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
고령화 가족극장에가다 2013. 5. 14. 23:35
언제나 그렇지만 일요일 저녁은 우울하다. 그렇기에 월요일도 우울하다. 월요일이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아지지만, 월요일은 대부분 우울한 기운에 취해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칼퇴하는 월요일이면, 상암CGV 시간표를 검색해본다. 이번 주에도 7시 10분에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 이번에는 7시 10분이라 여유가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해 혼자 앉아도 방해받지 않을 자리로 예매를 하고, 현대카드 2000원 할인을 받았다. 매점에서 핫도그와 생맥주를 샀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핫도그를 먹으면서 광고를 봤다. 영화가 시작하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 결국 동생을 기다렸다 집 앞 정육점에서 고기를 샀다. 동생이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소고기를 조금 사고, 나는 대..
-
러스트 앤 본극장에가다 2013. 5. 6. 22:56
요즘 사무실 분위기가 안 좋다. 오후에도 일이 적어 넉넉하게 칼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상암CGV 상영시간표를 검색해봤다. 6시 50분 상영이 있다. 자유로에서 차가 안 막히면 시간 맞춰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45분에 6호선 지하철에 있었는데, 상영시간표 밑의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입장 지연에 따른 관람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약 10분 후에 시작됩니다. 볼 수 있겠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내려 뛰었다. 표를 끊고, 너무 배가 고파 간단히 먹을 것도 사고, 화장실도 다녀온 뒤에 입장했더니 딱 영화 시작이다. 얼마만에 보는 월요일의 영화인가. 이 영화는 누가 꼭 혼자 보라고 적어 놓은 걸 봤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 테니까 혼자 보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라고. 그런데. 흠. 생각보..
-
토요일, 이수역과 광화문극장에가다 2013. 5. 5. 14:47
토요일에 영화 두 편을 봤다. 내 주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극찬한 를 느즈막히 보았고, 예고편을 보고 그 미스터리적인 분위기에 반해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을 봤다. 동생들이 모두 나간 토요일 오전에 청소기를 돌리고, 방을 닦고 가만히 앉아 있다 아직도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가 상영하는지 검색해봤다. 3시 15분. 아직도 상영한다. 그것도 쓰리디로. 밥을 챙겨먹고 시간에 맞춰 나갔다. 내 주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는데, 아무도 스포일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데 얘기해줄까? 했는데 내가 아니, 나 그거 볼거니까 말하지마.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 이번이 아니면 못 볼 거 같아 이수역까지 갔다. 내게 이 영화..
-
로마 위드 러브와 냉장고 메모극장에가다 2013. 5. 4. 12:11
지난 주말에 결혼식이 있었다. Y씨와 나는 합정에서 만나 2호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역까지 갔다. Y씨는 간만에 신은 굽 있는 구두와 귀걸이가 어색하다고 말했고, 나는 너무 화려한 목걸이를 했다며 쭈빗거리며 자켓 안을 보여줬다. 우리는 11시에 간신히 도착해 축의금을 내고 식을 보고 밥을 먹었다. 뷔페였는데, 맛이 꽤 괜찮았지만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얼마 먹지 못했다. 과장님이 맥주를 계속 권했는데 속이 우글거려 그림의 떡이었다. 해물과 야채를 데쳐낸 샤브샤브의 짠 국물만 다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데 팀장님이 남자친구는 없느냐고,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댔다. 나는 그냥 웃을 뿐. 다같이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그래도 나름 꾸미고 아침 일찍 나왔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아쉬워 광화문으로 갔다. ..
-
나우 이즈 굿극장에가다 2013. 4. 18. 23:22
내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순간. 다코타 패닝, 그러니까 테사에게 어린 남동생이 있다. 테사는 암환자. 병 때문에 학교도 그만뒀다. 그렇지만 씩씩하고 쿨한 녀석. 남동생은 이따금 누나의 죽음에 대해 질문한다. 누나가 죽으면 휴가가는 거야? 누나가 죽어도 내 누나인 거지? 테사에게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상상하고,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 일상이다. 남동생이 그렇게 물으면 테사는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내리며 대답한다. 오늘은 니가 주인공이야. 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거야. 그럼. 여전히 니 누나야. 아픈 누나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하는 남동생을 위해 뭐든지 해주기로 결심한 어느 오후. 동생은 날고 싶다고 말한다. 테사는 바닥에서 강한 바람이 올라와 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
호프 스프링즈, 어촌 마을극장에가다 2013. 4. 8. 21:17
지하철 역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극장이 있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늘 꾸물거리게 된다. 일요일에 극장시간에 늦어 택시를 탔다. 츄리닝을 입고 들어가 본 영화 .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영화는 좀 별로였다. 캐릭터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토미 리 존스는 시종일관 화내고, 짜증내고, 매사에 불만족이다. 거의 영화 내내 그렇다. 메릴 스트립은 고분고분한 중산층의 부인. 화가 나도 남편에게 소리지는 일이 거의 없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뛰어가고, 참고 또 참고. 영화는 이 부부가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해 있는 상담소에 상담을 받으면서 관계를 회복해가는 내용. 다른 건 별로였는데, 그 어촌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서는 일부러 연출한 건지 모르겠는데 늘 날씨가 흐리다. 바람이 많이 불고, 조금은 스산하고, 조..
-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극장에가다 2013. 3. 17. 20:36
영화를 보고 나오니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아, 오늘밤부터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지. 올려다보니 비를 머금은 구름이 보였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나와 불광천을 따라 걸었다. 날은 흐리고, 걸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 공연에서 들은 박경환의 새앨범을 틀어놓고 '새 길'을 걸었다.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거면 됐어, 라는 생각. 혜원이 아니라 해원이라 다행이다. 혜원은 여리고 예쁘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인데, 해원은 단단한 느낌이다. 튼튼한 느낌이다. 실제로 스크린을 통해 만난 해원이 그랬다. 예쁘고 단단한 사람.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해원을 생각하면, 왠지 안심이 되는 사람. 해원이 그랬다. 잠깐만 있어봐요. 괜찮아질 거예요. 거의 대부분의 슬픔이 그렇고, 거의..
-
오하이오 삿포로극장에가다 2013. 1. 21. 23:24
을 보러 광화문에 갔는데, 매진이었다. 영화를 너무 안 봐서, 그냥 들어가긴 싫어서 주위에서 하는 영화 검색해보다 제목에 끌려서 무작정 뛰었다. 영화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말들의 조합이다. 안녕과 삿포로. 표를 끊고 자리에 앉으니 영화 시작 직전. 몇 분짜리인 줄도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 40분짜리 영화였다. 여자는 듣지를 못한다. 여자는 공장에서 일한다. 여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일본어를 배운다. 여자의 이름은 모레. 내일모레 할 때 그 모레. 남자의 이름은 히(어)로. 히로 상은 일본인이다. 그도 역시 농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조각도 한다. 따듯한 미소를 가진 그는 조각가. 남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바다 건너에 있는 모레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준다. 히로가 수화로..
-
내가 고백을 하면극장에가다 2012. 12. 11. 21:40
여자는 강릉에 산다. 강릉에 사는 여자는 주말만 되면 서울에 간다. 서울에 가서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친구도 만난다. 늘 친구집에서 잤는데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여자는 주말마다 서울에 가야 하는데, 잘 곳이 없다. 모텔에도 가 보고, 찜질방에도 가봤지만 불편해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다. 여자에게 누군가 묻는다. 왜 그렇게 주말마다 서울에 가느냐고, 그렇게 다니면 피곤하지 않느냐고. 여자가 말한다. 피곤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걸요. 그렇게 해야 이게 사는 거구나 생각이 드는 걸요. 여자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부남이었다. 남자는 서울에 산다. 서울에 사는 남자는 주말만 되면 강릉에 간다. 강릉에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
-
늑대아이 - 다이죠부 다이죠부극장에가다 2012. 9. 24. 21:21
친구가 화장실에 갔다. 다음 영화가 시작된 터라 극장 로비는 조용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 영화를 이렇게 좋은 날 봐서. 요즘 다행인 일이 많지. 감독인지 모르고, 왠 애니메이션이냐며 심드렁했었는데, 이 영화,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처음부터, 화면이 시작되고 고요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이 영화에 반했다. 이동진이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줬다. 올해는 애니메이션이 나를 계속 울리네. 영화는 늑대인간인 아빠,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엄마,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늑대 아이 유키와 아메(유키는 눈이 내릴 때, 아메는 비가 내릴 때 태어났다.)가 만나고, 사랑하고, 성장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다. 몇몇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장난꾸러기 누나 유키와 달리 병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