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12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2017. 1. 12. 오렌지 데이즈 연인이 된 카이와 사에. 사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몇년 전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우연히 둘은 만나게 되고, 모난 성격의 사에를 카이는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마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력한다. 사에는 그 마음을 잘 알지만, 그래서 너무 고맙지만 자신의 현실 때문에 행여 그에게 누를 끼칠까봐 더 모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고,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카이에겐 똑 부러진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마음만 각자 키워간다.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바라는 미래가 달라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카이. .. 2014. 10. 19.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 나, 이 언니에게 완전히 반했다. 이름은 치아키. 나이는 46살. 독신이다. 직업은 드라마 프로듀서. 이야기는 치아키가 카마쿠라라는 도쿄 근교 도시의 오래된 주택을 구입해 살면서 시작된다. 이 언니는 이쁘고, 당당하고, 예의도 바르다.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그래서 이 언니의 집에는 상담손님이 제 집인양 끊임없이 방문해서 며칠씩 자고 가기도 하고, 맥주를 그냥 막 꺼내 마시고, 주인없는 집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완벽해보이지만 이 언니에게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거의 먹여 살린 연하의 남자가 포스트잇으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고, 카마쿠라에서 다 같이 살자는 술자리 친구들의 말을 믿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결국 치아키만 카마쿠라에 집.. 2014. 6. 7. 고잉 마이 홈 어젯밤, 드디어 마쳤다. 고잉 마이 홈.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시도했었는데 매번 2시간 가까이 되는 1화를 넘기지를 못했다. 가을. 뭔가 마음에 진하게 남을 드라마를 보고 싶었다. 가볍지 않고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 우리 집에 여덟 개의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가슴 정도까지 오는 복층 공간이 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올라갈 생각을 못했는데, 조금씩 쌀쌀해지자 밤이 되면 올라갔다. 따뜻한 이불을 깔아놓고 그리고 덮고서는 노트북을 켰다. 그렇게 1화부터 천천히 봤다. 늘 한 회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어떤 날은 반쯤 보다 잠들었고, 어떤 날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켜자마자 잠들었다. 같은 회를 여러 날에 걸쳐 봤다. 그렇게 조금씩 보니, 그 시간들이 기다려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2013. 11. 24. 마호로역전번외지 오래된 지인이 소개해주는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는 결국에는 좋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은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니, 그 사람이 좋다고 한 것이 내게도 좋은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반신반의할 때가 있다. 처음이 힘든 종류의 것들. Y언니가 추천해 준 이 드라마도 그랬다. 처음에 재미가 없고, 30분 여 남짓의 1회를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Y언니가 미리 해준 충고. 1회 보고, 2회 정도만 보고 나면 그 뒤로는 재밌게 술술 넘어갈 거라고. 그렇게 인내의 1회와 2회를 지나니 정말 언니의 말처럼 재미있는 시간들이 찾아왔다. 마지막회까지 금방 봤다. 마호로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다다와 교텐이 있다. 두 사람은, 아니 실질적으로 에이타인 다다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의뢰가 들어오면 할 .. 2013. 9. 28.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생협에서 맥주가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네 두레생협에 갔는데, 거기가 아닌가봐. 맥주가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구경하고 나왔다. 플레인 요구르트도 맛나 보이고, 아버지 두부도 맛나 보이고, 여러가지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빈 손으로 나왔다. 파리빠게뜨에 들러 호밀식빵을 사고, 정육점에 들러 왕란 한 판을 샀다. 시금치도 사고 싶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 멀리 가질 못하겠어서 실패. 아무래도 생협에서 팔던 치즈는 사 올걸 그랬나보다. 만원이 넘어서 바로 진열대에 놓아버렸는데, 정말 건강해 보이는 동그랗고 커다란 치즈 덩어리였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이 드라마를 봤다. 제목이 아주 길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이게 다 제목이라니. 흐-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 2013. 8. 3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