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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네 한라봉
    모퉁이다방 2016. 1. 12. 23:01

     

     

     

        친구는 마지막 서울 나들이를 왔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요. 일요일,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는 전날의 숙취로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위해 샤브샤브를 함께 먹어 주고, 지난 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친구는 내게 항상 잘 될 거라고 말해줍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내 얘기를 즐겁게 들어주더니, 잘 될 거야, 라고 말해줬습니다. 우리는 커피숍에 가서 달달한 케잌 하나를 시켜놓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친구가 그럽니다. 얼마 전에 J와 (J는 친구의 남편이자, 나의 친구입니다.) 주말에 뒹굴거리면서 기분 좋게 누워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 둘이서만 이렇게 한가롭게 뒹구는 건 앞으로 어렵겠구나. 이게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겠구나.

     

        친구는 씩씩하고 건강해서 임신을 하고도 입덧도 없고, 서울로 자주 나들이를 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나 혼자 맥주를 마시라고 하고 자기는 물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걷기도 많이 했습니다. 친구가 티비에서 본 뒤로 계속 생각이 난다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가 허망하게 돌아오던 길, 을지로의 음산한 거리에서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봤다고 이야기하던 순간이나, 북적대던 홍대 길을 함께 걷다가 꿀벌이라 그런가 밤마다 단 게 땡겨, 라고 이야기하던 순간. 그런 소소한 순간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여행. 친구 커플은 이 둘은 꼭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잉보호하지 않을테니, 알아서 잘 크면 좋겠다고 합니다. 나는 친구들의 이런 소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좋은 이모가, 고모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너를 배에 안고 있을 때, 이모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단다, 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 낭만적인 이모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꿀벌이는 (친구의 아기 태명이에요) 예전부터 거꾸로 있는데, 지금도 거꾸로 있어서 다음주에 수술을 통해서 세상에 나와요. 어떤 아이일지 다음 주면 알 수 있어요. 나는 임신을 한 친구에게 자주 물어봤어요. 어때? 실감이 나? 친구는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엄마가 되는 것이요. 이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있으니, 모성애라는 것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나도 친구가 어떤 엄마가 될 지, 그리고 친구가 어떤 아빠가 될 지 아직은 상상이 되질 않아요. 나는 친구와 꿀벌이에게 선물을 한다고 뮤지컬을 한번 보여줬는데, 그게 <베르테르> 였어요. 무대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아, 이건 태교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극이구나. 그렇지만 꿀벌이는 범상치 않은 아이일 게 분명하니까, 이런 슬픈 극을 그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 충분히 느꼈을 거예요. 아, 맞다. 나중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물해줘야 겠습니다. 아무튼 뮤지컬을 보기 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친구가 친구에게, 그러니까 나의 남자사람친구가 여자사람친구의 배를 만지면서 우리 꿀벌이 잘 있나, 라고 했어요. 한낮이라 햇볕이 많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무척 따뜻했어요. 그 순간이.

     

       이 글의 본론은 '한라봉'입니다. 친구는 제주도 사람이고, 친구의 가족은 제주도에 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한라봉 농사를 짓고 계시고, 제가 몇 년 동안 먹어봤는데 그 한라봉이 무척 맛있어요. 그리고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조금 싼 가격에 친구의 지인들에게 한라봉을 팔고 계세요. 그러니 필요하신 분은 한라봉을 사시라고,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홍보해 봅니다. 한번 먹은 제 지인은 매년 구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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