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와 함평

from 여행을가다 2018.07.04 15:39


   우리 관계가 이랬는데, 그때 니가 가버려 가지구 지금 이렇게 소강상태야. 우리는 비가 쏟아지는 일본식 꼬치집 창가자리에 앉아 있었다. 니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그래프를 만들었다. 왼쪽 아래에서 시작한 손가락이 미세하게 솟았다 가라앉았다 했다. 전체적으로는 상승곡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상승도 하강도 없이 일직선을 유지했다. 나는 그랬구나, 다시 올려보자, 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니까, 니가 말하는 내가 가버린 그날 이후로 나는 너를 나의 틀에서 벗겨냈다. 이전의 나는 너를 내 틀 안에 데려다놓고 이것저것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그게 자주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잘못된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틀이 아니라, 니 틀에서 이해해야 한 거였는데. 그러고 나니 너도, 나도 평온해졌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점점 쌓여가니 흐릿했던 니 틀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에는 명확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프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바쁘지 않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좋은 곳을 다녀오자고 이야기했더랬다. 유월에는 가질 못했는데, 사월에는 목포와 함평에 다녀왔다. 학교 시절, 과제 발표를 할 때 어떤 조의 함평나비축제 소개를 보고 흠뻑 반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언젠가 함평을 꼭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번도 가지 못했다는 말을 해서 올해 축제 날짜를 기억해뒀다 가자고 했다. 함평에는 숙소가 거의 없어 목포에 숙소를 잡았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신시가지의 오래된 호텔이었다. 욕실이 무척 넓었다. 너는 케이티엑스가 처음이었고, 나는 목포가 처음이었다. 둘 다 함평은 처음이었다. 함평의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엑스포 공원을 컨버스화를 신고 오래 걸었다. 입장할 때 받은 쿠폰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우엉차도 샀다. 나비는 박제되어 있기도 하고, 살아 움직이기도 했다. 


   해가 늬엿늬엿 지기 시작할 무렵 엑스포 공원을 나왔다. 공원 건너편에 작은 시장이 있었고, 번데기와 소라를 파는 가판이 있었다. 알고 보니 둘다 소라를 좋아했다. 한 컵 사서는 하나씩 건져내서 입에 물고 쪽쪽 빨아먹었다. 소라가 큼지막했다. 쪽쪽 빨아먹는 소라살도 큼직했다. 맛있다, 맛있다, 를 연발하다 보니 행복해졌다. 렌트카 주차한 곳까지 걸어가면서 한 컵을 금새 비웠다. 그게 목포함평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칠월이 되어 사월의 일을 생각해보니,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친구와 동생은 지난 주말, 망원의 술집에서 끝맛이 희미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나의 이런저런 얘길 들어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노력하는 거 좋은 것 같아. 필요해. 그렇게 해서 너가 좀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 응원해. 너무 달랐던 둘이 점점 하나처럼 닮아가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 오늘 정밀아의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되는 거라 생각해. 괜찮아 보여. 그러니, 좋은 연애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