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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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극장에가다 2010. 9. 27. 21:56
영화를 보고 꿈을 꿨다. 너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꿈. 일어나보니 가을이 와 있었다. B는 내게 심수봉의 노래를 보내줬다. 사랑의 마음. 너를 잃고 세상을 잃은 듯 절망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다른 사랑이 와 있었다는 이야기. 이문세의 옛사랑도 찾아들었다. 이건 슈퍼스타케이 때문인데. 아무튼.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그리고 그해봄에. 2001년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제, 그 누구도 그 해 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유지태도, 조성우도, 허진호도. 그리고 나도. 그리워할 수는 있겠지. 어쩌면 그 편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공기의 흐름에 대해 생각했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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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 3 - 너희들의 좋은 이별극장에가다 2010. 8. 21. 22:08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이별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그 분이 이야기해 준 좋은 이별이란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헤어져야 하는 것이랬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 나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걸 좋은 이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그 분은 한사코 그렇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헤어졌고, 그건 좋은 이별이라고. 그 구체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이 있다는 거다. 를 봤다. 1, 2편은 못 보고, 3편만 봤다. 커다란 안경을 끼고 훌쩍거렸다. 그래, 이별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면 은 좋은 이별이다. 두 사람이 마음은 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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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 악마가 되었다극장에가다 2010. 8. 15. 21:21
금요일, 를 보았다. 몇 달 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다. 배우와 감독 때문. 그런데 보는 내내 괴로웠다. 정말 괴로웠다. 같이 보았던 지인은 우리는 어른이니까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대고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되요. 저거는 가짜다, 저것도 가짜다. 다 소용없었다. 다 진짜처럼 느껴졌다. 악마를 보았고, 악마가 되었고, 악마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우리는 단골 보쌈집에서 막걸리 한 잔씩을 하고 택시를 타고 헤어지기로 했는데, 보는 내내 약속을 취소하자고 할까 생각했다. 악마를 만날까봐. 악마를 볼까봐. 휴가 때 본 뮤지컬 에서는 신성록, 이석준 이 두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열연한다. 땀을 아주 뻘뻘 흘리면서. 나는 두 배우가 대사를 한 번도 까먹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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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원더풀 투나잇극장에가다 2010. 7. 12. 01:36
친구 A랑 를 봤다. 난 친구가 나한테 오랫동안 연락 안 한다고 속상해 했었는데, A는 내가 연락 안 한다고 속상했다고 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에 햄버거랑 아이스 커피를 해치우고, 보고 나와선 통닭에 맥주를 마셨다. 그러고도 취하지 않아 영풍문고에 들러 여행 책을 두 권씩 사고, 캔맥주를 더 마셨다. 여름 바람이 불었고, 간만에 만난 우리는 신났다. 친구는 캄보디아에 다녀왔고, 난 그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밤들을 보냈다. 할 얘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는데, 야경이 아주 좋았다. 택시 안에서 원더풀 투나잇, 같은 로맨틱한 노래가 흐르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은 원더풀 투나잇이었다. 친구는 내게 괜찮다고 했다. 니가 그런 마음을 가져도 괜찮다고, 그걸 즐기라고. 너는 그런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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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 - 다시, 언니들.극장에가다 2010. 6. 13. 19:08
언니들이 돌아왔다. 돌아온 언니들이 실망스러웠다 해도 (영화 1편!) 나는 또 다시 언니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운명. '우리의' 언니들이므로. 요즘 일요일이면 조조영화를 보러 간다. 씻지도 않고 머리 질끈 묶고 안경만 대충 쓰고 나서서, 세 정거장을 버스로 간다. 맥도날드에 들러서 맥모닝 세트를 사고, 메가박스에서 조조영화 1장을 끊는다. 그리고 맥모닝 세트를 먹으며 영화 관람. 솔로의 일요일은 이렇다. 이러한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포기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언니들. (사만다 언니 빼고) 는 언니들의 결혼 후의 이야기이다. 특히 캐리언니. 1편에서 캐리 언니는 빅과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어떠할까? 그걸 볼려면 극장에 가야 한다는 말씀. 나는 언니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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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 내게도 투슬리스가 필요해극장에가다 2010. 5. 30. 16:27
까만 안경을 끼고 영화를 봤다. 시작 전에 그저 까만 안경일 뿐이었는데, 영화가 시작되니 그 너머로 환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애니메이션들이 나를 울린 지는 오래된 일. 부터 시작해서 까지. 이번엔 다. 몇 달전부터 극장 예고편 보고 찜해놨던 영화. 꼭 3D영화로 보고 싶었다. 결과는 대만족. 아주 신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 종반부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히컵이 아스트리드의 도움을 받아 어떤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 장면. 두 아이는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아스트리드는 현명하고 용감한 여자아이라, 히컵에게 용기를 복돋아줬다. 두 사람이 절벽 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저런 결심을 하고, 이런 저런 용기를 복돋아주는 사이, 두 사람 사이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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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당신의 노래극장에가다 2010. 5. 16. 22:05
를 보면서 어떤 게임을 생각했다. 한때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자주했던 그 게임. 조그만 종이를 펼쳐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버티는 게임. 그 종이가 반으로 줄어들고, 또 반으로 줄어들고. 종이 위에 선 두 사람은 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부둥켜 안고, 결국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리고. 그런데 그 위에 짝짓기 프로그램에서처럼 남녀 두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 윤정희만 존재한다. 그 종이는 처음에는 넉넉했다. 그 위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그 종이가 반으로 접히고, 또 반으로 접히고. 환갑이 넘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반으로 접히면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 윤정희도 그걸 안다. 어느 날, 윤정희는 그 종이 위에 쪼그려 앉아 꺼이꺼이 운다. 커다란 치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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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 Winter_U2극장에가다 2010. 5. 9. 21:23
극 중 그레이스, 그러니까 나탈리 포트만은 남편이 파병 가기 전에 남긴 편지를 읽지 않고 침대 옆 서랍에 넣어둔다. 그 편지는 샘, 그러니까 토비 맥과이어가 파병 가기 전, 만일의 경우,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써두었던 편지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가 발생했다. 그레이스는 거품목욕을 한 직후, 이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남편의 동료가 그 편지를 전해줬다. 그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돌아와 서랍 안에 그 편지를 넣어두기만 했다. 하얗고 커다란 편지봉투의 겉면에는 'Grace'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줄곧 잠만 잤다. 때때로 울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웃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시간이 갔다. 겨울은 여전히 추웠고, 시동생은 그녀를 위해 부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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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 - 기린님, 나는 괜찮아요극장에가다 2010. 3. 27. 15:22
어떤 외로움은 외롭다는 느낌보다, 말이 먼저 온다. 내가 봤다. 그런 사람. 그이는 자신이 전혀 외롭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혼자가 편하다고 했다. 집을 평생 사지 않겠다 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외롭다고 말했다. 실은 외로워요. 그러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혼자가 편한 사람이었는데, 평생 집을 사지 않겠다, 결혼따위 절대 하지 않겠다 결심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는 그렇게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외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표정은 꼭 십대에 실연 당한 소년의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스크린에 대고 그 뺨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라이언,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당신은 외롭지 않은 사람이었잖아. 어떤 외로움은 말이 먼저 온다. 영화는 결국 '쿨'하지 않은 결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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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벅 - 사랑, 나는 항상 그걸 참는다.극장에가다 2010. 2. 6. 21:49
드디어 을 봤다. 언제 사다놓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지난 주말, 영화는 보고싶은데 나가기는 귀찮아서 DVD를 뒤적거렸다. 역시 좋은 영화였다. 그러니까, 1월의 나는 '그 많은 세월이 전부 물거품이 됐어요'라는 대사가 있는 영화를 봤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1월의 나는 '쿼일은 고통이란 모름지기 속으로 조용히 삭여야 한다고 믿었다.'라는 문장이 있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 아주 두꺼운 소설이었다. 중간에 덮어버렸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봄에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월에 읽는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랑, 나는 항상 그걸 참는다.' B는 내게 을 추천해주면서 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이미 아담스 부부 이야기였다. 영화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