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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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극장에가다 2018. 3. 4. 21:51
예상과 달리, 한국영화가 일본영화보다 좋았다. 일본영화에서는 엄마의 존재랄까, 역할이 희미했는데 한국영화에서는 뚜렷해서 좋았다. 그래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엄마 문소리와 딸 김태리가 함께 나무 아래서 각자의 토마토를 베어먹는 여름. 너무 덥다는 김태리에게 문소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덥지 않다고, 바람이 솔솔 분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좋았다. 일본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것저것 직접 요리해 먹고 싶었는데, 한국영화는 보고나니 요리를 하기보다 그냥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다가올 봄과 여름, 훗날의 가을 겨울도. 우리 좌석 주위에 앉은 어르신들이 시골 풍경이 나올 때마다, 요리가 만들어질 때마다 소리내서 추임새를 넣으셨는데, 그 소리도 나쁘지 않았던 삼일절의 영화였다. 보고나서 동생이랑 동네 초밥집에 가서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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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극장에가다 2018. 1. 25. 20:48
엄마 아빠의 같은 유전자가 만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로 태어난 어기, 그런 동생 때문에 늘 양보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사랑이 고픈 누나 비아, 다정하고 세심하고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는 엄마와 아빠, 실은 멀어지고 싶지 않았던 비아의 친구 미란다와 어기를 알아보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한 잭과 썸머까지. (썸머 너무 귀여움) 이 영화는 모두가 다 착하다. 어기를 괴롭했던 줄리안까지 개과천선한다.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착한 영화. 영화가 끝난 1월의 첫번째 수요일 저녁 6시 53분, 불광 CGV 11층 H열 3열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저 세상에 쏙 들어가 살고 싶다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올해는 그렇게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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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극장에가다 2017. 12. 17. 09:14
지난주는 유난히 추워서 고민을 했었다. 영화가 끝나고는 추위를 뚫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은 7년을 사귄, 동거를 하고 있는 남녀가 각자의 집으로 '함께' 가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집에 가는 남자는 익숙하다. 여자의 집은 부동산 투자에 열성인 어머니 때문에 잦은 이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집으로 간 거지만 남자는 여자의 부모님을 대하는 게 익숙해보인다. 부모님은 돈도 직장도 아직 불안한 두 사람을 걱정한다. 여자는 자신들을 닥달하고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엄마가 짜증나고 서럽다. 여자는 남자의 집에 처음 간다. 남자는 자신의 집을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함께 속초로 가게 된다. 여자는 술에 취해 욕설을 내뱉는 남자의 아버지, 견딜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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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극장에가다 2017. 11. 22. 22:12
오늘 출근 길에 기억해냈다. 의 그 똘똘한 여자가 엠마 스톤이었어. 어제는 퇴근을 하고 상암에 가서 엠마 스톤을 만나고 왔다. 금색 안경을 끼고, 다무진 표정을 보이던 빌리 진 킹. 나는 빌리 진 킹을 몰라서,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는 평에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에서보다 에서의 엠마 스톤이 더 예뻐보였다. 컬러풀한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발랄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추지 않아도, '미아'보다 '빌리 진 킹'인 그녀가 더 예뻤다. 화장을 하면 그 큰 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는데, 옅은 화장을 하니 더욱 예뻐보였다. 웃을 때 보이던 팔자주름도 자연스러웠고, 민소매 운동복에 드러난 어깨는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결국 그녀가 그를 이겼을 때, 그 환희를 곧장 즐기지 않고 잠시의 시간을 혼자서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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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순간들극장에가다 2017. 11. 12. 22:01
그러고 보니 십일월 첫날이었네. 충무로에서 영화 을 보았다. 조림이는 니카라과로 가기 전에 롤랑 바르트의 를 함께 읽자고 했다. 조림이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는 책을 다 읽은 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책 생각이 났다. 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이다. 일기는 2년 뒤에 끝났고, 6개월 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사망한다. 그는 일기에 생전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그녀가 이제 곁에 없음을 슬퍼했다. 영화 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이 죽은 이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남은 이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에 함께한 이야기를 나눈다. 남은 자는 죽은 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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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0세기극장에가다 2017. 10. 31. 23:26
간만에 아네트 베닝을 봤다. 나는 여전히 아네트 베닝하면 다. 우아했던 미소와, 낮은 허밍 소리. 의 아네트 베닝은 많이 늙었는데, 에 비하면 주름이 아주 많아졌는데, 여전히 멋지더라. (물론 분장을 했겠지만) 민낯같이 평범한 일상의 얼굴도 자연스럽고, 클럽에 가기 위해 잔뜩 꾸몄을 때는 여전히 아름답더라. 저렇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꿈은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는 할머니. 아네트 베닝이 맡은 역할은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고, 이혼을 한 뒤 혼자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역할이다. 다음 달에 죽는다는 진단을 당장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줄담배를 피운다. 사춘기 아들이 온전히 커 나가는데 자신 혼자만으로 부족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아들의 성장에 필요한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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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앰 히스 레저극장에가다 2017. 10. 30. 22:16
퇴근할 때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김주혁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그 김주혁이? 말도 안돼. 네이버를 켰더니 기사가 있었다. 얼마 전에 그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세상은 정말이지 모르겠다. 이렇게 허망할 수 있나. 당장 내일의 삶도 장담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사랑할 수 밖에. 나는 김주혁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좋아했다. 도, 도 여러 번 봤었다. 시월의 어느 금요일 밤에는 히스 레저를 보러 극장에 갔다. 나는 이제 히스 레저보다 그의 부인이었던 미셸 윌리엄스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좋은 작품을 고르고, 좋은 연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그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훌륭한 여자를 좋아했구나, 역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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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극장에가다 2017. 10. 28. 20:16
8시 20분 영화였다. 어젯밤에 확인을 하고 잤다. 7시 30분 즈음 일어났다. 귀찮았지만, 주말 아침 자전거를 타고 가 조조영화를 보는 뿌듯함을 알기에 세수를 하고 크림과 선크림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도착하면 표를 끊고, 투썸에서 따뜻한 라떼를 사먹어야지 생각하며 룰루랄라 자전거를 타다가, 커브길에서 반대편에서 오던 자전거를 피하지 못했다. 아직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지 못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직진의 길에서만 신나게 탈 수 있는데, 그래서 다리로 진입하는 커브길에서는 내려서 걷거나 소심 운전을 하곤 하는데, 다리 위에 자전거가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하지 못해 아저씨와 부딪혔다.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하셔서, 아직 잘 타지 못해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드렸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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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극장에가다 2017. 8. 27. 22:57
이번 주말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원래는 아침시간에 진관사에 가거나, 상암에 가 조조영화를 보거나, 저녁 늦게 역촌에 가 좋아하는 우유식빵을 사오는 일 등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 요즘엔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외로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출퇴근은 열심히 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 달라진 파주의 공기와 노을과 밤공기에 새삼 가을이란 녀석이 다가오고 있구나 느낀다. 이번주에는 회식도 했다.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하며 드물게 2차까지 갔다. 셋이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왔는데, 자유로를 타고 공덕까지 오는 밤풍경이 아주 근사했다. N씨는 어디선가 본 외국의 어디 같다고도 했다. 어제는 집에서 을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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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극장에가다 2017. 7. 15. 14:31
바르셀로나에서 극장에 꼭 한번 가고 싶었더랬다. 혹시나 한국영화가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대박 행운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런 극장은 없었다. 조림이가 추천했던 을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몇번이나 보아서, 못 알아 듣더라도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 시간까지 알아뒀지만 결국 가질 못했다. 그러고보니 바르셀로나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한 것도 많았지만, 계획했던 일도 결국 하지 못한 일도 많았다. 당연하게도. 도 극장 상영작에 있었는데 포스터 제목이 원제 'Maudie' 그대로였다. 왜 으로 한국제목을 지었을까. 흑- 금요일에 30분 늦게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휴가 전에 부글대는 일이 있었는데, 휴가 때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가, 휴가 직후에는 그래 그래라 마인드였는데, 이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