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모퉁이다방 2007. 7. 5. 15:15
얼마전 술 마시고, 물건 세 가지를 잃어버렸다. 핸드폰. 핸드폰 이어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핸드폰은 택시에 두고 내린 거였다. 아저씨랑 협상 끝에 3만원을 드리기로 하고 집 앞까지 와 주셨다. 아는 분에게 '오늘 핸드폰을 택시에서 잃어버렸는데, 아저씨가 3만원에 가져다 주셨어요. 아저씨가 착하신 거 같아요.' 라고 했더니, 3만원 받고 착한 아저씨였다고 하는 세상이라니, 라고 하시더나. 잃어버린 내가 바보인게지. 요즘 핸드폰으로 라디오도 듣고 음악도 들어서 꼭 필요한 게 이어폰인데, 다시 찾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을 찾아 주문했다. 그런데 이어폰이 너무 엉망이다. 예전 이어폰은 음질 최고였는데, 이번 이어폰은 너무 웅웅 울려서 음악을 잘 들을 수가 없다. 어찌나 예전 이어폰이 ..
-
그 사람, 잘 지내고 있을까?모퉁이다방 2007. 7. 3. 19:17
여름, 겨울의 버스정류장을 생각하다. 스물 한 살의 늦가을이였나, 초겨울이였나. 그 사람을 만났다. 울퉁불퉁한 골격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웃어대던 그 사람. 이제는 성이 조씨였나, 이씨였나 기억이 희미한 그 사람. 한 가지 또렷한 기억은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그 사람의 뒷 모습이다. 담배를 피웠던 그 사람은 제법 쌀쌀한 버스정류장에 서서는 자꾸만 타야할 버스를 그냥 보냈다. 한 대를 보내고, 두 대를 보내고, 세 대를 보냈을 때, 피우던 담배를 발 끝으로 껐다. 금방 차를 마셨으면서 한번 더 커피숍에 들어가자고 했다. 따뜻한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시킨 그 사람 손이 떨렸다. 찻잔을 잡은 그 커다란 손이 덜덜덜 떨렸다. 담배를 한 대쯤 더 피웠던 거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했다. 그 몇..
-
조성우의 영화음악 콘서트모퉁이다방 2007. 6. 4. 01:35
나는 빠순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오빠야들이 몇몇 있다. 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요 라인. 유지태, 허진호, 조성우로 이어지는 너무나 환상적인 라인.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도 . 어제 공연에 다녀왔다.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듣다가 초대이벤트 멘트를 듣고, 가고 싶은 마음 꾹꾹 담아 신청했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이 공연때문에 금요일 하루종일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른다. 예전에 이병우의 영화음악 콘서트에도 다녀왔었다. 우리나라 영화음악가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이병우와 조성우. 이병우의 음악은 구슬프고 독특한 느낌이고, 조성우는 아련하고 아름다운 느낌이다. 사실 이병우도 좋지만, 나는 조성우 음악들이 더 좋다. 스크린 속에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가 조성우의 음악의 첫소절이 흐르기 시작하..
-
주말의 라디오모퉁이다방 2007. 6. 3. 15:54
다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문자로도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다는 사실이였다. 어찌나 신기하든지. 세상이 변하긴 변했구나, 감탄했었다. DJ들이 읊어주는 휴대폰 끝 4자리의 숫자에 님이라는 존칭이 붙여지는 그 소리의 감촉이 참 좋았다. 특히 조규찬의 조곤조곤한 소리로 발음되어질 때.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문자를 보내면 답문이 온다는 사실도 알았다. 비록 미리 저장되어진 멘트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것이지만. 어떤 방송의 답문은 계절에 관한 인사였고, 어떤 방송의 답문은 시간에 관한 것이였다. 결국 단 한번도 내 휴대폰 뒷 끝자리의 숫자는 읽혀지지 않았지만, 문자를 보낸 날이면 왠지 나만의 고 4자리 숫자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하면서..
-
메리의 라디오 살인모퉁이다방 2007. 6. 1. 00:31
마이앤트메리 마이앤트메리 공연을 다녀왔다. 요즘 하루종일 메리 노래들만 듣는다. 공연을 하면서 중간중간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자유로운 메리이모들. 노래들은 손에 쥐고 있던 맥주와 담배를 내던져버리고 콩콩 뛰어올라야 될 것만 같은 느낌들. 아, 내가 지금까지 이 감미로운 밴드를 모르고 지내왔다니. 아, 내가 지금까지 이 멋진 남정네들을 모르고 지내왔다니. 후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못 들은 것만큼 몰아서 무한정 반복해서 듣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심장이 콩콩 뛰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 ^ 이 봄, 행복한 이 느낌. 키핑해두고 싶다. 라디오 요즘은 라디오를 듣는다. 예전에는 티비를 켜놓고 자지 않으면 무섭고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티비소리가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모퉁이다방 2007. 5. 21. 15:40
일년에 한번씩은 꼭 꺼내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영화와 책도 그리고 그 속의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에 들었던 영화를 시간이 지난 후 여러번씩 보기 시작한 이후에 알게된 사실이지요. 제가 나이를 먹듯 영화와 책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래서 처음 볼 때와 두번째 볼 때, 세번째 볼 때에 공감되는 주인공이 달라지고, 이해되는 그이들의 정서가 달라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들이 달라지곤 합니다. 제게 그런 영화가 두 편 있는데요. 와 입니다. 오늘 저는 을 다시 살포시 꺼내봤습니다. 조제를 처음 만났건, 유난히도 추웠던 작은 종로의 어느 극장에서였습니다. 저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어떤 한 여자분이 혼자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토요일 마지막 타임의 영..
-
도서관모퉁이다방 2007. 5. 15. 20:37
도서관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모두 찾았다. 방각본 살인사건. 로큰롤 보이즈. 뷰티풀 마인드. 1001개의 거짓말. 그리고 2007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아무도 앉지 않은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 가져온 책을 모두 내 앞에 쌓았다. 조금씩 뒤적거리다가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내 친구가 한때 열광했던 전경린을 읽고, 요즘 내가 열광했던 김애란을 읽었다. 긴 시간을 들여 한줄한줄 씹어 삼키니 처음에는 조용한 도서관에 쩍쩍거리는 운동화 소리들이 신경에 거슬리고 점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공허해서 자꾸만 텅 빈 소리가 나던 내 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서관이 답답해졌다. 로큰롤 보이즈만 살짝 빼내어 대출을 하고 종합자료실을 나왔다. 도서관 밖으로 나와 50원짜리 동전 네 개를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