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진짜 새해 8 2016.02.11
  2. 합정, J 2016.01.29
  3. 1월의 일들 6 2016.01.26
  4. 친구네 한라봉 5 2016.01.12
  5. 토요일, J 8 2016.01.11
  6. 맥주 프로젝트 8 2016.01.07
  7. 오지은 2 2015.12.25
  8. 2016 도서관 프로젝트 29 2015.12.25
  9. 지난 술들 4 2015.12.20
  10. 11월의 불금 4 2015.11.14

진짜 새해

from 모퉁이다방 2016. 2. 11. 07:21



   설연휴가 지났다. 1월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날들보다 다사다난했던 날들이 더 나은 나로 이끌 거라 생각하고 있다. 구정을 진짜 새해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 본다. 새해에는 지난 1월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기를. 마음 아픈 일은 적기를. 내가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를. 새해에 할아버지, 할머니, 남해바다를 보고 왔다. 잘 될거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우리 모두 새해 복 많이. :)



,

합정, J

from 모퉁이다방 2016. 1. 29. 07:10


   우리는 자리를 옮겨 또다른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쉴새없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애의 얼굴에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애가 맥주 한 잔을 빠르게 마셨다. 내 얼굴도 그랬겠지. 안 들키려 노력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그애가 말을 놓자고 했다. 그 뒤로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말을 놓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씨가 되었다. 좋아하는 합정 산책길을 걸어 역으로 왔다. 어제, 나는 그애의 진짜 마음이 궁금했다.



,

1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6. 1. 26. 22:21

 

 

 

   토요일에서 일요일이 되는 동안, 우리는 시인의 방에 있었다. 다섯 명이서 한 대의 택시를 타고 연남동으로 왔다. 택시 아저씨는 시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 풋풋한 택시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고 조잘거렸다. 서촌에서 시인은 이야기했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언제나 그렇듯 물어봐야 겨우 답했지만, 나는 그의 '좋은' 기운을 느꼈다. 우리는 시인의 방에서 방백도 듣고, 이소라도 들었다.

 

   나와 동생은 요즘 하루에 한 개씩 버리는 중이다. 좁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살면 살수록 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살펴보면 대부분이 필요없는 것들. 그걸 하루에 하나씩 찾아내 버리고 있다. 어떤 날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 볼펜을 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일년 내내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을 버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마음을 버렸다. 나는 '그' 마음을 정말 버렸다고 생각했다.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내 일상은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일본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을 읽어야 하는데 걱정을 하면서 티비를 보다 씻고 잠들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1월이니까, 뭔가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열심히 적게 먹고, 열심히 맥주를 덜 마시고 있다. 지금의 내 일상은 일어나서 씻고, 몸무게를 재고, 아침을 먹고 (가장 먹고 싶은 것, 가장 칼로리가 높은 것), 노랗고 얇은 종이에 그 날의 일본어를 가득 써서 호주머니에 넣고 출근을 한다. 일을 하고, 화장실에 가는 동안 노랗고 얇은 종이를 꺼내 한번씩 읽어본다. 잘 읽히지 않는다. 어쩜 나는 이렇게 바보일까 자책을 한다. 때때로 칼퇴를 하고, 때때로 야근을 한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지 않으면 운동을 하러 간다. 타원형으로 나열되어 있는 기구를 이용해 몸을 움직이고, 발판 위에서 뛴다. 그렇게 두 바퀴를 돈다. 스트레칭을 하고 집에 온다. 우유를 마신다. 내일 점심으로 먹을 샐러드를 준비하고, 공부를 조금 하고, 책을 조금 읽고 잔다. 그런다. 운동을 하면서 듣는 말을 일상을 살아가면서 떠올리고 있다. 트레이너들이 매일매일 말한다. 허리를 펴고, 가슴을 내밀고, 시선은 정면으로. '허리를 펴고, 가슴을 내밀고 시선은 정면으로.'

 

   어떤 날은,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너무너무너무 슬펐다. 마음이 마구마구마구 아팠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횡단보도를 하나 남겨두고 엉엉 울었다.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고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마저 울었다. 그렇게 울고나니 시원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생각했다. 집에 와 씻고 이불 덮고 잘 잤다.

 

   <치즈인더트랩>에 빠져 있는데, 지난 일요일에 1화부터 쭉 다 봤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설이가 개떡같은 조원들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것이 확실시 되자, 맥이 풀리고 기운도 없어져서, 친구랑도 싸우고, 그러고 낮의 거리를 이어폰을 끼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장면. 유정선배가 따라가며 설이의 빈 손을 바라보는 장면. 설이는 무슨 음악을 듣고 있었을까. 집 앞 오르막길을 설이가 오르는 장면. 인호가 설이를 발견하고 말을 거는 장면. 둘이 나란히 오르막길을 오르는 모습을 뒤에서 유정선배가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장면. 이 장면들이 담긴, 밤도 아닌, '낮'의 풍경들.

 

  이번 주 듣고 있는 노래들. 현재 '재생' 목록의 처음 열 곡.

- 이브나 / 가을방학, 김재훈

- 시시콜콜한 이야기 / 이소라

- 하도리 가는 길 / 강아솔

- 심정 / 방백

- 방공호 / 9와 숫자들

- 비밀 / 짙은, 한희정

- 집까지 무사히 / 루시드 폴

- Norway / 슬로우 쥰

- 아직, 있다 / 루시드 폴

- 새 (어쿠스틱, 이규호) / 루시드 폴

 

    아, 그리고 시인은 말했다. 그 사람, 내 삶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같아서. 나는 시인의 그 말이 좋아서,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내 '삶'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멋지다, 시인아. 고운 사랑하길.

 

   나흘 후에 나는 상고선을 타고 전장포구로 돌아와 임자도를 떠났다. 그 나흘 동안 우리는 일절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다만 난데없는 꿈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그날 밤 그와의 관계가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와 막 사랑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즈음 나는 매일매일 하나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런 것이었다. 요컨대 나라는 거울을 통해 매 순간 상대를 찾고 그리워하는 일이 바로 사랑이었다. 또한 상대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누구한테나 우주와의 경이로운 일체감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날 밤 그와 내가 그러한 순간에 처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와서야 말할 수 있지만, 별들의 생성과 소멸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 파괴되면서 동시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 410쪽, 윤대녕 <반달>

2015년 12월-2016년 1월 '시옷'의 책.

 

   내일, 그 아이를 만나기로 했다. 새 책은 '오늘' 도착했다.

 

 

 

,

친구네 한라봉

from 모퉁이다방 2016. 1. 12. 23:01

 

 

 

    친구는 마지막 서울 나들이를 왔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요. 일요일,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는 전날의 숙취로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위해 샤브샤브를 함께 먹어 주고, 지난 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친구는 내게 항상 잘 될 거라고 말해줍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내 얘기를 즐겁게 들어주더니, 잘 될 거야, 라고 말해줬습니다. 우리는 커피숍에 가서 달달한 케잌 하나를 시켜놓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친구가 그럽니다. 얼마 전에 J와 (J는 친구의 남편이자, 나의 친구입니다.) 주말에 뒹굴거리면서 기분 좋게 누워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 둘이서만 이렇게 한가롭게 뒹구는 건 앞으로 어렵겠구나. 이게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겠구나.

 

    친구는 씩씩하고 건강해서 임신을 하고도 입덧도 없고, 서울로 자주 나들이를 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나 혼자 맥주를 마시라고 하고 자기는 물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걷기도 많이 했습니다. 친구가 티비에서 본 뒤로 계속 생각이 난다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가 허망하게 돌아오던 길, 을지로의 음산한 거리에서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봤다고 이야기하던 순간이나, 북적대던 홍대 길을 함께 걷다가 꿀벌이라 그런가 밤마다 단 게 땡겨, 라고 이야기하던 순간. 그런 소소한 순간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여행. 친구 커플은 이 둘은 꼭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잉보호하지 않을테니, 알아서 잘 크면 좋겠다고 합니다. 나는 친구들의 이런 소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좋은 이모가, 고모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너를 배에 안고 있을 때, 이모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단다, 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 낭만적인 이모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꿀벌이는 (친구의 아기 태명이에요) 예전부터 거꾸로 있는데, 지금도 거꾸로 있어서 다음주에 수술을 통해서 세상에 나와요. 어떤 아이일지 다음 주면 알 수 있어요. 나는 임신을 한 친구에게 자주 물어봤어요. 어때? 실감이 나? 친구는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엄마가 되는 것이요. 이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있으니, 모성애라는 것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나도 친구가 어떤 엄마가 될 지, 그리고 친구가 어떤 아빠가 될 지 아직은 상상이 되질 않아요. 나는 친구와 꿀벌이에게 선물을 한다고 뮤지컬을 한번 보여줬는데, 그게 <베르테르> 였어요. 무대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아, 이건 태교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극이구나. 그렇지만 꿀벌이는 범상치 않은 아이일 게 분명하니까, 이런 슬픈 극을 그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 충분히 느꼈을 거예요. 아, 맞다. 나중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물해줘야 겠습니다. 아무튼 뮤지컬을 보기 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친구가 친구에게, 그러니까 나의 남자사람친구가 여자사람친구의 배를 만지면서 우리 꿀벌이 잘 있나, 라고 했어요. 한낮이라 햇볕이 많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무척 따뜻했어요. 그 순간이.

 

   이 글의 본론은 '한라봉'입니다. 친구는 제주도 사람이고, 친구의 가족은 제주도에 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한라봉 농사를 짓고 계시고, 제가 몇 년 동안 먹어봤는데 그 한라봉이 무척 맛있어요. 그리고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조금 싼 가격에 친구의 지인들에게 한라봉을 팔고 계세요. 그러니 필요하신 분은 한라봉을 사시라고,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홍보해 봅니다. 한번 먹은 제 지인은 매년 구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요. :)

 

 





,

토요일, J

from 모퉁이다방 2016. 1. 11. 07:09



BGM 방백, 다짐.

술에 취해 고백 따위 해버리다니.
맥주 프로젝트의 첫 글이 이런 글이라니.
왜 나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지.
시간을 다시 돌리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술 따위에 취하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

맥주 프로젝트

from 모퉁이다방 2016. 1. 7. 23:13

 

 

 

 

    맥주를 좋아합니다. 신기한 음료라고 생각합니다. 술인데 맛있고, 마시다보면 용기도 주고, 꿈도 주고, 희망도 줍니다. 비록 다음날 사라지는 신기루지만. 나는 이 신기루 음료를 마시면서 수십번의 꿈을 꾸고, 수십번 결심을 하고, 수십번의 희망을 가졌습니다. 좋은 친구들도 꽤 사귀었습니다. 소주는 너무 쓰고, 와인은 밖에서 마시기엔 비싼 것 같아요. 제게는 맥주가 가격대비, 맛대비 최고입니다. 독서모임에서 저의 별명은 맥령언니, 맥령누나입니다. 맥주의 맥, 금령의 령. 아이들은 단번에 저를 알아보고 저런 마음에 쏙 드는 별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술자리는 신기합니다. 어색하게 시작했다가 둘도 없을 사이로 끝나기도 하고, 평소엔 전혀 하지 않았을 속 이야기도 하게 만듭니다. 나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지난 날의 상처라든가. 뭐 그런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게 꺼내, 친분을 더욱 두둑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지난 한해를 보내면서 간절히 원하고, 바라고, 생각하면 그 바램은 꼭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진짜 이루어지더라구요. 나는 지난 해 포르투갈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뤘고, 좀더 밝아지고 싶고, 좀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이뤘습니다. 작년의 목표는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말자인데 백퍼센트 성공한 건 아니지만, 제법 성공했습니다. 친구가 권해준 것 중에 수영이 있었는데, 그건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올해 언젠가 용기를 내어 볼 거예요. 뭐든지 누가 좋다고 권해주면 다 해볼 작정이에요.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던 작년이지만, 그런 말도 많이 했어요. 나이가 좀 많아요, 나이가 많아서요, 등등의.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갈 날만 남았습니다. 벤자민 버튼이 되지 않는 한 어려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저 따위 말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면, 커서 무엇이 되겠어요! 올해는 나이가 많아서 못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올해 저의 목표는 사람들과 맥주를 마신 뒤, 그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이른바, 맥주 프로젝트.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기록해두기 위해서입니다. 함께한 사람들과, 시간들, 그리고 맥주들. 이렇게 말해두면 더 실천하기 쉬워지니까 말해둡니다. 헤헤- 저의 맥주 일기 지켜봐주세요. 아, 맥주를 열심히 마시기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또한 올해의 제 목표입니다. 아, 목표가 너무 많네요. 꼭 모두 이뤄낼 거예요. 화이팅!

 

 

 

,

오지은

from 모퉁이다방 2015. 12. 25. 22:40

 

 

 

   사인본을 받으려고 오지은 산문집을 부랴부랴 주문했다. 가사집도 같이 왔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맥주를 잔뜩 마시고 잠이 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편의점에서 세계맥주 다섯 캔을 (그것도 큰 걸로) 사 왔지만, 두 캔도 제대로 못 마시고 잠들었다. 크리스마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소파 위에 앉아 오지은 가사집을 뒤적거렸다. 어제 길을 걷다가 생각한 건데, 올해 내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이봄이다. 올해 봄이는 내 손을 잡아줬고, 좋은 사람들을 무려 일곱명이나 내게 소개시켜줬다. 두번째 모임에서인가 뒤풀이 자리에서 살짝 취한 봄이 말했다. 언니는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뽑았어. 원래 두 명만 뽑기로 했는데, 셋을 뽑았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 귀여운 것. 고마워, 봄아. 그때가 초봄 즈음. 겨울이 시작되고 있을 때, 우리는 동교동 삼거리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 봄이 그랬다. 오지은 가사처럼 말이야. 우리는 모두 그 가사를 말했다. 옆에 있던 기석이는 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우리들. 시옷. 올해 다들 정말 고마웠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맥언니이자 맥누나가 말한다.

 

 

 

,

2016 도서관 프로젝트

from 모퉁이다방 2015. 12. 25. 15:46

 

 

 

2015년에 우체통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지 못했네요),

2016년에는 Goldsoul 도서관 프로젝트.

키워드는, 한달 대출, 맥주 만남, 책 수다, 도서카드 작성.

좋아서 팔지 않고 소장하고 있지만, 두 번 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더럽게 봐도 좋아요. 저도 더러운 가방 안에 막 가지고 다님.

하지만 지나치게 더러워졌다면, 대출자가 맥주값을 내기로 해요.

약속날짜를 넘겨도 대출자가 맥주값을 냅니다.

꼭 반납만 하면 됩니다. 반납 안 하면 지구끝까지 쫓아갈 거예요!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개인 문의 가능요! DVD도 있어요.

 

<러브레터>, <귀를 기울이면>을 보다가 그 시절이 그리워서 생각해낸 프로젝트랍니다. :)

 

 

1. [대출예약] 바닷마을 다이어리 1-6권 / 요시다 아키미 / 애니북스

빌려서 읽은 책인데, 영화화된다고 해서 고민했다. 살까 말까. 결국 샀다. 사길 잘했다. 정말 잘했다.


12월 - S / 2월 - 따즈

 


2. [대출중]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문학동네

그의 영화들처럼 담백했다. 어떤 한 페이지를 읽고는 계속 눈물이 났다. 역시 <고잉마이홈>의 그 장면은 감독의 경험이었구나.

 

2월 - wisdomlove7



3. [대출가능]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4. [대출중] 어떤 날들 / 앤드루 포터 / 문학동네

작가의 바램대로 나는 이 책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읽었다. 우리는 늘 선택을 하고, 이따금 혹은 아주 많이 실수를 하고, 그 실수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선택이 실수였다 해도, 뒤따르는 모든 삶이 실패일 리는 없다.


2월 - JH Baek



5. [대출가능] 익숙한 새벽 세시 / 오지은 / 이봄

그녀의 일기장.



6. [대출가능] D에게 보낸 편지 / 앙드레 고르 / 학고재 / 시옷의 책

내 젊은 날의 빛나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 내게 결혼을 권하던 숙모는 말했다. 이 책은 D의 빛났던 젊은 시절을 찬란하게 기억하고 있는 G의 일기이자, 그들의 기나긴 유서이다.

 


7. [대출가능] 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 바다출판사 / 시옷의 책 

아름다운 소설. 슬프지만, 우울하지 않다.



8. [대출가능]소라닌 / 아사노 이니오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20대로 가득한 이 만화가 30대인 나를 위로해줬다.



9. [대출가능] 반딧불 언덕 / 기타모리 고 / 피니스아프리카에

이제야 만났다. 산겐자야의 맥주바 가나리야. 그리고 마스터 구도. 도수가 높은 맥주, 그에 알맞는 맛있는 요리, 무엇보다 이야기. 이 소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조금은 쓸쓸한데 그만큼 따뜻하다.



10. [대출가능그들에게 린디합을 / 손보미 / 문학동네

소설을 읽으면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있는, 쓰여지지 않은 일과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그 시간들이 좋았다.



11. [대출가능] 백석의 맛 / 소래섭 / 프로네시스(웅진) 

'선우사(膳友辭)'라는 시를 만났다. 그 시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12. [대출가능]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 문학과지성사

한강의 새 소설을 읽었다. 아주 긴 노래였다.



13. [대출가능] 홋카이도 보통 열차 / 오지은 / 북노마드

보통 열차를 타고, 보통의 속도로, 보통의 나를, 보통의 마음으로 돌아보는 일.



14. [대출가능] A가 X에게 / 존 버거 지음 / 열화당

편지 쓰고 있는 손, 눈이 있는 손, 꼭 잡고 있는 두 손. 손 그림들. 그리고 167페이지


15. [대출가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 예담

가난에 대해 생각했다.



16. [대출가능]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 청어람미디어

눈을 감고 상상해봤다. 내가 그의 장례식 한 켠에 있는 상상. 그 곳은 춥지만 따듯한 알래스카 땅. 따듯하고 따스한 슬픔이 마을 전체에 모락모락 퍼진다. 내 2011년 최고의 책.


 

17. [대출가능]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21세기북스

앤드루 포터,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18. [대출가능] 물방울 (반양장) / 메도루마 슌 / 문학동네

아, 세 편 뿐이라 너무 아쉬울 따름.



19. [대출가능] 파리는 날마다 축제 / 어니스트 헤밍웨이 / 이숲

그 시절,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첫번째 부인, 책, 카페, 신선한 굴과 백포도주, 그와 교류했던 작가들, 파리의 풍경들, 가난까지도.



20. [대출가능]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 알프레드 랜싱 / 뜨인돌

그들은 남극탐험에 실패했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2년여를 버텼다. 누군가 이런 일기를 남겼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행복하다.˝ 이 구절이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했다.

 



,

지난 술들

from 모퉁이다방 2015. 12. 20. 21:42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술은 마시는지 꼭 물어본다. 맥주를 좋아하니까, 함께 맥주를 마셔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좋아하지만 강하진 못하니까, 너무 센 사람보다는 나랑 속도가 맞는 사람이 좋다. 내가 한 잔 마시면, 그 사람도 한 잔. 내가 두 잔 마시면, 그 사람도 두 잔. 세 잔 마시고 싶은데, 이제 더는 못 마시겠다고 하면 아쉬우니까, 세 잔을 함께 마셔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세지 않아서 종종 필름이 끊기기도 하니까, 혼자 끊기면 다음 날 아침에 초조하고 난처해지니까, 함께 끊길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얼마 전에 아끼는 아이와 처음으로 둘이서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같은 양의 맥주를 비슷한 속도로 마셨고, 정확히 같은 시간 동안의 기억이 없다. 그 시간 동안 신이 나서 셀카를 찍었는데, 그 시간 속의 우리는 무척 즐거워보였다. 아이가 말했다. 언니는 좋은 사람을 꼭 만날 거야. 내년에는 맥주를 좋아하는, 함께 마셔줄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음 좋겠다.

 

 

 

 

 

 

 

 

 

 

 

 

 

 

 

 

 

 

 

 

 

 

 

 

 

 

 

 

 

 

 

 

 

 

 

 

 

 

 

,

11월의 불금

from 모퉁이다방 2015. 11. 14. 00:01

 

 

 

   이번주는 정말 힘들었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이번주와 같은 하루하루가 펼쳐진다고 하면 나는 포기. 정말 포기. 비가 내리는 13일의 금요일에, 칼퇴를 하고 동네로 와 운동을 갔다. 카드를 찍으니 컴퓨터 화면에 11월의 출석표가 나왔다. 트레이너가 보더니 깜짝 놀란다. 이번 달에 처음 오신 거예요? 회사가 바빠서요, 라는 핑계를 대고 운동을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결국 내게 다가와 잘 나오겠다는 다짐을 받고 갔다. 오늘은 더 열심히 뛰었고, 더 열심히 기구를 당겼다. 스트레칭도 더 열심히 했다. 땀도 많이 흘렸다. 13일의 금요일에는, 더군다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불금에는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대로 집에 와서는 옷만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일본어 녹음 숙제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 시작해 나도 한국인 친구를 갖고 싶습니다, 로 끝나는 문장을 여러번 연습한 뒤 녹음을 해 센세에게 보겠다. 센세가 잘했습니다, 라는 문장을 보내줬다. 저녁도 차가운 우유 한잔으로 대신했다. 아, 간만에 뿌듯한 밤이다. 다음주에는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가을, 인사동의 캘리그라피 전시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