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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라노 연애조작단 -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극장에가다 2010. 9. 27. 21:56



        영화를 보고 꿈을 꿨다. 너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꿈. 일어나보니 가을이 와 있었다. B는 내게 심수봉의 노래를 보내줬다. 사랑의 마음. 너를 잃고 세상을 잃은 듯 절망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다른 사랑이 와 있었다는 이야기. 이문세의 옛사랑도 찾아들었다. 이건 슈퍼스타케이 때문인데. 아무튼.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그리고 그해봄에. 2001년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제, 그 누구도 그 해 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유지태도, 조성우도, 허진호도. 그리고 나도. 그리워할 수는 있겠지. 어쩌면 그 편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공기의 흐름에 대해 생각했다. 엄태웅이 카페에서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제목의 노래를 틀었을 때, 그 때의 공기의 흐름. 그러니까 2010년에서 2001년으로 바뀌는 공기의 흐름, 먼지의 방향, 우리의 자리. 음악소리가 그 공기의 흐름에 따라, 먼지의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던 그 순간. 2010년의 너와 내가 2001년의 우리로 돌아가던 순간. 그 순간부터 나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조개탕도 먹고 싶어졌고, 와인도 마시고 싶어졌고, 시라노라는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하늘색 셔츠를 입고 나갔다. 물론 그 셔츠 하나 걸친다고 내가 이민정이 될 수 없다는 건 안다구요. U.U) 모두 다 시간을 거스르는 공기의 흐름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가을이 왔다. 추석이 지났고, 비가 내렸고, 가을이 왔다. 매일 아침 내가 챙기는 게 있는데 바로 일기예보. 맨날 맞지도 않지만, 매번 챙긴다. 실수 투성이인 일기예보에 따르면, 내일 비가 온단다. 그리고 아주 추워진단다. 두꺼운 옷이 필요하단다. 두꺼운 솜이불도 필요하단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단다. 먼지의 방향이 달라진단다. 아, 이렇게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온다.



         이건 고향집에서 찍은 저녁 사진. 이 때 서울은 비 때문에 난리났다고 한다. 남쪽은 이렇게 평온했다. 여기에 바닷바람이 섞여 있다. 올 가을, 우리 모두에게 좋은 날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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