셔틀을 탔다. 그리고 핸드폰을 뒤져 올 여름에 찍은 사진들을 봤다. 사진도 많이 찍었네. 사진들을 쭉 보면서 든 생각은, 올해 여름 정말 많은 양의 맥주를 마셨구나, 라는 생각. 뿌듯하다. 다사다난한 여름이었다. 이제 슬슬 이 녀석을 보낼 준비를 해야지. 고마웠어. 2015년의 여름아. 우리,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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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기, 똠얌꿍

from 모퉁이다방 2015. 8. 17. 23:30

 

 

 

 

 

 

 

 

 

 

 

 

   금요일은 위와 같이 분주하게 보냈다. 하루종일 땀 흘리며 돌아다님. <수요미식회> 보고 입맛을 다졌던 똠양꿍을 처음으로 맛봤다. 와, 신세계! 태국 여행 가고 싶다. 토요일은 낮에 나와서 영화 한 편을 봤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 계속 못 봤던 영화 <우먼 인 골드>. 마침 광복절에 이 영화를 본 거다. 이상하게 보는 내내 울었다. 눈물이 계속 나더라. 제일 좋았던 장면은, 변호사가 오스트리아에 다녀온 직후 변화하기 시작하는 장면. "오스트리아에서 뭔가 변했어."라는 대사에는 찌릿찌릿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다. 어떤 일을 계기로 180도 변하게 되는 장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영화였다. 그리고 집에 와서 뒹굴거리다 <무한도전>을 보고 펑펑 울었다.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요일은 하루종일 뒹굴었다. 주말에 꼭 하루는 이렇게 종일 뒹굴어야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요즘 나는 <오 나의 귀신님>에 푹 빠졌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에 본방사수했다. 다음주면 끝나는데, 그 경찰놈의 자식이 나올 때면, 어찌나 무서운지. 악귀 자식. 마지막이 유치하지 않으면 좋겠다. 길고 길었던, 하지만 월요일이 되고 보니 너무나 그리운, 지난 연휴주말일기 끝. 흑흑- 월요일부터 야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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