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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 그녀들이 사는 곳
    서재를쌓다 2008. 1. 14. 03:49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신경숙.츠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현대문학

        책을 읽으면서 12월에 다녀왔던 신경숙 작가님의 강연회 생각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넓고 넉넉한 공간이였는데 마이크가 안되는 바람에 작가님 곁으로 다들 옹기종기 의자를 끌어다가 둥그렇게 앉았어요. 첫 줄이라 작가님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보였어요. 마이크는 금방 해결이 됐지만 그 거리 그대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죠. 고백하건데 강연회를 들으면서 울어본 건 처음이예요. 더군다나 그게 한 번에 그친 게 아니였어요. 슬픈 이야기도 아니였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아무도 모르게 슬쩍 눈물을 닦아냈는데, 얼마 안 있어서 또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 날 이후로 작가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깨달은 거죠. 그런데 다리 위에서 만난 아버지 이야기는 좀 슬펐던 것 같아요.

       도서관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 이 책이 놓어져 있길래 냉큼 빌렸어요. 신경숙 작가님과 일본의 츠시마 유코 작가님이 1년동안 12번씩 교환한 편지글이예요. 사는 곳, 어린 시절, 살아가는 모습 등의 개인적인 모습과 생각들이 많이 담겨져 있어요. 급하게 읽지 않으려고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가려고 했는데 그만 밤새 다 읽어버렸어요. 조금만 읽고 자자, 다음 편지만 읽고 자자, 했던 것이 어느새 마지막 편지까지 가 버렸더라구요.

       두 작가님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각자의 어머니에 관한 것이예요. 어머니는, 이라고 시작하는 문장들이 많았어요. 신경숙 작가님의 늘 일하시던 어머니,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남편때문에 자식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리고 처음 듣는 것 같은 신경숙 작가님의 아버지 이야기. 역시 처음 들은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아버지 이야기.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아버지가 <인간 실격>의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인간 실격>을 읽었거든요. 읽고 나서 무척이나 우울했었는데. 그리고 장애가 있었던 오빠에 관한 이야기두요. 문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죠.

       각자 사는 곳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이 책의 제목도 두 작가님의 사는 곳 때문에 붙여졌대요. 신경숙 작가님이 사시는 곳은 북한산 근처이고,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집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아직도 우물이 있대요.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 빠질 수 없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두 작가님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처럼 정성스럽게 담겨져 있어요.

        책을 읽고 갑자기 <작가의 방>이 생각이 나서 책장에서 꺼내 펼쳤어요. 신경숙 작가님이 자신의 집, 그 집이 위치한 산, 글을 쓰고 있는 서재 이야기를 여러 번 언급하셨거든요. 제일 마지막에 있는 신경숙의 방의 사진들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 봤어요. 처음 책을 볼 때 탐났던 커다란 책장과 책상, 그 속의 책들, 볕이 잘 들어오던 창과 화분들, 그리고 무릎을 안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까지요. 그러다 발견했어요. 사진들 중에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나>의 책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이요. 그리고 그 곁의 글을 읽는데, 이 취재가 이루어질 당시에 서신 교환은 이미 끝났고 책으로 엮는 작업이 진행 중이였나봐요. 이 책의 원고가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는 글에 츠시마 유코님과의 인연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 있었어요. 갑자기 반가운 마음이 들어 몇 번을 그 사진을 들여다 봤어요.

       마지막 책장을 덮고 처음 든 생각은 벌써 새벽 4시다, 빨리 자야겠다는 것과 자고 일어나면 꼭 누군가 보고 싶은 사람에게 메일을 써야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좀 더 자주 메일을 쓰자고, 손편지도 가끔은 쓰자고 다짐을 하고 금방 잠들었어요. 아, 유일하게 번역되어 있는 츠시마 유코 작가님의 <나>도 꼭 읽어야 겠다는 것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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