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04 한 몸의 시간 2020년 2월 27일 출간이니, 봄이 오고 있을 즈음 친구에게 선물해줬던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 작가님의 사인이 '2020. 봄'이라고 적혀있다. 친구의 소설 선생님이고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보지도 않고 선물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무얼 읽을까 찾아보다가 이 책 생각이 났다. 친구는 당시 술술 잘 읽힌다는 후기를 전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적당한 때에 주문하려고 했는데 내 장바구니를 본 친구가 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래도 주려고 했다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새해를 앞둔 어느 날 친구의 깜짝 택배가 도착했다. 택배를 풀어보니 하얀색 스벅 다이어리와 책, 다정한 엽서가 있었다. 친구는 이렇게 썼다. "임신 기간이 너에게 어떤 시간이 될런지 궁금하다. 나는 그때는 몰랐는.. 2021. 1. 7. 2021 서재쌓기 한 몸의 시간. 바닷가 탄광 마을. 바다 레시피.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그 좋았던 시간에.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어린이라는 세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태도의 말들. 행복의 가격. 무라카미 T. 바다, 바닷가에서. 달까지 가자. 행복한, 가. 베개를 베다. 박완서. 밝은 밤. 쓰고 달콤한 직업.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일기 日記.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작별하지 않는다.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2021. 1. 6. 퇴원 새해는 병원이었다. 1월 1일 밤, 갑자기 피가 왈칵 쏟아졌다. 말 그대로 왈칵. 연휴라고 동생이 와서 남편이랑 셋이 알찜을 포장해와 먹고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그 짧은 순간에 몇번이나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발. 흥건한 피였다. 덩어리도 나왔고 피가 계속 쏟아졌다. 동생과 남편이 달려왔고 나는 잘못된 것 같아, 어떡해를 연발했다. 남편이 119를 부르겠다고 했다. 동생은 언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라고 토닥여줬는데 얼굴에 겁이 가득했다. 초기에도 한번 피가 난 적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갔는데 빨간 피가 묻어나왔다. 소량이라도 빨간 피는 좋지 않다고 했는데. 그 날도 나는 남편에게 잘못된 것 같아를 연발했고 남편은 응급실에 가보자고 했다. 팀장님께 연락하고 응급실에 갔다. 간호사가.. 2021. 1. 6. 어른 아빠는 주례사에서 너희는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커덩했다. 아빠는 딸의 중요한 날, 꾸미지 않고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이다. 커오는 동안 나는 자주 아빠의 외로움과 마주했다. 아빠의 외로운 어깨를 뒷모습으로 마주하면 결혼식장에서처럼 가슴이 철커덩했다. 를 읽으며 가슴이 아리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던 건 아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빠, 아빠처럼 외로웠던 사람이 여기 또 있었네. 지금보다 젊은 시절 아빠는 과묵했다. 힘들고 외로워도 그 감정들을 잘 내뱉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신 바둑을 두고 밤시간 사무실에서 혼자 시간을 오래 보내셨다. 요즘의 아빠는 수다쟁이다. 그동안 못했던 말을 다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저 먼 옛날 얘기도 끊임없이 이야기하신다. 그래서 치매.. 2020. 12. 30.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추위에도 익숙해졌나 생각했던 어느 아침, 일어나 보니 눈이 오고 있었다. 허겁지겁 창문으로 내다보니 밖은 새하얗다. 이미 4월도 끝나려 하는데 완전한 설경이었다. 깜짝 놀라서 곧바로 딸에게 말해줬다. 딸은 당시 열 살. 겨울을 좋아하고 눈도 무척 좋아하는 딸이다. 몹시 기뻐하며 둘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옆집 사람이 이미 스키복을 껴입고 집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웃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눈에 신바람이 난 우리를 보고 "맞다, 잠깐 기다려봐요"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돌아온 그의 손에는 그릇과 숟가락, 그리고 시럽이 들려 있었다. 그릇은 비어 있었다. 무엇을 하는 걸까 싶어서 지켜보고 있었더니 갓 쌓인 새하얀 눈을 펐다. 그릇에 폭.. 2020. 12. 13. 종로 종로에서였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처음엔 정말 누군지 몰라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내 뒤통수에 대고 엄청 섭섭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봤는데 생김새가 조금 달라졌지만 아무개를 닮은 거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아무개가 그동안 무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개는 특유의 엄청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누군가가 나를 쫓아왔다. 그 누군가는 빠른 걸음으로 쫓아오며 나를 혼냈다. 누군지 아시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모른 척 하면 안되죠. 나를 훈계했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그 사람이 순간 얼더니 맞아요, 하며 울음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순간 서러워져 엉엉 울었다. 그렇게 엉엉 울.. 2020. 12. 6.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