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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준벅>을 봤다. 언제 사다놓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지난 주말, 영화는 보고싶은데 나가기는 귀찮아서 DVD를 뒤적거렸다. 역시 좋은 영화였다. 그러니까, 1월의 나는 '그 많은 세월이 전부 물거품이 됐어요'라는 대사가 있는 영화를 봤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1월의 나는 '쿼일은 고통이란 모름지기 속으로 조용히 삭여야 한다고 믿었다.'라는 문장이 있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 아주 두꺼운 소설이었다. 중간에 덮어버렸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봄에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월에 읽는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랑, 나는 항상 그걸 참는다.'
B는 내게 <준벅>을 추천해주면서 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이미 아담스 부부 이야기였다. 영화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그런데 남편이 너무나 그녀에게 무관심하다고. 그런데 단 한 장면에서 남편의 진심이 보인다고. 에이미 아담스는 미어캣이라는 동물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지하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미어캣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나오자 에이미 아담스를 쉴 새 없이 부르다가, 결국 프로그램을 녹화하려는데 테잎 때문에 실패하고. 나중에 지하실로 온 에이미 아담스에게 괜히 화만 낸다고. 그 장면을 봤다. 영화는 1월에 읽은 소설 속 저 구절 '고통이란 모름지기 속으로 조용히 삭여야 한다고 믿었다.'가 절로 떠올랐다.
한밤 중에 택시를 타고 서울의 다리를 건너면, 그래서 저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희미하게 보일 때면 2만원 남짓하는 택시비가 아깝지가 않다. 그럴 때면 항상 몇 년 전에 본 김민선과 김동완이 출연했던 베스트극장이 생각이 나고, 몇 년 전 한밤 중의 택시에서 들었던 라디오 방송이 생각이 난다. '원더풀 투 나잇'도. 에릭 클랩톤의 기타 선율도. 어제는 노래방에서 들국화의 '제발'을 들었는데, 참 좋았다. 특히 이 가사. '처음 만난 이 거리를 걸어봐. 나는 외로워.' 나는 패티김의 '이별'이란 노래가 정말 좋다. 그래서 어제도 불렀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은 잊을 수는 없을거야.'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외롭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