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월요일 2 2014.06.23
  2. 우체통 프로젝트 39 2014.06.03
  3. 5월의 일들 10 2014.06.01
  4. 4월의 일들 12 2014.05.17
  5. 3월의 일들 10 2014.04.12
  6. 플래쉬 봄 2014.04.03
  7. 2월의 일들 2 2014.03.15
  8. 소라씨에게 6 2014.03.12
  9. 다른 길 4 2014.03.02
  10. 1월의 일들 6 2014.02.06

월요일

from 모퉁이다방 2014. 6. 23. 22:34

 

   지난 주, 다섯 끼 내내 같은 음식을 먹었다. 원래 오늘 휴가를 쓸 참이었다. 차장님이 괜찮다고 원래 쉴 거였으니 이어서 쉬라고 했다. 오늘은 광화문에 가 조조로 영화 <경주>를 봤다. 능의 둥근 선이 아름다워 다음에 경주에 내려가면 그 선만 낮이고 밤이고 보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쏟아졌다. 어쩔까 하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점심을 해결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씨디 플레이어를 샀다. 집에 와 브로콜리 너마저 1집과 루시드 폴 5집을 연이어 들었다. 갑자기 생각나 900원을 결제하고 <걸어도 걸어도>도 다시 봤다. 보는 동안 잠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이었다. 깨니 해가 졌다. 다시 영화를 틀고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우리는 이틀밤을 함께 지냈다. 하관을 할 때 아빠와 작은아빠와 삼촌들과 고모들의 등이 흔들렸다. 영정사진의 물기를 닦으며 무릎을 꿇고 오열하던 모습, 어깨가 커다랗게 위아래로 들썩이던 모습. 비가 왔더랬다. <경주>를 보고 찾아본 감독 인터뷰에 이런 글이 있었다.

 

 

장률 : 개인적으로 그 그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중국의 그림인데 이상하게 경주라는 공간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계속 흩어지지 않습니까? 항상 우리의 곁에는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떠나고 난 후, 우리들은 어떤 정서인가. 그 그림 속 시가 좋았습니다.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우리의 삶에서 죽음을 만나서 사람들이 떠난 후에 하늘은 물처럼 맑다. 이런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장례를 치르면서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우리를 부르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각각의 이름에 할머니만의 각각의 억양이 있었다. 금려이 왔나. 하고 싶은 일은 더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

우체통 프로젝트

from 모퉁이다방 2014. 6. 3. 22:33

 

 

   오늘 트위터를 보다 '우체통 프로젝트'라는 트윗을 봤다. 사라져가는 빨간색 우체통을 살리기 위한 손글씨 우편 프로젝트. 내게 딱이다 싶었다. 모은 엽서도 많고, 우표도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 전주에서도 우표를 사왔다. 휴가날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는데, 엽서에 붙일 금액의 우표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금액을 맞추려면 두어 세 개의 우표를 붙여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덕지덕지 여러 장 붙이면 더 멋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우체국 직원분이 그런 공간이 있을까요, 퉁명스럽게 말했다. 흠. 오래간만에 엽서를 쓰고 싶은데, 누구에게 써야할지 망설여지더라. 그러다 발견한 우체통 프로젝트.

 

    나도 우체통 프로젝트에 나름 동참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주소를 모집합니다'. 책 읽다 좋은 글귀를 발견하고, 영화를 보다 좋은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 그리고 드라마를 보다 좋은 대사를 듣게 되면 엽서를 보낼게요.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시면 올해 나의 여름 순간순간을 선물할게요. 대신 조건은 '우체통 프로젝트' 같이 내게도 손글씨 엽서를 한 번 이상 보내주는 것. 그렇게 엽서를 주고 받으면 내게 좋은 여름날이 될 것 같아서. 그럴 것 같아서. 그러니 댓글을 남겨주세요.:)

 

 

 

,

5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6. 1. 16:13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6월 새날에 맞춰 지난 5월의 일들.

6월 첫날부터 좋은 일이 있어 왠지 6월이 근사할 것 같은 느낌이다. :)

 

 

 

5월에 머리를 짧게 잘랐다. 역시 나는 긴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친구 기다리는 동안, 폴 바셋 아이스크림.

상하목장 유제품이 너무 맛있어 매일 배달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집은 배달지역이 아니란다.

 

 

친구랑 큰 맘 먹고 간 세븐스프링스.

 

 

뷔페는 매번 기대하고 가지만 생각보다 많이 못 먹는다.

조금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차 있어 계산할 때 아쉬울 따름.

 

 

고향.

 

 

어느 밤 길을 걷다 발견했는데, 결국 가질 못했다.

 

 

늦은 봄, 전주.

 

 

전주에서 산 엽서를 길게 늘여뜨여 벽에 붙여 놓았다.

주인이 직접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이란다.

 

 

5월의 그림자.

 

 

집에서 보았을 때는 검정색 글씨였는데, 지하철에서 펼쳐보니 파란색이었다.

다시, 청춘. 청춘의 문장들.

 

 

이 파우치 때문에 5만원치 책 샀다. 대만족!

 

 

이번 전주 여행 총무는 나, 정산.

 

 

삼청동의 아이스크림 맛있었던 가게.

라즈베리 미니 잼도 하나씩 샀는데, 그 잼이 정말 맛있었다.

 

 

10월에 도쿄에 가기로 했다.

 

 

마지막 햄버거랄까.

이제 곧 저 치킨빵 버거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낮의 삼청동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고 햄버거를 먹고 그늘에서 햇볕을 즐겼다.

 

 

햇볕.

 

 

한그릇으로 나눠먹어서 더 맛났던 카레우동.

 

 

도쿄가면 산토리 위스키 캔 사 마셔야지. 하루에 딱 2캔씩만 마셔야지.

아니, 흠. 3캔.

 

 

좋아하는, 타코 와사비.

 

 

이날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막내가 스페인 여행을 갔다. 씩씩하게 혼자서.

매일 사진과 안부 메시지를 보내준다.

 

 

막내가 떠나기 전, 둘이 갔던 동네 삼겹살 집.

아니, 삼겹살 집에 생맥을 팔잖아?

내가 말하니 동생이 예전부터 지나면서 와 보고 싶던 곳이라 말했다.

사실 고기 맛은 좀 그랬다.

 

 

오므라이스 잼잼 4권을 보고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하루동안의 두뇌회전을 위해 아침에 단 것을 먹으면 좋다는 내용.

당장 아침에 달려가 허겁지겁 맥모닝 핫케잌 세트를 먹었다.

뭐. 사실 잘 모르겠더라. 내가 단것을 안 좋아해서.

 

 

탄력 받아 다음날도 일찍 일어났다.

 

 

바쁜 내 친구. 우리 자주 만날 때가 좋았는데. 빨리 조금 한가해졌음 좋겠다.

매봉역에서의 맥주맥주.

 

 

여기 평소에 줄 서 있어서 사 먹어봤는데. 흠.

 

 

할머니에게 다녀왔다.

 

 

응.

 

 

5월의 그림자.

 

 

5월의 커피, 5월의 책.

 

 

5월에 생일이었다. 술 잘 못 마시는 친구와 만나 일본식 꼬치집에 갔다.

꼬치 여러개와 오뎅탕을 시켜놓고 친구는 한 잔, 나는 세 잔을 마셨다.

고맙다, 친구.

 

 

기른 바질 화분의 잎을 타 만든 바질 페스토.

그 페스토로 만든 스파게티. 맛은 흠. 그럭저럭.

 

 

올해 맥스 한정판이 나왔다. 이번에 체코. 우우-

여름동안 많이 마시겠습니다아!

 

 

1년 전 제주에서 만난 우리들.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뭉쳤네.

편안했다. 우리, 그렇게 되었네.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 품절 사태를 전해듣고 뒤늦게 주문.

우리집 근처에는 이 아이밖에 안 남았단다.

 

 

너의, 생일카드.

 

 

해피밀 장난감 아래에 도장이 있다.

마리오가 아니라 호랑이 같은데?

 

 

점을 28개 뺀 5월의 마지막날은 조용하게 집에서 맥주로 마무리.

 

 

 

,

4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5. 17. 00:10

 

 4월의 일들.

 

 

 

흐드러졌던 벚꽃길이 이제는 연두빛으로 가득하다.

 

 

퇴근길.

 

 

불금. 교촌이 진리다. 사랑합니다, 교촌.

 

 

커피콩 이름.

 

 

친구가 보내준 유희열의 리스트를 다이어리에 적어뒀다.

 

 

약수역.

오르막길은 쉴 틈 없이 후다닥 올라왔는데, 내려올 때 풍경이 좋아 한 템포 쉬었다.

그렇게 생각해줬음 좋겠다. 지금의 니가.

 

 

약수역의 닭발.

 

 

약수역의 녹두전.

 

 

약수역의 통닭.

네, 모두 한날 저녁에 먹었습니다.

 

 

구몬 한자를 하다 갑자기 울컥해질 줄이야.

그건 잊을 망의 뜻 부분, 마음 심 때문.

 

 

다시 걷기 시작한 날의 불광천.

 

 

무지에서 득템. 괜히 마음이 설렁해지면 무지 매장에 간다.

비싸서 사지는 못하고 여러가지 만지작거리고 온다.

 

 

네, 오늘도 불금입니다.

 

 

이제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따뜻한 물 섞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우유 넣어 라떼도. 대신 라떼에 거품 따윈 없다.

 

 

OB 맥주, 네스카페 유리병 득템.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 받았는데, 왠걸 오히려 돈을 더 받게 됐다.

그 날 먹은 칼국수. 혼자서 캡틴 아메리카도 봤다.

 

 

밀푀유나베 요리 검색해보고 만들어봤지만 이 모양이다.

얇은 나베 냄비가 필요한 듯. 맛은 그럴 듯 했다.

 

 

말로만 듣던 밤 막걸리를 샀지만, 너무 달다.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마르쉐에도 갔다.

 

 

사람이 무척 많더라. 좋은 기운이 여기저기서 풍겨져 나왔다.

모두들 운동화를 신고 에코백을 들었다. 그리고 모두들 웃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농부 아저씨도 있었다.

 

 

김남희 작가님이 직접 모히또를 만들어줬다.

 

 

보문역에 있는 보문사에도 갔다.

 

 

스님이 꽃이 참 이쁘지요? 나무가 참 이쁘지요? 사진 많이 찍으세요, 하셨다.

비구니 절이라 그런지 구석구석 아기자기했다. 꽃도 나무도 많았다.

 

 

좋아하는 풍경.

 

 

빛. 너희들이 기다렸을 빛.

 

 

4월의 연등.

 

 

우리가 함께 먹은 삼겹살.

 

 

쭈구미 알 드디어 먹다. 그런데 좀 실망스러웠다.

 

 

벚꽃이 질 때까지.

 

 

우표를 사고 있다. 언제든 엽서를 쓸 수 있데.

 

 

퇴근길.

 

 

합정역의 김치삼겹살 집의 항정살.

 

 

이건 맛없더라.

 

 

어느 오후.

 

 

이 아저씨(?) 우유가 맛있단다.

명작 라떼 우유 고를 때마다 이름을 확인하게 됐다.

 

 

4월에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 중 두 가지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유난히 봄이 길었다.

여름에는 기분좋게 기억해줄 만한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래본다. 4월 봄날의 추억.

 

 

 

,

3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4. 12. 18:12

 

주말에 일찍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 공짜영화 채널을 뒤적거렸다. <오만과 편견>이 있길래 간만에 다시 봤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봤는데, 너무 좋아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아시의 손 클로즈업 장면에서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우아한 거짓말>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오다 싫다는 동생을 꼬셔 먹은 자장면. 영화에 자장면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지만. 맛있게 먹고 아이스 라떼 하나 사서 나눠 마시며 걸었다.

 

 

 

이것도 주말. 모두 외출하고 혼자 맞은 토요일 저녁. 삼겹살 야무지게 혼자 구워 쌈 싸 먹었다.

 

 

 

 

유인촌은 지쳐 보였다. 지친 말의 역할이긴 했지만, 지쳐 보였다. 공연의 막바지였다. 3월 말에 공연이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지쳐보였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아니지. 열정이 없는 나이가 문제지, 생각하며 나를 자책했다. 영등포는 두번째로 가봤는데, 정말이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너무 복잡했다. 말떼들의 열연이 대단했다. 정말 '말' 같았다.

 

 

 

믹서기를 샀다. 매일 과일을 갈아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에 굳이 챙기지 않았던 제철 과일을 챙기고 있다. 과일가게에 들러 저렴한 과일을 산다. 요즘은 딸기랑 토마토가 많이 나오더라. 바나나도 괜찮더라. 주스에 견과류도 넣는다. 아침에 사과를 먹으면 화장실 가는데 무척 좋다고 해서 비싸도 사과는 계속 사고 있다.

 

 

 

3월의 메모.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김영하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팟캐스트를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줬다.

 

알렉산드로 수마로코프.

예카테리나 2세의 총애를 잃자 은퇴해 가난하게 살다 1777년 1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이 약력에 왠지 마음이 울컥해서, 일하다 잠시 멈췄다.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가 석모도에 같이 가자고 했다. 다른 친구도 같이 가면 갈게, 라고 했다. 넷이서 석모도에 다녀왔다. 방은 셋이서, 그리고 혼자서 썼는데 좋았다. 절에 갔다 오고, 저녁을 먹고, 고스톱을 치다 잠들었다. 예전에는 술을 먹으면 취할 때까지 먹다 자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적당히 취기가 오를 때 씻고 자는 것도 즐겁다. 다음 날이 가벼우니까. 다음 날 일어나 혼자 아침산책을 했다. 여행지에서는 항상 일찍 일어나 아침산책을 한다는 홋카이도 가이드의 말이 생각났다. 이번에 탁피디의 팟캐스트에 극작가 길치언니의 여행이야기가 올라왔는데 너무 재밌어서 배꼽을 잡았다. 두번째 이야기 업데이트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패키지 여행도 잘 선택하면 즐거울 수 있다. 여행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여행, 가고 싶다.

 

 

 

 

사실 처음엔 졸렸다. 그래서 살짝 졸았다. 왜 계속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조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중반부터 정신을 차리고 봤는데, 마지막에는 가슴이 따뜻해져 버렸다. 좋았다.

 

 

 

어느 날의, 도시락.

 

 

 

 

 

봄꽃이 피기 시작한 어느 날, 친구가 동네로 왔다. 꼬치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 친구가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불렀는데 후렴 부분에 미싱에 관한 가사가 있었다. 이 노래가 이런 서글픈 가사인 줄 몰랐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동묘를 걸었다.

 

 

 

친구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 입고 갈 옷을 보려고 동대문도 걸었다.

 

 

 

 

동묘에서 산 칠성사이다 컵으로 맥주도 마시고 과일주스도 마신다.

 

 

 

현충원에서 버들벚꽃을 보고, 여의도로 와 유명한 통닭집에서 통닭과 맥주를 마셨다. 지상파 3사 방송과 케이블 야구 방송이 모조리 나왔던 통닭집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살 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도착한 토요일의 택배. 외출했다 늦어 일요일에 받았다. 그녀의 책들. 엽서에 빼곡하게 글을 썼는데, 엽서는 서점 사진이다. 냉장고에 붙여뒀다. 고마운 사람.

 

 

그리고 밤꽃들.

 

 

 

 

 

 

매일매일 피는 꽃을 출근길에 찍어두려 했는데, 너무 빨리 지더라. 아쉬웠다.

 

 

 

 

 

 

나무에 꽃과 잎이 반반인 4월. 어제는 퇴근길에 파주에서 길을 걷다 가방 빅세일을 발견하고 달려가서 저렴하게 가방 하나를 구입했다. 금요일이라 버스는 막혔지만, 만족스러웠던 퇴근길. 남은 4월에 우연스런 행운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먼저 연락을 해준다거나.

 

 

,

플래쉬 봄

from 모퉁이다방 2014. 4. 3. 21:40

   전날 닭발을 먹은 게 잘못이었다. 아니다. 어두운 조명의 술집에 들어간 게 잘못이었다. 사실 나는 어두운 조명의 술집을 좋아한다. 자고로 술집은 어두워야 술맛도 나고 상대도 예뻐보이고 하는 법. 동대문의 어느 어두운 조명의 술집에서 닭발과 주먹밥을 먹는데, 요즘 먹는 모든 것의 사진을 찍는 나는 그것도 찍어야 했다. 그때 친구가 플래쉬를 켜고 휴지 한 장을 플래쉬 불빛에 가리고 찍으면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 사진찍을 때 플래쉬 따위는 켜지 않는데. 그래서 다음날 현충원에서도 내내 플래쉬가 켜져 있었다. 봄볕이 너무 밝아서 플래쉬가 켜진 줄도 몰랐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하고 뭔가 이상해서 알아 차렸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플래쉬의 봄. 현충원에는 수양벚꽃이 많더라. 처음 봤다. 수양벚꽃. 벚꽃들이 길게 땅까지 늘어져 있었다. 현충원과 벚꽃이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요즘 출근길과 퇴근길, 꽃 보는 재미에 산다.   

 

 

 

 

 

 

 

 

 

 

 

 

 

,

2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3. 15. 01:26

 

 

 

 

 

 

 

 

 

 

 

 

 

 

 

 

 

 

 

 

 

 

 

 

 

 

 

 

 

 

 

 

 

 

 

 

 

 

 

 

 

 

 

 

 

 

 

 

 

 

 

,

소라씨에게

from 모퉁이다방 2014. 3. 12. 14:17

 

드디어 연잎밥을 주문해서 먹었어요!

연잎밥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연잎향이 강하더라구요.

조금 짭잘한 반찬을 얹어 함께 먹으니 좋았어요.

자연 해동을 한 뒤에 찜기를 이용해서 20여 분 찌거나, 밥솥 찜기능을 이용해서 먹었어요.

연잎은 깨끗하게 씻어 잘게 썰어서 말린 뒤에 밀봉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차 만들어서 마시고 있어요.

버릴 거라곤 포장용기와 이쑤시개 뿐. 냉동실 한 칸에 넉넉하게 넣어두니 든든해요.

연잎밥 시식 후기 끝! :)

 

 

 

 

 

 

 

 

 

 

,

다른 길

from 모퉁이다방 2014. 3. 2. 14:18

 

 

     

     토요일. 박노해 사진전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았다. 40여 분 줄을 서서 기다려 입장했다. 사람들이 많아 느리게 사진 한 점 한 점 길을 따라 이동했다.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옆 시인의 글귀들도 오래 들여다봤다. 사진 길이 너무 막혀 안 되겠다 싶어 사람들을 뛰어 넘으며 사진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백발에 야구모자를 눌러 쓴 왜소한 체구의 할아버지는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나면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그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를 만난 뒤로,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사진을 구경했다. 할아버지가 어느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카메라의 액정에 찍힌 할아버지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그러다 전시장의 한 구석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시인을 발견했다. 반듯하고 커다란 책상 앞에 자신의 사진을 보러 온 사람들을 의자에 앉혀놓고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며 정성스럽게 사인을 하고 있었다. 시인은 친절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책을 사다 어떤 대화를 엿들었는데, 제목 아래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는 사진이 팔렸다는 거라고 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에 다섯 개가 넘는 빨간색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는데, 그건 이만큼의 가격에 팔렸다는 걸까. 좋았던 다른 사진에는 시인의 이런 글이 있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기울 때쯤이면 누비아(15)는 당나귀에게 풀을 먹이며 밀밭 사이로 '걷는 독서'를 한다. 들꽃의 향기와 밀싹의 숨결과 새의 노래가 낭송의 음경 속에 가만가만 스며든다.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삶을 읽고 세계를 읽고 자기 내면에 쓰여진 비밀스런 빛의 글자를 몸의 여행으로 읽어나가는 '걷는 독서'. 흑백의 사진 속 소녀는 당나귀를 끌며 책을 읽고 있다. 뒤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있고, 아지랑이 같은 햇살이 소녀와 당나귀를 비춘다. 평화롭다. 시인이 2011년 파키스탄에서 찍은 사진이다.

 

 

 

,

1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2. 6. 22:46

 

'1월의 일들'이라고 쓰고 '1월에 먹은 것들'이라고 해석한다.

새해에도 많이 먹었다.

 

 

 

12월 마지막날, 노사이드 문이 열려 있었다. 먹었다. 오꼬노모야키!

이번에는 소바 면으로만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다.

 

 

 

친구가 작년에 선물해 준 다이어리.

작년에 다이어리를 두 개 선물 받아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것은 보관해뒀었다.

드디어 개시.

 

 

 

새해 첫 아침은 포장해 온 남은 오꼬노모야키. 꿀맛.

동생이 남은 거 혼자 다 먹었다고 진정 화냈었다.

 

 

 

우리집 티비. 뒤가 볼록하고 화질도 구리다.

3만원인가 4만원에 중고로 사온 티비. 심지어 배달도 안해줬다.

그런데 나는 이 티비가 좋다. 왠지 정이 가.

 

 

 

동생이 사온 뎀셀브즈 커피잔. 바로 회사로 가져가서 딱 한번 커피 내려 마셨다.

덤셀브즈 자주 갔었는데, 씨네코아 있던 시절. 그때는 종로가 좋았는데.

 

 

 

새해, 집에서 떡국도 끓여 먹었다.

 

 

 

한겨울의 딸기도.

 

 

 

어느 날의 도시락.

 

 

 

Y씨가 선물해 준 알라딘 일일달력. 매일매일 온갖 것들을 메모해둔다.

그리고 괜찮은 날의 메모는 보관해둔다.

오늘은 '회사에서 똥을 싸는 것'에 대해 메모했다.

 

 

 

술 마신 다음 날, 전화를 계속 안 받으니 친구가 동네로 찾아왔다.

나는 술병이 났을 뿐.

덕분에 둘이서 뜨근한 샤브샤브도 먹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나는 내내 잠옷차림이었다. 친구가 창피했을 거다.

 

 

 

친구가 태국 다녀와서 선물해 준 볼펜.

 

 

동네 야채가게가 있다. 현금으로만 거래할 수 있고, 모든 물건들이 싸고 싱싱하다.

돌돌 말려서 진공 포장되어 있는 순대를 사서 두 번에 나눠 찌고, 볶아 먹었다.

 

 

 

Y언니가 술을 먹고 사준 푸딩. 일본 푸딩 맛이 비슷하게 난다니까, 하고.

편의점에서 동생들 것까지 세 개 사줬다. 오. 진짜 일본 푸딩맛 비슷하다.

 

 

 

알라딘 머그컵 받기 위해 주문한 책들.

그런데 까만 컵에 커피를 마시니, 내가 뭘 마시는지 알 수가 없네. 물도.

이 컵에는 우유가 가장 적합한 듯.

 

 

 

어느 날, 주말 오전 혹은 오후.

 

 

 

합정 레게 분위기의 가게에서 치킨을 먹었다.

 

 

 

악어의 게살고로케. 오! 오!

 

 

 

동생 이름이 화면에 나와 후다닥 찍었다. 막내 병원 간 날.

 

 

 

책도 읽고,

 

 

 

죽도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아주 늦게 정리한 군산 여행.

 

 

 

새해의 포크 공연에서 받아온 포스터. 뒤에 2014년 달력이 있었다.

문에 붙여뒀다.

 

 

 

속초홍게여행의 최후.

 

 

 

야채가게에서 산 호두와 할머니가 준 멸치로 만든 반찬 혹은 맥주 안주.

 

 

 

선물받은 곶감은 이렇게 보관해서 반은 설날 엄마에게 가져갔고,

반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먹고 있다.

 

 

 

당신에게, 여행.

 

 

 

 

친구가 집에 초대했다. 이렇게 스펙터클한 맥주들을 준비해두고서.

 

 

 

이렇게 맛있는 족발을 준비해두고서.

 

 

 

그리고 다음날 이렇게 예쁜 컵받침까지 선물해줬다.

 

 

 

또 다른 친구도 나를 초대해줬다. 삼겹살과 새우를 구워줬다.

벽에 엽서가 많이 늘었네.

 

 

 

어느 날의 도시락.

 

 

 

설날에는 통영 중앙시장에 갔다. 회 먹으러.

 

 

 

막내는 노로 바이러스 걸릴지도 모른다며 처음엔 먹지 않겠다고 하더니 회가 나오자 먹기 시작했다.

소주와 함께. 소독을 해야 한다면서. 혼자서 반병을 비운 듯.

 

 

 

엄마는 이런 흐리고 비오는 날에는 회를 먹는 게 아니라며

맛나게 먹는 아빠와 우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절대 한 조각도 먹지 않으면서.

그러다 매운탕이 나오자 맛있네, 맛있네 하면서 먹었다. 혼자서 거의 다 먹었다.

그런데 매운탕이 정말 맛있었다. 혜숙이네. 기억해두고 또 와야지 생각했지.

 

 

 

설 마지막 음식. 재첩국까지.

1월이 끝나고 2월이 시작됐다.

 

 

2월의 다짐.

불끈. 2월에도 많이 먹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