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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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서재를쌓다 2017. 10. 15. 20:28
여행을 좋아하는가. 사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고민 해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돌아오는 날 무척 아쉽다고 하는데,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돌아오는 것이 다행인 날들이 많았다. 이만 하면 돌아가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다. 내가 여행지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계획을 짜는 중일 때나 (사실 계획도 잘 짜지 않는다) 여행 중일 때보다, 돌아와서 일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돌아와서 그곳의 이야기와 역사가 더 잘 읽히고, 보이고, 들린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글을 읽어 보면 그렇지 않아서 늘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들의 여행은 떠나 있는 순간 전부가 늘 행복하고, 축복이며, 즐거워보였다. 나는 늘 그렇진 않았으니까. 많은 순간 행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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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순례서재를쌓다 2017. 9. 12. 21:22
시간이 정말 빠르다. 7권 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8권이다. 이번 권에서는 두 가지 마음을 담아뒀는데, 첫번째는 고독. 무뚝뚝한 것만 같은, 바삭하고 고소할 것이 분명한 잔멸치 토스트를 만들 줄 아는, 외모는 아줌마인데 아저씨라고 나오니 남자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혼자 사는 후쿠다 씨가 훗날을 대비해 유언을 남기자 사카시타 과장은 요시노에게 말한다. - 사람은 마지막엔 누군가한테 신세를 지게 된다고. 말씀하셨잖아. 근데 외로워졌다거아 그런 건 아닐거야. 고립과 고독은 다르니까. 후쿠다 씨는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이 장면을 보고 되뇌였다. 고립과 고독은 다르니까.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두번째는 스즈의 또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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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서재를쌓다 2017. 8. 3. 22:36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변하고,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그건 단순히 책만 읽는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노력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걸. 더 잘 살기 위한, 더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노력. 출판사 시절, 소윤이는 만날 때 마다 많은 걸 건네줬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 읽어봐. 책은 작가의 스펙타클한 이력만큼 잘 읽힌다. 작가 셀리 킹은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이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그 꿈을 이룬다. 이 책이 그 꿈의 실현이다.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읽어 나가다 보면 깊숙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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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를쌓다 2017. 8. 2. 23:04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온전히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100년이 더 된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가 아직도 잘 읽히고 있는 이유를, 나는 나에게서 찾았다. 나는 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마음이 되었다.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친구와 싸웠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너는 절대 모른다는 친구의 말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이렇게 말해도 너는 모르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지금껏 내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건가 생각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아는 친구의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나'는 선생님을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만난다. 나는 선생님을 '발견'하고 단번에 마음에 끌린다. 그렇게 나의 일방적인 구애로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선생님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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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스페인서재를쌓다 2017. 7. 25. 21:12
그래도 나름 읽은 게 있어서, 누군가 스페인 여행 어땠냐고 물어보면 나는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그런 주제에 바르셀로나에서는 장난감 파는 가게 주인에게 아 유 스페니쉬? 라고 물어봤다. 주인은 웃으면서 대답해줬지만, 가게를 나온 뒤에야 아차, 싶었다. "바르셀로나에는 스페인 사람이 없다. 그저 카탈루냐 사람만 산다.(p.20)"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금도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책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카다케스와 피게레스에서 끝난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돌고 돌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끝나는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를 읽으며 너무나 좋았던 동생이,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아줬다. 다녀오면 읽으라고. 다녀왔고, 읽었다. 읽으면서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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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서재를쌓다 2017. 6. 6. 03:09
지금 시간 새벽 2시 20분. 정말정말 오래간만에 잠이 오질 않는다. 사실 아까 한 차례의 고비가 찾아왔는데, 영화를 보던 중이었고, 내일 쉬는 것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러고나니 잠이 달아났다. 한때 내가 사랑하던 새벽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열 두시 되기 전에 잠들어 푹 자는 것이 가장 큰 행복. 간만에 새벽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잠이 확 달아나버려 아예 일어났다. SNS에서 오지은이 알려준 뒤로 냉밀크티를 종종 해먹는데 맛있다. 우유에 홍차잎을 가득 담아 냉장고에 밤새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나는 단 걸 안 좋아해서 시럽도 안 넣고 그냥 마신다. 내일 아침에 마셔야지. 그러고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 우유도 살짝 섞었다. 노트북을 켜고 책장에서 책을 가지고 왔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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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바이 골목서재를쌓다 2017. 5. 7. 22:57
연휴 첫날, 앞으로의 3일을 알차게 보내보겠노라고 일찍 일어나 조조영화를 보러 갔더랬다. 였는데, 동생이 말한대로 영화는 제목만큼 밝지 않았고,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까지한 우리의 IMF 생각이 났다. 동생은 그때 엄마가 휴지를 사주지 않아서 예전에 엄마 가게에서 쓰려고 만들어놓은 냅킨을 일일이 펴서 일을 봤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그 시절 혼자 서울에서 흥청망청 산 것만 같아 미안했다. 우리는 이제 그 이야기를 하며 조금은 웃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의 그리스는 어떨까,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영화를 보고 생각해봤다. 영화를 보고 나와 걷는데, 너무 더웠다. 아직 겨우 5월인데, 벌써 한여름이 성큼 온 것만 같았다. 결국 걷다가 뭔가 시원한 걸 마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게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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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서재를쌓다 2017. 5. 5. 18:41
는 기다리던 영화였다. 작년에 엔도 슈사쿠의 을 읽고 여러 이미지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을 했다고 해서 그 부분들이 어떻게 영화화되었을까 궁금했다. 영화는 역시 원작의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꽤 괜찮았다. 영화를 보고 기사를 찾아보니 마틴 스콜세지는 오래된 가톨릭 신자이고, 젊은 시절에 을 읽고 그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여러 번 무산이 되고 그의 나이 60대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보는 눈이 젊은 시절보다 깊어진 뒤에 만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내 생각인지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로드리게스 신부 역의 앤드류 가필드는 늘 얼굴이 어린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그를 좀더 다르게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데,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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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일기서재를쌓다 2017. 3. 9. 23:13
이 글은 밀크팬이 없어 양은냄비로 끓인 핸드메이드 밀크티를 마시며 쓰고 있다. 베를린에 가볼까 했다. 그렇다면 관련된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 검색을 했는데 이 책이 나왔다. 최민석 작가가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쓴 일기다. 평에 엄청 웃기다는 얘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웃겼다. 어떤 페이지는 정말이지 너무 웃겨서 책을 덮고 소리내서 엄청 웃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웃겨서. 그리고 역시 사람은 일기를 써야 돼, 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민석 작가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면서 '한 번 써볼까' 하고 독자에게 선물받은 다이어리가 마침 있어 쓰기 시작한 일기다. 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로 인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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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서재를쌓다 2017. 3. 1. 18:31
"아빠, 내가 다시로 군 데리고 들어갈게."2권까지 다 읽고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를 찾아봤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 당신은 왜 소설을 쓰는가?- 언어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이 말을 이 소설을 통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에 개봉하는 모양이다.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을 것 같다. 영화 캐스팅을 알고 소설을 읽었더니 영화의 장면들이 눈에 그려졌다. 내 상상 속에서는 동성애 연기를 하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꽤 잘 어울렸다. 두꺼운 두께로 두 권이나 되지만, 가독성이 상당하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최근 곁에 나타나 아주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뉴스에서 보도하는 용의자와 생김새가 상당히 비슷하다. 나는 그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