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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를 보았다 - 악마가 되었다
    극장에가다 2010. 8. 15. 21:21


        금요일,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몇 달 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다. 배우와 감독 때문. 그런데 보는 내내 괴로웠다. 정말 괴로웠다. 같이 보았던 지인은 우리는 어른이니까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대고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되요. 저거는 가짜다, 저것도 가짜다. 다 소용없었다. 다 진짜처럼 느껴졌다. 악마를 보았고, 악마가 되었고, 악마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우리는 단골 보쌈집에서 막걸리 한 잔씩을 하고 택시를 타고 헤어지기로 했는데, 보는 내내 약속을 취소하자고 할까 생각했다. 악마를 만날까봐. 악마를 볼까봐. 

        휴가 때 본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는 신성록, 이석준 이 두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열연한다. 땀을 아주 뻘뻘 흘리면서. 나는 두 배우가 대사를 한 번도 까먹지 않고, 동선도 잊지 않고 두 시간 내내 무대 위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아, 배우란 저런 사람들이구나. 저렇게 뜨거운 사람이구나. 배우들은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 동안의 무대가 끝난 뒤, 그들이 느낄 희열은 나라는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겠지. 질투났고, 부러웠다. 다음 생애에는 배우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는 무서웠다. 가여웠다. 배우라는 직업은 저런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구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느끼지 않아도 될, 결코 느낄 필요가 없는 어떠한 감정을 최민식이 연기해내고 있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저 역할을 연기해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병헌도 마찬가지. 저 영화를 찍고 나서 두 사람에게, 특히 최민식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푹 쉬어야 한다고. 진심으로. 배우란 직업이 너무 끔찍했다.

        스토리는 별 거 없다. 이병헌은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었고, 그 약혼녀를 죽인 사람이 최민식. 최민식은 고통을 모르는 연쇄살인마다. 무지막지하게 잔혹한. 이병헌은 최민식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한 번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고통을 준다. 그녀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하게 하리라. 영화는 최민식이 행하는 살인의 방법, 이병헌이 행하는 복수의 과정을 아주 자세히,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괴롭다. 이 영화, 절대 조조로 보지 말기를. 지인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같이 본 사람 모두, 보고 나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토이 스토리 3>를 보면서 마음의 정화를. 아, 내겐 정말 힘든 영화다.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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