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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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013.07.15여행을가다 2013. 8. 15. 21:38
* 월요일의 단어 물찻오름 * 월요일의 메모 부드러운 호텔 이불 침대. 오늘도, 파도소리 같은 바람소리. 성게미역국, 고등어구이. 아침, 조식. 베란다, 독서, 캔맥주. 한달 후, 일년 후. 중고책.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연필로 그은 밑줄을 지운 흔적이 있다. p.88 불행은 많은 여자를 살찌게 만든다. 콜택시. 어마어마하다. 2만원. 협재해변. 물 색깔. 최마담 빵가게, 드립커피. 케냐,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코체레, 레몬스콘. 대림식당까지 걷기. 지금 안된다고 쫓겨남. 버스. 한림->시외버스터미널->월정 핫바, 과일. 행원. 어등포 해녀촌. 우럭튀김. 맥주. 한치회. 소맥. 월정리의 노을. 바베큐. 전복, 소라. 노래방. 문라이트 숙소, 작고 깨끗한. 바람소리가 나던 숙소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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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013.07.14여행을가다 2013. 7. 23. 00:05
* 일요일의 단어 검멀레해변 고래동굴 산굼부리 물칫오름 사려니숲길 1100도로 삼나무숲길 첫 날의 게스트 하우스는 매일 아침 오름을 오를 수 있게 안내해 준다. 6시 10분에 숙소를 출발해 세 시간 동안 오름을 오르내렸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불었다. 오르막 길을 오르느라 땀이 삐질 나는데, 한 순간의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소리도 컸다. 오름의 풀들이 바람에 세차게 움직였다. 올라갈 때는 빙 둘러서 간 것 같은데, 내려올 때는 공포의 내리막길이었다. 정말 아차하면 엉덩방아 찧고 그대로 오름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내리막이었다. 동생은 한 번 엉덩방아를 찧었다. 흙길에 미끄러질까 무서워 조심조심 느리게 내려왔더니 내 뒤에 커플들 뿐이고, 그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려 깊은 S가 길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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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013.07.13여행을가다 2013. 7. 21. 22:47
* 토요일의 단어 삼양검은모래해변입구 호텔해수욕장 마늘도난집중단속기간 무지에서 산 105*74mm 더블링 메모장을 들고 제주로 떠났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의 메모장이다. 매일 이동하면서 본 인상적인 단어들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3:20 김포 출발. 4:20 제주 도착. 서울에는 내내 비가 왔다는데 제주에 있는 내내 폭염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이 많았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오름의 바람에서는 파도소리가 났다. 첫 날 느즈막이 도착해 동네 사람들이 가는 국수집에 가서 고기국수를 먹고 맥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이번 여행은 버스 여행. 사실 얻어타기도 해서 버스는 예상보다는 덜 타긴 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월정리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제일 앞 자리에 앉아 혹시나 정거장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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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다시 경주 - 두번째여행을가다 2013. 5. 12. 17:41
벌써 세 달이나 지났네. 2월에 경주에 다녀온 게. 정리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그래도 조금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문무대왕릉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차가 없어서 이동하기에 난감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시티투어버스. 여러 코스가 있었는데 동쪽 바닷가 가는 코스로 선택하고 하루 전에 전화로 예매를 했다. 숙소 앞까지 버스가 들어온다. 석굴암에도 가고, 감은사지에도 가고, 문무대왕릉에도 가고, 주상절리에도 가고, 골굴암에도 갔다. 석굴암은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사람들도 많았고, 유리벽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고. 가는 길만 좋았다. 감은사지는 정말 좋았다. 외롭고 고독해보이는 공간이었는데,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니 그 고독한 공간이 꽉 차 보였다. 문무대왕릉에서는 문어도 사고, 메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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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5일, 오사카, 마지막여행을가다 2013. 5. 1. 15:33
우여곡절이 많았던 마지막 날. 그 날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행기를 놓쳤다. 어이없게도 비행기 시간을 둘다 잘못 알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가 막 떠난 뒤였다. 같은 항공사의 비행기가 없어서 무지하게 비싼 대한항공 편도 비행기를 현장에서 다시 결제했다. 저렴하게 갈 수 있다고 간 여행이었는데, 비행기 값 때문에 결코 저렴하게 않았던 여행이 된 셈. 남은 시간대에 저가 항공인 피치 항공이 있었는데, 좌석이 다 찼을 것 같았을 뿐더러 버스를 타고 가서 좌석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냥 대한항공 탔다. 그리고 한국 와서 결제금액을 바로 할부로 전환했다. 공항에서 비행기 떠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둘의 표정은 정말 만화 같았다.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띵-한 상태. 심장이 벌렁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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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교토, 다섯번째여행을가다 2013. 5. 1. 13:53
결국 기온신바시 거리를 걷다 발을 조금 삐었다. 길가에 앉아서 오늘 얼마나 걸었나 더듬어 봤더니 정말 쉴틈없이 많이 걸었다. 동생에게 이제 그만 걷자고 말했다. 내일 일정으로 계획했던 아라시야마도 가지 말자고 했다. 아침 일찍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교토라 숙소랑 멀기도 멀고 또 많이 걷는 길이었다. 내일은 그냥 한적하게 공원에 가서 초밥 도시락이나 먹으면서 보내다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기온은 옛 모습을 간직한 기념품집, 음식점, 골동품집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니 외국인들이 어느 건물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잔뜩 상기된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얼 기다리는지 궁금해서 옆에서 함께 기다렸다. 기모노 차림의 정식 화장을 한 게이샤가 지나갔다. 외국인들이 뷰티풀을 연발하며 카메라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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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교토, 네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8. 14:49
철학자의 길을 걷고 걸었더니 다리가 아팠다. 다시 왔던 길을 걸어 돌아가는 일도 막막했고, 끝까지 걸어가기도 너무 지치고, 중간중간 보였던 카페들도 이제는 보이지 않을 무렵, 둘 다 지쳐 있었다.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몰라 지도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 큰 길로 나가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어차해서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다음 목적지인 청수사에는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한 상태. 들여다 봐도 알 길이 없는 정류장의 노선도를 동생은 계속 들여다 보고 있었고, 나는 정류장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일본 여자 분이 우리가 딱해보였던지 무어라 말을 걸었다. 일본말이라 알아들을 길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들렸다. 어디로 가는 거냐, 도와주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우리가 가이드북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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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교토, 세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8. 14:02
이름도 멋지다. 철학자의 길. 은각사를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길이 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는 길이라, 이름이 붙여진 곳이라 한다. 철학자의 길이라니.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이 많이 졌을 때였다. 아쉬웠지만, 걸으면서 벚꽃이 만개했을 이 곳의 풍경을 상상하며 걸었다. 길이 계속 계속 이어져 아주 오래 걸어서 다리가 무척 아팠지만, 그래서 짜증이 나서 동생이랑 다퉜지만, 바람도 적당했고, 앞옆으로 늘어서 있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냥 걸었다. 꽤 오랫동안. 같이 걷기도 하고, 따로 걷기도 하고. 고요하게. 사월 십사일 일요일, 그 곳의 풍경들. 누군가 길 중간에 잘못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겨 놓았다. 벚꽃이 만개한 철학자의 길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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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교토, 두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5. 22:35
어제 헤맨 덕에 헤매지 않고 우메다 역 도착. 한큐 우메다 역으로 이동해서 급행열차도 무사히 탑승. 교토까지 사십 분 넘게 가야 해서 편의점에서 커피도 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열차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빨리 자리에 앉아야 하는 터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교토로 가는 중에 일기도 쓰고, 음악도 듣고, 창밖도 바라봤다. 토토로 이불이 널려 있는 베란다, 피기 시작하는 벚꽃나무, 동생에게 온 사투리 가득한 마사키 상의 답메일, 그리고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 히가시야마 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탔다. 일본에서 처음 타 보는 시내버스다. 은각사로 가는 길. 궁금했던 금각사는 너무 멀다고 해서 일정에서 뺐다. 일본버스는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린다. 내릴 때 요금을 내는데, 마지막 사람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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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교토, 첫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3. 23:07
첫날 발이 아파 죽는 줄 알았는데, 우리에겐 무시무시한 둘째날의 교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날 그렇게 많이 걸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 피곤했는데도 둘다 출근시간 때문인지 여섯시 반에 깼다. 정신이 들자마자 조식을 챙겨먹어야 한다는 일념에 바쁘게 씻었다. 이틀내내 조식에 연어구이가 나왔다. 그래서 꼬박꼬박 밥을 챙겨먹었다. 조식은 특별한 게 없었는데도 감격스러웠다. 누군가 이렇게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싶었다. 방정리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신나고. 유씨씨 커피도 맛있었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든든하게 챙겨먹었다. 일요일의 교토 일정. 노란 가디건에, 동생의 목걸이를 빌려 매고, 까만 바지를 입었다. 운동화 끈을 세게 동여 매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진 도톤보리 거리를 걸었다. 생각만큼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