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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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이토씨극장에가다 2017. 6. 3. 09:07
티비를 보지 않으니, 내가 그동안 티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었는지 알겠다. 뉴스랑 예능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퇴근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이제는 넉넉한 건 아니지만 뭘 더할까 생각해보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일찍 자버리기 일쑤지만. 이번주에는 그럴 때 를 틀어뒀다. 나는 좋아하는 장면이나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의 앞부분을 반복해서 봤다. 그레고리우스가 새벽 일찍 일어나 혼자 아침 시간을 보내는 모습. 혼자서 두 명 분량의 체스를 두는 것이나, 티백이 떨어져 어제 마셨던 티백을 찾아내 다시 우려내는 것. 그 쓸쓸하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모습을 반복해서 본다. 그리고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하고, 그녀와 함께 걷고, 황급히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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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우리아이극장에가다 2017. 5. 6. 23:38
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40대의 가장이다. 조금 특별한 건은 재혼 가정이다. 아사노 타다노부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이 한 명 있다. 그리고 재혼을 한 아내에게 두 명의 딸이 있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그 두 명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다정한 남편이고 다정한 아빠이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마다하고 케잌가게에 들러 달콤한 디저트를 사간다. 그렇게 해서는 회사에서 좋은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상사의 이야기에,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파견직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런 그에게 아내가 말한다. 임신을 했다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과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재혼한 아내의 아이가 둘인데, 새로운 아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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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극장에가다 2017. 4. 20. 22:17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했다는 이야길 듣고, 요시다 슈이치 원작을 읽고,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개봉주에 보질 않으니 시간표에 올라오질 않더라. 그러다 지난주 주말 시간표에 한 타임 올라온 걸 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결국 보았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영화는 소설의 압축판 같았다. 소설의 엑기스들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지만, 범인이 누군지 모르고 영화를 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번 영화에서 에서처럼 또 한번 오열하는데,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우는 것인데도 느낌이 무척 달랐다. 에서는 그야말로 '사랑' 때문이었고, 이번 영화 에서는 '사람' 때문이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감정을 공유하는 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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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극장에가다 2017. 4. 10. 21:31
감상평을 잘 쓰고 싶었는데, 벌써 2월의 일이네. 결국 아끼다 똥 되는 건 순식간의 일. 아마도 짧은 평을 보고 갔던 것 같다. 좋아하는 미셸 윌리엄스가 나오니 좋겠다 싶었다. 내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건장한 한 남자가 건물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건조하디 건조한 생활을 해나가는 걸 보여준다. 여자들이 유혹을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동네 펍에서 맥주를 마시다 괜히 자기를 힐끔거리는 남자들에게 가 주먹질을 한다. 밤새 폭설이 쏟아지고 아침에 눈을 치우고 있던 남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형이 위독하다는 것. 남자는 곧바로 출발한다. 형이 있는 도시로. 그 곳은 한때 남자가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머무를 수 없는 곳, 맨체스터 바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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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극장에가다 2017. 3. 18. 08:54
내가 여행지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좋았던 여행들을 떠올려 봤는데, 그 기억들에 항상 좋은 숙소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와인을 마셨던 경주의 호텔은 폭신폭신했고, 위치를 극단적으로 잡아 하루 반나절을 숙소로 이동하는 데 써야했던 제주에서도 마침내 찾아간 숙소가 무척 좋았다. 테라스가 있었고, 나무가 많아서 어마어마했던 택시비가 아깝지 않았다. 에어텔로 예약했던 포르투갈의 숙소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리스본의 숙소는 근사한 거리가 내다보였고, 훌륭한 야경이 함께 했다. 역시 조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다. 포르토의 숙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아주 커다란 나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커다란 창문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손을 아-주 길게 뻗으면 나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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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극장에가다 2017. 3. 15. 23:10
안산에서 내려와 북촌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는 ㄷ자 한옥을 리모델링한 술집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E는 같은 술을 계속 마셨고, 나는 매번 다른 술을 시켰다. 우리는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E가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를 봤는데, 참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E는 한번 봐 보라고 했다. E는 전도연과 북유럽의 풍광이 나왔던 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나를 탓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서 조그만 티비화면으로 를 보다 정말 후회했다. 배우나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 북유럽의 새하얀 숲은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봐야했다. E는 를 사람이 거의 없는 극장에서 보았고, 그 덕분에 더 좋은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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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극장에가다 2017. 2. 14. 22:44
소설쓰기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 라는 결론. 이토록 괴로운 이별, 이토록 처절한 글쓰기. 에이미 아담스가 계속 좋아진다. 올 겨울에는 를 습관처럼 틀어놓고 잠드는 날들이 있었다. 에이미 아담스가 화장기 거의 없는 말간 얼굴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잘난 친구들 앞에서 주눅을 들고, 이런저런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자리잡은 보금자리에서 칼질을 하고 불을 피워 요리를 하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에서도 진하게 화장을 한 현재의 모습보다 화장기 없는 예전 모습이 백배 더 예뻤다. 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했지만, 화장기 없는 모습은 여전히 좋았다. 이 언니를 계속 응원할 테다. 는 잔인하고, 강렬하고, 서글퍼서 여운이 꽤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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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극장에가다 2017. 1. 1. 21:53
2016년 마지막날은 계획했던 대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밥때가 되면 무언가를 시켜 먹고, 티비를 보다 그대로 잠들었다. (그러니 말할 것도 없이 살은 찌고 있다.) 2017년 첫날의 계획도 마지막 날과 동일했는데, 나의 계획에 동참하고 있던 이들 중에 막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더니 나갔다. 어디를 가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동생과 나는 이른 오후까지 계획을 무리없이 진행하다 이건 너무 하다 싶어 샤워는 하지 않고, 옷만 바꿔 입고 동네 커피집에 갔다. 창가 자리에 막내가 앉아 있었다. 커피집에서 2017년 첫 커피를 마셨고, 2017년 첫 영화를 보러 갔다. 뒹굴거리다가 본 출발 비디오 여행에 낚였다고 해야 할까. 역시 신카이 마코토는 넘쳤다. 좀더 담백하게 풀어냈으면 좋았을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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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극장에가다 2016. 11. 28. 23:02
나갈까 말까 수도 없이 망설였다. 죽은듯이 누워 있다 굴짬뽕을 시켜먹고, 티비를 보다 다시 잠들고, 공부하다 들어온 동생이랑 치킨을 시켜 먹고 다시 누웠다. 이대로 일어나지 않고 누워 저녁을 보낸다면, 나는 어제보다 더한 돼지가 되겠지. 흑흑- 나가보자. 친구가 예매권이 있어서 예매를 해준다고 했다. 레이디 제인, 이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레이디 수잔, 을 예매해줬다. 제인 오스틴의 첫 작품.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제인 오스틴 원작 영화들을 보면서 가슴 떨렸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여자 주인공도, 남자 주인공도 참 매력적이었는데. 키이라 나이틀리의 오만과 편견은 최고였지.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딴 생각들을 하며 영화를 봤다. 주인공 레이디 수잔이 너무나 공감할 수 없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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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극장에가다 2016. 11. 23. 21:31
건강검진이 있어 연차를 썼다. 검진을 하는동안 병원 근처 극장 시간표를 검색해봤는데, 집 근처 극장에서는 내린 가 한 회 상영하는 걸 발견했다. 평이 하도 좋아서 못 본 걸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신선설농탕에 들어가 떡만두설농탕 한 그릇을 먹고, 커피를 사들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다. 좌석 앞에 길다란 탁자가 있는 관이었다. 예매할 때 팔린 표가 없어서 혼자 보나 싶었는데, 두 명의 관객이 더 들어왔다. 영화는 무척 좋았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은행을 털어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농장땅을 지키려는 형제와 그들을 뒤쫓는 퇴직을 코앞에 둔 베테랑 형사의 이야기이다. 풍경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쓸쓸했다. 영화를 보면서 예상되던 결말이 있었는데, 틀어졌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인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