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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모퉁이다방 2023. 2. 6. 18:58
오늘은 일을 하면서 지치고 고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랬다.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퇴근을 하니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쏙 하고 사라졌다. 얼른 집에 가서 아이를 보고, 고수와 숙주를 넣은 민선이가 극찬한 쌀국수에 떡볶이와 순대를 먹자는 생각 뿐. 지하철 안이다. 오후에 고단한 생각이 들 때에 오늘은 꼭 블로그에 올해의 첫 글을 남기자 결심에 결심에 결심을 했는데 집에 가면 놀고 먹고 치우고 씻기고 반찬하고 자기 바쁠 것이므로 퇴근전철 안에서 써본다. 아, 정말 오랜만이다. 아이 사진이 그득한 사진첩에서 끄집어 내 본 나의 1월의 풍경들. 그런데, 죄다 음식 사진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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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이크티비를보다 2022. 10. 31. 22:01
일요일 밤 넷플 를 봤다. 동생이 꼭 맥주를 마시며 유희열 편을 보라고 했기 때문에 김치냉장고에 있던 크라운 맥주 캔을 꺼냈다. 최근 엄청 좋아하게 된 살라미도 얇게 잘랐다. 지안이 덕분에 예정에 없던 월요 휴가가 생겨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죽기 전 딱 한 곡을 할 수 있다면? 유희열은 고심 끝에 한 곡을 골랐고 그 곡이 시작되자마자 내 찌질했던 이십대 연애담이 머릿 속에 펼쳐졌다. 아니다 삼십 대까지네. 연애담 뿐만이 아니다. 찌질했던 업무담, 찌질했던 친구담, 찌찔했던, 찌찔했던. 다시 그 찌질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게 사십대가 된, 초등학생의, 청소년의 엄마아빠가 된 사람들이 거기 앉아 있었다. 어떤 남자는 펑펑 울었다. 어떤 여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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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모퉁이다방 2022. 9. 21. 22:00
다시 시작된 긴 출퇴근길. 잠시 멈췄던 출퇴근 책도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 씻고 아이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그날 입을 옷을 챙겨놓는다. 돌봄 선생님이 먹여주실 저녁밥, 오후 우유, 보리차도 따로 챙겨두고 바나나 넣은 아침밥도 준비한다. 주전자에 물을 팔팔팔 끓여 2인분의 커피를 내린다. 간편하게 커피포트를 살까 했는데 마땅한 걸 발견하지 못해 드리퍼로 내리고 있다. 준비하는 사이 해가 떠오르고 아침이 밝아오고 여섯 시 아침 뉴스도 시작된다. 저녁이 되면 무척 피곤하지만 바삐 움직이는 아침이 힘들기만 한 건 아니다. 휴직 중에는 아침에 잘 일어나 지지 않았다. 십년 넘게 새벽같이 일어났는데 휴직기간에는 몸도 아는지 늦잠을 자댔다. 아침 커피를 내리는 데도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지금은 텀블러에 담아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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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모퉁이다방 2022. 8. 9. 13:52
세탁기에 섬유유연제를 반 컵 넣고 헹굼 버튼을 한 번 누르고 세탁기를 다시 돌린다. 이제 평일 낮에 세탁기 돌리는 일은 힘들어 지겠지 생각하니 세탁기를 돌리는 일도 애틋해진다. 어제 육아휴직이 끝났다. 오늘부터 연차를 8일 소진하고 22일 월요일에 출근을 한다. 16일부터는 지안이 하원 도우미 선생님이 오셔서 함께 적응해 나갈 거다. 그리고 이번주 목요일에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간다. '엄마의 도전'은 성공했지만 (야호!) 아, 모든 과정이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지경까지 갔더랬다. (남편이 이럴 거면 그냥 따지 말라는 소리까지 했다) 어찌되었든 '간신히 합격'해서 목요일에 또다른 신분증이 생긴다. 이제 학원차의 갑옷을 벗고 진짜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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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극장에가다 2022. 7. 8. 13:58
에 한창 빠져 있었더랬다. 다 본 내용이었는데도 집안일을 하면서 괜시리 틀어놓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안일을 하다 드라마 OST가 흘러나오면 '아, 그 장면'이구나 하며 배우들의 표정들을 떠올렸다. 지금도 OST를 들으면 몇몇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알았다. 쓸쓸할 때 이 장면이 자꾸 떠오를 거라는 걸. 박해일이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방금 깨달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장면. 박해일의 대사처럼 잉크처럼 스며들어 서서히 번지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 좋은 장면들이 내게 그렇다. 그런 것들은 내 몸에 살포시 스며들어 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내민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잖아. 너 봤잖아. 그런데 이겨냈잖아.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였잖아. 응, 괜찮아질 거야.' 의 이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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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전모퉁이다방 2022. 6. 30. 15:02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다 끊으려고 하면 아빠는 지안이에게 항상 그러신다. "지안아, 엄마랑 놀고 있어라. 난중에 또 통화하자-" 어느 날은 지안이가 내게 와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시더니 그러신다. "어릴 때 저렇게 사랑받은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지안이는 참 좋겠다. 엄마아빠가 저렇게 사랑해줘서-" 아빠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단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부산 작은 아버지 댁에서 학교를 다니셨다. 할아버지는 엄하셨고 할머니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늙은 아빠는 어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말씀하신다. 참 외로웠다고. 나의 어린 시절도 외롭긴 매한가지였는데 그래도 내게는 아빠의 사과가 있었다. 아빠는 어떤 경우에든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엔 사과를 하셨다. 아직도 생생한, 정말 마음이 아팠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