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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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햄123 - 덴젤 워싱턴은 좋았지극장에가다 2009. 6. 22. 00:16
보고 싶어서 극장 간 거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을 봤다. 그것도 두 배우와 감독 이름 때문에 선택한 거였는데, 많이 실망스러웠다. 재미가 없었다. 이야기 자체도 긴장감이 없고, 영화 속에서 사람이 사람 잡아다 놓고 총으로 쏴 죽이는 게 이젠 진짜 같아서 즐길 수가 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가 생각나서 혼났다. 존 맥클레인 형사, 보고싶소- 난 그를 심하게 아낀다. 특히 1편의 그를. 내 여러 번 보았지. 에서 딱 하나 건질 게 있다면, 내 경우에는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이 이 영화때문에 거의 백 킬로그램까지 살을 찌웠다는데, 영화보는 내내 아니 대체 왜 살을 찌운거지, 살 찌울 필요가 없는 영환데 투덜댔었다.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이 딱 한 장면있는데, 존 트라볼타를 잡기 위해 꽉 막힌 뉴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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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나는 흔들리고 또 흔들리지만,극장에가다 2009. 6. 21. 10:54
영화를 보다 깜짝 놀랐다. 장남의, 첫째 형의 기일에 맞춰 모인 가족들. 둘째 딸네가 먼저 떠나고, 부모님과 막내 아들 가족네와의 저녁상. 메뉴는 장어덮밥. 어머니는 밥을 먹다말고 가끔 혼자서 듣곤하는 LP 한 장을 꺼내 온다. 그리고 아들에게 한 번 틀어보라고 한다. 지지직거리며 시작된 노래. 그 노래는 영화 속 어머니의 아픔의,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고, 나의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고, 노래 속 가사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건 모두 10년 전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는 10년 전에 아들이 죽었고, 나는 10년 전에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10년 전, 우리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 친구는 일어수업을 갓 듣기 시작했다. 쉽고 간단한 일본 노래들을 수업시간에 배워왔는데, 하나는 토토로의 주제곡이었고, 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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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 고순이 언니, 최고로 멋져요!극장에가다 2009. 6. 13. 14:19
5월에 본 영화. 지금은 벌써 6월의 둘째 주 주말. 영화를 함께 보러 간 우리 셋은, 영화를 보기 전 5월의 중국집에서 새우볶음밥 따위를 먹으며,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출연하는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쓴 소설 한두 권쯤은 읽었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를 사모하기까지하는 사람 셋 정도는 모여서 봐줘야한다고, 그래야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쓴 소설 한두 권쯤 읽었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를 사모하기까지하는 우리 셋은 중앙시네마 스폰지하우스 앞좌석에서 나란히 앉아 이 영화를 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날은 즐거웠다. 중국집에서 본 오늘의 운세 문구가 아주 좋았으며(셋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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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밝은 미래극장에가다 2009. 5. 19. 22:12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 전에 '이를테면, 여행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말대로 서른 살 남자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닭살스런 제목 의 생선 작가. 물론 나는 그를 아주 가끔 지켜봤지만, 그는 단 한번도 내 존재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 자리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작가와의 만남' 자리였다. 이 이벤트를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이벤트 신청의 달인인 나는 어느새 응모버튼을 누르고 있었는데. 난 그를 아주 가끔(오해마시라. 난 스토커가 아니랍니다. 미니홈피와 라디오를 통해) 지켜본 사람이지만, 그의 책은 사지도, 빌려 읽지도 않았으니 '이를테면, 아주 불량 독자'였다. 하지만 이벤트에 아주 잘 당첨되는 나는 이번에도 떡 하니 당첨이 되었고, 덕분에 그의 책을 구입하고, 제대로 된 독자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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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이건 멜로영화구나극장에가다 2009. 5. 6. 22:38
(이를테면, 스포일러가 있어요) 를 봤다. 좌석을 쭉 둘러보니 매진이었다. 누군가는 개봉 첫 날 벌써 보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러다 우리 지옥가요'라는 대사를 미리 메신저에 등록시켜놓았었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 를 봤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고 하는데, 나는 괜찮았다. 두 시간 넘는 상영시간 내내 긴장하며 봤다. 송강호가 너무나 맛나게 피를 소리내서 쪽쪽 빠는 장면에 침이 꿀꺽, 신부 박인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팔에 칼을 대며 '드세요' 할 때도 꿀꺽, 김옥빈이 옷을 벗을 때도 꿀꺽꿀꺽, 야한 장면이 나올 때는 꿀꺽꿀꺽꿀꺽, 송강호가 충분한 양식을 섭취하지 못해 징그러운 뽀드락지가 솟아날 때도 꿀꺽. 긴장의 연속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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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영화와 책극장에가다 2009. 4. 15. 00:12
를 본 건 3월의 일이다. 김연수의 에 관한 칼럼은 읽은 건 4월의 일. 시간이 빨리가고 있다. 그동안 영화잡지를 꾸준히 사(얻어) 보면서 에 관한 글을 많이 읽었다. 좋다는 글도 있었고, 좋지 않다는 글도 있었다. 어떤 부분은 거듭 읽으면서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부분은 말도 안돼,라며 혼자서 열을 내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읽은 김연수의 칼럼. 첫 줄 '본디 이 칼럼이 고향친구를 떠올리며 영화에 대해 떠들어댄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걸 알지만, 오늘만큼은 그 정다운 얼굴이 좀 빠져주셨으면 한다.'로 시작해 마지막 줄 '부터 볼 테니까 아예 칼럼제목을 '나의 친구 그녀의 영화'로 하면 안될까?'를 읽는 동안 내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을까. 같이 영화를 봤던 H씨는 (내게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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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 완벽한 토요일 밤극장에가다 2009. 3. 22. 16:32
어제는 모든 게 완벽한 밤이었다. 토요일이었고, 낮에는 날씨가 좋아서 집에 있는 모든 창문들을 열어뒀다. 창문과 창문 사이로 봄바람이 불었다. 기분 좋은 햇살이 새어 들어오는 걸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컴퓨터로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조원선의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들었다. (뮤직비디오에 '무려' 메리이모들이 '꽤' 길게 등장한다) 그러다 선물받은 화분이 생각나, 집에 있는 예쁜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그 화분을 창가에 두고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주에 좋지 않은 기분들이 모조리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지난 주에 들었던 기분 안 좋은 말들, 표정들, 공기들 모두. 그러다 가 보고 싶어 예매를 했다. (내겐 '무려' 4천원 할인권이 있었다) 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중랑천을 걸어 건대까지 갈 계획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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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나타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극장에가다 2009. 3. 21. 02:07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우선 엔딩크레딧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영화는 계속된다. 화면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소리는 이어진다. 사람들이 일어나면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 사람들이 소곤대는 이야기 소리, 피아노 소리. 피아노 뚜껑이 닫히는 소리까지 듣고 나면 영화가 온전히 끝난다. 그 엔딩크레딧을 가만히 보고, 아니 듣고 있는데 어제 다이어리 귀퉁이에 적어두었던 저 구절이 떠올랐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금요일 저녁. 약속은 없었지만,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극장에 갔다. 를 혼자 본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혼자 봐야 한다. 혼자 보고, 혼자 나와서, 혼자 전철을 타고, 혼자 길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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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결혼하다 - 내 친언니의 결혼식극장에가다 2009. 3. 14. 21:11
다른 제목을 붙여본다면 '내 친언니의 결혼식'이랄까(갑자기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보고싶어진다는). 영화제목의 레이첼은 앤 헤서웨이가 아니다. 앤이 맡은 배역명은 킴. 킴의 언니 이름이 레이첼이다. 영화는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치료받던 킴이 친언니의 결혼식을 맞이하여 집에 돌아와, 결혼식을 치르기까지의 이야기'랄까. 이렇게 요약해버리면 김이 팍 새버릴 정도로, 줄거리는 별 게 없다.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랄 것도 없다. 많은 가족이 그렇듯, 킴의 가족도 평생 잊지 못하는 상처 하나쯤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야기. 어느순간 그 아픈 상처를 누군가 툭 건드려 오열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품었던 사소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그러다' 밤이 깊어지면 울다 지쳐 잠들고, '그러면' 늘 그렇듯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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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 술 한 잔도 안 마시고 취하고 싶은 날극장에가다 2009. 3. 8. 17:38
을 마시고 취해 버렸다. 아니, 을 보고 취해 버렸다. 술 한 잔도 안 마시고 취하고 싶은 날,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의 초반. 주인공 혁진은 실연을 당한 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정선으로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한다. 아니, 약속을 당한다. 왜 의례 술자리의 여행 약속이 그렇지 않나. 가자, 가자. 꼭 가는 거다. 그러고 술 깨면 땡. 바쁘니깐, 돈이 없으니깐, 너무 머니까. 그런데 이 정직한 혁진만이 약속을 지킨다. 강원도 정선까지 가서야 그 약속이 그냥 입바른 소리였다는 걸 알게 된다. 참 융통성 없는 캐릭터다. 그리고 이 융통성 없음은 영화의 끝까지 쭉 이어진다. 그렇게 혼자 정선으로 간 혁진은 끼니를 때우러 들어간 식당에서 낮술을 한 잔을 한다. 처음처럼이었나? 소주 뚜껑을 따는 소리.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