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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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명화_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극장에가다 2007. 7. 22. 03:57
주말의 명화에 대한 단상.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토요일이었다. 코아아트홀이었고, 좌석은 첫줄 아니면 거의 앞쪽이었다. 아마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본 영화였을 거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다 보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너무 좋다고 동시에 말했었다. 종로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영화 속처럼 여러명이 어울렸던 술자리로 옮겼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조금 어색했고 조금 낯설었고 조금 불편했던 기억. 비가 내렸던 날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비가 그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04년 어느 겨울날의 기억. 나는 이 영화의 스칼렛 요한슨이 좋다. 무료함이 드러나는 얼굴, 커다란 창가에 앉아 도쿄를 내려다보는 외로운 포즈, 군중 속에 드러나던 쓸쓸한 뒷모습.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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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 내 어깨에 놓여지는 공포의 무게극장에가다 2007. 7. 19. 16:48
스포일러 있어요. 샴쌍둥이는 1811년 태국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가 붙어 태어난 쌍둥이 형제에서 유래한 말이다. 샴은 당시 태국의 이름이다. 이 형제는 머리와 팔다리는 정상인데 가슴과 허리가 붙은 채 태어났다. 이들은 12세때 강변에서 놀고 있다가 부근을 지나던 영국 상인에 의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형과 동생의 키는 각각 157cm와 155cm. 이들은 1832년 한 서커스단에 입단해 인기를 모아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의사들에게 몸을 분리해달라고 자주 요구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는 너무 위험한 일이어서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63세까지 살았다. 공포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줄곧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공포와 연관해서 생각했었는데, 공포의 소재는 굉장히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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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교실 - 어젯밤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극장에가다 2007. 7. 14. 18:21
우리도 언젠가 해부학 교실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몰라. 13일의 금요일.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 해부학 교실. 을 봤다. 서툰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 심장이 멈춰버린 차가운 시신에게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한 그곳에서 우리 중 누군가가 하나씩 살해를 당한다는 이야기. 지문도 없고 흔적도 없이 친구들이 살해되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애꾸눈 의사가 등장하고 카데바가 살아움직이는 꿈, 누굴까? 왜일까? 왜 우리가 죽어나가야만 하는걸까? 어젯밤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너무 무서워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처음은 괜찮았다. 누가 죽어나가는지 왜 죽어나가는지 알기 전까지는. 아직은 서툰, 그래서 용서될 수 있는 의대생이기에 문근영을 꼭 닮은 한지민의 연기가 어색해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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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크리스마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극장에가다 2007. 7. 10. 02:28
새벽. 비도 소리없이 내리고 방충망 너머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니까 갑자기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보고 싶어진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DVD를 사 놔야 하는데.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 영화라니. 중,고등학교때 무한정 반복해서 보았던 비디오들이 있었다. 나홀로 집에 1,2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다이하드 3 나우앤댄 그때는 계속 봐도 이 영화들이 절대 질리지 않았다. 다이하드3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집에 비디오 테이프가 있었고, 나홀로 집에는 테잎이 없었는데도 무지하게 보아대다가 결국 샀었다. 그리고 나우앤댄은 낯선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여름방학, 동생이랑 매일 하루에 한 편씩 집 앞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보았는데, 이 영화는 또 금새 보고싶어져 연속으로 빌리면서 꼭 병콜라를 사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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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랑 - 몸이 기억하는 사랑극장에가다 2007. 7. 1. 02:14
니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가끔 익숙한 냄새가 날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럴때마다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닮은 사람을 본다거나, 우리가 함께 같던 장소에서보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추억은 뭐랄까 좀 더 진하다. 좀 더 깊다. 그럴때는 정말 그 사람이 보고싶어진다. 익숙한 느낌, 익숙한 체취, 익숙한 시간. 두번째 사랑은 몸이 기억하는 사랑이다. 이야기라인은 진부하고 신파적인데, 그것을 담아내는 감성의 장면들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이를 간절하게 가지길 원하는 소피와 돈이 필요해서 비즈니스 차원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지하, 두 남녀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단순한 스토리에 투영되는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 제일 좋았던 건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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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girl극장에가다 2007. 6. 26. 20:15
케이블에서 쇼핑걸을 만났다. 원제가 Shopgirl인데 왜 쇼핑걸로 개봉했는지 모를 정도로 제목이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다. 가끔 채널 돌리다 보게 되는 케이블 영화 중에서 괜찮은 것들이 있다. 그냥 한번 볼까, 생각했다가 결국엔 마음이 찡해져서 크레딧까지 끝까지 보게 된다. 샵걸도 그랬다. 마지막에 나오던 대사들, 클레어 데인즈와 스티븐 마틴의 표정. 사랑의 감정들에 대한 잔잔하고 소소한 건조하면서 꼼꼼한 이야기였다. Some nights alone. he thinks of her. And some nights alone. she thinks of him. Some nights these thoughts occur at the same moment. "Just so you know, I am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