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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스 앤 더 시티 - 다시, 언니들.
    극장에가다 2010. 6. 13. 19:08


        언니들이 돌아왔다. 돌아온 언니들이 실망스러웠다 해도 (영화 1편!) 나는 또 다시 언니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운명. '우리의' 언니들이므로. 요즘 일요일이면 조조영화를 보러 간다. 씻지도 않고 머리 질끈 묶고 안경만 대충 쓰고 나서서, 세 정거장을 버스로 간다. 맥도날드에 들러서 맥모닝 세트를 사고, 메가박스에서 조조영화 1장을 끊는다. 그리고 맥모닝 세트를 먹으며 영화 관람. 솔로의 일요일은 이렇다. 이러한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포기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언니들. (사만다 언니 빼고) <섹스 앤 더 시티 2>는 언니들의 결혼 후의 이야기이다. 특히 캐리언니. 1편에서 캐리 언니는 빅과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어떠할까? 그걸 볼려면 극장에 가야 한다는 말씀.

        나는 언니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일단 불평불만을 쏟아놓겠다. 일단 캐리 언니. 캐리 언니가 2편에서 얼마나 징징거리고 못나게 구는지 직접 봐야 한다. 정말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빅이 쇼파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빅이 티비에 빠져있다고, 빅이 예전처럼 자신에게 매력을 발산하지 않는다고, 1주일에 이틀은 떨어져 있기로 했다는 자기네 부부의 결정을 샬롯이 마뜩하지 않게 생각한다고(자기도 처음에 그 제안에 상처받았으면서), 샬롯이 에이든을 만나러 가는 자기에게 불장난이라고 했다고(불장난이었다), 캐리는 징징거리고 화 내고 삐쳐 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옳은 건 샬롯이었다. 캐리는 사실 에이든을 유혹하러 간 거면서, 다녀와서는 징징거린다. 어떡해. 그래버렸어. 빅에게 말해야 겠어. (대체 그게 뭐라고 말한다는 거야!) 캐리 언니가 사만다 언니나 미란다 언니처럼 대범하진 않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소심, 그 자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중동을 묘사한 것. 정확한 배경은 아부다비. 그것도 마음에 안 든다. 타문화를 밑에 두고 깔보는 느낌. 대사들도 그렇다. 그들의 문화를 비웃고, 대놓고 낄낄거린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이 영화가 뭐 진지한 다큐도 아니고, 그저 화려하고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은 정말 불편하다. 그런 중동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전통이 결혼 생활의 여성들과 맞닿아 있다는 걸 표현한 걸까. 언니들이 열창하는 노래 가사도 별로였다규. 중동의 여성들을 개혁시키겠다는 느낌이랄까. 1, 2편 영화는 화려해졌지만, TV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 2편을 개봉하자마자 보고 또 다시 3편을 기다린다. (확실히 2편은 1편보다는 재밌었다) 그런 느낌이랄까. 영화나 소설 속 인물 중에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이 실감나는, 그래서 애정을 듬뿍 보내는 캐릭터들이 영화나 소설이 끝난 뒤에도 스크린을 떠나, 책을 떠나 현실 속에서 아주 잘, 씩씩하게, 열심히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마음이랄까. '나의' 언니들이니까. 나이가 들어도, 갱년기가 와도, 하루종일 우는 아이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여자라서 회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어도 다시 아자, 힘을 내고 서로 등을 토닥거려주고 당당하게 뉴욕 거리를 걷는 '우리의' 언니들이니까. 아, 3편이 나올까. 정말 에이든은 빵꾸똥꾸였어. 내가 한 때 격하게 아꼈는데. 그는 빵꾸똥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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