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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식 후
    모퉁이다방 2015. 10. 30. 00:04

     

     

     

       여행 때문인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동생은 포르투갈 여행 이후 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가진 두 번의 모임에서 내가 언니를 봤는데, 언니가 확실히 밝아졌어. 좋아졌어. 나도 혼자 멀리 여행을 가야될까봐. 확실히 내가 변했다. 여행을 다녀온 덕분인지, 변할 타이밍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도 이유가 혼자 멀리 떠난 여행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에서 많은 시간 외로웠다. 혼자여서 좋았지만, 둘이었어도 좋았을 걸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혼자여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언제든 원할 때 쉴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걸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외롭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있어 그 여행이 완성될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겪은, 내가 겪고 있는, 내가 겪게 될 모든 순간들이 소중해졌다. 외로웠기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이 고마웠고, 자유로움을 느꼈기에 혼자 있는 시간들을 더 귀하게 쓸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아졌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더 좋아졌다. 그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혼자서 무언갈 먹고, 마시고, 보는 시간도 소중했다. 그 전보다 온전히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전이었으면 부정적이게 생각하고 말았을 말들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햇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책을 읽었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 운동도 시작했고, 평일의 맥주도 줄였다. 새로 옮긴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들을 만났고, 매일 무언갈 읽거나 외우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마다 조금 더 차가워진 공기를 들이마시며 행복하다 느끼며 출근했다. 야근이 많아져 스트레스가 쌓였지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없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좋은 곳으로의 여행을 꿈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고 금방 쌓이긴 하지만) 오늘 B가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떠났다. B는 내게 가지고 가는 책의 목록을 말해주며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 한달동안 B에겐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까. B와 B의 짝꿍 사이에서는 어떤 마음들이 싹트고 사라질까. B는 다녀와서 자신의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그렇게 나의 인연이 늘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에 감사했다. 확실히 내가 변하고 있다. B가 돌아오면 12월. 12월에는 내가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무언갈 읽고 외우며 잠들어야지.

     

    -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여서, 모두 다 잊어버리지 않고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시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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