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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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맥주 없는 전기구이 통닭모퉁이다방 2017. 5. 27. 08:07
티비가 이번주에 사망했다. 동생이 아침에 티비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질 않았다. 그 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백라이트가 나간 거란다. 우리는 엄마가 알뜰폰을 살 때 경품으로 함께 주던 중소기업 티비를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나고 검색해보니 17만원에 팔고 있는 티비였다. AS를 신청하면 8만원이 든단다. 방문하면 3만원. 11만원을 내고 고칠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티비는 내 베프여서 보지 않으니 영 아쉽다. 8시 뉴스도 봐야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예능도 봐야 하는데. 8시에는 영 아쉬워 티비를 켜고 목소리만 들어보았다. 거대한 라디오가 따로 없네. 이건 또 운명 같아서, 티비 좀 그만보고, 핸드폰 좀 그만하고 책 좀 읽고 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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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은 타코야끼에 생맥주모퉁이다방 2017. 5. 26. 00:04
오늘 아침엔 혜진씨가 선물해준 에코백을 꺼냈다. 혜진씨는 이것저것 보내줬는데 무언가를 싸서 보냈던 실의 색깔이 고와 버리지 않고 같이 보관해두었다. 아침에 그 실로 에코백에 골드소울이라고 수를 놓았다. 부적같이. 친구가 오후에 연락이 왔다. 수업을 들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나중에 보자고 답했다. 우리는 7시 즈음 신촌에서 만나 묽디 묽은 거대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들고 들어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타인의 장점을 무척이나 잘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장점을 기어코 발견해 칭찬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밝고 깨끗한, 새 것처럼 보이는 강의실에서 황정은의 짧은 소설을 읽고, 각자의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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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샐러드모퉁이다방 2017. 5. 24. 21:01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핸드폰 액정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깨어진 금이 줄어들 일은 없다. 산산이 부서질 일만 남았을 뿐. 한번 일어난 마음은 언제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왜 평상시엔 그렇게 잊고 지내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걸 다 기억하고 살다간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될 거다. 아직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6월의 휴가엔 노트북을 가져가서 하루하루 모두 기록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난 뒤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힌 채 기록하는 것과,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 무엇이 더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후자의 기록을 해 보겠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건, 그날들을 위한 습관을 기르는 일. 지난 일요일에는 친구를 만나러 동쪽으로 갔다. 우리는 긴 숲길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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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foot모퉁이다방 2017. 5. 10. 22:48
어제는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투표를 하러 갔다. 새벽 6시에. 두 후보 사이에서 고심을 했는데, 투표소로 걸어가는 동안 마음을 정했다. 동생은 투표소 안에서 오랫동안 서있다가 나왔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일찍 일어난 게 아까워 혼자 상암으로 가서 중고생들 틈에 끼여 조조영화도 보고왔다. 중고생들은 아침부터 조용하게 팝콘을 먹고, 나는 그 틈에서 훌쩍거렸다. 울고나니 개운했다. 어제 먹은 음식으로는 순대, 화덕피자, 떡볶이가 있었는데, 순대는 실패했고, 화덕피자는 맛있었지만 양이 너무 적었고, 떡볶이는 오래 전 냉동시켜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5월의 황금같은 연휴가 가버렸다. 아쉽기도 했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 너무 많이 먹어대는 인간이라 출근을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긴 했다. 부처님 오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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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모퉁이다방 2017. 4. 26. 21:30
찾고 있는 책이 있었는데, 책은 결국 못 찾고 오래 전의 수첩을 찾았다. 거기에 2년 전 친구와 동료의 말이 적혀 있었다. 친구에게 며칠 전 이 사진을 보내줬는데, 친구가 말했다. "걱정마, 38의 여름도 좋을테니까." 서른여덟번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금요일에는 회식을 했다. 여긴 정말이지 감자가 맛있는데, 아마도 고기 육즙이 배어서 인 것 같다. 고기를 잘라주시는 아주머니에게 감자가 정말 맛있어요, 라고 하니 고기집에서 감자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뭐라 하셨다. 고기도 맛있다. 하지만 감자는 정말 맛있다. 흐흐- 일요일에는 부지런히 움직여 영화를 봤다. 맥도날드의 시작점에 대한 영화였는데, 마지막 화장실 씬이 인상깊었다. 맥도날드의 처음을 만든 착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와 가능성을 알아보고 프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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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모퉁이다방 2017. 4. 25. 23:10
어제는 퇴근을 하고, 어느 동네에 있다는 카페에 가보았다. 길치답게 단번에 길을 찾지 못해 꽤 헤맸다. 초등학교 앞 골목길을 헤매기도 했다. 초등학교 앞에서는 부산에서 직접 공수한 오뎅을 파는 분식점도 있었다. 해가 많이 진 뒤였는데도, 빛이 남아 있었다. 그 빛이 참 고와서 사진을 찍었지만 찍히지 않았다. 지도에 나와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가게를 찾아 골목길들을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이게 몇 개월 뒤에도 이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헤맴을 즐겨야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초조할까. 좋아하는 감독은 이 기분좋은 낯선 헤맴으로 한 권의 책을 쓴 듯 하다. 그 책을 사놓았다. 한참을 헤매다 환한 빛을 내뿜는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는 무척 밝더라. 조명도 밝았고, 안에 있는 사람들도 밝았다. 나는 월요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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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4. 19. 22:34
2017년에도 계속되는 기록들. 택배가 도착했고, 그 안에 혜진씨의 유럽여행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 엄마랑 먹은 어탕국수 한그릇이 잊히지 않는데, 맛있을까? 정말 환불해줄까? 퇴근길, 파주 안개. 그렇다, 영어를 해야 한다고! (불끈) 매일 집을 나서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SBS 뉴스를 보는데, 그래, 여행! 공부하지 않지만, 이지 잉글리쉬를 매달 삽니다. 회식 후 늦게 달려간 1월의 시옷의 모임. 사랑스런 봄이 선물해준 파리. 내게 언제나 힘을 주는 소노스케의 엽서. 연이은 야근에 정말이지 힘이 되었다. 2학년 맥주 학교 첫날. 어떤 맥주가 수입맥주일까요? 아, 거의 다 틀렸다. 나는야, 막입. 추운 겨울, 따뜻한 복층에서. 예매해뒀던 영화들을 취소하고, 오래 전에 보았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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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모퉁이다방 2017. 3. 28. 23:04
봄을 기다리는 동안,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좋은 책도 읽었다. 이 이야기를 찬찬히 털어놓고 싶은데, 속절없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좋은 이야기도 듣고, 나쁜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나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참아보자, 참아보자 생각하며 들었다. 그렇지만 티가 많이 났다. 누구나 나를 다 좋게 볼 수 없는데, 나는 매번 그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좋지 않은 생각을 한 시간들도 있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핸드폰 때문에 집중도 되지 않는다. 엽서를 많이 쓰고 싶은데, 매번 엽서를 꺼내놓고 한 줄도 못 쓰고 만다. 읽고 쓰는 시간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흠. 온라인 상의 나는, 어떤 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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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모퉁이다방 2017. 3. 22. 23:16
6월이 되면, 2주동안 여행을 갈겁니다. 그럴 계획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불끈) 처음엔 동유럽에 가보자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엔 베를린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책까지 읽고) 그러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를 마구 검색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동남아 어떤 곳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심하게 끌리는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정신차려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6월이. 저는, 어디를 가야 할까요? 혹시 아래와 같은 말 전해주실 분 계시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 내가 여기 가 봤는데, 여긴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더라. 꼭 가봐라.- 내가 여기가 좀 궁금했는데, 혹시 가볼래? 먼저 가보고 말해주라.- 내가 그동안 말 없이 너를 쭉 지켜봤는데, 너는 여길 좋아할 것 같다. 가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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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모퉁이다방 2017. 3. 7. 22:28
토요일에는 안산에 다녀왔다.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안산. 역사 이야기를 잔뜩 들으며 걸을 계획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역사 이야기는 잔뜩 듣지 못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좋은 산책로를 발견했다. 이 날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신목사상'에 관한 이야기. 옛날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단다. 여자아이는 시집갈 때 만들 장롱을 위해서, 남자아이는 죽을 때 쓸 관을 위해서. 옛 사람들에게 나무는 아주 큰 의미이자 소중한 존재였는데, 힘들 때면 자기 나무를 힘껏 안고 위안을 받기도 했단다. '내' 나무라니. 좋았겠다. 미세먼지 때문에 먼 곳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집들이 참으로 많더라. 아파트도 많고. 이 날 이만육천보 넘게 걸었다. 많..