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주말일기, 인사동 부암동 2 2015.08.11
  2. 주말일기, 남가좌동 12 2015.08.05
  3. 2015년 5월의 일들 2015.06.22
  4. 마크 로스코전 2 2015.06.10
  5. 2015.05.27 2 2015.05.27
  6. 2014-2015 가을과 겨울 사이의 일들 6 2015.03.14
  7. 라자냐 2 2015.03.12
  8. 마산 8 2015.03.04
  9. Ballast Point Calico 2015.02.27
  10. 토요일 8 2014.12.14

 

 

 

 

 

 

 

 

 

 

 

 

 

 

 

   토요일. 학원에서 나오니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치마가 뒤집히고, 힘없는 간판들이 날리고. 그러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금새 그쳤다. 또 쏟아졌다. 나는 비가 오는 동안 백화점 안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고, 또 비가 오는 동안 버스 안에 있었다. 종로로 가는 버스였는데, 반대 방향으로 타서 그대로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버스에 앉아 졸았다. 창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풍경도 내다봤다. 조용한 음악도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그쳤다. 종로에서 내려 인사동까지 걸었다. 제주 오름을 오르러. 그 날 제주의 아침 오름에도, 오늘과 같은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김영갑의 사진 안에 고스란히 있었다. 사실 전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정성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김영갑'이 아니라 '전시'가. 3층으로 나뉘어진 전시였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사진들은 넓어졌다. 그만큼 제주가 더 잘 보였다. 초기 작품에서 시작해 중기 작품, 후기 작품들로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3층이 후기 작품들의 공간. 3층의 사진들에 발길이 더 오래 머물렀다. 나는 3층에서 노력,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건 내가 1층과 2층을 돌아봤기 때문에 떠올랐던 단어였다. 어떤 사진 앞에서 꽤 오래 머물렀는데, 그 사진에는 돌담이 있었고, 제주의 강한 바람에 제 몸을 맡긴 풀들이 있었다. 그 뒤로 오름이 있었다. 굳게 뿌리 내린 오름이었다. 미동도 없는 오름이었다. 단단한 오름이었다. 그 위로 하늘의 구름은 흔들리고 있었다.

 

   사진전을 나와 좀더 걸어보자, 는 생각에 조계사까지 갔다. 연꽃 축제 중이었다. 연꽃도 구경하고, 연꽃을 찍는 외국인들도 구경하고, 예불이 진행 중인 절도 구경했다. 그리고 동생을 만나 부암동에 가서 스파게티를 나눠 먹고, 포르투갈 와인을 나눠 마셨다. 꼭 포르투갈 와인을 먹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포르투갈 와인이 제일 저렴했다. 우리가 그 식당에서 제일 오래 머물렀다. 해가 있을 때 들어와서, 깜깜해진 뒤에야 나왔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우리는 그 해 제주를 생각했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도 생각했다. 그래서 8월이 가기 전에 다같이 모여 제주 음식을 먹자고 연락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물건 하나씩 가지고 나와 서로 나눠 갖자고 했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동생 다리 때문에 택시를 부르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니 부암동 깊숙한 곳이라 그런지 고요했다. 공기에 풀내음이 가득했고, 풀벌레 소리도 들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걷다 택시를 부를 걸 후회했다. 택시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어찌되었건, 우리들의 여름이 가고 있다. 동생의 다리도 나아가고 있고, 잘 보이진 않지만 새로운 계절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 여름이 잘 마무리 되기를. 다음 주에도 열심히 돌아다녀 봐야겠다. 주말일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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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여행이 끝난 나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해야할 것들이 많이 보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에 돌아오니 나는 칼퇴만을 바라고 사건사고가 없길 바라는 생기없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결심하는 순간, 8월이 왔다. 8월에는 뭔가를 배우고, 많이 돌아다녀보자고 다짐했다. 여행 가서는 더워도 그게 낭만인데, 일상에서는 움직이기도 싫게 되어 버리고. 일상을 여행처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서울 땅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보기. 이게 내 8월의 목표다. 일단 일본어 학원을 등록했다. 그동안 일본어를 위한 숱한 도전들이 있었다. 매번 얼마 못 가 사라져버린 얕은 열정 따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올해 안에 그 책을 읽게 될 수 있을까. 화이팅. 학원 첫 수업을 듣고 봄이 마지막으로 기사를 쓴 잡지(주제가 무려 '여름밤')에서 본 남가좌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8월 첫째 주말의 목표는 남가좌동 일본 우동집 가타쯔무리에서 우동 먹기.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타쯔무리는 간판도 없다. 전에 있던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인이 시코쿠의 카가와 현에서 쌓은 경험으로 문을 연 곳. 직접 면을 만든다. 메뉴의 종류도 많지 않다. 양도 많지 않다. 카드도 안 된다. 에어컨도 없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2시 직전이었는데, 내 뒤로 한 테이블이 더 오고 면이 떨어졌다. 면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타임. 잡지에는 주인 혼자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귀엽고 친절한 여자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정말 친절했다. 에어컨도 없는 곳이라 무척 더웠다. 내가 앉은 자리는 선풍기 바람도 오질 않았다. 가만히 벽을 보고 앉아서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더우니 찬 국물에 찬 면이 좋겠지, 생각하고 우동과 반숙 계란과 돼지고기 사이드메뉴도 시켰다. (여름 메뉴로 유자우동도 있었다. Y언니가 딱 좋아할 메뉴인데) 우동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양이 적네, 생각했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딱 적당한 양이었다. 면은 탱탱하고 단단했다. 국물까지 마시고 나니 아, 잘 먹었다 느낌이 들었다. 좋다. 좋다. '가타쯔무리'는 일본어로 달팽이라는 뜻. 가게를 나와서 집까지 걸었다. 오르막길도 있고, 무척 무더웠던 날이라 걷는 내내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래도 좋았다. 나 지금, 뭔가 생산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마무리는 이번 맥스 한정판으로 낮술을. 다음 주는 어딜 가 볼까. (추천 받아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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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5. 6. 22. 21:00

   늦봄과 초여름 사이. 해가 길어졌다. 예전에는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원래 여름이라는 계절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여름밤탓. 5월에는 사진도 많이 찍었다. 모으고 보니 또 죄다 먹는 사진들 뿐이지만. 2015년 5월의 일들.

5월 첫날 친구와 한강에서 치맥.

그 날의 노을.

Y언니랑 걸어가서 먹은 망원의 계림원 누룽지 닭.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프릳츠.

책도 읽고.

부안에서 사온 노오란색 율금 막걸리.

친구 집에서 시켜먹은 연어회.

연휴에 상암에서 영화보고 산책하기.

좋았다. 전시 시작했다는데 챙겨봐야지.


영화보고 자주 걷는 불광천.

시옷의 모임 첫번째 책. 제발트. 어려웠다.

샷추가 고소한 라떼. 목요일 외식하는 날의 커피.

5월의 연차에도 혼자 부지런히 다녔다.

연차의 마지막은 역시 영화.
2잔 세트 시켜서 한잔 마시고 또 한잔 마셨다.

이제는 동네친구. Y언니가 준 신상자장라면. 면발이 굵다.

E의 친구가 플리마켓 한다기에 느즈막히 밤마실.


혼자서 수제맥주도 마시러 가봤다. 어떤 사람 생각이 났다.


연차 때 사둔 새우장으로 집밥.

프리마켓에서 사온 머그컵. 색이 좋다.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4계절을 이어 봤다.

안국. 어여쁜 부처님의 등.

목요일 외식의 날.

위아영은 그냥 그랬다.

불금. Y언니랑 라멘. 두번째 방문. 맛있다.

도시락 반찬하고 싶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하이볼 땡겨서 2차.

S의 결혼식. 하루 전에 집에 내려갔다.

아빠의 자랑. 해를 걸려 싹을 튀운 마. 

이뻤다. 과하지 않게. S가 계속 한 말.

퇴근길. 저녁인데 낮 같아.

조금 늦은 퇴근길. 해가 결코 지지 않아.

홈메이드 샌드위치, 홈메이드 커피.

좋아하는, 상암.

한낮의 대림. 

니가 가라 하와이. 하와이 카레. 하와이 맥주.

N언니와 함께 간 이대의 책방. 이날 이스라엘 미식회가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책도 샀다. 연필도 선물받고. 퇴근길책한권.

홍대 비어샵. 신기한 맥주가 많았다.

시옷의 모임 두번째 책.

생일맞이 세 자매 외식.

포르투갈 음식점에 갔다.

이국의 음식들.

집에서 대구막창 구워먹었는데. 대박.
대구막창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밥도 볶아먹었다.

전도연.

생일날.

Y씨랑 퇴근후 피자. 불금.

회사 생일빵. 깔맞춤.

N언니가 보내준 지인의 여행엽서들. 좋다.

포르투 기사 때문에 샀는데 김연수 글도 있었다.

맥주축제에도 갔다.

낮술.

저녁술.

밤술.

맥주를 부르는 여름. 길맥이 제일 좋다.

끝. 6월에도 좋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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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전

from 모퉁이다방 2015. 6. 10. 22:4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묵과 고독을 끝내고

  다시 한번 숨을 내쉬고

  자신의 팔을 쭉 펴는 것이다.

  - 마스 로스코

 

   6월의 연차에 비가 왔다. 미술관에 들어갈 때는 오질 않았는데, 미술관에서 두 시간 여를 보내고 나오니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세상에. 미술관에서 두 시간을 넘게 보냈다. 그것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김연수 단편에서 알게 된 마크 로스코. 전시가 좋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꼭 평일의 한가한 오전에 가야지 생각했다. 5월에 N언니와 나는 이대에 있는 책과 술을 함께 파는 책방에 있었다. 그날은 이벤트로 이스라엘 음식과 다양한 술을 함께 먹고 마시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오가던 중 마크 로스코전 이야기도 나왔다. 언니는 미술관이 집 근처라고 했다. 그렇게 둘이 6월의 금요일, 미술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처음에는 같은 속도로 그림을 보다가, 나중에는 각자의 속도로 그림을 봤다. 중간에서 우연히 만나면 방금 듣고, 방금 본 그림 이야기를 했다.

 

   비극적 경험이

   예술의 유일한 원천이다.

   - 마크 로스코

 

   로스코 채플의 그림들을 전시해 놓은 관이 있었다. 로스코가 여행을 가서 어떤 그림을 봤는데, 아주 어두운 곳이었는데 그 그림에서 빛이 났단다. 그 빛을 보고, 자신도 저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로스코는 그렸고, 그 그림들이 로스코 채플을 재연한 관에 있었다. 그림도 어둡고, 그 그림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어두웠다.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군데군데 방석과 의자들이 있었다. 신발소리가 방해가 될까 살금살금 걸어서 그림들을 보고, 의자가 앉았다. 옆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는데, 가만히 있다가 연신 눈물을 훔치셨다. 마음에 드는 한 그림 앞에 앉아 가만히 그림을 올려다 봤다. 어두운 색깔 뿐인 그림. 검은 색인데, 그냥 검은 색이 아니다.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으면, 그 그림을 채우고 있는 여러 색깔들이 보인다. 색 아래에 덧칠되어진 색도 보인다. 로스코는 말년에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어두운 그림 앞에서 어두운 생각과 기억들이 떠올랐다. 아빠에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병,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낡은 사무실에서 해가 질 때까지 멍하게 앉아 있었던 아빠, 힘이 없어 손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자던 내가 태어난 이래 가장 작은 모습의 할머니. 언젠가 사라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상했다. 그 곳의 색깔과 음악이 자꾸만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울어버렸다. 한번 터지니 눈물이 쉽게 그치질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울고,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이자 이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레드'를 의자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 미술관을 나왔다.  

 

   젊었을 때 예술은 외로운 것이었지.

   갤러리도 컬렉터도 비평가도 돈도 없었지.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그러나 그때가 최고의 시간들이었어.

   우리에겐 멋진 미래만 있었을 뿐이니까.

   - 마크 로스코

 

   미술관을 나와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는데, 로스코의 다큐를 보여주는 공간이 있었다. 미국에 있는 로스코 채플을 찾은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한 남자의 인터뷰였는데, 그는 그림들을 보고 슬펐다고 했다. 왜 슬펐냐고 묻자, 자신의 힘들었던 지난 일들이 모두 한꺼번에 떠올랐다고 했다. 남자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로스코의 이름이 새겨진 연필 한 자루를 사고, 엽서 네 장을 샀다. 내가 고른 그림들은 모두 어두운 색이었다. 언니도 뒤이어 나와 엽서를 샀는데, 조카에게 보여주려고 산 한 장을 제외하곤 죄다 어두운 색이었다. 어두운 색의 그림들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언니가 전시가 어땠냐고 물었고, 나는 다큐의 남자처럼 채플관에서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갑자기 언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게 나는 고마웠다. 그리고 그 날 헤이리까지 가서 드뷔시의 월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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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7

from 모퉁이다방 2015. 5. 27. 22:38

 

 

   이천십오년 오월 이십칠일 일곱시 십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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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에 미용실에 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완전 봄날씨였다. 이제 정말 봄인가 보다. 공기가 달라졌다. 마침 화이트 데이라 경리단 길에는 꽃을 든 커플들이 득실득실. 봄이 되어, 지난 가을과 겨울 사진을 들춰보았다. 지난 가을과 겨울에는 사진을 많이 찍질 못했다. 봄에는 놀러도 가고, 사진도 많이 찍어야겠다.

 

 

 

일본 여행 다녀와서 친구와 만나 마셨던 낮술. 동생은 이 날 저녁, 베트남으로 떠났다.

 

 

가을에 서촌도 걸었다. 곧게 물든 가을 저녁 하늘.

 

 

퇴근길.

 

 

다른 각도의 퇴근길.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간 날. 특이했던 라떼 잔. 일리 커피.

 

 

집 아래에 있는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갑작스런 월남쌈. 양 많아서 남겼다.

 

 

추워지니 커피맛도 좋았다.

 

 

가을에 엄마가 왔다. 장어 먹고 싶다고 해서 동네 맛집 검색했는데, 가까운 데 맛집이 있었다.

 

 

엄마랑 억새축제.

 

 

모르고 갔는데, 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Y언니랑 쌀쌀한 날 야외에서 맥주 마셨다.

바로 앞 벽에 스크린이 있었고, 그 스크린에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분위기 좋았는데, 있다보니 너무 추워서 안에 자리 나자마자 바로 들어갔다.

 

 

딱 한 장 있는 가을 단풍 사진.

 

 

가을 맥주.

 

 

겨울 시작. 눈.

 

 

겨울 아침.

 

 

소설가의 새 소설. 소설가의 싸인.

 

 

친구의 크리스마스 맞이 장식.

 

 

이 양키 캔들 향이 좋았다. 사려고 찍어둔 것.

 

 

출근길.

 

 

박물관에서 만난 두보.

 

 

장안의 화제인 컬러링북도 사고, 색연필도 샀다.

친구가 쓰던 색연필도 줬다. 그런데 쉽지 않다.

 

 

더 깊어진 출근길.

 

 

한 겨울. 마음이 단번에 흔들렸던 시. 그런데 제목을 잘못 적었다. 종교에 관하여.

 

 

서점에서.

 

 

친구가 새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고 맛있는 걸 사줬다.

 

 

오랜만에 서촌.

 

 

오랜만에 그 가게.

 

 

커피콩 떨어지는 꼴을 못 보는 동생 덕분에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구체적인 맛 표현을 하라는 동생의 질문에는 시어, 이건 안 시다, 이게 전부다.

 

 

아쉽게도 포르투갈어 학원은 두 달만.

학원은 안 나가도 라디오 방송을 가끔 듣는데, 좋다. 아무 것도 못 알아들으니까 좋다. 흐흐-

 

 

학원 나가는 동안 매주 일요일 먹었던 샌드위치와 라떼. 여기 라떼 진하고 맛있다.

 

 

생맥주 각 세잔인가 네잔 마셨는데, 고상한 척 하는 주인 아줌마가 놀랬다.

어떻게 여자들이, 이런 표정이었다.

 

 

학원 마치고 먹은 덮밥. 옆에서 한국인들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일본어 학원 끝나고 같이 밥 먹는 듯. 이제 혼자 밥 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집에 있는 것 모두 넣은 휴일 아침의 파스타.

 

 

폼 잡고 먹은 휴일 아침의 디저트.

 

 

고추 바삭삭이 맛있다고 해서 시켜 먹었다.

 

 

    역시 가을과 겨울 사이에도 먹는 것이 주가 되었구나. 봄에는 찬란한 풍경들을 많이 찍겠다, 결심해본다. 겨울아, 고마웠다. 잘 가고, 천천히 또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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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냐

from 모퉁이다방 2015. 3. 12. 22:19

 

 

   올해도 새 다이어리에 25개의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해 빙고칸에 채워뒀다. 그 중 하나가 라자냐 만들기. 왜 라자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올해는 요리를 좀 더 많이 하자는 의미였던 것 같다. 사먹는 걸 줄이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자는 결심. 이번 주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끊어서 매일매일 조금씩 봤는데, 거기에 하나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재료를 따고 손질하고 다듬어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나의 요리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 지켜본 셈인데, 이상하게 그게 귀찮아보이기 보다 당연하게 느껴졌다. 하얗고 키가 큰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볼이 빨개진 채로 빵을 굽고, 잼을 만들고, 오리를 죽이고, 고구마를 말리는데, 그 몸의 움직임과 과장되지 않은 먹방 장면이 참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 다운을 먼저 받아놓고 토요일 오후에 라자냐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벌써 1분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빙고칸은 이제 딱 두 개 지웠다. 서둘러야겠다.

 

그리하여 완성한 내 생애 최초의, 라자냐. 짜짠-

 

 

 


 

참고한 책. 박찬일 글에 푹 빠져 있을 때 사 두었던 책.

 

1. 필요한 재료를 종이에 적었다. 종이를 들고 마트에 갔다. 하나하나 지워 나가는데, 맙소사! 2층 스파게티 코너에 라자냐 면만 없다! 하지만 나는 오늘 꼭 빙고칸 하나를 지워야 한다! 마트 오기 직전에 인터넷에서 본 만두피 라자냐가 떠오랐다. 지하로 가서 냉동 찹쌀 만두피 구입.

 

2. 소고기는 다진 것 말고 덩어리 사서 직접 다지는 게 더 맛있다고 책에 나와 있어서, 덩어리를 사서 다졌다. 양파랑 양송이 버섯도 다지고 토마스 소스 넣어 볶았다. 냄새 장난 아님. 침샘 자극!

 

3. 집에 있는 오븐이 미니 오븐이라 맞는 내열용기 사는 건 실패. 집에 있는 투명 용기에 만두피를 두 장 겹쳐서 쌓고 토마토 소스를 넣고 피자 치즈를 듬뿍 뿌렸다. 또 만두피 두 장을 겹치고 토마토 소스 넣고 피자 치즈 듬뿍. 또 만두피 두 장에 토마토소스, 피자 치즈 듬뿍. 제일 위에는 말린 파슬리 가루도 듬뿍.

 

4. 미니오븐 작동 시작. 좁은 집 안에 맛있는 냄새가 돌기 시작했다. 엄청 복잡한 요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간단한 요리였다니. 뿌듯하다. 오븐 타이머 소리가 꺼지면서, 라자냐 완성!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흐물흐물하고 어설프지만, 내 생애 최초의 라자냐 요리. 끝.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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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from 모퉁이다방 2015. 3. 4. 21:26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마산에 있었다. 엄마가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자궁의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검사를 하니 혹의 위치가 혈관 바로 옆에 있어 위험할 수 있단다. 엄마는 수술 직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마음을 편히 먹으라고 하니 그게 잘 되지 않는다고, 니가 내가 되어도 그럴 것이라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보호자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 바람에 가운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엄마는 누워 있었고, 주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서 있었다. 의사는 화면을 보여줬다. 커다란 혹이 화면 가득 꽉 차 있었다. 지금 이걸 제거할 겁미더. 위치가 아주 안 좋아요. 위험할 수 있는데, 한번 제거해보겠습미더.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서 피곤해 보이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딸이 서른 세살에 결혼해 이제 서른 넷인데 임신 오개월 째란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들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딸이란다. 노산이라 걱정이라고 하시길래, 요즘은 노산에도 애 잘 낳더라고 걱정마시라 했다.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됐미꺼, 하시길래 딸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다. 아이고야, 하신다. 결혼은 했습미꺼, 하시길래 안 했다고 했다. 또 아이고야, 하신다. 아주머니는 결혼을 빨리 해야 될낀데, 하시면서 자신에게도 결혼 안 한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대예. 빨리 결혼해야 되는데. 검사를 마친, 아들을 임신한 줄 알았던 임신 오개월의 딸이 나왔고, 아주머니는 어머니 수술 잘 될 낍미더, 하면서 대기실을 떠났다.  

   

   엄마의 수술은 잘 끝났다. 작은 혹이 두 개 더 있었는데 그것까지 말끔하게 제거했다고 의사는 호탕하게 말했다. 아줌마 수술은 좀 힘들었습미더. 엄마는 오인실에 입원했는데, 엄마의 옆으로 자궁 근종 수술을 한 아주머니가 있었고, 건너편에는 아이를 낳은 산모가 있었다. 어려보였는데, 내가 있는 동안 남편이 한번 와서 미역국을 데워주고 갔고, 시어머니이신 것 같은 분이 한번 왔다 갔다. 간호사가 자주 움직여야 아프지 않다고 하는데, 잘 움직이질 않았다. 커튼을 쳐놓고 계속 누워만 있는 것 같았다. 부축하는 걸 도와줘도 고맙다는 인사도 못할 정도로 아파했다. 저녁에 전체불을 꺼도 되냐고 물으니 네, 하면서 개인등을 켰다. 그 자리 커튼만 환해졌다. 엄마 침대 옆에 보조 침대를 꺼내 놓고 자고 있었는데, 엄마가 깨웠다. 새벽 세 시였다. 새벽에 아이를 낳은 산모가 병실로 들어왔는데, 남편과 간호사 뿐이라 산모를 옮기는 데 손이 더 필요했다. 나는 비몽사몽 일어나 수술용 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옮겨지는 산모의 다리를 잡았다. 새 산모의 남편은 밤새 곁에 있었다. 아침이 되자 친정 어머니인지 시어머니인지 가족들이 왔다. 오전이 되자 한 무리의 친구들도 왔다. 옆옆 산모의 커튼이 화요일에는 더 단단히 닫혀 있었다.

 

   그러니까, 화요일 303호 병실에는 네 명의 환자가 있었다. 두 사람의 자궁은 제 기능을 다하고 쇠락해 가는 중이었고, 두 사람의 자궁은 막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킨 참이었다. 나는 마침 생리 중이었다. 그 곳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한 때 내게 전부였던 곳. 수개월 동안 헤엄치면서 밥 먹고, 놀면서 '나'를 만들어가던 곳. 엄마의 그 곳이 이제는 병들어 가고 있었다. 나는 빈 침대가 있어 그 곳에서 자도 되는데도, 엄마 옆에 누워 잤다. 정확하게는 엄마 아래. 불편한 지도 몰랐다. 푹 잤다.

 

   월요일에는 아빠랑 밥을 두 번 먹고, 화요일에는 혼자 밥을 한 번 먹었다. 화요일 아침, 커피를 뽑아 마시려고 1층에 내려가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길을 건넜다. 어제 아빠랑 같이 밥을 먹었던 식당에 가서 가자미 미역국을 먹으려고 했다. 무정한 식당은 한 명은 안된다고 했다. 빗속을 헤매다 운동화는 젖고 으슬으슬 추워진다는 느낌이 들 즈음 장어국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장어국밥 한 그릇에 오천원. 주인 할아버지는 물을 올려다주며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내 고향을 말했다. 할아버지는 방긋 웃으며, 동향이라고 반가워 하셨다. 장어국밥은 그리 진하진 않았지만 따뜻했다.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 도쿄의 장어덮밥집 생각이 났다. 여기도 존 레논이 한 번 와 주었으면 존 레논도 즐겨먹은 장어구이집이 되는 건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국밥을 먹었다. 맞은 편 벽에 커다란 동양화가 걸려 있었는데, 학이 많았다. 국밥을 먹으며 한 마리, 한 마리 세어보니 모두 열 일곱 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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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ast Point Calico

from 모퉁이다방 2015. 2. 27. 23:51

 

 

[Cerveja 1] Ballast Point Calico Amber Ale

 

   여자는 겨울 내내 생각했다. 일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 너무 일하기 싫다. 눈이 올 때는 따뜻한 방에서 배 깔고 누워 책보며 영화보며 뒹굴고 싶었고, 바람이 불면 진한 국물을 우려내 따뜻한 찌개를 끓여 먹고 싶었다. 2월의 어느 저녁, 베이컨이 둘러진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며 여자는 알았다. 겨울 내내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던 사람이 두 사람이나 더 있다는 걸. 저는 그래서 빵을 먹어요. 여자의 앞에 앉은 그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빵을 마구잡이로 먹는다고 했다. 저는 그래서 자요. 자는 게 제일 좋아요. 여자 옆에 않은 그녀는 세상에서 자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월요일이 되면 그녀의 핸드폰에서 미처 지우지 못한 자명종이 울리는데, 대개 11시 즈음이다. 어느 월요일에는 오후에 울린 적도 있었다. 나는 맥주를 마셔요. 여자가 말했다. 

 

    여자와 그의 동료는 신촌에서 내렸다. 디지털미디어시티 정거장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서로의 가난함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정거장을 놓쳤다. 연대 앞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신촌역 쪽으로 이동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뉴스에서는 다음 날 엄청난 추위가 찾아올 거라고 했다. 걷는 동안에도 여자와 동료는 서로 자신의 가난을 경쟁하듯 이야기했다.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자 여자와 동료는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이야기할 가난은 아직도 산더미 같지만, 오늘은 늦었고, 내일 또 출근을 해야 하니 이만 헤어져야 했다. 여자의 버스는 금방 왔다. 여자는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목요일 밤의 버스는 한산했다. 여자는 요즘 음악을 통 듣질 않았다. 마음이 가는 음악이 없었다. 여자는 음악앱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음악을 재생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가사를 들었다. 남자가 노래했다. '꼭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널 이해할 수 있어.' 남자의 노래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자는 한 남자를 생각했고, 한 여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를 생각했다. 아, 왜 이렇게 슬프지. 내 얘기도 아닌데. 여자는 술기운에 살짝살짝 졸면서 마음이 아팠다.

 

    봄이 올 거다. 이렇게 추운 건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근거다. 곧 꽃이 필 거다. 벚꽃이 활짝 피면 어떡하지. 그 꽃길을 걷지 못하면 어떡하지. 올해는 좀 더 남쪽으로 가서 벚꽃구경을 하리라 결심했었는데. 여자는 빵도 먹고 싶어지고, 맥주도 마시고 싶어지고, 잠도 자고 싶어졌다. 우리는 남자의 노래처럼, 모두 '떨어지는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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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from 모퉁이다방 2014. 12. 14. 16:51

 

   금요일에는 야근을 하다 먼저 퇴근을 하고 낮에 내린 눈을 치우며 시동이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U씨에게 카톡이 왔다. 지금 가자고 하면 안 갈거죠? 누룽지 통닭장작구이집 이야기다. Y씨랑 가방을 챙겼다. 그래, 가요. 말로만 듣던 누룽지 장작구이 집에서 500cc 세잔을 하고 Y씨랑 서울로 가는 택시를 탔다. Y씨가 통닭을 먹으면서 그랬다. 우리 이제야 진짜 회사원 같애요. 5년 만에 처음 듣는 말이다.

 

   토요일에는 일찍 눈이 떠졌다. 지난주 토요일에 출근을 해서 10시까지 몸을 움직인 터라 지난주 내내 피곤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이틀 내내 늦잠을 자려고 했었다. 고민하다 세수만 하고 잠바를 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핸드폰으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조조를 예매했다.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봤다. 남자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했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긴 하는데, 어두운 면을 다 보여주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끝났지만, 영화는 내내 낭만적이었다. 무척 추웠다. 일기예보에 주말 내내 춥다고 했다. 어쩔까 하다가 불광천을 걸어서 증산도서관으로 갔다. 세번째로 가는 건데 또 살짝 헤맸다. 2층 종합자료실에 앉아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린 김연수의 새 단편을 읽었다. 12월에 곡예사 언니가 메세지를 보냈다. 김연수의 새 단편을 읽었고 조금 울었다고. 언니는 소설을 읽고 울었다,는 메세지를 가끔 보낸다. 그건 좋은 소설을 읽었고 너도 읽으면 좋아할 것 같다,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인다. 45쪽에서 61쪽에 걸쳐 있던 이야기였고, 이 문장을 만났다.

 

그러니까 나는 후쿠다 준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어서, "날개를 주세요"라고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복하게 살기도 하고, 고향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살하려고 하기도 하면서도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번도 만나본 일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김연수

 

    소설에 남자와 여자는 일본 여행 중에 마크 로스코의 벽화를 보러 간다. 나는 수첩에 '마크로스코 벽화'라고 적어왔다. 자려고 누웠는데 저녁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파 잠이 오질 않았다. 누워서 핸드폰에 이런 저런 단어를 검색해봤는데, 낮에 읽은 소설이 생각나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마크로스코'라고 검색해봤다. 그의 무미건조한데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 나는 그림을 몇 점 보았는데, 이 그림들이 소설의 마지막 묘사 부분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 겨울 한국에서 <레드>라는 연극이 상연되었고, 그 연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마크 로스코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인 걸 알았다. 오늘 본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남자 주인공이 영국에서 상연된 연극 <레드>에 출연했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와, 세상은 이렇게 둥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일요일,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는 동생이 라디오 켜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결국 오늘도 늦잠은 못 잤다) 또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춥다고 해서 리모콘을 뒤적거리다 3500원을 주고 <모스트 원티드 맨>을 결제해서 보았다. 이동진이 극찬한 이유를 알겠더라. 영화는 재밌었고, 긴장되었고, 쓸쓸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 끝나고 집까지 걸어왔을 거다. 오늘 같은 날씨라도. 3시 즈음 눈이 오기 시작했다. 그 시작 풍경을 우연히 보게 됐다. 블라인드를 끝까지 올리고, 눈이 오는 풍경을 올려다 봤다. 아, 겨울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오늘 우도 미역과 제철 굴을 넣고 떡국도 끓여 먹었다. 국물이 무척 시원했다. 지금 시각 5시.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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