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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가다257

헤어질 결심 에 한창 빠져 있었더랬다. 다 본 내용이었는데도 집안일을 하면서 괜시리 틀어놓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안일을 하다 드라마 OST가 흘러나오면 '아, 그 장면'이구나 하며 배우들의 표정들을 떠올렸다. 지금도 OST를 들으면 몇몇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알았다. 쓸쓸할 때 이 장면이 자꾸 떠오를 거라는 걸. 박해일이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방금 깨달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장면. 박해일의 대사처럼 잉크처럼 스며들어 서서히 번지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 좋은 장면들이 내게 그렇다. 그런 것들은 내 몸에 살포시 스며들어 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내민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잖아. 너 봤잖아. 그런데 이겨냈잖아.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였잖아. 응, 괜찮아질 거야.' 의 이민기도 .. 2022. 7. 8.
브로커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평이 그리 좋지 않던데, 나는 꽤 울었다. 결말이 좋았다. 꿈 같은 결말이었다. 아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마음을 쓰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사람이 부모만은 아니라는 걸 1년 동안 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알겠다. 부모의 노력과 힘과 마음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여러 이모삼촌도 필요하고 여러 할머니할아버지도 필요하고 여러 선생님도 필요하고 여러 친구도 필요하고 여러 언니누나동생도 필요하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노심초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곳에서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믿는다. 매번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 그럴 거라고 믿는다. 매일 등원 때마다 .. 2022. 6. 15.
파리로 가는 길 (스포일러가 있어요) 이라는 책을 식탁에 두고 야금야금 읽고 있다. 영화 속 와인을 마시는 장면들, 그 와인에 대한 정보 등에 대한 책인데 짤막한 글들이라 조금씩 읽기 좋다. 읽고 있으면 별로일 것 같아 보지 않았던 몇몇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은 그 중 한 편.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의 실제 경험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주인공 앤이 유명 영화감독인 남편 마이클의 칸느 출장에 동행했다가 컨디션 난조로 먼저 파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시작한다. 이때 마이클의 사업 동료인 중년의 프랑스 남자 자크가 앤을 파리에 데려다 주겠다고 자처한다. 칸느에서 파리까지 자동차로 7시간. 하루 종일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될 거라고 짐작했지만, 여행은 그 이상으로 길어진다. 자크는 파리에 가려는 마음이 있는 건지 .. 2022. 1. 5.
소울 연휴 시작 전 수요일, 6시 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집을 나섰다. 세 군데 극장 중에 고민을 하다 제일 가까운 곳을 택했는데 도착해보니 조금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년에 오픈한 새 극장이었다. 얼마만의 극장인가. 남편은 극장에 왔으니 팝콘을 꼭 먹자고 했다. 코로나로 상영관 내에서는 음료만 마실 수 있다고 해 반반팝콘을 사들고 홀 구석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팝콘을 해치웠다. 칠리 소세지도 해치웠다. 탄산도 해치웠다. 그리고 기대했던 을 봤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당연하게도 캄캄한 밤이었다. 우리 동네 근처에 제법 큰 호수가 있는데 풍경이 근사하다. 페달을 굴리며 느릿느릿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도 있다. 호수 둘레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산책길도 있고. 맛난 커피집도 한 군데 알고 있다. 그곳에서.. 2021. 2. 15.
조제 조제를 봤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조제가 되었다. 한때 조제를 좋아해서 매년 극장으로 그녀를 만나러 갈 때도 있었는데. 한국의 조제는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순간들만을 모아놓아서 일본의 조제보다 현실감이 덜했다. 일본의 조제는 마지막에 사토시가 도로변에서 엉엉 울어버리는 순간이 오기까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그들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펑펑 울 수 있었다. 남주혁의 눈물은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예쁜 울음이었다. 한국의 조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일본의 조제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다. 할머니와 함께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꽁꽁 숨어 지내던 다리가 불편한 조제에게 어느 날 남주혁이 나타난다. 밥을 해주니 스팸을 가져오고 또 밥을 해주니 공짜로 집을 편하게 고칠 기회.. 2021. 1. 27.
썸원그레이트 (주의. 영화 썸원그레이트 스포일러로 가득한 글입니다.) 혼자 남은 토요일 밤이었다. 그냥 티비만 보기는 왠지 아쉬워 넷플릭스를 켜고 볼만한 영화가 없나 뒤적거렸다. 너무 무거운 영화 말고 조금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낯선 도시에 근사한 직장을 구한 저널리스트 제니. 뉴욕을 떠나야 하는데, 애인이 먼저 떠나버렸다. 실연의 상처엔 역시 친구들과 술 한잔. 뉴욕에서 마지막을 불태우리라!" 영화 소개글이었다. 너무 가볍지 않을까 싶었는데 먼저 본 사람들의 평이 나쁘지 않았다. 커튼을 닫고 쿠션을 끌어안고 소파에 앉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괜찮은 음악들을 배경으로 이십대 친구들의 발랄한 연애사를 지켜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터트린 건 제니가 헤어진 남자친구를 공연장에서 만났을 때였다. 남자친구 입.. 2020.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