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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포르투, 클레리구스 탑
    여행을가다 2015. 11. 11. 23:41

     

    클레리구스 성당 & 탑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클레리구스 탑과 성당은 포르투의 랜드마크다. 1754년 클레리구스 형제회를 위해 포르투갈에서 활동했던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화가인 니콜라 나소니가 10년 동안 지었다. 도시 최초의 바로크 양식 건물로 지어질 당시에는 포르투갈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했다. 75.6m로 나선형 계단을 15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도우루 강과 올드 시티, 빌라 지 오바 가이아의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탑을 오르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적은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셀프 트레블, 포르투갈> p. 127


    *


       여행을 가기 전, 여러 친구들에게 좋은 노래들을 추천받았다. 누군가는 잠들기 직전에 들을 노래를 추천해줬고, 누군가는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가장 좋은 노래를 추천해줬다. S였을 거다. S가 말했다. 언니, 톰 웨이츠 좋아. 나는 여행을 가기 직전에 여러 노래들을 마구 듣고 다녔다. 출퇴근길에, 업무시간 중에, 마음에 드는 노래들은 모조리 하트를 표시해뒀다. S가 추천해 준, 톰 웨이츠. 그의 노래들을 찾아듣다 세상 다 산 듯한 오랜 풍파가 담긴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이 노래, 'Tom Traubert's Blues'. 첫 귀에 반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내 마음을 긁었다.

     

       나는 클레리구스 탑을 꼭! 오전에 올라가야 겠다고 결심했다. 이른 아침이 아니면 올라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실 포르투에서는 별 계획이 없었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하루하루 걸어다녀보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어떤 날은 너무 열심히 안 다닌 것 같아 아쉬웠고, 어떤 날은 너무 열심히 돌아다니기만 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행이란, 이렇게 늘 아쉬움이 남는 거구나. 그러니 그냥 마음을 놓고 편하게 다니자. 2015년 7월 8일 수요일. 이 날의 목표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 아침의 탑에 오르는 것이었다. 역시나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리스본에 비해 조그만 호텔이라 일단 접시를 챙겨들고 마음에 드는 음식들을 마구 퍼 담고 있으면 그제서야 직원이 다가와 방번호를 물었다. 방번호를 말해주고 나면 미소를 보이며 맛있게 먹으라 인사해줬다. 수요일에도 어김없이 맛있는 아침식사를 혼자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열심히 양치를 하고, 길을 나섰다. 탑까지는 금방이었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카르무 성당이 있었고, 그 대각선 맞은편에 클레리구스 성당과 탑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었으나, 역시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명소이다 보니 직원이 입장료는 동전으로만 받는다며 짜증을 냈다. 다행스럽게도 가방 구석구석을 뒤져보니 동전들이 있었다.

     

        탑을 올랐다. 리스본에서 올랐던 탑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시간과 내려오는 시간, 그 각각의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른 시간이었기에 사람도 거의 없었고 오직 오르는 사람 뿐이었다. 계속 탑을 올라갈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15분 동안 올라야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더 빨리 올라갔다. 탑의 꼭대기에 올라가니 가이드북의 설명대로 포르투의 전경이 아래에 훤히 내려다보였다. 한바퀴 쭉 둘러보다 이제 어쩔까 고민하다가 이어폰을 찾아 꽂았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다운받아온 음악 중에 톰 웨이츠의 음악을 찾아 그 곡만 다섯 번 정도 내리 들었다. 내 발 아래 생전 처음보는 나라의 풍경이 펼쳐져 있고, 아침의 햇볕이 강렬하게 빛났다. 드문드문 관광객들이 내 앞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내 귀에선 세상 다 산 것 같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나는 정말 말도 되지 않지만,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포르투갈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여행을 혼자 떠나게 되었을 때, 포르투갈이 혼자 오라고 말을 걸었던 것처럼, 또 한번 내게 말을 건다고 생각했다. 그 말들은 이런 거였다. 응. 알아. 쉽지 않았지? 이 곳에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외롭기도 했지? 응. 알아. 그런데 어쩌니. 앞으로도 그럴 거야. 니가 어느 땅 위에 서 있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너는 여전히 행복하기도 할 테고, 지금처럼 지독하게 외롭기도 할 거야. 응. 알아. 그런데 그게 너의 운명이야. 응. 알아. 응. 알아. 그러니 걱정마. 잘 되고 있는 거야.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 그 탑 위에서 옆에 있는 관광객들 모르게 엄청 울었다. 한순간에 내 마음 속의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눈물이, 정말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서 나도 당황했다. 그러는 동안 포르투의 76.5m 바람과 톰 웨이츠의 목소리가 나를 위로해줬다. 뭐 어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걸. 앞으로도 그럴거야. 그러니 걱정 마. 그런 시간을 가진 후 탑을 내려왔다. 그 후의 시간들은 신기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물론 아주 행복하거나 아주 불행하지도 않았다. 흠. 사실 사람들이 여행 전에도, 후에도 내게 알게 모르게 많은 말들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옳다고, 지금의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응. 나는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내가 좋다. 내가 동경했던 포르투갈이 직접 말해준 거다. 외롭고 고독한 순간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나를 더 성장시켜 줄 거라고. 그러니, 이 곳까지 잘 왔다고. 응. 그리고 잘 해내갈 거라고. 포르투갈이 두번째로 내게 말을 걸어줬다. 포르투의 탑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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