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
퍼블릭 에너미 - Bye Bye Blackbird극장에가다 2009. 8. 22. 22:19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씨네21 20자평을 봤는데 아무래도 그 날 내가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20자평들은 뭐랄까. 극찬에 극찬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평들을 봤는데, 나처럼 지루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 날 나는 피곤했지만, 그래서 영화를 잘못 본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그래도 빵빵 계속해서 쏟아지는 총소리때문에 계속 깼다. 결국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화 보는 내내 깨알같은 잠을 자 주었다. 그러다 마지막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정신을 차렸는데, 이 영화가 좋은 이미지로 남은 이유는 이 마지막 30분 정도 때문이었다. 가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 두 스타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
-
10억, 해피 플라이트극장에가다 2009. 8. 9. 20:58
두 영화 다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그래도 는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은 흠. 흠. 주말에 슬리퍼 질질 끌고 동네에 혼자 을 보러 갔다. 따땃한 라떼도 마시고, 좋은 영화를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었다구요. 혼자 보는 영화에, 맛난 커피까지. 그런데. ㅠ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들은 대충 이렇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라서 배우들이 대부분 옷 한 벌로 영화 끝까지 가는데, 신민아의 하얀 티와 빨간 나시가 너무 예뻤다. 어디 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파마 머리도 예뻤다. 저 스타일로 하려면 파마비 얼마 나올까, 나한테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 호주의 풍광은 멋지구나, 하지만 왜 꼭 저기까지 가서 이렇게 맥 빠지는 스토리로, 라는 생각. 박해일은 여전히 샤방..
-
마이 시스터즈 키퍼 - 걱정마요, 왼쪽을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니까극장에가다 2009. 8. 9. 20:23
어느 영화 상영 전에, 예고편으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고여서, 9월 상영 예정이라는 안내를 기억해뒀었다. 꼭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사회가 있어 생각보다 일찍 8월에 영화를 만났다. 예고편이 너무 슬퍼서, 뜯지도 않은 새 휴지를 가지고 갔었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후반부에 새 휴지를 뜯고 두 장을 꺼내서 한 장은 내가 닦고, 한 장은 옆사람을 주었다. 를 보고 오래 전 초난강이 나온 일본 영화 을 보고 H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언니는 이 영화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 남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아주 오래전 영화고, 아주 오래전 말이라, 영화 내용도, 언니의 말도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는데. 이상하게 ..
-
투스카니의 태양 - 길을 떠나는 당신에게극장에가다 2009. 8. 4. 21:59
길을 떠나는 당신에게 짧은 답장을 쓰다, 이 영화가 생각났어요. 이동진 기자의 칼럼에서였을 거예요. 이 영화를 소개한 글을 읽었는데, 당장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거예요. 그런데 디비디는 모조리 품절이고. 어떻게 봐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다, 케이블 방영예정 리스트를 뒤적거렸어요. 그러다 스토리온에서 방송해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날, 그 시간만을 기다렸죠. 역시 내 인생은 잠 때문에 망할 거예요. 자느라고 중간부분까지 다 놓친 거예요. 벌떡 일어나 땅을 치며 후회하면서 뒷부분을 봤는데, 영화 배경인 투스카니가 그렇게 멋진 거예요. 내가 다이안 레인의 외모를 사랑한다는 얘기 했나요? 난 아직도 을 케이블에서 해 주면 몇 번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멍 때리고 다시 보는 사람이거든요. 에서도 다이안 레인..
-
렛미인 -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극장에가다 2009. 8. 1. 23:11
드디어 을 봤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보길 잘했다.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슬퍼서 혼자서 방 안에서 보면 안 되겠더라. 영화를 보기 전에 누군가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자도 나눠 먹고, 그리고 앞뒤로 극장에 앉아 영화를 나눠 보고, 함께 짧은 거리라도 걸어야 하는 영화였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크레딧이 오르고 슬픈 테마 음악이 흐르는 순간, 다시 영화가 시작되는 그런 영화였다. 마음이 마냥 먹먹해지는 영화였다. 아프고, 아파서 '영화보다 더 좋다더라'는 원작소설을 집에 와 당장 주문하게 되는 영화였다.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책이 도착했다.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늦잠을 잤는데, 영화와 같은 꿈을 꿨다. 나는 꿈 속에서 오스칼..
-
업 - 모험으로 이끌 우리의 구호, 까옥 까옥 으르렁!극장에가다 2009. 8. 1. 18:11
요즘 부쩍 여행책과 그림책에 관심이 가는 나는, 며칠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그림책과 여행책을 뒤적거리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책을 원하는지 생각해냈다. 정보와 감성이 함께 하는 책. 누구나 내는 여행책 말고, 어떤 곳을 다녀왔으나 그 사람 특유의 감수성이 듬뿍 묻어나 있는 책이면 좋겠다. 그게 꼭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책을 찾기가 쉽지가 않더라. 그러던 중, 보게 된 픽사의 . 이건 내가 찾던 여행책이 아니던가. 더구나 은 아름다운 그림책이기도 했다. 아, 나는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에 앉아 이 여행책을, 이 그림책을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넘겨 봤다. 어떤 페이지에는 흥분해서 침을 잔뜩 묻히고, 어떤 페이지에는 눈물 한 방울을 훔쳐 찍으면서. 흠흠. 픽사의 ..
-
오펀 : 천사의 비밀 - 베라 파미가의 팬이 되었지요극장에가다 2009. 7. 28. 22:14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온전한 베라 파미가의 팬이 됐다. 같이 본 B씨는 자기가 베라 파미가의 광팬이라면서, 을 보고 울었잖아요, 라고 말했지만. 어이없게도 영화보는 내내 그녀가 베라 파미가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그런 사이비 팬이 아니란 말이지. 머리가 길든, 짧든, 파마를 하든, 안하든 언제나 알아 볼 수 있는 그녀의 완전한 팬이다. (B씨, 반성하세요!) 그래, 나도 B씨처럼 을 보고 그녀의 팬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그녀에게서 우아하고도 애잔하고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그 전에도 그녀가 출연하는 몇 편의 영화를 보긴 봤지만, 그 땐 나도 B씨처럼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 전체에서 풍기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
-
그 동안 본 영화들극장에가다 2009. 7. 19. 20:59
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게 되면 책을 적게 읽게 되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 극장에서 멀어지는 걸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7월에 영화를 전보다 많이 보고 있지만,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집중 잘 되는 지하철에서조차 일드에 빠져있으니. 그러고보니 7월에는 거의 제대로 책 한 권도 읽지 못했구나. 그래도 영화는 많이 봤다. 좋은 영화들도 있었다. 은 6월말에 모모에서 본 영화. 감독의 초기 작품이니 챙겨봐야지. 귀여운 아이들이 대거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온다.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깨어 부수고 나아 갈 것인가,에 관한 영화랄까. 에서 사색빙수를 만들고, 을 찾아 버섯을 함께 따주었던 아줌마가 의 전통파로 등장, 아이들의 바가지머리 컷트를 담당한다. 영화 속 아이들이 참 귀엽다. 꽤 오래 ..
-
차우 - 유머코드만 맞는다면,극장에가다 2009. 7. 19. 18:05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금요일 밤에 이 영화를 보고 흡족한 마음에 집에 들어왔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로라는 평이 꽤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유머코드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데. 나는 만족스러웠다. 어쩜 그렇게 웃기던지, 한참을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 유머코드라는 게, 맞는 사람에게는 흡족한 웃음을 줄 수 있지만, 안 맞는 사람에게는 괜한 짜증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고런 유머코드랄까. 예를 들면, 영화 속 형사 캐릭터 중에서 남은 물건을 슬쩍 자기 주머니에 집어 넣는 심각한 표정의 소유자께서 등장하시는데 (그 물건이라는 건 캔커피나 담배 등등) 다음 날 아침에 아무렇지도 않게 우아하게 고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에 웃음이 펑,하고 터져야 맞는 유머코..
-
레인 - 마침 비도 왔다극장에가다 2009. 7. 16. 23:33
(약간의 스포일러랄까. 제멋대로 생각하기엔 말이죠. 아무튼 고런 것이 있어요) 마침 비도 왔다. 하긴 요즘 계속 장마였으니. 마침 비도 왔고,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신났다. 아주 흡족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 가슴 설레여하며 본 일본 드라마 의 미칸짱처럼 맛있는 규동을 저녁으로 먹었다. '청춘'이라는 일본 이름의 조그마한 가게였다. 따뜻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일리 캔커피도 입가심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반만의 준비를 끝내고 을 맞이하러 극장에 들어갔다. 보고 나면 월요일의 밤시간이 뿌듯한, 그런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흠.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그저 그랬다. 같이 영화를 본 Y언니는 영화에서 익숙치 않는 언어가 흘러나오면 스르르 잠이 든다고 했다. 나는 흠, 프랑스 영화랑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