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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53

오늘의 거짓말 - 서울내기같은 그녀의 소설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정이현 작가의 소설은 에 이어서 두번째예요. 첫번째 단편집 은 읽을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 못 읽었어요. 지난 여름 강연회에서 새 책에 사인까지 받아와 놓고서는 고이 책장에 모셔두다가 얼마 전에 잃어버렸어요. 마침 동생이 이 책을 선물받아 왔던 게 있어서 바로 읽긴 했는데, 한 집에 같은 책 두 권이 뭐가 필요있냐고 그렇게 된건지. 누군가 주워서 읽고 있겠죠? 잃어버리니 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마저 사라지기전에. 정이현 작가는 서울내기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을 한번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요. 실제로 프로필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구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내기들은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저같이 지방에서 올라온 .. 2008. 1. 15.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 그녀들이 사는 곳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신경숙.츠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현대문학 책을 읽으면서 12월에 다녀왔던 신경숙 작가님의 강연회 생각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넓고 넉넉한 공간이였는데 마이크가 안되는 바람에 작가님 곁으로 다들 옹기종기 의자를 끌어다가 둥그렇게 앉았어요. 첫 줄이라 작가님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보였어요. 마이크는 금방 해결이 됐지만 그 거리 그대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죠. 고백하건데 강연회를 들으면서 울어본 건 처음이예요. 더군다나 그게 한 번에 그친 게 아니였어요. 슬픈 이야기도 아니였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아무도 모르게 슬쩍 눈물을 닦아냈는데, 얼마 안 있어서 또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 날 이후로 작가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깨달은 거죠. 그런데 다.. 2008. 1. 14.
나라 없는 사람 - 커트 보네거트, 당신을 이제서야 만납니다.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커트 보네거트. 소설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으로 된 책 읽은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니 여기저기서 이름을 들었고 언젠가 읽어야지, 내내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을 읽는데 첫 수필이 익숙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라는 잡지에서 그의 죽음을 기리면서 단행본으로 출간하기에 앞서 수필 한 편을 소개했던 것을 읽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2008년 첫 책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잘 된 일이다, 이제 좋은 책들만 읽게 되는 한 해만 읽게 될 계시인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짧지만 강한 책이였어요. 우선 김애란 작가 이야기예요. 지난 해 낭독회에서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김애란 .. 2008. 1. 8.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당신의 그 촉촉함 때문에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을 읽고 그의 작품들을 거꾸로 읽어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도 천천히 다시 읽고. 그럴려면 2005년에 출간된 를 먼저 읽었어야 했는데 그보다 3년 전에 출간된 를 먼저 읽었어요. 순전히 '7번 국도'라는 닉네임을 쓰신 분이 달아주신 댓글 때문에요. '는 단편집이지만 눈물 펑펑 쏟으며 읽었던 기억이...' 이 댓글이요. 예전에 곡예사님이 를 추천해주시면서 '울어버릴 지도 몰라요' 라는 문장 하나에 어떻게든 그 책을 빌려보려고 애썼던 것처럼 저는 '눈물이 날지도 모르는' 소설에 맥을 못 추리는 것 같아요. 네. 그리하여 를 읽었고, 7번 국도님이 쓴 댓글처럼 저도 울어버렸어요. 좋더라구요. 정말. 어제 지하철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는데 일부러 마지막.. 2007. 12. 27.
퀴즈쇼 -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내는 퀴즈쇼 퀴즈쇼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봤어요. 너희 20대들, 지금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래서 를 쓰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글이요. 그래서 출간하자마자 단번에 주문했습니다. 을 읽으면서 소설이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은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의 이전 소설들은 충분히 좋았으므로 새 소설을 읽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좀 아껴서 뒤에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른 책들이 밀려있어서 낭독회를 다녀온 뒤에 읽게 됐어요. 낭독회에 같이 간 친구는 20대에게 위로가 되는 책, 이라는 것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읽고 있는 중간에 친구에게 무척 재미있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꽤 두꺼운 분량인데도 책장이 금.. 2007. 12. 20.
혀 - 죽이고 싶을만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게 혀 조경란 지음/문학동네 지난 낭독회에 갔을 때 표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낭독회에 참석했던 어떤 분이 표지가 참 마음에 듣다고 하셨어요. 연주빛이며 보라빛들도 마음에 들고 그림도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제목과 달리 익살스런 그림이라면서요. 그러자 조경란 작가님께서 아, 그렇게 느끼셨나요, 저는 이 눈을 보고 너무 슬퍼보였는데, 라고 나즈막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이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요즘 읽을 때 불편한 띠지가 많은데 이 책은 띠지인 것 같은데 하나의 표지가 접힌 거예요. 그래서 접혀있는 표지종이를 쫙 펼치면 예상외의 그림이 펼쳐져요. 꼭 껴안고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뜨거운 스튜 냄비 안에서 펄펄 뜨겁게 달구워지고 있고 슬픈 눈을 한 요리사는 마지막 향신료를 넣는 거예요. 코.. 2007.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