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가다
-
2013년 4월 13일, 오사카, 두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1. 20:59
오사카, 첫째날 두번째 이야기. 커피집을 나서서 난바역으로 걷는데, 걷는 길이 금방 걸은 길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길 같기도 하다. 쭉 걷다보니 처음보는 길이었다. 난바역으로 가서 짐을 찾아야 하는데, 걷다보니 니뽄바시역에 도착. 난바역과 니뽄바시역은 한 정거장이고, 니뽄바시역에 숙소가 있다. 벌써부터 삭신이 쑤셔서 체크인하고 잠시 쉬다가 짐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숙소는 작고 오래된 비즈니스 호텔. 13층인데, 도톤보리 강이 내려다 보였다. 너무 피곤해 이 닦고 둘이 침대에 쓰러졌다. 잠깐만 누웠다 나가기로 했는데 동생이 잠들어 버렸다. 잠시 혼자 나가서 짐을 찾아올까 생각했다. 혼자 일본거리를 걸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나도 금새 잠들어버렸다는 사실. 한시간 반을 자고 ..
-
2013년 4월 13일, 오사카, 첫번째여행을가다 2013. 4. 21. 15:26
어쩌다 이번 여행을 가게 되었을까. 우리는 돈도 없었는데. 3월의 어느 날, 동생이 컴퓨터를 하다가 티몬에 오사카 여행 상품이 저렴하게 나왔는데 갈까 했다. 언젠가 동생이 전해들은, 사실 동생만 전해들은 건 아니지. 젊어서 여행은 빚을 내어서라도 가야한다는 말을 떠올렸고, 우리는 그럼 가볼까 했다. 티몬의 여행상품은 말만 2박3일이지, 온전한 2박3일 상품이 아니었다. 일단 결제해두고 다시 검색을 해보다 결국 하나투어 상품으로 결정. 자매가 둘다 게을러 중간에 가네 마네, 포기할까 말까 이야기가 많았다. 결국 오사카, 교토로 2박3일 봄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 진작에 가이드북을 사뒀지만, 몇번 들춰보지도 못했다. 다급해져서야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였다. 대신 테이크 웨더라는 어플을 ..
-
겨울, 다시 경주여행을가다 2013. 3. 13. 22:25
그처럼 감각이 둔하고, 감성적 반응이 느리고, 자신의 감각에 자신감이 없었던 인문대학 국사학과 학생 중에 인호라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는 내 강의를 듣고 경주답사에 따라온 적이 있었는데, 과에서 답사를 왔을 때 다 보았다는 식으로 시큰둥해하더니 감은사탑 앞에 이르러서는 "선생님, 정말로 장대하네요."라며 나보다 먼저 그 감흥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게 좀 쑥스러웠던지 "제 생전에 돌덩이가 내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경험은 처음입니다."라며 탑쪽으로 뛰어가서는 이 각도에서도 보고 저 각도에서도 보고 올라가 매만지며 즐거워하였다. 그런 감은사탑이다. (...) 만약에 감은사 답사기를 내 맘대로 쓰는 것을 편집자가 조건 없이 허락해준다면 나는 내 원고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고 싶다. 아! 감은사..
-
사량도, 봄의 시작여행을가다 2013. 3. 7. 21:53
새집에서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이사 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옮기고 나니 참 좋다. 우리는 이 집에 와서 커다란 책장도 사고, 하얀색 탁자도 사고, 조립식 소파도 샀다. 어느 날은 동생이랑 길을 걷다 핸드드립 무료 강습을 한다는 안내판을 보고, 커피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곳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조금씩 사다 먹고 있는데, 드립커피가 이렇게 신선하구나 매일 아침 감동하고 있다. 멀리 출근하는 동생이 아침밥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덕분에 나도 매일 거르지 않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고 있다는 믿지 못할 사실도. 몇몇 친구들이 다녀갔고, 주말에 한 번의 커다란 집들이가 있다. 뭘 해야 하나 아침 출근길마다 메뉴를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머릿 속의 메뉴는 매일매일 바뀌고. 집이랑 정 붙이느라 영화도, 책도 보지..
-
다시, 바다여행을가다 2012. 12. 21. 09:36
그렇게 많이 마실 생각은 아니였는데. 낙산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서 산 염주 팔찌가 마음에 쏙 들어서, 친구에게 이사선물로 줄 풍경소리가 너무 좋아서, 낙산사 아래 해수욕장에서 마신 캔맥주가 너무 시원하고 달아서, 파도소리가 너무 고와서, 시내로 돌아와 어렵게 찾아간 맛집의 물회랑 멍게비빔밥이 너무 맛있어서, 두 달만에 다시 맛 본 옥수수 동동주가 맛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그래서 거기서 나와 숙소 체크인을 하고, 걷다가 바닷가에서 도로묵과 양미리를 먹고, 맥주를 조금 더 마셔주고, 숙소로 돌아와 깨끗하게 씻고 일기를 쓰고 룰루랄라 좋은 꿈을 꾸며 잠이 들 생각이었는데. 개표 방송 때문에 모든 게 다 어긋났다. 우리는 어렵게 찾아간 맛집에서 오징어 순대를 하나 더 시키고, 옥수수 동동주를 세 병 ..
-
시월의 산내여행을가다 2012. 11. 19. 14:08
새벽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비가 온다더니 많이 올 건가 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다시 새벽,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고, 계속 껐다. 여섯 시 즈음의 알람을 끄지 않고 계속 두었더니 동생이 시끄럽다고 좀 끄라고 한다. 알람을 끄고, 동생한테 언니 오늘 회사 안 나간다. 알아서 일어나, 하니 동생이 진짜? 하며 벌떡 일어난다. 내가 일어나서 부시럭거리며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 동생이 일어날 시간. 동생에겐 내가 알람이다. 주말동안 계속 몸을 움직여,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케이블에서 해 주는 무한도전도 보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보고 뒹굴거리다 빨래를 돌리고, 밥을 먹었다. 타이니 팜 밭에 딸기를 거둬들이고, 당나귀와 점박이 돼지, 점박이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검은 닭에게 애정을 줬다. 그리고 오늘..
-
시월, 속초여행여행을가다 2012. 10. 28. 20:47
를 다시 봤다. 마지막에 댄이 부르는 노래 가사가 좋아서 따로 적어뒀다. "모든게 끝나버린 뒤 모두 그대에게 등을 돌릴 때, 그댈 위해 네잎 클로버를 건네요.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려요." 모든 근심걱정을 떨쳐버리고, 시월에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이번에는 조용하게 쉬고 싶었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흑). 그래서 지리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빈둥거리며 먹고, 걷고, 책 읽고, 마시고, 늦잠과 낮잠을 자면서 지내보기로 결정. 금요일 근무를 끝내고 토요일부터 가 있기로 결심했는데, 예약문의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방이 월요일부터밖에 없었다. 주말도 그냥 서울에서 보내기는 아쉬워 일요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